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생활력 - 생각하고 행동하고 발견하며 성장하는
최병호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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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마케터가 되겠다는 직무 재설정 후, 어려운 점이 많았다. 수많은 마케팅 저서를 읽었음에도 '세부 업무'가 무엇인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간단한 카드뉴스를 만들더라도 기획과 구성, 보고와 실행 단계를 거칠 텐데, 이 부분은 쏙 빠진 채 '마케터의 자질 또는 태도'를 설명하는 저서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현직에서 활발히 근무하는 사람들이고, 나는 그 밖에서 마케터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취준생이니까.

 

 

막막함이 회의감을 불러올 때, 이 책을 만났다. 저자 최병호는 제일기획에 입사 후, 삼성· CJ ·카스·버거킹 등 굵직한 브랜드의 광고를 진행했다. 현재는 배스킨라빈스 마케터로 직무 역량에서 취미 역량까지 자기계발을 불태우는 '열혈 마케터'다. 그는 '마케터의 생활력'을 강조하며 진행했던 광고의 이야기와 깨달은 점, 앞으로의 비전까지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다.

 

 

최병호가 말하는 '생활력'은 날 것의 상상을 현실로 만든 생각의 힘 '생(生)', 유연하고 적극적인 행동의 힘 '활(活)',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취향의 힘 '력(力)'을 의미한다. 자신의 메모를 바탕으로 기획안을 분석하는 방법부터 하나의 기획이 깨지고 실행되던 에피소드를 하나하나를 꾸밈없이 보여준다. 책의 말미에는 예비·신입 마케터를 위한 조언과 팁도 아끼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영감받은 부분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프리퀄 트레이닝

결과라는 현상을 추적해 궁극적인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나는 ‘프리퀄(prequel)’이라고 부른다. 프리퀄이란 영화의 에피소드에 선행하는 사건이나 과거 이야기를 뜻한다. 보통 영화에서는 흥행작이 생기면 그 히트작의 캐릭터 혹은 스토리 중심으로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는 속편을 제작하는 데 이를 프리퀄이라고 한다. 즉 현재 발생한 에피소드가 현상이라면 현상을 만들어낸 과거를 주목하는 것이 프리퀄이다. 지금의 시장 상황과 소비자들의 행동이 과거의 어떤 원인 때문에 비롯됐는지 앞서 발생한 에피소드를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이다. - p. 44

 

마케팅에서 프리퀄 트레이닝은 중요하다. 통찰력을 길러주고 실패한 기획의 문제점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거대한 트렌드뿐만 아니라 우리가 소비하는 일상 속에서도 프리퀄 훈련을 할 수 있다. 기획안은 상사, 동료, 클라이언트를 설득하기 위한 요약본이다. 요약본만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프리퀄 트레이닝을 활용하면 결과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 매끄러워진다. 완벽에 가까운 기획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2. 순서도

기획서의 목적과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순서도'이다. 순서도는 '어떤 일이나 사건을 의식의 흐름 혹은 진행 상황에 따라 배치한 그림이자 수식'이다. 명확한 전후 관계를 드러내고 생각의 경로를 보여주기 때문에 기획서를 분석할 때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기획서가 탄탄한 구성을 갖췄는지, 내용이 긴밀하게 연결됐는지, 타 기획서의 장점을 추출하여 기획에 적용할 수 있는지 등으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분석을 거듭하다 보면 '설득 대상의 정보 또는 관심사'도 찾을 수 있다.

 

3. 소비자

과거에는 '생산자(제품, 브랜드)의 주장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현재는 '소비자의 관심사와 제품 또는 브랜드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마케터는 소비자가 제품을 사는 순간, 심리적 욕망이 가장 높아지는 때를 침투하고 기습하는 데 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4. 실패 포트폴리오

성공 사례가 외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라면 실패 사례는 내적으로 남는 사례다. P. 158

 

