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만이 살길 - 콘텐츠 전쟁에서 승리하는 27가지 스토리 법칙
리사 크론 지음, 홍한결 옮김 / 부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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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들여다보는 핸드폰 화면에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해시태그를 꼬리표처럼 달고, 세계 곳곳으로 퍼져가는 개인의 일상에는 그날의 감정, 장소, 맛집, 문화, 사람들이 녹아있다. 하지만 이들을 콘텐츠라 말하진 않는다. 나를 포함한 우리를 아우르는 추억이 되면 그제야 콘텐츠라 불린다. 단순 게시물이 콘텐츠가 되는 데 필요한 마법, 스토리텔링은 여기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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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은 대중의 편에서 서사를 구현해 콘텐츠의 차별화를 꾀한다. 이 책은 스토리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 '리사 크론'은 분야를 총망라한 전문가답게 그의 노하우를 잘 알려진 성공사례에 적용, 독자가 실전 감각을 체득하도록 도움을 준다. 특히, 책의 절반을 '왜 인간은 스토리에 끌리는지'에 할애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1️⃣ 심리학의 관점에서 스토리를 바라보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의 대대적인 공사 안내방송으로 책은 시작된다. 당시 안내방송엔 이용객의 불편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공항 측 생각만이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자는 위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사실 나열이 아니다. 사실에 스토리란 해석을 덧붙이는 작업을 뜻한다. 그 속에는 공항이 간과했던 '듣는 이'의 서사가 반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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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스토리에 반응할까. 저자는 스토리가 인간의 본능과 관련이 있다며, 심리학의 관점에서 스토리를 설명한다. 그중 인지적 무의식에서 이유를 찾는다. '인지적 무의식'은 인간이 위험할 때, 레이더를 발동시킨다. 지루한 설명은 아무리 중요해도 흘려듣지만, 이를 짧은 드라마로 만들면 집중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즉, 생존에 필요한 자극은 '맥락 있는 자극'이고, 스토리는 지금까지 '생존 수단'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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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스토리에 귀 기울이는 목적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p.53)다. 어려움이 닥치거나 고민이 생겼을 때 또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마다 스토리는 원활한 결정을 돕는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스토리가 눈을 뜨도록 콘텐츠 제작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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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심리학에서 발견한 접근법은 크게 4가지다.

1) 인간은 사실을 스토리로 '인격화'하면 주목한다.

2) 본능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인간은 가르치려는 의도가 담기면 무시한다.

3) 취약점을 드러낸 주인공에게 인간은 공감하며 마음을 움직인다.

4) 인간의 선택에는 '타인의 시선'이 투영된다.


생전 처음 보는 방법은 없었다. 스토리에 현실을 반영한 요소들을 집어넣어 우회적으로 보여주면서 감정을 끌어내면 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하되 눈앞에 대상이 없을 뿐이다. 그럼 막연한 대상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2️⃣ 스토리 구성 전략 A to z


화제된 콘텐츠에는 공통점이 있다. 특정 대상을 고려해 뻔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책에서 소개한 콘텐츠 사례들도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거창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확실한 목표가 있었고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녹아 있었다.


저자는 어떤 내적인 깨달음이 외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룬 것이 스토리라고 정의하며, 궁극적 목표와 스토리가 요청하는 행동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예로 생리대 브랜드 '올웨이즈'의 <여자애처럼> 광고를 보여준다. 해당 광고는 고객을 확보하는 게 목표였지만, 취한 행동은 '여자애처럼'이란 말에 담긴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브랜드 언급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광고였지만,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표현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인식 개선에도 성공한다.


