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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ㅣ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전승환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평점 :
남녀노소 사랑받는 카카오 프렌즈가 말랑한 에세이로 나타났다. 최근에 미키마우스, 앨리스, 보노보노 등 여타 캐릭터 에세이와 비슷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책 읽어주는 남자' 전승환이 집필에 참여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라이언은 그의 글에 걸맞은 이모티콘처럼 적재적소에 귀엽게 배치되어있다. 그가 쓴 전작들처럼 이번에도 삶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 위로와 공감을 전달한다. 예전보다 깊어진 시선으로 일상 곳곳을 어루만지다 보니 나도 같이 성장해 나가는 기분이 든다.
그중 '무표정'에 관한 글이 와닿았다. 기쁨, 슬픔, 환희, 괴로움 감정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알게 모르게 남들이 보기 좋아하는 감정으로만 나를 포장한다. 그것이 사회생활임을 잘 알지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나를 지우고 가면을 쓰는 행위이기 때문에 벗어버리고 싶은 답답한 심경이 치고 올라올 때가 있다. 무표정은 보편적인 나의 얼굴이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차분함을 잃지 않게 해주기도 하고, 억지로 웃지 않는 나를 대변해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화났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일희일비하며 오르락 내리락을 감당하는 것보다 무심하게 적정선을 맞추는 건 표현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이런 면을 잘 이해해준 것 같아 기뻤다.
진짜 감정을 감추어야 하는 사이, 그런 사람들과는 점점 멀어지는 일만 남는다.
자기만족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표정까지 참견하는 마음은 뭘까.
무표정한 사람을 왜 냉소적이고, 영혼 없는 사람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걸까.
모두가 늘 생글생글 웃으며 사는 건 아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짓는 표정은 무표정인데
내가 아닌 누군가가 아무 표정 없다 해서 기분까지 지레짐작해 어설픈 조언을 할 필요도 없다.
너와 내가 서로에게 일방적인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면,
무표정 속에 감춰진 다양한 감정선을 존중할 수만 있다면
조금 더 가까운 존재로 남을 수 있을 테니. (p. 25)
그는 별거 없던 하루, 그저 흘려보냈던 하루에는 자신을 스스로 토닥여 달라고 말한다. 참 많은 일들이 오고 갔지만 지친 하루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힘, 일상을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한다. 나를 지킬 수 있는 별 같은 존재를 절대 잊어버리지 말라고, 마음을 채우고 공허를 덜어내라고 말한다. 받는 응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를 응원하는 1호 팬은 '나'라는 걸 절대 잊지 말라고 여러 번에 걸려 이야기하는데 최근에 낮아졌던 자존감이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이제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줄 사람은 나 자신이다. 지금까지 잘해왔다는 걸 알아줄 사람도 나 자신이다. 어른이 되었어도 세상은 여전히 불안하고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우리는 자신을 그렇게 응원해주어야 한다. 난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내가 이렇게 지켜봐 줄게, 하고. (p. 161)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것만 생각할 수는 있다. 나침반을 잃어버려 이리저리 표류하더라도 밤하늘에 떠있는 북극성을 바라보며 찾아갈 수 있다. 먼 곳의 행복이 아니라 현재의 기쁨, 오늘의 무사함을 기원하며 따라가다 보면 버겁던 하루는 이미 벗겨진 채로 목적지에 다다르지 않을까?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하면서도 뒤돌아서면 '시간이 흐르는데 왜 나만 제자리일까'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그러겠지만 좋아하는 것, 나를 지켜주는 것을 생각하면 버틸 힘이 생긴다. 꽉 막힌 도로에서 현기증이 든다면 그처럼 벨을 눌러 일단 내려보자. 일단 걷다 보면 찬 공기에 정신이 깨고, 어디든 정류장이 있다. 그곳에서 내 버스를 타면 된다.
한 시간 남짓 낯선 곳을 걷고 나니 마음속에 꽉 막혀 있던 무언가가 풀리는 듯했다.
동시에 이대로 휩쓸려 흘러만 가다가는 내 인생에서 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밀려왔다.그날부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번은 숨을 고른 후에 나 자신에게 묻기로 했다.
너 지금 어디로 가고 있냐고.
하루가 저물기 전, 그 질문이 떠오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p. 255)
'늦어도 괜찮아'라고 자주 되뇐다. 나는 그렇게 말해주지 않으면 혼자 나자빠져 아파하고 있을게 분명하니까. 각자의 걱정이 잘 풀기를 바라는, 내 모습이 이대로도 괜찮다는 위로를 이 책에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