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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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쓰가루 백년식당>, <당신에게> 등 많은 작품을 쓴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이다. 일본 소설의 특유 감성을 묻어 내면서 따뜻하고 담백하게 풀어내는 그의 스토리텔링이 두드러진 소설이었다. 이전부터 그런 그의 감성을 좋아하던 터라 이번 신작 역시 기대가 되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주인공 '하야마 타마미'의 청춘을 그려내기에 충분히 필요했다고 보인다.

이 책은 따뜻하고 잔잔한 스토리와 다르게 일본의 사회문제를 적절히 녹여내고 있다. 고령화, 고독사, 다문화 가족, 성폭행, 청년이 없는 시골 등의 문제들이 위화감 없이 소설의 배경으로 쓰인다. 고령화로 인한 심부름 서비스를 하는 타마미의 모습은 실제 인물에서 가져온 것이다. 세부적인 부분은 다르지만 그만큼 심부름 서비스의 어려움이나 문제점도 소설에서 드러나는 만큼 작가의 관찰력과 정보 수집 능력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주인공 '타마미'는 20살 청춘이다. 대학을 자퇴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생필품을 전달해주는 심부름 서비스를 창업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 과정에서 새엄마인 '샤린'과의 마찰을 빚는다. 사사건건 샤린의 행동이 거슬리는 타마미는 그녀가 자신의 엄마 자리를 차지한 것 같아 늘 마음이 좋지 않다. 특히 엄마를 위해 기도드리는 샤린의 모습을 볼 때 엄마에게 죄를 짓는 것 같아 계속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샤린은 진심으로 기도를 드리고 타마미와 한 가족이 되기 위해 남모른 노력을 한다. 가족 전체를 잃은 기억이 있는 샤린과 엄마를 잃은 타마미는 서로 비슷한 상처가 있지만 이를 보듬으려는 서로의 표현방식은 늘 어긋나기만 한다. 이런 타마미에게 외할머니는 이런 말을 해준다.


"두 사람을 저울에 올리면 안 된단다. 사람과 사람을 비교하는 건 의미 없는 일이야. 에미는 에미, 샤린은 샤린이지.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고 둘 다 사랑받아야 할 사람이란다. 타마짱이 샤린과 잘 지낸다고 해서 엄마를 잊는 건 아니지 않겠니? 또 에미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p.352)


외할머니는 샤린이 엄마 대신이 아니며 그녀를 가족으로 인정한다고 해서 엄마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그저 둘 다 사랑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그렇기에 둘 다 사랑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준다.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가 해준 말이기 때문에 타마미에게 더 큰 울림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타마미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할머니의 말은 오랫동안 살면서 축적된 지혜가 녹아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이런 타마미의 모습이 예쁘게 포장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샤린의 음식에서 엄마의 맛을 느끼면서 당황하는 모습처럼 좋은 점과 싫은 점 등이 그대로 드러난다. 억지로 그녀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지만 결국 집을 깨끗이 하고 식당을 같이 운영하며 아빠의 곁에 있는 것은 샤린이란 사실을 부정하려 해도 할 수 없음을 그녀는 안다. 일상 곳곳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에 타마미가 밉지 않았던 것 같다. 누구나 가져봤던 마음들이라 공감이 갔기 때문일까?

이와 더불어 타마미가 심부름 서비스를 하려는 마음이 예뻤기 때문에 그녀가 밉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거동이 불편한 자신의 외할머니를 떠올려 생각한 이 사업 아이템은 후루타치 아저씨를 통해 실습하면서 더욱 확고해진다. 역시 누군가가 나로 인해  기뻐하면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p.196) 라고 말하면서.

마지막 치요코 할머니의 말이 이 긴 소설의 끝을 장식해준다.


되도록 좋은 기분으로 살려 한다. 그렇게 결심한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각오 따위 필요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긴장을 풀고 이 세상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p.438)


치요코 할머니, 타마미,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 소스케와 마키, 샤린과 아빠처럼 모두 기분 좋은 느낌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것 같다. 긴장감 있는 삶보다는 살짝 풀어진 채 즐기는 삶이 더욱 자유롭고 행복한 삶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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