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비의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김순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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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잘 견디면 자양분이 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슬픔을 느끼면서 이건 나의 미래의 자양분이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처음 슬픔을 느끼게 되면 그저 슬플 뿐이지만 점차 외로움, 고독함, 수많은 걱정들이 파생되어 더 감정을 증폭시킨다. 감정은 몇 단어로 정해져 있는데 깊이와 폭, 종류는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공통점은 늘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는 정도다. 나는 슬플 때마다 늘 상황에 지고 만다. 탓을 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한다. 지나고 나서 보면 "내가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싶을 때도 있지만 늘 시간이 지나야만 무뎌진 감정으로 접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늘 슬픔에 대해 궁금했다. 어차피 계속 겪어야 할 고통이라면 이 슬픔이란 감정을 이해하여 나의 괴로움이 조금이나마 덜고 싶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슬픔을 이해하기 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저자인 '와카마쓰 에이스케'는 25편의 이야기에서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같이 생각해보며 슬픔이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슬픔이란 평소 잊고 있었던 내면의 소리이며 우리가 말을 하려는 것은 전하는 뭔가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 가슴속에 남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p.9)라고 말한다.

슬픔의 근원이 말로 다 할 수 없어 표현하기 힘든 감정의 응어리라면 왜 표현할 수 없는 것일까? 슬픔은 저마다 다르게 겪는 '나만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생의 기로라고 부를 만한 사건은 그것이 자신에게 아무리 강렬했다 하더라도 타인과 공유할 수는 없는 것(p.19)이라 한다. 당연히 내가 겪은 일은 타인도 똑같이 겪기가 어렵기 때문에 내 주변에, 내 마음속에서만 일어나는 나만의 사건이다. 특히, 내 이야기를 타인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기 힘들어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슬픈 상황이 생겼을 때 타인 앞에서 목놓아 울어 본 적은 드물 것이다. 우리가 여기는 슬픔은 사회 분위기상 암묵적으로 절제해야 하는 감정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울부짖고 싶지만 소리 죽여 우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p.37)

소리 죽여 울지 않으려면 슬픔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리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기대하고, 기대려 하고, 받으려 하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내 진짜 마음이란 것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나는 혼자다'라는 명제가 깔려있다. 혼자이기 때문에 친구나 가족, 동료 등 다른 누군가가 생각난다.

이 두 가지를 받아들인 후에는 읽고 쓰는 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 책을 읽을 때에는 읽고 나서가 아니라 읽으면서 드는 생각들이 촘촘히 엮어 후기를 만든다. 쓰는 일도 나조차도 잘 모르겠는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들을 흐르는 대로 쓰다 보면 알게 모르게 풀려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런 과정이 조금 반복되면 내가 무엇 때문에 괴로워했는지 눈에 보인다.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게 아니다. 반대로 글을 쓰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발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쓴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글자로 옮기는 행위라기 보다 쓰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인생의 참뜻'을 인식하게 되는 경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p.165)

알게 모르게 풀린다는 건 내가 스스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지각하게 되어서 일 것이다. 저자는 환희와 비애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보이지도 만질 수도 대화를 나눌 수도 없지만 글로 표현하다 보면 두 단어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란 것을 알게 된다고 한다. 내가 가진 표현을 끌어내기 어렵다면 필사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 한다. 공감이 갔던 문장들을 종이에 차곡차곡 적으면 뚜렷해지는 무언가가 생길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고독을 느끼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고독을 느낄 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생의 비밀과 조우한다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우리가 진심으로 타인과 만나는 것도 고독 속에서 살아가는 과정 중의 하나이다. 고독의 경험은 우리를 고립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과 이어지는 계기가 된다. (p.118~119)

슬픔은 군중 속에서도 찾아오지만 고독 속에서 찾아올 때마다 많다. 군중 속에 있으면서 억눌린 감정들이 혼자 있게 되면 폭발적으로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무시하고 그냥 슬프다고 나 좀 알아봐달라고 하면 토닥여주지 않는다. 스스로 마주하여 이겨내려는 용기도 필요하다. 힘든 일이지만 한 번은 거치고 나아가야 긴 인생 속에서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될 것이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은 살아가면서 주어질 선택의 기로에 주체가 될 수 있는 강점이 된다. 우리는 짧든 길든 그 간의 인생을 경험해보면서 시간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가졌는지를 느끼고 있다. 끔찍이 아팠던 순간도 조금은 무뎌졌거나 잊혔거나 잠재되어 있다.

