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S - 바세보 탐정에게 배우는 33역량
신호종 지음 / 넥서스BIZ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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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전문가 신호종이 전하는 신선하고 독특한 탐정소설 <명탐정 S>! 검찰 수사관 출신인 명영호가 바세보 탐정사무소를 개업하여 다양한 사건들을 맡으며 벌어지는 과정을 다룬 추리소설이다. 여타 다른 추리소설과 달리 사건의 키워드나 복선, 심리상태보다는 탐정 사무소의 직원 '문영민', '강철만', '양초희'의 능력에 대해 곱씹게 한다. 사건은 3명의 직원이 가진 역량에 따라 풀려가기도 하고, 때론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게도 하는데 이들을 총괄하는 명영호의 시선과 코치는 조직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세밀하게 묘사된다. 이를 보면 사회와 조직이 갖춰나가야 할 태도와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저자가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역량'은 무엇일까? 그는 역량을 "진단하고 실행하며 마무리 짓는 기술, 세상을 움켜쥐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명영호가 채용한 세 명의 직원은 모두 다른 역량을 가진,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다. 바세보에 취직하기 전에 했던 일들은 그들의 역량이 어떻게 발휘될 수 있었는지 간접적으로 알려주는데 이를 보면 사람의 역량이란 단지 하나의 직업으로 가둬둘 수 없는 고유한 개성이며 장점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보이스피싱>, <일화이발소 그림>, <완전한 유언> 세 사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는 누궁리까? 란 물음표를 가지고 책을 읽으면, 나는 이 셋 중 어느 유형에 가까운 사람인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강철만은 '성과역량', 양초희는 '관계 역량', 문영민은 '사고 역량'을 가졌다. 단합보단 갈등이 발생하기도, 손발이 안맞을 때도 있지만 시행착오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향하는 길은 새로 닦는 거친 길일 수 밖에 없으니까.

 

 

업무능력이 비슷한 수준이라면 가급적 똑같은 유형보다는 다양한 유형으로 팀이 구성되는 것이 큰 위기를 피할 수 있는 방안이다. 똑같은 유형이 모인다면 단합은 잘 되는 장점이 있지만 모두 같은 방향만 바라봄으로써 다른 쪽은 놓치는 우를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다만, 다양한 유형이 모이면 단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갈등 조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p. 380)

 

 

책에서 <이상한 보이스피싱>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를 보면, 나는 정이 많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흐트러지지 않도록 시기를 가늠하는 사람, 행동보다는 생각이 우선인 사람 그런 사람은 '사고형' 인간이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이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역량은 갖추는 것만큼 빛을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도 필요하니까.

 

 

불필요한 질문이나 압박 면접 같은 고압적인 태도가 아닌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의 인재를 육성해 나가는 마인드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읽으며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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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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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산문은 일상의 짙은 농도가 느껴진다. <소란>에서는 무심하게 끼어드는 장애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번 글에서는 숨 쉬듯 자연스러운 나다움을 말한다. 김하나 작가님은 <힘빼기의 기술>에서 물에 뜨려면 몸에 힘을 빼야 하듯 살아가면서도 힘을 적절히 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잘하고 싶으면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가 부자연스러워진다. 좋은 인상을 보이기 위해 입꼬리만 올라간 억지웃음처럼.

 

 

그냥 나다운 상태로 꾸준하고 소소하게 빛났으면 좋겠다. 몸에 마음을 가져다 댈 때 그 '꼭 맞음'의 느낌으로. 허리가 구부러질 때 마음이 허리에 가 같이 구부러지고, 누군가의 손을 잡을 땐 마음도 손에 가서 얼른 잡히는, 몸과 마음이 따로 놀지 않는 상태로 지내면 좋겠다. (본문 중)

 

 

"어쩌지, 이렇게 기다간 떨어질 텐데..."하며 멈추지 못하는 건, 내가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떨어지더라도 그게 해보고 싶었던 것일테다. 언제 계획대로 되었던 적이 있었나? 지난 시간 세운 탑들은 젠가 같아서 누군가 툭 빼버린 조각하나에 무너져 내렸다. 다시 엉망이 될 걸 알면서도 조각들을 다시 세웠고 계속해서 무너졌다. 일련의 치열한 과정을 보내며 사소함의 소중함을 알았다. 돈도, 재능도, 능력도 많으면 좋겠지만 애초에 갖지 못했다고 이전의 노력이나 시간이 무의미하진 않았다. 절친이었던 친구도 멀어져서 연락조차 안 하기도 하고, 편리하고 빠른 스마트폰에 당연한 옵션을 요구하며 일상을 피로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 일은 어찌 될지 모른다.