저자는 첫 경쟁 PT를 준비하던 신입 시절 에피소드를 통해 실패의 순기능을 설명한다. 부족한 기획서를 꼼꼼히 분석해 피드백을 주었던 선배들 덕분에 기획안 작성 시 바로미터를 세울 수 있었다. 탈락 후, 부족한 점을 복기하며 경쟁 PT의 주력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네가 마케터라는 게임 캐릭터라고 생각해봐.” 이 말은 마케터를 바라보는 내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말대로라면 갓 입사했던 나는 마케팅이라는 게임을 막 시작한 첫 번째 레벨의 플레이어인 셈이었다. 기초 레벨의 캐릭터에게 멋진 무기나 아이템은 없다. 그러나 게임의 여정을 통해 무기나 아이템을 모으며 성장한다. - P. 200

 

5. 단점의 대안 찾기

비즈니스는 철저히 비즈니스다. 한계에 대해서는 명확히 말하되 그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무책임하게 ‘저는 이래요’가 아니라 ‘저는 이렇지만 이런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를 얘기하고 싶었다. - P. 211

 

저자가 투썸플레이스 캠페인을 준비할 때다. 커피를 못 마시는 마케터의 커피 광고라는 죄책감이 짓누르던 시기였다. 힘겹게 회의를 하던 어느 날, 투썸플레이스가 티(Tea) 라인업을 확충해 마케팅을 강화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티를 좋아하던 그는 '티 소믈리에' 자격증 수업을 듣고, 다음 캠페인 아이디어 제안에 이 경험을 십분 살린다.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점이란, 브랜드에 애정을 갖고 노력하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이다.




결국 생활력이란 삶에 대한 가치관과 사고방식, 이를 실행하려는 행동 양식과 실천 의지 그리고 일상 속의 태도와 자세로 요약된다. 어느 날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가 불쑥 엄습한다고 해도 이런 생활력은 내가 살아가려는 생활을 단단하게 지켜주는 삶의 기준이자 근간이 될 것이다. 나를 나일 수 있게 하고 내가 나로서 존중받으며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한 돌파구이자 청사진으로 생활력을 키워나가면 좋겠다. p. 37

 

마케터는 불확실성과 싸운다. 매일 변하는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하면 '그저 그런 마케팅'이 반복된다. 그렇다고 매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도 없다. 그럴 땐, 일상에서 '한 발짝'만 더 나가보는 거다. 퇴근 후에는 소비자는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걸 살짝 비틀기만 해도 신선함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삶이 '살짝'만 나아질 수 있는 사소한 것, 마케터는 여전히 그 틈을 찾기 위해 분투한다.

 

 

 

비즈니스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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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 나 - 먼 곳에서 선명해지는 시간의 흔적들
청민 지음, Peter 사진 / 상상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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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많은 것들이 불투명해졌다. 아무도 여행을, 특히 해외여행을 갈 수 없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여행을 다녀온 후, 추억에 기대던 청민은 그간의 여행 기억을 모조리 끌어안았다. 온 가족이 탈탈 털어 마련한 돈으로 다녀온 유럽 캠핑은 든든한 가족의 울타리를 실감했다. 러시아어도 모른 채로 시작한 모스크바 교환학생은 넘어지는 법을 가르쳐줬다.

그는 10대 소녀에서 30대 성인까지 스스럼없이 넘나들며 시간 여행자가 된다. 스코틀랜드, 러시아, 인도, 몽골 등의 해외여행지부터 강릉, 여주 등의 국내 여행지. 그리고 삶의 터전인 서울, 일산, 대구까지. 청민이란 이름의 비행기는 창밖으로 '우리 모두 누군가의 아름다운 풍경이었음을' 상기시킨다.




- 이륙, 비행 그리고 착륙


맞아, 넘어지는 일도 실패하는 일도 많았지만, 해내고 만 일도 많았었지. 남들보다 좀 느렸지만 결국 내 속도대로 모아온 조각들을 떠올려본다. p. 71


청민의 걸어온 흔적은 여행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해리포터 촬영지에서 자신의 취향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한 어른들의 마음을 떠올린다. 힘든 나날을 보내던 그를 데리고 바다로 데려간 친구의 섬세한 마음에 감동한다. 흐린 스코틀랜드 날씨에서 어두운 학창 시절이 겹쳐진다.

여행지의 사람과 풍경은 잊고 있던 과거의 나를 자꾸만 끄집어낸다. 그런데도 현재의 나는 결코 그에 지지 않는다. 느린 걸음으로 고비사막 능선을 오르던 그때처럼 또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 언덕은 때로 사람과 상황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나 자신(p. 72)이었으니까.