계속 그 실체가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아픔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야만 한다.(p.41)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맛있다!'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것처럼 계속 슬프면 슬프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었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내가 책을 통해서 느끼고 공감하고 생각했으니 잠재된 슬픔이 희석되지 않았을까 싶다. 계속 달려왔으면 앉아서 쉬어야 할 때도 있는 것처럼 이 책은 그런 쉼을 스스로 가져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스스로를 계속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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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콩밭에 가 있습니다
최명기 지음 / 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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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 좀 해도 인생은 잘 돌아갑니다


책 표지띠에 쓰인 저 문장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고 제목에 마음을 빼겨 읽기 시작한 책이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습니다> 이 제목 하나만으로 현재 나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현재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바람이 들어 다른 곳만 바라보는 상태.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을까? 오늘 하루를 허무하게 소비해버린 것 같고 그 결말은 잠들기 전 자책과 변명, 다짐으로 귀결된다. 이 책은 좀 딴짓을 많이 한다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잘못되지 않았다며 대변한다. 대변을 받기 전, 왜 우리는 이렇게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할까?

어려서부터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 모든 주변 사물과 사람에 호기심이 많고 이것저것 해보고 쉽게 싫증 내는 사람들은 흔히 ADHD로 의심받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외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책인가 싶었다.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도 밖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 그 안에서 끊임없이 산만하고 호기심을 분출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성향의 차이인 것이다. 곧 죽어도 남이 시키는 일은 못하겠는 사람이 대표적이다.


누가 시켜서 해야 하는 일은 지루해서 못 견뎌 하는 성향의 사람들도 자기 좋아서 하는 일에는 지치지 않고 빠져드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자신의 내면에 분출하지 못한 에너지가 가득한 것이다. 정신과 용어 중 '마치 모터가 달린 듯이 돌아다닌다는'라는 표현이 꼭 알맞다. 이들은 꽂히는 일을 할 때는 쉴 새 없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겨도 금세 잊어버리고 다시 몰두한다. (p.39)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기쁨은 말할 수 없다. 계속 생산적인 활동을 해도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는다. 더 표현해보고 싶고 시도해보고 싶어 한다. 마음이 가는 일과 아닌 일의 차이가 여기서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다. 생산성 역시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관심이 가는 분야에는 언제고 적극적인 자세로 귀를 활짝 열어둘 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매일이 지옥 같고 지루하면 사는 재미가 없으니 돌파구를 마련하라는 소리다. 하지만 안정적인 일에 양다리를 살짝 걸쳐두는 현실과 타협한 답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시작한 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적인 일만큼이나 전문적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시기에 우리의 콩밭은 콩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농작물들이 한데 모여 자라는 대농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만큼이나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가진 열등감이 합리적인지, 좌절과 우울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면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성격이 자라면서 정반대로 바뀌었다면 왜인지 등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우리가 애꿎은 적극성을 탓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때 나서지 않았다면', '괜히 일을 벌여서'라며 적극적으로 살았던 자신이 문제였다고 쓸데없이 욕심을 부렸다며 자책한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인데 애꿎게 자신의 적극성이 문제였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시키는 일만 하면서 조용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적극적인 성향을 억지로 소극적으로 바꾸려 할수록 당신의 자존감은 낮아지고 자격지심이 비대해진다. 점점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p.55)


'적극성'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벌어진 후의 일이라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사람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과정 자체는 좋았지만 때에 따라 안 좋게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인데 그때의 과정을 '안 그랬어야 했어'라고 단정 지어버리면 우리는 그 간의 노력을 스스로 부정하며 애써 내 탓, 남탓을 할 수밖에 없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태도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부정과 비관이 있어야 자존감이 다치지 않는다.