 

 

진정한 멋을 위해선 일단 자연스럽게 숨 쉬는 게 중요하다. '자연스럽다'는 '자유스럽다'는 뜻을 품는다. 자유스러움보다 더 좋은 상태가 있을까? 어떤 운동이든 호흡이 중요하다. 숨을 참거나 잘못 쉬면 근육이 경직된다. 자연스러운 호흡이 없는 스트레칭은 근육에 산소 전달을 하지 못해 효과가 없다고 한다. 숨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인생을 이완시키는 것도 경직시키는 것도 숨 쉬는 자세에 달려있다. (p. 31)

 

 

무수한 걱정이 많은 난 쓸데없는 미래도 자주 그린다. 그래서 '숨 쉬듯 자연스럽게 되는 대로'라는 작가님의 주문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새로움으로 '꼭 맞는' 퍼즐 한 조각이 되게끔 내 그림을 완성해보고 싶다. 여전한 상태로 꾸준히 이어온 것들, 마음이 허할 때마다 찾게 되는 것들은 말랑말랑하게 삶을 만들어준다. 주어진 일들이 버겁게 느껴질 때마다 그녀의 글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되는대로 즐거운 일을 자주 벌리며 행복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성숙해지려 애쓰기보단 저절로 되길 시간에 맡기며 유연하게 삶을 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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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 - 박찬일 셰프의 이 계절 식재료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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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에 먹지 않으면 몸살을 앓는 음식이 있듯 

이 계절에 필요한 위로가 있다

 

 

왜 더위에 짜증이 나는가 했더니 7월, 여름의 중반이었다. 먹고 싶은 것도, 먹어야 할 것도 다 귀찮아 대충 때가 많은 계절. 이런 시기에는 입맛을 돋우는 혀의 기분전환이 필요하다. 박찬일 셰프는 그 계절에 먹야만 하는 식재료를 소개하며 특별한 미각 위로를 전한다. 그가 소개하는 재료는 모두 한국에서 재배되고 키워지는 것들이다. 하지만 과거에 환호했던 맛의 영광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걸 보면 먹었던 건 누군가를 기억을 혀끝에 채우는 일인 듯하다.

 

그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제철 재료를 소개하며 식탁 앞에서 사라지거나 당연하게 여기게 된 생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다. 싸고 실한 양으로 굶주린 가족을 배불리 먹이려 한 어머니의 마음이기도, 지금은 금값으로 불릴 만큼 가치를 얻게 된 귀한 음식이 돼버리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더 이상 예전만큼의 수확량을 올리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지겨웠던 식단의 그리움을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시켜 눈물을 자동재생 시킨다.

 

입맛이 변하면서 '어른의 맛'이라 불리는 재료들에 덥석 손이 가는 걸 보면 변화는 안타까움만을 주는 것 같진 않다. 그가 몰랐던 가지 맛을 알게 된 것처럼 나도 진한 향과 거친 식감 때문에 기피했던 깻잎을 즐겨먹게 되었으니 이건 즐거운 새로움이다. 예전만 못한 건, 음식 자체의 문제가 아닌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성장한 기억과 혀끝에 있다. 그때 있었던 사연과 결부된 근사한 한 끼가 매일의 세 끼를 결정한다.

 

건강프로나 먹방영상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밥상 재료들이있다. 엄마가 자주 구워주는 고기, 어쩌다 할머니가 한 포대씩 보내주는 양파와 무, 비릿해서 쳐다보기도 싫지만 누군가에겐 소울푸드인 생선은 각자의 기억 속에서 영양결핍을 예방하는 중이다. 내일은 나에게 어떤 요리를 해 먹일까 고민해본다. 나를 잘 먹이는 일처럼 중요한 돌봄 노동은 없을 테니까.