용기도 두려움처럼 패턴을 이룬다. 몇 번의 두려움에 노크를 하다 보면, 고개를 빼꼼 내미는 작은 용기들이 나름의 패턴을 이뤄 자리를 잡는다. 한번 해봤으니까 일단 기회 앞에 나를 던지는 용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는 용기, 머뭇거리면서도 언젠가 해낸 기억을 믿고 선택하는 용기. 늘 작다고만 여겼던 것들은 언제나 나보다 컸다.

그래서 내가 쌓아온 작은 시간들을 믿어보기로 다시금 다짐했다. 두려워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p. 72





- 여행, 머무르지 않는 마음


매일 부대끼며 살던 가족이든, 친한 친구든 여행에선 원수가 되기도 한다. 익숙지 않은 환경, 너무나도 다른 취향, 개인 공간 없이 몇 날 며칠을 보내야 하는 일정은 갈등을 부른다. 하지만 그때를 같이 추억할 사람은 함께 여행을 떠난 사람들뿐이다.

그중 피식 웃은 에피소드가 있다. 가족과 함께 떠난 유럽 캠핑의 돌발 상황이다. 비바람에 속절없이 망가진 텐트를 테이프로 간신히 살려낸 가족은 빌린 테이프를 다 써버렸단 사실을 주인에게 말해야 했다. 그 임무를 맡은 동생 ‘찬’은 이렇게 외친다. “Tent is dead, tape is dead!”

저 말에 가족들은 눈물을 흘려가며 웃기 시작한다. 별것 아닌 동생의 말에 날 선 신경들이 누그러진다. 이젠 함께이니까 웃을 수 있다. 크고 작은 시련 앞에서도 농담 한번 툭툭 던지고 깔깔 웃을 수 있다(p. 63). 돌아서면 잊어버릴 순간이자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은 지금뿐이니까.


때론 함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어떤 불안정한 곳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된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이, 같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다.

p. 63







- 사랑하고 또 사랑받은 기억

시선은 결국 아름다움에 맺힌다던데 아빠의 카메라 끝에는 언제나 내가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 위안 받는 밤이 있다. 흔들리고 바스러지는 마음에 금방이라도 어둠 속으로 도망치고 싶을 때 내가 누군가의 시선 끝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밤이. 본문 中


책에는 청민의 아빠, Peter의 사진이 가득하다. 행복한 연료를 가득 채워준 청민의 베이스캠프, 가족의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동네에 정이 붙기 시작할 때쯤 전학을 다닌 청민. 어느 곳에도 뿌리내릴 수 없는 자신에 불안했지만, 지금은 가족의 울타리가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단 사실을 잘 안다.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이 있기에 떠났다가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한다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좋은 건 다 주고 싶은 마음. 꼭 같이 하고 싶은 마음. 내가 좋아하는 걸 소중한 사람도 좋아하는 마음을 보면 괜히 더 신이 나는 마음. 그러고 보면 아빠도 늘 그랬는데. 멋진 걸 보고 오면 우리를 데리고 꼭 다시 가고는 했다. p. 90-91

아빠는 말한다. “우리가 떠나는 건 더 잘 돌아오기 위해서야.” 그는 아름다운 것이 있으면 엄마와 찬, 청민에게 먼저 보여준다. 덕분에 자녀들은 풍요로운 마음의 성인으로 자란다. 청민은 젊은 날의 아빠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고단한 직장 생활을 견디기 위해 무용하며 아름다운 것을 찾아다녔을 아빠를. 쌓아온 사랑의 기억으로 더 멋지게 길을 나설 수 있게 해준 그의 따뜻함을 느낀다.



가방에 필요한 것만 챙겨서, 일단 길을 나설 거다. 물론 떠난다고 하루아침에 삶이 변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기울어진 행복의 균형을 다시금 맞출 수 있을 테니까. p. 175


멀리 떠나지 않아도 주변의 행복을 찾아다니는 청민이 됐다. 퇴근 후에 브롬톤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거나 훌쩍 백패킹을 떠나기도 한다. 베이스캠프를 잠시 두고 멀리, 더 멀리 페달을 밟으면, 나그네 같은 삶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몸으로 알 것도 같다(p. 215)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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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 오늘을 마지막 날로 정해두었습니다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오자와 다케토시 지음, 김향아 옮김 / 필름(Feelm)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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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생을 마감하려는 순간에 남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겠죠.


