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도 괜찮아질까요? - 나의 첫 번째 심리상담
강현식(누다심) 지음, 서늘한여름밤 그림 / 와이즈베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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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도 심리상담이 필요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요즘에는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상담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 보편화되진 못한 것 같다. 여전히 정신과에 대한 인식은 미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있어 찾아가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이 있다. 진료기록이 남을까 불안해 하거나 개인적인 이야기들, 특히 속에 담아두고 어느 누구에게도 말 못한 사연들을 생판 남인 상담자 앞에서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수치심 역시 상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 책은 <저는 심리학이 처음인데요>를 집필했던 강현식(누다심)이 이런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에게 상담에 대한 편견을 깨주기 위해 쓰셨다. 또한, 이해하기 쉽게 '서늘한 여름밤'이 짧은 만화를 통해 친근하게 상담에 다가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정리해준다.

상담은 상담을 전공한 전문가로부터 받는 것이다. 일정한 기간 동안 돈을 내고 비즈니스적 관계를 유지하지만 가장 은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에서 상담자와 내담자는 친밀한 관계이기도 하다. 이런 점이 일반 친구들과 나누는 수다와 다르다. 또한, 상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히 들어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지인과의 대화와 다르다. 우리는 누군가의 고민을 듣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충고나 조언을 해주고 싶어야 하는데 상담은 그런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따라서 받고나면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즉,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고 힘든 과거를 돌아보며 감정을 표출하고 매듭짓지 못했던 문제를 함께 묶는 작업을 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상담이란 '결국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받는 것'이라 말한다. 따라서 이들은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상담가는 올바른 방향을 찾도록 지켜봐 준다. 과거의 일은 이미 일어난 것으로 바꾸거나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 과거의 일이 다시 반복되어 내가 힘들지 않도록 과거의 아픔을 올바르게 아파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양가감정이 드는 것도 보기 싫었던 내면을 바라봐야 하는 것도 모두 성장통이다. 상담가가 있기에 성장통을 조금 덜 아프게 겪을 수 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든 변화하고 있죠.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변화의 유무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 아닐까요? 내가 원하는 쪽으로 변할지, 아니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변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심리상담은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입니다. 보다 나은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고, 변화의 과정에서 꼭 필요한 연습과 시행착오도 잘 겪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심리상담가의 역할입니다. (p.47)

안타까운 점은 내담자를 이용하려면 몇몇 안 좋은 상담가들이다. 돈을 목적으로 내담자를 대하는 상담자, 판단을 내리고 내담자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으려는 상담자, 자격도 없는 일반인이 상담가라며 센터를 차리는 등의 부정한 행위들이 곳곳에 있었다.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상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 상담을 받아야 할 사람이 정작 오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에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상담을 받는 것이 눈치가 보이지 않는, 작은 마음의 짐이라도 상담가를 찾아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타인과의 유대관계가 점점 소원해지고 있는 것 같다. 상담가가 늘 유망직종으로 분류되는 것도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 이유는 바로 이렇게 상대의 감정을 공감해주고 배려해주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 아닐까 생각해본다. 완벽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상담은 필요한 것 같다. 불완전한 존재임을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혹시나 상담을 고민하고 있거나 받고 싶지만 두려움 분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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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래 - 편견과 한계가 사라지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라
신미남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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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이 계속 생각났던 책이다. 소설 속 주인공 '김지영'은 출생부터 워킹맘의 생활을 하다 육아문제로 퇴사를 하기까지 수차례 차별을 받는다. 소설이지만 상당히 현실적인 한국 사회의 여성의 모습이었다. 소설이 여전히 남아있는 여성을 무시하는 사회를 보여주었다면, 이 책은 일하는 여성, 리더로서의 여성을 말한다. 여성이 학습된 사회의 기대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그 어떤 부조리한 상황을 견디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으라고 말한다.