정해진 하루의 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딴짓을 해야 한다. 24시간 내내 할당량만 하기에는 너무 빡빡하고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핸드폰도 보고, 게임도 하고, 수다도 떠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당신의 하루하루는 딴짓, 딴생각이 있기에 보다 빨리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p. 179)


당신의 내면에는 무수히 많은 성향이 잠재되어 있다. 적극적이면서 내성적이기도 하고, 호기심이 많지만 관심이 없는 일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다양한 측면을 가진 당신의 인생은 당신이 바라는 요소들이 모여 빛을 낼 것이다. 앞으로도 어떤 일에든 당신의 기준을 버리지 말자. 그게 딴짓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딴짓 좀 하면서 살아도 인생은 충분히 잘 돌아가게 되어 있다. (P. 183)


모순된 두 자아가 보이면 '이게 내가 맞나?' 싶을 때가 있었다. 이제 와서 보니 그건 이상한 점이 아니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 안의 다양한 성향이 있어 오늘은 A가 보이고 내일은 B가 보이는 것뿐이었다. 이미 우리 안에 A부터 Z까지 있는데 말이다. 성격이 바뀐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며 이 모든 성향들이 균형을 맞춰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중간중간 딴짓은 이음새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나 하나로 세상이 변하지 않듯, 나 하나 딴짓을 해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 세상의 중심부에 우리를 놓는 짓은 그만해야겠다. 쉴 새 없는 생각들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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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 2017 제17회 미당문학상 수상작품집
박상순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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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가벼운 시집 한 권을 들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다. 적당한 크기의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는 글은 언제 어디서나 읽기가 참 좋다. 학생 때만 해도 시는 매일 형광펜과 빨간 줄을 그으며 숨은 뜻을 찾아 메모하고 은유를 해석하는 글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재미없게 시를 읽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시는 내가 그 뜻을 이해하든 이해하지 못하든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모든 시를 이해할 수 없고 어떤 때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난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 그 이유는 비휘발적 가치를 시가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번 읽고 덮어두기엔 우리가 아직 보고 느낀 것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 도 마찬가지다. 박상순 시인 외에 9명의 시인들이 쓴 시가 실려있다. 10명의 시인 중 유독 잘 읽히는 시인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분도 있었다. 하지만 읽히지 못한 시는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10인의 개성이 제각각이듯이 노래하는 주제도 다양하다. 사랑, 고독, 자유, 분노, 저항, 젠더, 정치, 여성 등 각각의 관심분야에 대한 통찰을 함축된 언어로 표현한다.

'미당 문학상' 수상작인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은 '무궁무진하다'라는 반복되는 리듬감이 주는 벅찬 느낌이 운율과 감정을 동시에 표출할 수 있도록 한다. 사랑하는 이에 대한 감출 수 없는 설렘, 다 주고 싶은 한 사람의 마음, 죽음에 대한 비참함이 모두 이 표현에 잘 드러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현재를 꿈꾸다가도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가진 인간의 양면적인 마음이 보인다.


공기를 찢는 소리.
그런 것은 없습니다.


이 시는 이제니 시인의 '하얗게 탄 숲' 한 구절이다. '공기'라는 무형의 존재를 '찢는다'라고 시각화한다. 내가 숨쉬기 위해 필요한 그런 공기를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감정을 표현하려 했던 것일까. 그런 것은 애초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이 고통을 이해해달라는 말을 무시해버린 것 같아 마음에 와닿았다. 서로의 말과 말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모르게 상처받는 인간을 표현하려 한 것 같았다.


밤이 얼마나 깊었냐 하면 어둠 속에 눈빛이 영혼같이 빛났다. 책 속엔 정말로 그런 게 존재해서
사람을 사람이 구해주고 있었다. 자유와 시간이 무한히 남았구나 싶었다.


