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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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산문은 일상의 짙은 농도가 느껴진다. <소란>에서는 무심하게 끼어드는 장애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번 글에서는 숨 쉬듯 자연스러운 나다움을 말한다. 김하나 작가님은 <힘빼기의 기술>에서 물에 뜨려면 몸에 힘을 빼야 하듯 살아가면서도 힘을 적절히 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잘하고 싶으면 저절로 몸에 힘이 들어가 부자연스러워진다. 좋은 인상을 보이기 위해 입꼬리만 올라간 억지웃음처럼.

 

 

그냥 나다운 상태로 꾸준하고 소소하게 빛났으면 좋겠다. 몸에 마음을 가져다 댈 때 그 '꼭 맞음'의 느낌으로. 허리가 구부러질 때 마음이 허리에 가 같이 구부러지고, 누군가의 손을 잡을 땐 마음도 손에 가서 얼른 잡히는, 몸과 마음이 따로 놀지 않는 상태로 지내면 좋겠다. (본문 중)

 

 

"어쩌지, 이렇게 기다간 떨어질 텐데..."하며 멈추지 못하는 건, 내가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떨어지더라도 그게 해보고 싶었던 것일테다. 언제 계획대로 되었던 적이 있었나? 지난 시간 세운 탑들은 젠가 같아서 누군가 툭 빼버린 조각하나에 무너져 내렸다. 다시 엉망이 될 걸 알면서도 조각들을 다시 세웠고 계속해서 무너졌다. 일련의 치열한 과정을 보내며 사소함의 소중함을 알았다. 돈도, 재능도, 능력도 많으면 좋겠지만 애초에 갖지 못했다고 이전의 노력이나 시간이 무의미하진 않았다. 절친이었던 친구도 멀어져서 연락조차 안 하기도 하고, 편리하고 빠른 스마트폰에 당연한 옵션을 요구하며 일상을 피로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 일은 어찌 될지 모른다.

 

 

진정한 멋을 위해선 일단 자연스럽게 숨 쉬는 게 중요하다. '자연스럽다'는 '자유스럽다'는 뜻을 품는다. 자유스러움보다 더 좋은 상태가 있을까? 어떤 운동이든 호흡이 중요하다. 숨을 참거나 잘못 쉬면 근육이 경직된다. 자연스러운 호흡이 없는 스트레칭은 근육에 산소 전달을 하지 못해 효과가 없다고 한다. 숨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인생을 이완시키는 것도 경직시키는 것도 숨 쉬는 자세에 달려있다. (p. 31)

 

 

무수한 걱정이 많은 난 쓸데없는 미래도 자주 그린다. 그래서 '숨 쉬듯 자연스럽게 되는 대로'라는 작가님의 주문이 필요하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새로움으로 '꼭 맞는' 퍼즐 한 조각이 되게끔 내 그림을 완성해보고 싶다. 여전한 상태로 꾸준히 이어온 것들, 마음이 허할 때마다 찾게 되는 것들은 말랑말랑하게 삶을 만들어준다. 주어진 일들이 버겁게 느껴질 때마다 그녀의 글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되는대로 즐거운 일을 자주 벌리며 행복해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성숙해지려 애쓰기보단 저절로 되길 시간에 맡기며 유연하게 삶을 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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