과거와 다르게 성별보다는 각자의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리천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유리는 깨질 수 있으며 그것을 깨부술 수 있는 여성이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 역시 남녀의 차별을 받고 자랐으며 육아의 고통에 수없이 좌절하며 커리어를 포기할까도 생각했고, 종갓집 맏며느리라는 책임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들을 위해 목적을 설명하고 설득을 거쳐가며 유학생활을 하고 해외근무를 지원하고 창업에 도전하여 CEO가 되기도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경력단절이 되는 가장 1순위 이유인 '육아'에 쉽게 타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육아를 위해 일을 포기한 여성과 일하는 삶을 택한 사람 모두 각자 나름의 가치가 있고 어느 한 쪽이 맞는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추구하는 방향은 육아를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꿋꿋이 가는 것이다. 손길이 가장 많이 가는 시기인 영유아기, 초등학교 입학 시기는 한순간으로 지나가는 고비이지만 사춘기가 접어들면서 아이들이 독립하고자 하는 욕구를 보일 때 더 이상 부모는 '늘 같이 있는'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 일을 그만두면 자신이 포기한 것들을 아이들에 대한 기대로 보상받고자 하며 그것은 학업을 강요하는 등의 방식으로 투영될 수 있다. 아이는 하나의 독립된 인격으로 부모가 이를 인정해주고 양육을 같이 있는 시간적 양으로 채우기보단 짧은 시간이라도 질적인 양육을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러한 자신의 가치관을 가지고 회사에서도 능력이 있는 여성이 보이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불필요한 술자리를 없애고 능력 하나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좋았다. 누구나 꿈꾸는 직장이 아닐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직장문화를 장착한 회사가 과연 한국에서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칼퇴근법, 육아휴직제도, 야근 금지 등의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도 사회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해서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사회는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기에 예시로 든 미국의 실리콘 밸리의 기업은 너무 동떨어져 있지 않나 싶었다.

여성과 남성은 분명히 다르다. 성향도 기질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일반화 시켜 여성은 감성적이어서 업무의 잘잘못을 자신의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고, 남성은 비난을 일적인 것으로만 대한다는 식의 표현은 불편했다. 보통 감정과 섬세함을 대표적인 여성적인 특징으로 뽑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여성도 많다. 한 예로 여성이 공감능력이 높아 드라마를 봐도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하여 잘 눈물을 흘린다고 했지만 나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다. 엄연히 개인차는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들 마저도 남녀의 구분 없이 그저 인간의 성격 및 행동 특성으로 이해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 역시 잘 구성되었으면 좋겠다.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건의하고, 눈치를 보며 권리를 내려놓지 않고 내 후대를 위해서 당당히 요구하는 그런 모습들이 보다 많이 보이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정말 능력으로만, 인성으로만 인정받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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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7.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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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수확의 계절 10월이다. 곧 있으면 긴 추석 연휴가 시작되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밥을 먹을 것이다. 귀향길 정체, 고소한 전 냄새,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이 벌써부터 이미지로 떠오른다. 이번 샘터에는 이런 가을 느낌 물씬 풍기는 글들이 보인다. 노력의 결실을 말하는 글,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친 것은 없는지 돌아보게 하는 글,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의 글 등 다양한 소재들이 마음을 풍족하게 해준다.

수많은 글 중 가장 눈에 들어왔던 글은 <비정상회담>에 출연 중인 알베르토가 쓴 것이다. 자신의 친구 스테파노가 갈팡질팡하는 자신을 위해 해준 말에 관한 글이었다. 결혼을 위해 한국으로 가야 할지 말지를 고민 중이던 그에게 스테파노는 이렇게 말해준다.


"알베,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길은 생각보다 많아.
원하는 길을 선택했다가 마음이 바뀌면 또 다른 길로 가면 돼.
그러니까 처음부터 정답만 고르려고 겁먹을 필요는 없어." (p.63)


이 말은 졸업을 앞두고 진로 고민을 하고 있는 나에게도 많은 위로가 되었다. 인생에서 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마다 생각날 것 같은 말이다. 그동안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 속에 나를 가둬둔 것 같다. 이것저것 선택하며 대가를 치르다 보면 넘쳤던 선택지는 가지치기가 되어 진짜 원하고 좋아하는 것들만 마음 놓고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스테파노가 위로를 건넸다면 모네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법을 가르쳐 준 것 같다. 미술에 엄청난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모네의 작품은 좋아해 찾아보던 편이었는데 이번 <미술관 산책>에 그의 작품에 관한 글이 실렸다. 모네는 정원을 열심히 가꿨던 화가로 유명한데 그중 변화하는 물을 그리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모든 순간 물 위에 하늘의 한 모퉁이가 반사되기 때문에 연못은 늘 변화하고 움직임이 있네.
이 움직이는 식물과 물의 변화하는 모습이 얼마나 흥미를 끄는가가 중요하다네."(p.79)