 

이런 난리에도 나는 제철을 적는다. 제철을 무시하고 음식이 제 얼굴을 지니기도 어려운 까닭이다. 첨단의 요리 기술과 보존 능력에도 거스를 수 없는 이젠 애증이 된 제철의 산물들. 잃어서 알고 나면 몰라서 못 먹어보는 일은 없으리라는 생각에 책을 낸다. 맛있는 것 못 먹고 지나가는 여러분의 인생이 아쉬울 것만 같아서. 글로 적은 음식 이야기는 한 수레를 쌓아도 한술의 음식이 못된다. 그것이 물질의 힘이다. (p.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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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을유사상고전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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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학 지식이 전무하다. 읽어본 건, 철학을 바탕으로 쓰인 인문서 몇 권과 니체가 전부인데 그마저도 가볍게 넘기고 말았지 깊이 있게 통달하진 못했다. 그래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도전이다. 서문을 겨우 읽어내려가 첫 주에 읽은 쪽수는 고작 79페이지. 읽다가 의지, 표상, 감각, 지각 등의 단어가 낯설어져 사전까지 찾아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건, 쇼펜하우어가 계속 '나'라는 주체의 힘에 대해 야기했기 때문이다.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 '항상 현존하는 것은 오직 주관에 대해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와 같은 말에서 어렴풋이 짐작해볼 뿐이지만.

 

과거와 미래는 - 그 내용의 연속은 차치하고서라도 - 마치 꿈처럼 공허한 것이지만, 현재는 이 둘 사이의 넓이도 없고 존속하지도 않는 경계일 뿐이다. 바로 그런 사실에서 우리는 근거율의 다른 모든 형태에서도 이와 똑같은 공허함을 다시 인식할 것이다. (p. 45)

 

인식을 위해 존재하는 모든 것, 즉 전체 세계는 주관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객관에 지나지 않으며, 직관하는 자의 직관, 한마디로 말해 표상인 것이다. 물론 이 말은 현재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에도, 아주 먼 것과 가까운 것에도 적용 된다. (p. 40)

 

다만, 쇼펜하우어가 말하고자 하는 게 의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계속 의심한다. 지식을 의심하고 이성을 의심하고 직관을 의심한다. 현대에서 객관적이라 여기는 덕망 또는 소양을 '과연 그게 객관인가, 그게 좋은 건가'하고 묻는다. 읽고 있으면 감정에 기반한 활동들이 결코 나쁘지 않고 확인받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그러한 객관을 표상과 도저히 구별할 수 없으며, 모든 객관은 언제나 영원히 하나의 주관을 전제하고 있어서 그 때문에 변함없이 표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므로, 객관과 표상 둘 다 똑같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 154)

 

호기롭게 시작했던 '한 달 읽기 프로젝트'는 철학은 절대 만만하게 봐서도, 실제 만만하지도 않다고 말해준 듯 싶다. 일반적인 고전과 다른 깊고 어려운 사유의 과정을 눈으로 좇았지만 완독에는 실패했다. 쇼펜하우어가 서문에서 언급한 세 가지 조건을 내가 충족시키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대다수 사람들의 삶은 이 생존 자체를 위한 끊임없는 투쟁에 불과하며, 결국 그 투쟁에서 패배하는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이 이 힘겨운 투쟁을 견디는 것은 삶에 대해 사랑이기보다는 오히려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이 죽음은 배후에 버티고 있어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고, 어느 때라도 다가올 수 있다. 삶 자체는 암초와 소용돌이로 가득 찬 바다이며, 인간은 최대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를 피하려 하지만, 안간힘을 쓰고 재주를 부려 뚫고 나가는데 성공한다 해도, 사실 그럼으로써 한 발짝씩 전면적이고 피할 수 없으며 재기 불가능한 최악의 난파에 보다 가까이 다가간다. 아니 바로 난파를 향해, 즉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죽음이야말로 힘겨운 항해의 최종 목표이며, 인간에게는 그가 피해 온 어떤 암초보다도 나쁜 것이다. (p. 427)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허무주의적인 면이 있다고 한다. 그런 면이 그의 철학을 돋보이게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지 않았나 싶다. 위 문장처럼 죽음에 이르는 게 삶의 최종 목표이듯 그가 강조하는 의지와 표상 역시 붙잡고 있다가 놓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책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이해에 가닿지 못해 할 수 없다. 다만, 내가 그의 사상을 이해하여 그에게서 위로를 얻은 수많은 학자들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어졌다. 언젠가 꼭 완독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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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 나다움을 찾기 위한 속도 조절 에세이
몽돌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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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멈추지 않으면 이대로만 살 것 같아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기로 했습니다."

