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달아서 끈적한 것 - 박상 본격 뮤직 에쎄-이 슬로북 Slow Book 2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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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일상생활에서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길거리를 걸을 때 이어폰을 꽃은 사람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으니 말이다. 음악은 그만큼 우리 일상생활 속에 비지엠이 되어가고 있다. 박상 작가도 이렇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사랑은 달아서 끈적하다는 제목은 음악에 대한 사랑인 것 같다.


 

그냥 걸을 때보다 음악을 들을 때 좀 더 오래 걸을 수 있지 않은가. 음악은 언제나 무언가를 견디게 해주지 않았던가. (p.112)

 

음악은 무언가를 견디도록 해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 나 역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3 시절 정말 싫어했던 수학문제를 몇 시간이고 앉아서 풀 수 있었던 것은 음악이 있어서였다. 박상 작가도 그렇다. 붙잡고 쓰려 노력해도 써지지 않는 원고를 쓰도록 해주는 것도 음악이고 고갈된 소재를 채워주는 것도 음악이었다. 그가 집을 리모델링 하다가 때려치울 뻔한 것을 다시 붙잡아 끝내도록 해준 것도 음악이었다.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법은 거의 없다. 걱정 그만하고 문제 속으로 한 발을 쭉 내디뎌야만 어떻게든 그 문제를 풀 실마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호치민에서 길을 건넌 뒤 나는 그런 깨달음을 얻었다. (p.79)

 

호치민에서 길을 건널 때, 도움을 주었던 '걱정 말아요, 그대'를 보면 다시 한 번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매섭게 차들이 왔다 갔다 하는 도로를 건너야 하는 상황에서 기도문 같았던 이 곡은 무사히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아마 이 곡을 되내이지 않았다면 그 도로를 건너는 도전을 했을까?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없다. 하지만 걱정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힘이 되어주는 무언가는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음악은 때론 아픈 과거를 회상하게 하는 면도 있다. 기억 저편에서 특정 음악을 듣고 울던 내가 생각나고, 그땐 왜 그랬을까 뒤늦은 후회도 해본다. 어떤 플레이리스트를 짜서 들어야 할까 행복한 고민을 하게 하고 듣기 힘든 음악 때문에 스트레스받기도 한다. 작가가 산울림의 음악을 전곡 재생하는 것처럼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1번 트랙부터 정주행을 할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음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경험을 읽어내려갈 때 나도 모르게 동화되고 있었다.

작가의 여행담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돈을 모아서 떠나는 게 아닌 카드로 질러놓고 후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는 방식이 개성 넘쳐서 웃음이 났다. 가장 싼 방에서 지옥 같은 하루를 보내며 아프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이겨내고 다시 돌아오는 그 여행기는 고생인지 여행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국 못 이겨 다시 떠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고생은 결국 희석된 추억으로 저장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음악도 여행도 모두 현실을 견디기 위한 잠깐의 도피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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