이 시는 김상혁 시인의 '밤이 얼마나 깊었냐 하면'의 일부이다. 책을 읽는 화자가 책을 통해 치유받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구절이었다.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받는데 책에서는 사람을 통해 치유받는 주인공이 있었나 보다. 깜깜한 밤에 빛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또 이 이야기를 쓰고 읽는 사람들이 보내는 시간은 유한하면서도 무한하다. 아직 읽을거리가 있고 쓸 거리가 있는 사람들, 여전히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 또 그 곁에 있는 사랑하는 이들이 생각나게 하는 구절이었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 상처받은 사람, 위로받은 사람.....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시는 쓰는 자도, 읽는 자도, 영감받는 소재도 모두 사람의 손과 마음, 입김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아마 내가 해석한 뜻이 시인의 의도와 다를 수도 있다. 다른 건 틀린 것이 아니다. 여러 해석이 모여 다른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생기는 것이고, 뜻밖의 위로와 인연도 그곳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교실에서 배우던 시를 잊고 이젠 자신만의 시 해석을 만들어 나가야겠다. 그러면 조금 더 재미있는 시를 발견할 수도 있고 풍부한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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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커리어 - 업의 발견 업의 실행 업의 완성, 개정판
박상배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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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졸업 후, 어떤 직업을 가지고 밥벌이를 할지가 최대 고민인 나에게 10년 후는 먼 미래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구체적인 대답보다는 그쯤이면 돈을 어느 정도 모았을 것이고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대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꿈같은 이야기다. 현실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전공에 대한 회의감에 사로잡혀 있을 뿐이다. 요새는 전공 불문하고 공무원으로 쏠리는 추세이다. 내 주변만 봐도 빠르면 2년 전부터 공시를 보기 위해 준비하던 친구들이 꽤 있다. 정부가 바뀌고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확충하기 시작하면서 이 쏠림 현상은 가속화되었다. 실업률은 날로 높아져만 가고 채용 공고만 봐도 선뜻 지원서를 넣기 꺼려지는 일자리만 보인다. 더군다나 100세 시대가 되면서 평생직장이란 직업의 개념도 흐릿해져가고 있다.

공무원으로 쏠리는 현상은 비단 안정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능만 바라보고 그 결과로 맞춰온 대학과 전공에서 배운 것들로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런 고민이 졸업을 앞두고 시작된다. 공무원은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보다는 유예시켜준다. 열심히 공부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졌던 고3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적어도 무엇을 준비하고 공부해야 되는지 과정이 보이는 준비이기 때문에 시작하는 것도 있다.  매달 적더라도 월급이 보장되고 정년이 보장된다. 어쩌면 지금 낭떠러지 동아줄 같은 존재 같다. 하지만 그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시험에 떨어진다면 그 이후에 대한 생각으로 불안해한다. 청춘은 계속 이렇게 불안해야만 하는 것인지 부당하게만 느껴진다.

이 책은 이런 직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커리어'라는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평생직장, 정년이 사라지는 시대에 대비해 일정 시기마다 오래갈 수 있는 내 능력치를 발전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커리어는 취직을 하고 수행하는 업무에서부터 시작된다. 사회에서는 현장에서의 경력이 인정받는다. 그 일을 해봤다는 것은 언제 어느 분야에 투입시켜도 그 사람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신입보다 경력이 우대받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들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깨적'을 활용하여 자신의 업무를 파악하고 적용시키라 한다.

의업의 4단계는 본깨적으로 도달해야 할 커리어의 단계를 말한다. '습득자 - 근로자 - 숙련자 - 창조자' 이 4단계를 거쳐야 정년 없이도 나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노후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까? 저자는 바인더 작성을 하면서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을 정리해보라 한다. 정리를 하다 보면 내가 열심히 쏟아야 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보이고 이를 통해 가지치기를 할 수 있다. 책에 제시된 사례 속 사람들도 많은 에너지를 쏟아내는 사람들이었지만 자신의 일보다는 그 외부적인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과 삶의 균형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성장하고 싶으면 부족하지만 노력해야 하는 부분에 더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아무리 강연을 많이 듣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도 이런 일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계속 쳇바퀴만 돌 수밖에 없다.