 

 

 

항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달려간다. 대개 목표는 추상적이기보단 구체적이고 진학, 취업, 승진, 성적 등의 자랑할 거리로 나타난다. 결승선에 다다르면 허무함을 느낀다. "난 무엇을 위해 달려왔을까?"

 

 

저자 몽돌님은 무난하게 삶을 살았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직장생활이 가져다주는 내면의 불편함을 해소시켜주지 않는다. 불편함의 원인은 '나라는 자아'. 우리는 좋아하고 싫어하고 해보고 싶고 하지 않을 것들에 대해 사실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을 읽은 건, 그걸 찾는 중이고 지난한 과정이 길어질 것임을 내가 어렴풋이 깨닫는 중이기 때문이다. 퇴사를 감행했던 지난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다음의 선택에서도 무력하게 결정 내리고 싶지는 않다는 현재의 나는 그녀를 통해 균형과 차선책이라는 방법을 배운다.

 

 

돈을 벌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불안해지기 쉽습니다. 불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을 것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차피 평생 돈을 벌어야 하는 인생들입니다. 그러니 돈을 못 번다고 걱정하지 맙시다. (p. 278)

 

 

공백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한 마디이면서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이 문장은 '쉰다'에 어색한 나를 안심시켰다. 졸업 후의 공백기, 취업난 속에 자꾸 길어지는 불안한 취준생활,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회 초년생 등 불안을 등껍질로 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많다. 도장 깨기 하듯 계속 윗 단계의 퀘스트를 깨며 이 자리까지 왔는데 더 이상 올라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는 혼돈 앞에서 불안은 깜빡이도 켜지 않고 훅 들어온다.

 

 

그녀는 문제가 없어도 드리워진 불안감 앞에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다. 일정한 수입 없이 일 년을 그냥 쉰다는 건, 앞으로의 커리어나 기타 이익적인 면에서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일과 삶 속에서 적절하게 자신의 위치를 바로잡기 위해 긴 시간을 쏟는다. 그 속에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진 못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계속하지 않았던 일은 끝까지 하지 않을 거라는 습관을 인지한다. 좋고 싫음보다 중요한 건, 내가 무의식적으로 무엇을 선택하고 사는지를 깨닫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기 휴직은 삶이란 장기 레이스에서 값는 거름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이리저리 휘둘렸던 것은 내 중심이 얕았기 때문이다. 할 말을 할 수 있어야 했다. 원한다면 화도 낼 수 있어야 했다. 화를 내지 않더라도 남을 의식해 참는 게 아니라 내 선택으로 결정했어야 했다. (p. 43)

 

 

그녀가 말하는 용기는 적절한 때에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마음이 원하는 쪽으로 직진하는 선택이다. 아프면 참지 말고 쉬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고, 알차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여유를 적절히 분배하는 것은 일상의 관습을 새로 정립해 나가는 일이다. 균형과 이를 유지할 힘. 그것이야말로 직장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는 법이다.

 

 

 

이제는 구체적인 직장, 직업과 직무보다 사는 방식과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남들의 도장을 받는 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잘했다고 도장 찍어주는 삶, 남들이 좋아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삶으로 한 발짝 걸음을 옮기고 싶다. (p. 259)

 

 

이 책은 여타 다른 퇴사 그 이후의 삶을 다룬 에세이와 달랐다. 안정을 바탕으로 살아온 사람이 흔들림을 경험하면서 퇴사보다 덜 위험한 휴직을 택하며 균현, 선택, 용기,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다움을 거창하게 바라보기보다는 지금의 흔들림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좋았다.

 

 

나는 직진 중이다. 처음의 용기에선 풋내가 났지만 다음의 용기는 그윽한 향을 내고 싶다. 그렇게 쓸 것이라고 오늘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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