청중을 설득하려면 스토리를 통해 그 진실을 경험하고 확실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p. 300). 이 광고는 대중이 잘못된 믿음을 경험하게 했고, 스스로 깨달을 기회를 주었다. 리사 크론은 스토리를 통한 '내적 변화'를 강조하는데, 이 역시도 확실하게 성공했다. 또한, 잘못된 믿음 → 진실 → 깨달음 → 변화'라는 스토리 구성 방식도 살펴볼 수 있었다. 그가 정의한 스토리 개념이 정확히 녹아들어 있는 문법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청중'을 강조한다. 확실한 대상 설정과 시선 처리, 그들이 처한 상황이 납득 가능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법까지. 방법 안에는 타인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 드러난다. 심리학 관점에서 강조했던 스토리의 '인간화'는 여기서 연결된다. 목표 청중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 특유의 논리로 생각할 때, 스토리는 개연성을 획득한다(p. 351).




스토리의 힘을 활용할 줄 모르는 사람은 스토리에 희생될 수밖에 없다. (스토리 생존 법칙 27)


오늘날의 이야기는 발견되어야 한다. 셀프 브랜딩을 한다면 '나를 어떤 이미지로 홍보할 것인지', 마케터라면 '우리 브랜드 히스토리는 어떻게 짤 것인지', 취업 준비생이라면 '내 경험과 경력을 어떤 스토리로 연결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비록 우리는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은 아니지만, 내가 기획한 스토리 안에서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아니,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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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스토리의 힘 덕분이다. 그만큼 스토리는 힘이 세다. 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선택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서사가 쌓여 층이 두터워지면 하나의 역사가 되고, 팬이 생기고 그들은 두툼한 더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며 즐거워한다. 어쩌면 콘텐츠는 나를 응원하는 사람과 연결되기 위한 매개체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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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스토리는 매력적인 세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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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이 필요할까 - 장재인 시선 집
장재인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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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잡을 때 없이 완벽한 글이 주는 쾌감도 있지만, 글쓴이의 투박한 솔직함이 매력적인 글이 있다. 『타이틀이 필요할까』는 후자다. 어딘가 두서없어 보이기도, 일기 같다가도 가사의 한 줄 같던 조각들은 하나둘씩 쌓여 지면을 가득 채웠다.


이미지를 좋은 쪽으로 이끌고 가는 일이 자신의 직업이라 밝힌 장재인은 글을 쓰며 자신과 제대로 마주한다. 자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자기 연민은 없었다. 오히려 지하 끝까지 추락했던 감정부터 인사도 못 하고 떠나보낸 사람에 대한 그리움, 가족을 향한 미움과 기억에 대한 혈흔을 씻어내며 과거와 이별하고 미련을 거둔다.


반복의 반복도 더 나아지기 위한 반복이라면, 오롯이 내가 책임지고 있는 행동이다. 나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그 힘을 과거에게 쥐여주고 싶지 않다. 그것이 나를 힘들게 했던 과거라면 더더욱. (p. 36)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이렇게 쉬웠을 일을. 그런데 이제 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정말 드럽게, 인정하기 싫은 일이 하나씩은 있단 걸. (p. 285)


​책에는 주어가 '나'인 글이 많다. 꿈과 현실 사이 간극에 실망하는 나, 업계의 부당함에 치를 떠는 나, 세상과 불화하던 나. 그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했다. 스물세 살의 장재인이 경험한 '생각 뭉텅이의 방'은 나의 스물한 살을 떠올리게 했다. 상황과 감정을 기록하며 흐려진 부분을 찾아내던 모습에선 내 지난 일기들이 생각났다. 마음이 바닥을 치며 자신을 스스로 낭떠러지로 몰아세우던 부분은 2년 전의 내 모습이 겹쳤다.


​장재인은 지난한 담금질의 시기를 지나서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잊고 있던 사실을 발견한다. 나는 나를 아주 아끼며 사랑하고 싶어 괴로웠단 것을. '나'라는 주체성이 장재인이란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 가치이자 원동력이었음을.


나를 잃고 싶지 않다. 나를 거두어야 하는 타협 아래, 나의 용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싶지 않다. 이렇게 생각의 생각이, 나를 잃어버리게 만들 때면 피오나 애플의 음악을 듣는다. 내가 받았던 그 용기는 나를 다시 깨어나게 해준다. 


