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이 필요할까 - 장재인 시선 집
장재인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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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잡을 때 없이 완벽한 글이 주는 쾌감도 있지만, 글쓴이의 투박한 솔직함이 매력적인 글이 있다. 『타이틀이 필요할까』는 후자다. 어딘가 두서없어 보이기도, 일기 같다가도 가사의 한 줄 같던 조각들은 하나둘씩 쌓여 지면을 가득 채웠다.


이미지를 좋은 쪽으로 이끌고 가는 일이 자신의 직업이라 밝힌 장재인은 글을 쓰며 자신과 제대로 마주한다. 자신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자기 연민은 없었다. 오히려 지하 끝까지 추락했던 감정부터 인사도 못 하고 떠나보낸 사람에 대한 그리움, 가족을 향한 미움과 기억에 대한 혈흔을 씻어내며 과거와 이별하고 미련을 거둔다.


반복의 반복도 더 나아지기 위한 반복이라면, 오롯이 내가 책임지고 있는 행동이다. 나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그 힘을 과거에게 쥐여주고 싶지 않다. 그것이 나를 힘들게 했던 과거라면 더더욱. (p. 36)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이렇게 쉬웠을 일을. 그런데 이제 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정말 드럽게, 인정하기 싫은 일이 하나씩은 있단 걸. (p. 285)


책에는 주어가 '나'인 글이 많다. 꿈과 현실 사이 간극에 실망하는 나, 업계의 부당함에 치를 떠는 나, 세상과 불화하던 나. 그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했다. 스물세 살의 장재인이 경험한 '생각 뭉텅이의 방'은 나의 스물한 살을 떠올리게 했다. 상황과 감정을 기록하며 흐려진 부분을 찾아내던 모습에선 내 지난 일기들이 생각났다. 마음이 바닥을 치며 자신을 스스로 낭떠러지로 몰아세우던 부분은 2년 전의 내 모습이 겹쳤다.


장재인은 지난한 담금질의 시기를 지나서야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잊고 있던 사실을 발견한다. 나는 나를 아주 아끼며 사랑하고 싶어 괴로웠단 것을. '나'라는 주체성이 장재인이란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 가치이자 원동력이었음을.


나를 잃고 싶지 않다. 나를 거두어야 하는 타협 아래, 나의 용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싶지 않다. 이렇게 생각의 생각이, 나를 잃어버리게 만들 때면 피오나 애플의 음악을 듣는다. 내가 받았던 그 용기는 나를 다시 깨어나게 해준다. 


어떤 방향으로 가든,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게 되든, 단 한 가지만은 잊지 말자, 잃지 말자. 나의 시작은 용기고, 나의 끝도 용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p. 200)



대체로 타협 없이 자신의 색을 밀고 나간 사람들이 그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장재인도 자신만의 방향, 자신만의 음악을 끊임없이 재정의한다. 앨범의 대표곡이자 자신을 대표하는 수식어를 뜻하는 타이틀을 제목에 사용한 것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나와 내 창작물은 타이틀이란 단어로만 표현할 수 없다. 앨범을 듣다 보면 타이틀 곡보다 더 마음에 든 수록곡을 발견하기도 한다. 타이틀이 아니어도 나는 그냥 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다채롭고 우린 그중 몇몇을 내보이며 살고 있으니 개의치 말고 하던 대로 가면 된다. 내가 지금 말하는 것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인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는 정말 알고 있으니까. (p. 113)




그들이 말하는 타이틀.

나는 그 모든 타이틀, 그 위에 있고 싶다.

그것들의 위에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알아내고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p. 3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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