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숲으로 여행 간다 - 전국 자연휴양림.숲체원.국립공원 야영장 50
안윤정 지음, 서은석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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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겨울이 가고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 봄을 알리는 벚꽃이 하나둘씩 피어나고 만개한 꽃들 앞에서 환한 웃음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니 저절로 행복해진다. 계절을 체감하는 순간은 싱그러운 자연 앞이라는 건, 영원히 변치 않을 것 같다. 변치 않는 생명은 숲에서 빛난다. 푸르게 우거진 녹음 속에서 나무가 내뱉은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며 지쳤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안윤정, 서은석은 전국의 수많은 숲을 찾아다니며 기록을 남겼다. 쉬는 날마다 떠났던 순간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자연휴양림부터 숲체원, 국립공원 야영장까지 ‘진짜’만 모은 숲 정보는 야영과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1. 숲을 알아야 즐거움을 느낀다


책은 숲의 기본부터 시작한다.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곳’이란 뜻의 숲은 국가에 의해 관리된다. 마음대로 들어가고 여행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익히 수련회 등으로 찾았던 숲들 모두 ‘공인된 숲’으로 허가를 받아 사람들에게 개방된 곳이다. 자연휴양림, 숲체원, 치유의 숲, 국립공원이 대표적인 ‘공인된 숲’이다. 때론 공인된 숲이라도 보호를 위해 잠시 문을 닫기도 한다. 그래서 숲 예약은 치열하다.

숲마다 입장 인원, 숙박 및 취사 여부가 각기 달라 정보를 잘 확인해야 한다. 저자들은 독자들이 궁금할 정보를 전부 정리해 알려준다. 고르고 골라 보여준 숲의 시설, 환경, 볼거리까지 경험의 곳간을 탈탈 털었다고 할 수 있다. 끝나지 않는 코로나와의 싸움, 복잡한 도시와 업무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쉼의 이야기를 전한다. 테마를 정해 취향껏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2. 숲에서 정비하는 마음


숲속에는 '진정한 쉼'의 의미도 깃들어있다. 휴식을 찾아 숲으로 간 이들에게 온전히 쉬라고 일러준다. 시설 좋은 곳에서 마냥 노는 게 아니라 내 몸이 '제대로 쉬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휴식은 노는 것이 아니라 몸을 재정비하고 기운을 충전하는 것이다. 쉴 수 있을 때 푹 쉬고 쉴 수 없을 때도 짬을 내서 쉬자! 그 쉼은 몸뿐 아니라 '마음'에도 해당된다. 긴장,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머리를 비워야 온전한 휴식일 것이다. (p. 66)


숲에 나를 던진다. 나무에 몸을 맡긴다. 울창한 나무와 그 이파리가 그늘막이 되어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눈을 감는다. 천천히 고요한 시간이 찾아오고 새소리, 풀벌레의 미세한 속삭임이 조금씩 다가온다. 온전한 숲속, 잡념이 살짝 발을 들였다가 이내 하얀 무(無)가 자리 잡는다. (본문 중)



초록이 가득한 사진들을 보니 눈이 힐링한다. 두 저자가 들려주는 숲 소식에 여름이면 찾는 수목원이 생각났다. 에어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울창한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 속에 있으면 금세 시원해진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어디서 바람이 솔솔 불어 머리칼을 들썩인다. 이어폰을 빼고 귀를 기울이면 새소리와 나뭇잎의 찰랑거림, 동물들의 발소리가 들린다. 무해한 자연 속에서 고단한 하루가 지나간다.




'숲'이란 이름으로 불리면 좋겠다. 새소리에 잠들고 나무들 손짓, 몸짓 하나하나 느끼며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바쁘게 살다 보면 어느덧 그것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주말마다 짬을 내서 하는 '숲' 생활. 캠핑도 여행도 그런 연습 중 하나가 아닐까? 나는 숲이 되고 숲은 내가 된다. (본문 중)


내 첫 숲은 언제일까. 학생 때 매달 올랐던 오름들, 자연휴양림, 소풍까지. 기억 속에 많은 숲이 살고 있다. 그때 그 기억을 더듬으며 책을 읽으면 나만의 숲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여행지는 울창한 숲이다. 옛 숲에 새 숲을 덧칠해 추억을 만들면 더없이 충만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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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현대 서울 인사이트 - 사람들이 몰려드는 ‘페르소나 공간’의 비밀
김난도 외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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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장을 향한 발길은 뚝 끊겼음에도 엄청난 인파를 모은 더현대 서울. 더현대 서울이 자리한 여의도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백화점이 생기는 건 당연할 것 같지만 평일 낮을 제외하면 거리는 한산해진다. 매장을 찾도록 고객을 유혹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봤을 때, 지리적 요건은 리스크가 컸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더현대 서울은 연일 매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불리함을 극복하고 성공한 더현대 서울의 비밀은 무엇일까.