어떤 방향으로 가든,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게 되든, 단 한 가지만은 잊지 말자, 잃지 말자. 나의 시작은 용기고, 나의 끝도 용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p. 200)



대체로 타협 없이 자신의 색을 밀고 나간 사람들이 그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장재인도 자신만의 방향, 자신만의 음악을 끊임없이 재정의한다. 앨범의 대표곡이자 자신을 대표하는 수식어를 뜻하는 타이틀을 제목에 사용한 것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나와 내 창작물은 타이틀이란 단어로만 표현할 수 없다. 앨범을 듣다 보면 타이틀 곡보다 더 마음에 든 수록곡을 발견하기도 한다. 타이틀이 아니어도 나는 그냥 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다채롭고 우린 그중 몇몇을 내보이며 살고 있으니 개의치 말고 하던 대로 가면 된다.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는 정말 알고 있으니까. (p. 113)




그들이 말하는 타이틀.

나는 그 모든 타이틀, 그 위에 있고 싶다.

그것들의 위에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알아내고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p. 3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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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 우리는 일요일마다 그림을 그리는 것뿐인데
아방(신혜원)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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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이렇든, 저렇든 우리는 멋질 거예요.

p.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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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미술은 잘하고 싶지만 두려운 과목이었다. 꼭 반마다 그림 잘 그리는 애들이 있었고, 그 애들은 몇 번의 스케치만으로 그림을 완성했다. 나는 옆에서 잘 그린 그림을 힐끔 보다가 애꿎은 연필만 만지작거리며 수업을 마쳤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던 나는 소규모 그림 수업을 들었다. 평가하는 선생님은 없었지만 칭찬하는 선생님은 있었다. 여전히 칭찬은 '잘 그린 수강생'에게만 돌아갔다. 내겐 그저 미소만 짓던 선생님의 표정이 기억난다. 그 뒤로 미술을 잊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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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빈 종이 앞에선 한없이 작아질까. 저자 아방은 미술 학원에 다니던 때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노란색 돌멩이를 그리던 이상한 애는 연필만 사용해 그림 그리고 싶은 고3으로 자랐고, 획일적인 학원의 교육방식이 싫어 '그림을 배우지 않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다. 그림 수업에서 아방은 뭘 가르쳐주지 않는다. 기술보단 보람을 느끼도록, 비판보단 칭찬을 쏟아내며 수강생을 다독인다. 좋아하는 감정만큼은 쉽게 망가지지 않도록.





"네 그림이니까 나한테 물어보지 마세요"의 숨은 뜻

뭐라고 할 사람 없으니 눈치 보지 마세요!


아방을 찾아온 사람들은 오랜 시간 꾸준하게 그림을 그려 나간다. 취미생활답게 긴장을 풀고 이 시간만큼은 마냥 즐겁게 지낸다. 그림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해내는 창작 활동이다. 사회에서는 온전한 내 몫이 없어도 그림은 하면 하는 대로, 되면 되는대로 나만의 것이 생긴다. 오랜 시간 꾸준하게 작업을 이어온 수강생들이 스케치북을 가득 채워 돌아갈 때면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도 뿌듯해진다.


​“하라고 해서 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재밌었어요. 느는 게 보였어요. 느는 게 아니라, 하여튼 뭐가 보였어요. 사람 그리는 걸 두려워했는데 두려움이 사라졌어요. 가장 중요한 건 그거예요.”


“내가 변하는 게 보여서 좋았어요. 처음보다 자신 있게, 또 빨리 그리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조금 더 단순하게 그려보고 싶어요.”