 

그가 그린 수련 연작 시리즈는 시간에 따른 물과 수련의 다양한 색을 보여준다. 사소한 변화에 관심을 기울인 면도 좋았지만 즐거워하며 관찰했을 그의 모습이 떠올라 멋있기도 했다. 이런 그를 보며 나도 좋아하는 것에 몰두해서 모네처럼 멋있는 성과를 얻어내는 사람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영화 <더 테이블>에 관한 글도 좋았다. 얼마 전에 봤던 영화이고 인상 깊게 봤던 터라 더욱 유심히 읽은 글이다. 카페라는 열린 공간에서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 같은 기분으로 70분간 네 커플을 바라보는 연출은 보는 내내 미소를 띠게 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사소한 이야기들이 주 무대인 우리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으로 상영되니 그 이야기들이 특별하게 여겨진다. 며칠 전에는 영화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스토리를 엮어 책으로 출간돼 꼭 책과 영화를 함께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작품이었다.


"영화들이 뜨거운 것에 집중하는 시기지만 사소한 것에도 집중하는 작품이 있어야 한다"라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이야기에 몰두하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나누거나 엿들었던 일상의 여러 대화를 반추해보게 된다. 모두가 뜨거운 영화 같은 삶은 사는 건 아니기에 이 사소한 이야기들이 때로는 더 큰 공감과 울림을 전해주기도 한다. (p. 96)

 

결실이 맺은 일도 그렇지 못한 일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끝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으로 하루하루를 살기보다는 당장 내 눈앞에 있는 일을 차례차례 처리하면서 묵묵히 하다 보면 어느새 이 긴 여정도 '끝'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홀가분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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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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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일상생활에서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길거리를 걸을 때 이어폰을 꽃은 사람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 말이다. 음악은 그만큼 우리 일상생활 속에 비지엠이 되어가고 있다. 박상 작가도 이렇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사랑은 달아서 끈적하다는 제목은 음악에 대한 사랑인 것 같다.


 

그냥 걸을 때보다 음악을 들을 때 좀 더 오래 걸을 수 있지 않은가. 음악은 언제나 무언가를 견디게 해주지 않았던가. (p.112)

 

음악은 무언가를 견디도록 해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 나 역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3 시절 정말 싫어했던 수학문제를 몇 시간이고 앉아서 풀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이 있어서였다. 박상 작가도 그렇다. 붙잡고 쓰려 노력해도 써지지 않는 원고를 쓰도록 해주는 것도 음악이고 고갈된 소재를 채워주는 것도 음악이었다. 그가 집을 리모델링 하다가 때려치울 뻔한 것을 다시 붙잡아 끝내도록 해준 것도 음악이었다.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법은 거의 없다. 걱정 그만하고 문제 속으로 한 발을 쭉 내디뎌야만 어떻게든 그 문제를 풀 실마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호치민에서 길을 건넌 뒤 나는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 (p.79)

 

호치민에서 길을 건널 때, 도움을 주었던 '걱정 말아요, 그대'를 보면 다시 한 번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매섭게 차들이 왔다 갔다 하는 도로를 건너야 하는 상황에서 기도문 같았던 이 곡은 무사히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아마 이 곡을 되내이지 않았다면 그 도로를 건너는 도전을 했을까?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하지만 걱정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힘이 되어주는 무언가는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음악은 때론 아픈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면도 있다. 기억 저편에서 특정 음악을 듣고 울던 내가 생각나고, 그땐 왜 그랬을까 뒤늦은 후회도 해본다. 어떤 플레이리스트를 짜서 들어야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게 하고 듣기 힘든 음악 때문에 스트레스받기도 한다. 작가가 산울림의 음악을 전곡 재생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1번 트랙부터 정주행을 할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경험을 읽어내려갈 때 나도 모르게 동화되고 있었다.