'트렌드 코리아'를 비롯해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한 김난도 교수와 필자들은 더현대 서울의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치밀한 타깃 설정을 바탕으로 한 고객경험(Customer eXperience, CX)의 재설계, 집요하도록 타깃에 특화된 머천다이징(MD), 차별화되는 콘텐츠, 새로운 매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위임과 신뢰의 조직관리 등 백화점에 관한 기존의 고정관념으로부터 환골탈태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가져다준 성공 (p.10)


그리고 이 중심엔 '뉴리테일 시대의 페르소나 공간'이 담겨있다. 비대면의 가속화로 편리성을 갖춘 온라인 시장이 가파르게 활기를 띠었지만, 덩달아 '직접 경험을 향한 열망'도 높아졌다. 소비자들은 온·오프라인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쇼핑 경험을 원했고 소매 공간의 유희성, 즉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게 되었다. 마침 더현대 서울이 소비자의 취향을 고루 갖춰 눈에 띄었고, 대안 공간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더현대 서울 실무팀은 최대한 기존 사례를 벤치마킹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MZ세대를 타깃 고객으로 선정한 만큼 미래 지향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전례 없는 도전을 시도한 것이다. 더현대 서울을 조목조목 뜯어보면 '한국백화점다움'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전통적인 백화점의 공간 구성을 뒤집어 '사운드 포레스트' 등 휴식공간에 많은 장소를 할애했다.

고객경험을 먼저 고려해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상품과 브랜드를 맞춘 것이다. 매출이라는 효율성보다 고객경험이라는 유희성에 초점을 둠으로써 단순한 '매장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가고 싶은 '환상의 공간'으로, 혹은 '환상 그 너머'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진화된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새로운 페르소나 장소성을 보여주었다. (p. 96)

더불어 고객에게 '내 취향의 공간'이자 '페르소나 공간'을 제안하면서 깊은 인상을 심는다. 매장 간 경계를 허무는 '보더리스' 콘셉트를 통해 매장 조닝 및 상품 큐레이션을 진행, 다양한 취향의 공용공간을 보여준다. 오직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브랜드를 확보하고 브랜드별 개성을 존중해 시너지를 도모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 백화점에 없던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기도 한다.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하는 팝업매장을 운영해 고객의 발길을 움직인다. 명품 라인뿐 아니라 BTS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인더숲(In the SOOP), 가장 인기 있는 MD를 유치하는 '아이코닉존(Pop Up Iconic)', '88라면스테이지' 등 SNS를 사용하는 젊은층의 자발적 홍보를 극대화한다.



최근 시몬스 침대는 '침대 없는 침대광고'로 주목을 받고 있다. 더현대 서울도 '백화점이 나오지 않는 백화점 광고'로 차별화해 브랜드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유목민처럼 여러 가지 정보를 탐색하고 수용하는 MZ세대를 '보트'와 '망원경'으로 표현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SNS 채널에 적합한 화법을 사용해 전달하는 메시지보단 궁금증을 유발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문체로 고객과 소통한다. 덕분에 타깃 고객인 MZ세대에게 더현대 서울은 하나의 콘텐츠이자 놀이터(p. 196)로 자리하며 문턱을 낮췄다.

이제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한 더현대 서울은 2030 고객을 겨냥한 '아트 워크'에 집중한다. 젊은 세대의 투자 성향을 바탕으로 유능한 작가들을 소개하는 등용문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문화센터의 기능을 넘어 문화예술 콘텐츠 영역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페르소나를 더욱 구체적으로 그린다.