“별생각 없이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 그리고 나니까 한 권이 전부 내가 좋아하는 맥주로 채워져 기분 좋아요. 이제 맥주는 다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p. 90


너는 재능이 없으니 그림 그리지 말라는 말로 상처받은 아기 새들에게 아방은 말한다. 재능이 없는 게 아니라 그림의 장점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수강생들은 보란 듯이 '반복이 주는 멋진 대가(p. 89)'를 실감한다. 빈 종이를 앞에 두고 고민하던 나는 사라지고 조금씩 자신감을 장착해간다. 그리는 재미를 알아버린 학생들이 실력도 쑥쑥 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긍정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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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불씨로 살피는 것이 취미생활입니다

작고 소중한 나의 능력치



빈 종이 앞에 두고 고민하기보다, 무턱대고 그리다 보면 손이 자연스레 답을 찾아줄 때가 있다. 매일 어떤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제자리에 있는 것 같아도 꽤 큰 변화가 생긴다. 그 재미를 알았으면 한다. 게다가 노트와 펜만 있으면 되니 돈도 얼마 안 든다. p. 91


우리에겐 작지만 소중한 능력치가 있다. 취미생활은 귀여운 능력치를 눈치 안 보고 재미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취미도 '본격적으로' 하려는 사람들이 생겼다. 즐거워지려 하는 것인데 내 능력이 초라해서 발도 못 붙이는 이들이 '그냥 마음대로 하세요'란 말에 눈물을 흘린다.


바깥세상은 야수와 같다. 조그만 실수를 저질러도 나비효과처럼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 사건이 왕왕 생겨 좀처럼 마음대로 살게 내버려 두질 않는다. 게다가 삶에는 지우개도 없어서 그냥 고쳐 쓰고 덧칠하며 사는 거다. 작은 지우개로 박박 때를 밀어봤자 어차피 뚜렷하게 지워지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하지만 그림 세상은 다르다. 실수 그까짓 것 아무것도 아니다. 마음에 안 들면 새 종이 펼치고 다시 그리면 된다. 인생에서 새 종이 꺼내려면 시간도 배로 들고 돈도 들 텐데 그에 비하면 종이 한 장은 얼마나 가벼운지. 처음에 당황하고 불안해하던 멤버들은 어느새 자기 지우개의 존재를 까맣게 잊은 채 집으로 돌아간다. p.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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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세상에선 터무니없는 실수나 농담, 마음마저 내보여도 괜찮다. 그냥 우리는 일요일마다 그림을 그리는 것뿐인데 꼭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만 같잖아' 같은 기대감(p. 60)만 가지면 된다. '다음엔 어느 방향으로 연필이 움직일까?' 호기심을 붙잡고 한 번 믿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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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리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은 한 번도 빠짐없이 어떻게 살고 싶은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고로 작품을 하려면 내 삶을 잘 알아야 한다. 삶의 방향이 작품의 방향이 되고 삶의 색깔이 작품의 색깔이 된다. p. 252



일단 그리고 보면 내 생각과 방향을 읽을 수 있다. 모든 수강생이 잊고 있던 삶의 즐거움을 깨닫고 돌아갔다. 삶을 채색하는 작가도 마찬가지다. 나의 작품과 색을 잃지 않기 위해서, 나의 능력치를 그 누구보다 크게 인식하고 가꿔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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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니 책장에 처박힌 새 스케치북이 생각났다. 더는 그림을 안 그리겠다고 마음먹은 뒤, 존재를 잊고 살았는데 이젠 무엇이든 그려볼 용기가 났다. 글도 무엇이든 쓰면 되는 것처럼 그림도 무엇이든 그리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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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쓰는 날들 - 어느 에세이스트의 기록: 애정, 글, 시간, 힘을 쓰다
유수진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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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마다 결에 맞는 ‘맞춤 자아’를 꺼낸다. 『나답게 쓰는 날들』은 쭈구리 같은 ‘초짜 자아’를 꺼내 읽었다. 항상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살았던 ‘취준생 자아’와 고생 끝에 입사한 회사에서 별거 아닌 일로도 쉽게 상처받던 ‘신입 자아’가 불쑥 튀어나왔다. 꼬인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 밖의 것들을 놓쳤던 그때가 떠올라 눈물이 찔끔 나오기도 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안도감에 흐른 눈물이다. 