작가의 여행담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돈을 모아서 떠나는 게 아닌 카드로 질러놓고 후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는 방식이 개성 넘쳐서 웃음이 났다. 가장 싼 방에서 지옥 같은 하루를 보내며 아프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이겨내고 다시 돌아오는 그 여행기는 고생인지 여행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국 못 이겨 다시 떠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고생은 결국 희석된 추억으로 저장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음악도 여행도 모두 현실을 견디기 위한 잠깐의 도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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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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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쓰가루 백년식당>, <당신에게> 등 많은 작품을 쓴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이다. 일본 소설의 특유 감성을 묻어 내면서 따뜻하고 담백하게 풀어내는 그의 스토리텔링이 두드러진 소설이었다. 이전부터 그런 그의 감성을 좋아하던 터라 이번 신작 역시 기대가 되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주인공 '하야마 타마미'의 청춘을 그려내기에 충분히 필요했다고 보인다.

이 책은 따뜻하고 잔잔한 스토리와 다르게 일본의 사회문제를 적절히 녹여내고 있다. 고령화, 고독사, 다문화 가족, 성폭행, 청년이 없는 시골 등의 문제들이 위화감 없이 소설의 배경으로 쓰인다. 고령화로 인한 심부름 서비스를 하는 타마미의 모습은 실제 인물에서 가져온 것이다. 세부적인 부분은 다르지만 그만큼 심부름 서비스의 어려움이나 문제점도 소설에서 드러나는 만큼 작가의 관찰력과 정보 수집 능력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주인공 '타마미'는 20살 청춘이다. 대학을 자퇴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생필품을 전달해주는 심부름 서비스를 창업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 과정에서 새엄마인 '샤린'과의 마찰을 빚는다. 사사건건 샤린의 행동이 거슬리는 타마미는 그녀가 자신의 엄마 자리를 차지한 것 같아 늘 마음이 좋지 않다. 특히 엄마를 위해 기도드리는 샤린의 모습을 볼 때 엄마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 계속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샤린은 진심으로 기도를 드리고 타마미와 한 가족이 되기 위해 남모른 노력을 한다. 가족 전체를 잃은 기억이 있는 샤린과 엄마를 잃은 타마미는 서로 비슷한 상처가 있지만 이를 보듬으려는 서로의 표현방식은 늘 어긋나기만 한다. 이런 타마미에게 외할머니는 이런 말을 해준다.


"두 사람을 저울에 올리면 안 된단다. 사람과 사람을 비교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야. 에미는 에미, 샤린은 샤린이지.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고 둘 다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란다. 타마짱이 샤린과 잘 지낸다고 해서 엄마를 잊는 건 아니지 않겠니? 또 에미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p.352)


외할머니는 샤린이 엄마 대신이 아니며 그녀를 가족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엄마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그저 둘 다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그렇기에 둘 다 사랑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준다.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가 해준 말이기 때문에 타마미에게 더 큰 울림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타마미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할머니의 말은 오랫동안 살면서 축적된 지혜가 녹아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이런 타마미의 모습이 예쁘게 포장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샤린의 음식에서 엄마의 맛을 느끼면서 당황하는 모습처럼 좋은 점과 싫은 점 등이 그대로 드러난다. 억지로 그녀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지만 결국 집을 깨끗이 하고 식당을 같이 운영하며 아빠의 곁에 있는 것은 샤린이란 사실을 부정하려 해도 할 수 없음을 그녀는 안다. 일상 곳곳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에 타마미가 밉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구나 가져봤던 마음들이라 공감이 갔기 때문일까?

이와 더불어 타마미가 심부름 서비스를 하려는 마음이 예뻤기 때문에 그녀가 밉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거동이 불편한 자신의 외할머니를 떠올려 생각한 이 사업 아이템은 후루타치 아저씨를 통해 실습하면서 더욱 확고해진다. 역시 누군가가 나로 인해  기뻐하면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p.196) 라고 말하면서.

마지막 치요코 할머니의 말이 이 긴 소설의 끝을 장식해준다.


되도록 좋은 기분으로 살려 한다. 그렇게 결심한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각오 따위 필요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긴장을 풀고 이 세상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p.438)


치요코 할머니, 타마미,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 소스케와 마키, 샤린과 아빠처럼 모두 기분 좋은 느낌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것 같다. 긴장감 있는 삶보다는 살짝 풀어진 채 즐기는 삶이 더욱 자유롭고 행복한 삶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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