오직 트렌디한 것이 살아남는다. 뉴리테일 시대를 선도하려면 전에 없이 새로운 환상 그 너머의 오직 거기에서만 존재하는, 취향으로 소통하며 기술을 입혀 '페르소나 공간'으로 진화하라. (본문 中)


페르소나 공간이 중요해진 이유는 우리가 자신을 규정하는 정체성의 근거가 개인화되어서다. 특히, 각종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내 계정을 개설해 표현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것'은 중요하게 되었다. 항상 접속 가능한 다양한 매체에서 '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가 소비를 포함한 모든 일상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찾고 또 규정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p.262).


더현대 서울은 현대인이 겪는 '자기 정체성'을 바탕으로 기획된 공간이다. 소비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고 온라인 채널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무대를 제공한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오프라인 공간이 가져야 할 비전을 제시한다. 이 중심엔 혁신, 고객경험, 조직문화가 있다. 고정관념을 깨고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관용, 실무진이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할 수 있게 한 조직의 배려, 시장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지금의 더현대 서울을 있게 만들었다.

유통의 역사부터 온·오프라인 공간의 장단점, 뉴리테일로 대표되는 새로운 흐름까지 다채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실무진의 설계대로 내가 매장을 걷고 쉬고 둘러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와 '재미와 경험'이 공존하기 위해 피땀 눈물을 흘린 이들의 노고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더현대 서울을 그저 갔던 지난날과 이 책을 읽고 방문한 시간은 다르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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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생활력 - 생각하고 행동하고 발견하며 성장하는
최병호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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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마케터가 되겠다는 직무 재설정 후, 어려운 점이 많았다. 수많은 마케팅 저서를 읽었음에도 '세부 업무'가 무엇인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간단한 카드뉴스를 만들더라도 기획과 구성, 보고와 실행 단계를 거칠 텐데, 이 부분은 쏙 빠진 채 '마케터의 자질 또는 태도'를 설명하는 저서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현직에서 활발히 근무하는 사람들이고, 나는 그 밖에서 마케터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취준생이니까.

 

 

막막함이 회의감을 불러올 때, 이 책을 만났다. 저자 최병호는 제일기획에 입사 후, 삼성· CJ ·카스·버거킹 등 굵직한 브랜드의 광고를 진행했다. 현재는 배스킨라빈스 마케터로 직무 역량에서 취미 역량까지 자기계발을 불태우는 '열혈 마케터'다. 그는 '마케터의 생활력'을 강조하며 진행했던 광고의 이야기와 깨달은 점, 앞으로의 비전까지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다.

 

 

최병호가 말하는 '생활력'은 날 것의 상상을 현실로 만든 생각의 힘 '생(生)', 유연하고 적극적인 행동의 힘 '활(活)',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취향의 힘 '력(力)'을 의미한다. 자신의 메모를 바탕으로 기획안을 분석하는 방법부터 하나의 기획이 깨지고 실행되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를 꾸밈없이 보여준다. 책의 말미에는 예비·신입 마케터를 위한 조언과 팁도 아끼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영감받은 부분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프리퀄 트레이닝

결과라는 현상을 추적해 궁극적인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나는 ‘프리퀄(prequel)’이라고 부른다. 프리퀄이란 영화의 에피소드에 선행하는 사건이나 과거 이야기를 뜻한다. 보통 영화에서는 흥행작이 생기면 그 히트작의 캐릭터 혹은 스토리 중심으로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는 속편을 제작하는 데 이를 프리퀄이라고 한다. 즉 현재 발생한 에피소드가 현상이라면 현상을 만들어낸 과거를 주목하는 것이 프리퀄이다. 지금의 시장 상황과 소비자들의 행동이 과거의 어떤 원인 때문에 비롯됐는지 앞서 발생한 에피소드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다. - p. 44

 

마케팅에서 프리퀄 트레이닝은 중요하다. 통찰력을 길러주고 실패한 기획의 문제점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거대한 트렌드뿐만 아니라 우리가 소비하는 일상 속에서도 프리퀄 훈련을 할 수 있다. 기획안은 상사, 동료,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한 요약본이다. 요약본만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프리퀄 트레이닝을 활용하면 결과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 매끄러워진다. 완벽에 가까운 기획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2. 순서도

기획서의 목적과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순서도'이다. 순서도는 '어떤 일이나 사건을 의식의 흐름 혹은 진행 상황에 따라 배치한 그림이자 수식'이다. 명확한 전후 관계를 드러내고 생각의 경로를 보여주기 때문에 기획서를 분석할 때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기획서가 탄탄한 구성을 갖췄는지, 내용이 긴밀하게 연결됐는지, 타 기획서의 장점을 추출하여 기획에 적용할 수 있는지 등으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분석을 거듭하다 보면 '설득 대상의 정보 또는 관심사'도 찾을 수 있다.