저자 유수진은 말한다. “세상에는 꼭 풀어야만 하는 매듭만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꼬인 것을 꼬인 그대로 놔둘 줄도 알아야 한다고(p. 217).”


글을 쓸수록 내가 가진 것을 더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덜 짜증 내고, 더 다정하게 대하면서 나와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책을 읽으며 기다림을 채움으로 바꿨고, 내 글이 무단 도용당하는 일을 겪은 후에는 똥 밟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다른 이에게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을 다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글 또한 막힘없이 써 내려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p. 8


책은 네 가지 유형의 ‘쓰는 자아’를 소개한다. 글을 쓰는(write) 자아, 애정을 쓰는(care) 자아, 시간을 쓰는(expend) 자아, 힘을 쓰는(exert) 자아에는 ‘처음’의 순간이 담겨있다. 허둥대며 출근하는 그녀가 딸 같아서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다 주던 남자부터, 부족한 나를 위해 방패막이가 되어줬던 상사, 알아서 하라며 내 선택을 지지해 주던 엄마까지. 혼란해서 버겁던 처음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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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까지 잘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어쩌면 그 모든 마감기한에 나를 질질 끌고서라도 함께 가준 사람들 덕분일지도 모른다. 혼자 살아보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인지를 깨달았고, 사람들이 내게 내밀어 준 그 손들이 얼마나 고마운 것이었는지도 새삼 더 크게 느꼈다. p. 44


나답게 살기 위해선 ‘모두의 노력’이 필요했다. 서로를 챙겼기에 수많은 인생의 마감을 놓치지 않고 살았다는 걸 깨닫는다. 돌아보니 잃은 것 없이 얻은 것만 가득했던 건, 배려로 가득 찬 관계 덕분이다.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된 관계 때문에 상대를 믿고 다음 챕터를 준비할 수 있었다.


사람의 일이 재미있는 이유는 '연결성'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연결될지 알 수 없기에 수많은 연결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p. 68)


읽는 내내 배우 김태리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종영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언젠가 한 번은 자신이 몰락할 거라 답변했다. 데뷔작 <아가씨>부터 출연한 모든 작품이 성공했지만, 지금의 성공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유연한 삶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해당 인터뷰를 읽으며 참 건강한 멘탈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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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도 다르지 않다. 사회의 모순에 유약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모두가 양면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착한 사람이 되기보다 정도와 빈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사람(p.145)이 되길 바란다. 우린 항상 단면과 함께한다는 걸, 매사 자각하고 있기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괜찮은 인생을 만드는 사람은, 처음의 중요성을 알고 실패한 처음을 끊임없이 정리해 나간다. (p. 162)


비로소 나다워지는 삶은 시시콜콜한 것들에 불화(不和)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벌어진 일에는 분노보단 최선의 대응이 최고의 방법이다. 그녀는 쓸모를 골몰하며 기록을 남겼기에 어제보다 오늘 더 단단해지는 법을 배웠다. 쭉쭉 뻗은 길은 만들지 못해도 최소한 길을 잃는 법은 없었다.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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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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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기보다는 나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일이 더 쉽기에, 

자신을 다독여 가며 단련시키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일에서 공부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p. 9


나는 전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실무에서 전공 이론은 써먹을 수가 없었다. "대학에서 배운 것은 아무 쓸모가 없어"란 말이 절로 나왔다. 그렇다고 대학 생활이 의미 없진 않았다. 비록 학사학위는 실전 기술을 알려주진 않았지만 순수한 배움의 기쁨을 알게 해주었으니까.


