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일 년간 휴직합니다 - 나다움을 찾기 위한 속도 조절 에세이
몽돌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지금 멈추지 않으면 이대로만 살 것 같아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기로 했습니다."

 

 

 

항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달려간다. 대개 목표는 추상적이기보단 구체적이고 진학, 취업, 승진, 성적 등의 자랑할 거리로 나타난다. 결승선에 다다르면 허무함을 느낀다. "난 무엇을 위해 달려왔을까?"

 

 

저자 몽돌님은 무난하게 삶을 살았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직장생활이 가져다주는 내면의 불편함을 해소시켜주지 않는다. 불편함의 원인은 '나라는 자아'. 우리는 좋아하고 싫어하고 해보고 싶고 하지 않을 것들에 대해 사실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을 읽은 건, 그걸 찾는 중이고 지난한 과정이 길어질 것임을 내가 어렴풋이 깨닫는 중이기 때문이다. 퇴사를 감행했던 지난 선택에 후회는 없지만 다음의 선택에서도 무력하게 결정 내리고 싶지는 않다는 현재의 나는 그녀를 통해 균형과 차선책이라는 방법을 배운다.

 

 

돈을 벌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불안해지기 쉽습니다. 불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을 것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차피 평생 돈을 벌어야 하는 인생들입니다. 그러니 돈을 못 번다고 걱정하지 맙시다. (p. 278)

 

 

공백기를 겪는 사람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한 마디이면서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이 문장은 '쉰다'에 어색한 나를 안심시켰다. 졸업 후의 공백기, 취업난 속에 자꾸 길어지는 불안한 취준생활,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회 초년생 등 불안을 등껍질로 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많다. 도장 깨기 하듯 계속 윗 단계의 퀘스트를 깨며 이 자리까지 왔는데 더 이상 올라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는 혼돈 앞에서 불안은 깜빡이도 켜지 않고 훅 들어온다.

 

 

그녀는 문제가 없어도 드리워진 불안감 앞에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다. 일정한 수입 없이 일 년을 그냥 쉰다는 건, 앞으로의 커리어나 기타 이익적인 면에서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일과 삶 속에서 적절하게 자신의 위치를 바로잡기 위해 긴 시간을 쏟는다. 그 속에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진 못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계속하지 않았던 일은 끝까지 하지 않을 거라는 습관을 인지한다. 좋고 싫음보다 중요한 건, 내가 무의식적으로 무엇을 선택하고 사는지를 깨닫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기 휴직은 삶이란 장기 레이스에서 값는 거름이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이리저리 휘둘렸던 것은 내 중심이 얕았기 때문이다. 할 말을 할 수 있어야 했다. 원한다면 화도 낼 수 있어야 했다. 화를 내지 않더라도 남을 의식해 참는 게 아니라 내 선택으로 결정했어야 했다. (p. 43)

 

 

그녀가 말하는 용기는 적절한 때에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마음이 원하는 쪽으로 직진하는 선택이다. 아프면 참지 말고 쉬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으면 가만히 있고, 알차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여유를 적절히 분배하는 것은 일상의 관습을 새로 정립해 나가는 일이다. 균형과 이를 유지할 힘. 그것이야말로 직장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는 법이다.

 

 

 

이제는 구체적인 직장, 직업과 직무보다 사는 방식과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남들의 도장을 받는 게 아니라 내가 나에게 잘했다고 도장 찍어주는 삶, 남들이 좋아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삶으로 한 발짝 걸음을 옮기고 싶다. (p. 259)

 

 

이 책은 여타 다른 퇴사 그 이후의 삶을 다룬 에세이와 달랐다. 안정을 바탕으로 살아온 사람이 흔들림을 경험하면서 퇴사보다 덜 위험한 휴직을 택하며 균현, 선택, 용기,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다움을 거창하게 바라보기보다는 지금의 흔들림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좋았다.

 

 

나는 직진 중이다. 처음의 용기에선 풋내가 났지만 다음의 용기는 그윽한 향을 내고 싶다. 그렇게 쓸 것이라고 오늘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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