 

3. 소비자

과거에는 '생산자(제품, 브랜드)의 주장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현재는 '소비자의 관심사와 제품 또는 브랜드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마케터는 소비자가 제품을 사는 순간, 심리적 욕망이 가장 높아지는 때를 침투하고 기습하는 데 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4. 실패 포트폴리오

성공 사례가 외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라면 실패 사례는 내적으로 남는 사례다. P. 158

 

저자는 첫 경쟁 PT를 준비하던 신입 시절 에피소드를 통해 실패의 순기능을 설명한다. 부족한 기획서를 꼼꼼히 분석해 피드백을 주었던 선배들 덕분에 기획안 작성 시 바로미터를 세울 수 있었다. 탈락 후, 부족한 점을 복기하며 경쟁 PT의 주력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네가 마케터라는 게임 캐릭터라고 생각해봐.” 이 말은 마케터를 바라보는 내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말대로라면 갓 입사했던 나는 마케팅이라는 게임을 막 시작한 첫 번째 레벨의 플레이어인 셈이었다. 기초 레벨의 캐릭터에게 멋진 무기나 아이템은 없다. 그러나 게임의 여정을 통해 무기나 아이템을 모으며 성장한다. - P. 200

 

5. 단점의 대안 찾기

비즈니스는 철저히 비즈니스다. 한계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하되 그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무책임하게 ‘저는 이래요’가 아니라 ‘저는 이렇지만 이런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를 얘기하고 싶었다. - P. 211

 

저자가 투썸플레이스 캠페인을 준비할 때다. 커피를 못 마시는 마케터의 커피 광고라는 죄책감이 짓누르던 시기였다. 힘겹게 회의를 하던 어느 날, 투썸플레이스가 티(Tea) 라인업을 확충해 마케팅을 강화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티를 좋아하던 그는 '티 소믈리에' 자격증 수업을 듣고, 다음 캠페인 아이디어 제안에 이 경험을 십분 살린다.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란, 브랜드에 애정을 갖고 노력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이다.




결국 생활력이란 삶에 대한 가치관과 사고방식, 이를 실행하려는 행동 양식과 실천 의지 그리고 일상 속의 태도와 자세로 요약된다.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가 불쑥 엄습한다고 해도 이런 생활력은 내가 살아가려는 생활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삶의 기준이자 근간이 될 것이다. 나를 나일 수 있게 하고 내가 나로서 존중받으며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한 돌파구이자 청사진으로 생활력을 키워나가면 좋겠다. p. 37

 

마케터는 불확실성과 싸운다. 매일 변하는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하면 '그저 그런 마케팅'이 반복된다. 그렇다고 매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도 없다. 그럴 땐, 일상에서 '한 발짝'만 더 나가보는 거다. 퇴근 후에는 소비자는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걸 살짝 비틀기만 해도 신선함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삶이 '살짝'만 나아질 수 있는 사소한 것, 마케터는 여전히 그 틈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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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 나 - 먼 곳에서 선명해지는 시간의 흔적들
청민 지음, Peter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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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불투명해졌다. 아무도 여행을, 특히 해외여행을 갈 수 없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여행을 다녀온 후, 추억에 기대던 청민은 그간의 여행 기억을 모조리 끌어안았다. 온 가족이 탈탈 털어 마련한 돈으로 다녀온 유럽 캠핑은 든든한 가족의 울타리를 실감했다. 러시아어도 모른 채로 시작한 모스크바 교환학생은 넘어지는 법을 가르쳐줬다.

그는 10대 소녀에서 30대 성인까지 스스럼없이 넘나들며 시간 여행자가 된다. 스코틀랜드, 러시아, 인도, 몽골 등의 해외여행지부터 강릉, 여주 등의 국내 여행지. 그리고 삶의 터전인 서울, 일산, 대구까지. 청민이란 이름의 비행기는 창밖으로 '우리 모두 누군가의 아름다운 풍경이었음을' 상기시킨다.