일상에 변화를 줌으로써 생각을 확장시켜야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오며, 생각의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다. (p. 126)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 목표를 계속해서 생각해서 상기시키는 것, 시간을 활용하는 것, 상대에게 본받을 점을 찾는 것, 늦더라도 꾸준히 노력하는 것 등 익히 들어 아는 내용도 있다. 결국 이런 모든 내용이 가리키는 것은 '실행'이다. 시도를 한 사람만이 누리고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커리어다. 이 책 한 권이 누군가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흔한 자기 계발서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직장인들이나 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보면 좀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열정이 흘러넘치는 사람이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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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인생의 진실 - 인생의 행복과 풍족함을 손에 넣기 위해서 아우름 26
혼다 켄 지음, 정혜주 옮김 / 샘터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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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돈은 절대 뗄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다. 하고 싶은 것도 하기 싫은 것도 모두 돈으로 귀결된다. 직장인들이 사표를 품에 안고 사는 것도 다 돈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자본의 힘을 얼마만큼 움켜쥐고 있는가가 강자와 약자로 나뉘게 한다. 다른 물건들은 없어도 살지만 돈은 있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말이 괜히 생겼을까.

이 책은 '혼다 켄'이 연구해 온 돈에 관한 지식과 가치를 전달하는 책이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을 나열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내용은 추상적이다. 돈이 중요하지만 그 밖의 중요한 것을 놓지 말라고 하는 뻔한 이야기 일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돈에 대한 개념과 흐름, 본질과 수단으로서 이 종잇조각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낭비벽이 심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나치게 돈을 아끼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자라면서 형성된 가치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 그 가치관은 대부분 부모에게서 비롯되며 쉽사리 고칠 수 없다.

우선, 돈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그 본래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돈은 교환을 위해 탄생되었다. 내가 얻고 싶을 것을 얻기 위해 그만큼의 가치를 지불하기 위한 수단이다. 돈을 교환되면서 시장을 형성했고 시장은 원활하게 돈이 돌아야 유지가 되게 되었다. 그 속에서 이익을 더 보려는 사람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생겨났다. 이 역할을 생각하며 우리가 돈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언제 돈을 쓰고 모으려 할까?


자신이 가진 돈이나 일에 대한 관념이 결국 인생을 만들어가는 구조가 보인다는 점입니다. 이는 저에게도 인생을 바꾸는 커다란 깨달음이었습니다. 그것은 부모 자식 관계에서 일어난 과거의 일을 다시 마주하거나 치유하는 것으로 지금의 경제 상태까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p.120)


보통 경제관념은 부모가 용돈을 주면서부터 시작된다. 용돈을 많이 주는지, 적게 주는지 또는 사용 여부에 자유를 주는지, 심부름에 대한 대가로서 돈을 주는지 등으로 보통 나뉜다. 여기서 부모가 가진 돈에 대한 가치관이 나타나고 아이는 그 가치관을 대물림 받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돈과 맺는 관계가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이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우리의 능력이 없으면 사고 싶을 것을 얻기 위해서 부모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여기서 흔쾌히 응하는 부모가 있는 반면 단호하게 거절하는 부모가 있다.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누군가는 사고 싶다는 욕구를 경제력이 생기자마자 분출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경제력이 생겨도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여기서 돈의 본질로 들어가 보면 돈은 순환되어야 맞다. 돈을 무조건 안 쓰는 것은 결국 돈이 고인다는 점이고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너무 안 쓰면 쓸 줄도 모르고 돈을 벌 줄도 모르는 상태가 된다.

저자는 돈을 벌고 싶으면 돈을 적당히 쓰라고 한다. 쓰는 것은 투자 개념이다. 내가 적당히 어딘가에 투자를 한다는 생각으로 돈을 써야 나도 돈을 벌어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투자는 기업이나 이익이 될만한 것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재능, 학업, 능력 등도 포함된다. 내가 나 자신에게 투자하여 얻을 수 있는 것들도 모두 포함된다는 점이다. 돈은 쉽게 사라진다.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하기 전 생각과 고민은 필요하다. 저자는 그래서 돈 교육을 정교육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돈을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돈을 쓰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고 두렵다. 하고 싶어도 못하겠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많다. 그런데 막상 사용하면 홀가분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 느낌이 돈을 잘 사용했다는 신호일 것이다. 미련이 남지 않는 소비는 행복한 투자이다. 그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마음이든 어디까지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용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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