스물 초반의 패기는 어떤 학문이든 읽고 쓰고 경험하게 이끌었다. 10대가 '지어진 집을 잘 유지하는 것'이었다면, 20대는 '헌 집을 리모델링 하는 시즌'이었다.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들


'왜 해외에 비해 국내 대학에서 공부한 이야기는 드물지?'란 고민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저자가 대학에서 배우고 성장한 에피소드를 소환했다. 그녀는 학년별로 인상 깊었던 교양수업의 강의노트를 펼쳐 대학의 고루한 이미지를 깨부순다. 맘껏 공부하기 위해 대학을 다닌 '공부 덕후'는 젊은 에너지로 겁 없이 덤벼들어 머릿속에 지식을 집어넣는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는 몰랐기 때문에 나는 무서운 속도로 대학을, 새로운 것들을 빨아들였다. 

p. 22

 

 

고고학을 전공한 그녀는 기억과 마음에도 층위(層位)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을 사귈 때마다 그 사람의 층위를 가늠해 보고, 어디까지 나를 내보일 것인지 결정한다. 서툴게 영어 원서로 고전문학을 읽고 번역서에 담기지 못한 언어의 깊은 울림을 체험한다. 첫인상이 별로였던 수업을 들으며 가치를 재평가하기도 하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들었던 법학 과목을 재수강해 편견을 깨부수기도 한다.


무용한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쓸모 없는 것을 배우리라 도전하고,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젊은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권이자 가장 소중한 가치였다는 걸. 그 시절 무용해보였던 수많은 수업들이 지금의 나를 어느 정도 '교양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p. 117




-대학이 변화시킨 것


저자에게 대학은 내면의 성장뿐만 아니라 문해력, 이해력의 향상도 선물했다. 한자와 한글이 함께 쓰인 전공 책을 더듬더듬 독파하던 시간은 어떤 책이든 술술 읽는 힘을 길러주었다. 여러 책을 함께 독파하며 이론을 습득했던 덕분에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학년이 올라가며 삶을 이해하는 힘이 생겼고 덕분에 현실에 좌절해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식견(識見)이란 지식을 투입하는 그 순간이 아니라 추수 끝난 논에 남은 벼 그루터기 같은 흔적에서 돋아난다. 

p. 63

 

 

그때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 와서야 이해되는 게 많다. 빈출문제, 예상문제집, 보충강의가 없는 시스템에서 '진정한 자기 주도적 학습'을 실천했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수업마다 강의노트를 만들어 하교 후 메모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어쩔 수 없이 수강신청이 망해 시간이 붕 떠버렸을 땐,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거나 카페에서 독서를 했다. 주말에는 대외활동에 참여했고 돌아오면 서평을 썼다.


교양 심리학과 전공인 아동학·사회복지학 덕분에 '내면의 어린아이'를 마주할 수 있었다. 현재의 문제점이 과거에서 비롯됐음을 깨닫고 매 순간 인지하려고 하는 건, 대학이 준 깨달음이다.


곽아람은 석박사 과정을 이어나가며 부족한 배움의 욕구를 채웠다. 무수한 리포트로 다진 필력은 기자로서 밑바탕이 되었다. 이렇게 보면 배움의 발현은 배우는 당시가 아니라 배우고 난 뒤 불현듯 발휘되는 것 같다.




인간은 자주 착각하고, 착각을 진실로 믿어 가끔씩 위대한 힘을 발휘하고, 

착각에서 깨어나 슬퍼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착각한다. 

착각할 수 있는 존재하는 것, 흔들릴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인간의 취약성을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인문학의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p. 229


지금은 손실을 따지는 어른이 되었지만 캠퍼스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도 배움을 즐기고 동경하며 살아간다. 여전히 좋은 강의가 있나 기웃거리고, 괜찮은 커리어를 닦기 위해 지금처럼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 글을 쓴다.


타고난 것을 바꿀 순 없지만, 이를 갱신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공부 같다. 그녀가 말하는 공부의 위로란 배움의 감각에서 느껴지는 존재의 쓸모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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