- 이륙, 비행 그리고 착륙


맞아, 넘어지는 일도 실패하는 일도 많았지만, 해내고 만 일도 많았었지. 남들보다 좀 느렸지만 결국 내 속도대로 모아온 조각들을 떠올려본다. p. 71


청민의 걸어온 흔적은 여행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해리포터 촬영지에서 자신의 취향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 어른들의 마음을 떠올린다. 힘든 나날을 보내던 그를 데리고 바다로 데려간 친구의 섬세한 마음에 감동한다. 흐린 스코틀랜드 날씨에서 어두운 학창 시절이 겹쳐진다.

여행지의 사람과 풍경은 잊고 있던 과거의 나를 자꾸만 끄집어낸다. 그런데도 현재의 나는 결코 그에 지지 않는다. 느린 걸음으로 고비사막 능선을 오르던 그때처럼 또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언덕은 때로 사람과 상황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나 자신(p. 72)이었으니까.


용기도 두려움처럼 패턴을 이룬다. 몇 번의 두려움에 노크를 하다 보면, 고개를 빼꼼 내미는 작은 용기들이 나름의 패턴을 이뤄 자리를 잡는다. 한번 해봤으니까 일단 기회 앞에 나를 던지는 용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는 용기, 머뭇거리면서도 언젠가 해낸 기억을 믿고 선택하는 용기. 늘 작다고만 여겼던 것들은 언제나 나보다 컸다.

그래서 내가 쌓아온 작은 시간들을 믿어보기로 다시금 다짐했다. 두려워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p. 72





- 여행, 머무르지 않는 마음


매일 부대끼며 살던 가족이든, 친한 친구든 여행에선 원수가 되기도 한다. 익숙지 않은 환경, 너무나도 다른 취향, 개인 공간 없이 몇 날 며칠을 보내야 하는 일정은 갈등을 부른다. 하지만 그때를 같이 추억할 사람은 함께 여행을 떠난 사람들뿐이다.

그중 피식 웃은 에피소드가 있다. 가족과 함께 떠난 유럽 캠핑의 돌발 상황이다. 비바람에 속절없이 망가진 텐트를 테이프로 간신히 살려낸 가족은 빌린 테이프를 다 써버렸단 사실을 주인에게 말해야 했다. 그 임무를 맡은 동생 ‘찬’은 이렇게 외친다. “Tent is dead, tape is dead!”

저 말에 가족들은 눈물을 흘려가며 웃기 시작한다. 별것 아닌 동생의 말에 날 선 신경들이 누그러진다. 이젠 함께이니까 웃을 수 있다. 크고 작은 시련 앞에서도 농담 한번 툭툭 던지고 깔깔 웃을 수 있다(p. 63). 돌아서면 잊어버릴 순간이자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은 지금뿐이니까.


때론 함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어떤 불안정한 곳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된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이, 같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다.

p. 63







- 사랑하고 또 사랑받은 기억

시선은 결국 아름다움에 맺힌다던데 아빠의 카메라 끝에는 언제나 내가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 위안 받는 밤이 있다. 흔들리고 바스러지는 마음에 금방이라도 어둠 속으로 도망치고 싶을 때 내가 누군가의 시선 끝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밤이. 본문 中


책에는 청민의 아빠, Peter의 사진이 가득하다. 행복한 연료를 가득 채워준 청민의 베이스캠프, 가족의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동네에 정이 붙기 시작할 때쯤 전학을 다닌 청민. 어느 곳에도 뿌리내릴 수 없는 자신에 불안했지만, 지금은 가족의 울타리가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단 사실을 잘 안다.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이 있기에 떠났다가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한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좋은 건 다 주고 싶은 마음. 꼭 같이 하고 싶은 마음. 내가 좋아하는 걸 소중한 사람도 좋아하는 마음을 보면 괜히 더 신이 나는 마음. 그러고 보면 아빠도 늘 그랬는데. 멋진 걸 보고 오면 우리를 데리고 꼭 다시 가고는 했다. p. 90-91

아빠는 말한다. “우리가 떠나는 건 더 잘 돌아오기 위해서야.” 그는 아름다운 것이 있으면 엄마와 찬, 청민에게 먼저 보여준다. 덕분에 자녀들은 풍요로운 마음의 성인으로 자란다. 청민은 젊은 날의 아빠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고단한 직장 생활을 견디기 위해 무용하며 아름다운 것을 찾아다녔을 아빠를. 쌓아온 사랑의 기억으로 더 멋지게 길을 나설 수 있게 해준 그의 따뜻함을 느낀다.



