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디지털 노마드로 삽니다 - 우리의 배낭처럼 가뿐하고 자유롭게
김미나 지음, 박문규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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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이 고정값인 사회다.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당장 내일의 내 모습조차 예측되지 않는다. 김미나, 박문규 부부도 비슷했다. 어려운 형편에 일찍이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울음을 삼키며 월급을 기다리는 팍팍한 직장인이 되어갔다. 유일한 즐거움은 주말마다 떠나는 여행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전국을 쏘다니며 블로그에 추억을 기록한다. 이 기록이 부부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 채.




여행자의 삶이 시작되다



퇴사 후 떠난 해외여행은 고생한 자신들을 위한 선물이었다. 풍족한 형편은 아니어도 자유가 눈앞에 있어 즐겁기만 하다. 때론 의욕에 앞서 몸이 상하기도 하고, 귀국 후 거취에 막막해졌지만 지금,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으려 더욱 여행에 집중한다.


그렇게 여행은 8년째 이어진다. 취미로 운영한 메밀꽃부부 블로그로 여행 콘텐츠 의뢰가 들어오며, 좋아하는 여행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꿈꾸던 삶의 초석은 기록으로 다져졌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는 비단 먹고사는 문제는 아니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방식으로 삶을 대하며 살아가면 좋을까. 여행하며 느꼈던 이 가뿐한 기분을 잃지 않고, 여행하듯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리만의 행복을 찾아 재밌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컸다. p. 53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었어도 힘든 점은 있다. 여행 특성상, 항상 움직여야 하니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빠듯한 마감을 처리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안 받거나 덤터기를 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10kg 남짓 배낭에 살림살이를 이고 져야 하니 비움을 생활화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행을 계속하는 이유는 즐겁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그냥 좋아하는 것으로 남겨둘 것인지, 덕업일치를 끝내 이루어낼 것인지는 결국 내 선택에 달려있다. 그러니 내 마음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며 하고 싶은 일을 손에 꼬옥 쥐고 있다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하면 되지 않을까? 혹시 가다가 이 길이 아닌 것 같다 싶으면 그때 가서 다른 길을 찾아도 늦지 않을 것이다. p. 122




삶은 수많은 선택의 여행



어떤 선택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삶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도 해서, 무모하게만 보이던 선택 덕에 여행하는 삶이 조금씩 만들어졌다. p. 35


인생은 '내 생각대로 될 거'라는 오만함에서 벗어나는 여행 같다. 철저하게 세운 계획일지라도 한순간에 무너지기 일쑤니까. 코로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하늘길이 막히자 부부는 제주로 내려가 '일상 여행'을 시작한다. 고요한 시골에 집을 빌려 창밖의 변화를 관찰하고 산책하고 일한다.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지자 여행 강연과 사진 전시회를 통해 추억을 공유한다. 여행은 길 위의 순간만이 아니라 지나온 모든 선택이 만든 길 속에 있었다. 방향을 잃지만 않는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결국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 길을 통해 배웠다. 목적지보다 더 중요한 건 길 위에서의 시간이라는 것도(p. 58). 우리는 무수한 삶의 선택지 중 몇 가지를 택해 살아가는 여행자였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더라도 애쓰고 버티기만 해서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하는 이유, 돈 버는 이유, 열심히 사는 이유로 결국은 즐거운 내 인생을 위해서니까. 재미가 있어야 한다. 사는 재미, 먹는 재미, 노는 재미, 일하는 재미 같은 여러 가지 재미들이. p. 177




메밀꽃부부가 생각하는 '진짜 여행'



“여긴 상업적으로 변해 별로다”, “여긴 굳이 갈 필요가 없다”, “거길 도대체 왜 가는지 모르겠다” 같은 말에 부부는 직장인 시절 4박 5일 휴가를 떠올린다. 1년에 한 번뿐인 휴가를 망치기 싫어서 계획된 여행을 했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여행은 다녀온 뒤 그 힘을 발휘한다. 힘들 때마다 꺼내 먹는 초콜릿처럼, 당분이 되어준다.


패키지 여행이든 SNS용 사진을 건지기 위한 여행이든 호캉스이든 이러나 저러나 모두 각자의 여행이고 각자의 소중한 추억이다. 진짜 여행을 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같은 것은 당연히 없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여행하고, 즐거웠다면 그 자체로 좋은 여행이다. 여행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p. 90)


여행엔 권리가 없다.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으니 그곳으로 떠날 뿐이다. 지쳐서 떠나온 여행이니까, 쉬러 온 곳에서까지 눈치 주진 말자고 부부는 말한다.


뭘 좀 엉망으로 했다고 해서 나까지 망한 건 아니니까, 다음에 조금 더 잘 해보면 될 일이다. ‘좀 못할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뭐. 하지만, 딱 한 번만 다시 해볼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p. 244





코로나 변이바이러스가 다시 퍼지며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겨우 되찾은 일상이 다시 멈추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평범한 일상은 당연하지 않다. 저자의 삶처럼 무수한 변수와 선택으로 나라는 여행을 여러 해째 하는 중일 테다. 지금의 변수가 악수(惡手)가 되지 않길. 새로운 여정은 평온하길 간절히 빈다.



​어떤 결정을 할 때 필요한 용기는 그 결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후에 만일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지 않더라도 

삶을 책임지겠다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게 마음먹은 대로, 내가 생각한 대로 쉽게 되지만은 않으니까. 

맨땅에 헤딩할 수 있다는 마음과 어떤 결과가 오든 

일단 하루를 잘 살아보자는 마음가짐, 


어쩌면 그게 용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p.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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