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콩밭에 가 있습니다
최명기 지음 / 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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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 좀 해도 인생은 잘 돌아갑니다


책 표지띠에 쓰인 저 문장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고 제목에 마음을 빼겨 읽기 시작한 책이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습니다> 이 제목 하나만으로 현재 나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현재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바람이 들어 다른 곳만 바라보는 상태. 누구나 가지고 있지 않을까? 오늘 하루를 허무하게 소비해버린 것 같고 그 결말은 잠들기 전 자책과 변명, 다짐으로 귀결된다. 이 책은 좀 딴짓을 많이 한다 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잘못되지 않았다며 대변한다. 대변을 받기 전, 왜 우리는 이렇게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할까?

어려서부터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 모든 주변 사물과 사람에 호기심이 많고 이것저것 해보고 쉽게 싫증 내는 사람들은 흔히 ADHD로 의심받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외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책인가 싶었다.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도 밖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 그 안에서 끊임없이 산만하고 호기심을 분출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성향의 차이인 것이다. 곧 죽어도 남이 시키는 일은 못하겠는 사람이 대표적이다.


누가 시켜서 해야 하는 일은 지루해서 못 견뎌 하는 성향의 사람들도 자기 좋아서 하는 일에는 지치지 않고 빠져드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자신의 내면에 분출하지 못한 에너지가 가득한 것이다. 정신과 용어 중 '마치 모터가 달린 듯이 돌아다닌다는'라는 표현이 꼭 알맞다. 이들은 꽂히는 일을 할 때는 쉴 새 없이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겨도 금세 잊어버리고 다시 몰두한다. (p.39)


좋아하는 일을 할 때의 기쁨은 말할 수 없다. 계속 생산적인 활동을 해도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는다. 더 표현해보고 싶고 시도해보고 싶어 한다. 마음이 가는 일과 아닌 일의 차이가 여기서 극명하게 갈리는 것이다. 생산성 역시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관심이 가는 분야에는 언제고 적극적인 자세로 귀를 활짝 열어둘 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매일이 지옥 같고 지루하면 사는 재미가 없으니 돌파구를 마련하라는 소리다. 하지만 안정적인 일에 양다리를 살짝 걸쳐두는 현실과 타협한 답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시작한 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적인 일만큼이나 전문적으로 바뀔 수 있다. 그 시기에 우리의 콩밭은 콩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농작물들이 한데 모여 자라는 대농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만큼이나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가진 열등감이 합리적인지, 좌절과 우울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면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성격이 자라면서 정반대로 바뀌었다면 왜인지 등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우리가 애꿎은 적극성을 탓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때 나서지 않았다면', '괜히 일을 벌여서'라며 적극적으로 살았던 자신이 문제였다고 쓸데없이 욕심을 부렸다며 자책한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인데 애꿎게 자신의 적극성이 문제였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시키는 일만 하면서 조용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이 가진 적극적인 성향을 억지로 소극적으로 바꾸려 할수록 당신의 자존감은 낮아지고 자격지심이 비대해진다. 점점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p.55)


'적극성'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벌어진 후의 일이라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사람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과정 자체는 좋았지만 때에 따라 안 좋게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인데 그때의 과정을 '안 그랬어야 했어'라고 단정 지어버리면 우리는 그 간의 노력을 스스로 부정하며 애써 내 탓, 남탓을 할 수밖에 없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태도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부정과 비관이 있어야 자존감이 다치지 않는다.

정해진 하루의 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중간중간 딴짓을 해야 한다. 24시간 내내 할당량만 하기에는 너무 빡빡하고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핸드폰도 보고, 게임도 하고, 수다도 떠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당신의 하루하루는 딴짓, 딴생각이 있기에 보다 빨리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p. 179)


당신의 내면에는 무수히 많은 성향이 잠재되어 있다. 적극적이면서 내성적이기도 하고, 호기심이 많지만 관심이 없는 일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다양한 측면을 가진 당신의 인생은 당신이 바라는 요소들이 모여 빛을 낼 것이다. 앞으로도 어떤 일에든 당신의 기준을 버리지 말자. 그게 딴짓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딴짓 좀 하면서 살아도 인생은 충분히 잘 돌아가게 되어 있다. (P. 183)


모순된 두 자아가 보이면 '이게 내가 맞나?' 싶을 때가 있었다. 이제 와서 보니 그건 이상한 점이 아니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 안의 다양한 성향이 있어 오늘은 A가 보이고 내일은 B가 보이는 것뿐이었다. 이미 우리 안에 A부터 Z까지 있는데 말이다. 성격이 바뀐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며 이 모든 성향들이 균형을 맞춰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중간중간 딴짓은 이음새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나 하나로 세상이 변하지 않듯, 나 하나 딴짓을 해도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이제 세상의 중심부에 우리를 놓는 짓은 그만해야겠다. 쉴 새 없는 생각들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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