가방에 필요한 것만 챙겨서, 일단 길을 나설 거다. 물론 떠난다고 하루아침에 삶이 변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기울어진 행복의 균형을 다시금 맞출 수 있을 테니까. p. 175


멀리 떠나지 않아도 주변의 행복을 찾아다니는 청민이 됐다. 퇴근 후에 브롬톤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거나 훌쩍 백패킹을 떠나기도 한다. 베이스캠프를 잠시 두고 멀리, 더 멀리 페달을 밟으면, 나그네 같은 삶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몸으로 알 것도 같다(p. 215)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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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오늘을 마지막 날로 정해두었습니다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오자와 다케토시 지음, 김향아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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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생을 마감하려는 순간에 남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겠죠.


'오자와 다케토시'는 호스피스 의사로 3,500번의 죽음을 지켜봤다. 사회에 다양한 인간 군상이 존재하듯, 죽음을 앞둔 환자도 그가 지켜본 죽음의 횟수만큼이나 다양했다. 다가오는 죽음을 무시하는 사람, 모든 걸 체념한 사람,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까지. 모두 삶에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죽음이란 마지막 관문을 괴로워할지 말지는 선택할 수 있다.




-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고작 1년이라면


저자는 "만약 내게 주어진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를 전제로 다음 이야기를 이어간다. 1년의 시한부 인생이 주어졌을 때, 우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죽음을 앞두면서도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후회하고 있을까. 그러기엔 남은 시간이 소중하고 귀하다. 그는 살아있는 것만으로, 존재 그 자체만으로 소중한 인생이라며 살아있는 어떻게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의 손을 거쳐 간 환자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간다.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일부러 나쁜 쪽을 고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부분 항상 더 좋다고 생각하는 쪽을 고를 테지요. 또 후회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머릿속에서 마음대로 ‘만약 다른 길을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상상한 미래와 현실을 비교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면

많은 사람이 꿈과 목표를 가지면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조금 다르게 해석한다. '꿈과 목표'를 당연시하면 가치관이 혼란스러워진다고. '꿈과 목표'를 고정관념이자 비교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순간 불행해진다고. 우린 그 일을 하기 위해, 의미 있고 사회에 기여하는 훌륭한 인재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태어났을 뿐이다.

저자는 혼란한 독자들에게 17개의 질문을 던진다.

1.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2.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3. 지금, 후회하는 일이 있나요?

4.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싶은가요?

5. 혼자서만 노력하고 있지 않나요?

6. 나다움을 발견하였나요?

7.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있나요?

8. 외롭고 쓸쓸한가요?

9. 지금까지 해 온 일과 그 방식에 만족하나요?

10. 노력이 허무하다고 느끼나요?

11.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무엇인가요?

12. 미래에 꿈이 있나요?

13. 어떻게 하면 좋은 인생이었음을 알 수 있을까요?

14. 힘든 고민이나 괴로운 일이 있나요?

15.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고 있지 않나요?

16. 삶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요?

17. 내 마음의 목소리가 들리나요?


각 장의 시작과 끝에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시간을 준다. 시작점의 '나'와 마지막의 '나'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면 다가오는 죽음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길이 보인다.


우리는 항상 자신에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 당연함 속에 있는 기쁨은 건강할 때면 좀처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되면 여행을 다닌 일이나 누군가와의 식사 같은 작은 선택이 큰 기쁨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 소중함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습니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벌써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장기간의 거리두기로 사람과 멀어지며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정신적 피로감까지 우릴 괴롭힌다. 멀리 있어도 계속해서 연결되어야 한다. 개개인은 약하지만 서로 지지하고 도울 수 있다면(p.209) 고민과 괴로움에 맞설 힘이 생길 수도 있다.


이것은 죽음을 직면한 환자에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 어떤 고민과 괴로움을 안고 있는 사람도 인생의 의미를 모색하고 나름의 대답을 이끌어 낸다면 분명 당당하게 살아갈 힘을 얻을 것입니다.


너무 뻔하고 착한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다. 죽음 앞에선 뻔한 것마저 특별함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일상은 살아 있을 때만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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