'오자와 다케토시'는 호스피스 의사로 3,500번의 죽음을 지켜봤다. 사회에 다양한 인간 군상이 존재하듯, 죽음을 앞둔 환자도 그가 지켜본 죽음의 횟수만큼이나 다양했다. 다가오는 죽음을 무시하는 사람, 모든 걸 체념한 사람,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까지. 모두 삶에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죽음이란 마지막 관문을 괴로워할지 말지는 선택할 수 있다.




-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고작 1년이라면


저자는 "만약 내게 주어진 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를 전제로 다음 이야기를 이어간다. 1년의 시한부 인생이 주어졌을 때, 우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죽음을 앞두면서도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후회하고 있을까. 그러기엔 남은 시간이 소중하고 귀하다. 그는 살아있는 것만으로, 존재 그 자체만으로 소중한 인생이라며 살아있는 어떻게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의 손을 거쳐 간 환자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풀어간다.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일부러 나쁜 쪽을 고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부분 항상 더 좋다고 생각하는 쪽을 고를 테지요. 또 후회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머릿속에서 마음대로 ‘만약 다른 길을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상상한 미래와 현실을 비교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면

많은 사람이 꿈과 목표를 가지면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조금 다르게 해석한다. '꿈과 목표'를 당연시하면 가치관이 혼란스러워진다고. '꿈과 목표'를 고정관념이자 비교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순간 불행해진다고. 우린 그 일을 하기 위해, 의미 있고 사회에 기여하는 훌륭한 인재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태어났을 뿐이다.

저자는 혼란한 독자들에게 17개의 질문을 던진다.

1. 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2.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3. 지금, 후회하는 일이 있나요?

4.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싶은가요?

5. 혼자서만 노력하고 있지 않나요?

6. 나다움을 발견하였나요?

7.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있나요?

8. 외롭고 쓸쓸한가요?

9. 지금까지 해 온 일과 그 방식에 만족하나요?

10. 노력이 허무하다고 느끼나요?

11.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일은 무엇인가요?

12. 미래에 꿈이 있나요?

13. 어떻게 하면 좋은 인생이었음을 알 수 있을까요?

14. 힘든 고민이나 괴로운 일이 있나요?

15.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고 있지 않나요?

16. 삶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나요?

17. 내 마음의 목소리가 들리나요?


각 장의 시작과 끝에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시간을 준다. 시작점의 '나'와 마지막의 '나'는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면 다가오는 죽음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길이 보인다.


우리는 항상 자신에 더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 당연함 속에 있는 기쁨은 건강할 때면 좀처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되면 여행을 다닌 일이나 누군가와의 식사 같은 작은 선택이 큰 기쁨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지금 스스로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 소중함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습니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벌써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장기간의 거리두기로 사람과 멀어지며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정신적 피로감까지 우릴 괴롭힌다. 멀리 있어도 계속해서 연결되어야 한다. 개개인은 약하지만 서로 지지하고 도울 수 있다면(p.209) 고민과 괴로움에 맞설 힘이 생길 수도 있다.


이것은 죽음을 직면한 환자에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현재 어떤 고민과 괴로움을 안고 있는 사람도 인생의 의미를 모색하고 나름의 대답을 이끌어 낸다면 분명 당당하게 살아갈 힘을 얻을 것입니다.


너무 뻔하고 착한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다. 죽음 앞에선 뻔한 것마저 특별함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일상은 살아 있을 때만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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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거, 습관이시죠? - 제멋대로 선을 넘나드는 사람들과 안전거리 지키는 법
서제학 지음, 봄쏙 그림 / 필름(Feelm)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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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라는 길 위에 '교통 사고'가 있듯

삶이라는 길 위엔 '고통 사고'가 있다!

 

달려오는 차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들던 때가 있었다. 삶이 힘들어 모든 걸 놔버리고 싶던 그 시기는 괴로운 직장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비난의 화살이 죄다 나를 향하고 작은 잘못도 크게 뭇매를 맞았다. 몇달동안 자책한 후,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선을 넘어 침범하는 저 녀석이 나쁜 놈이라고.

 

저자도 10여 년간 직장 생활에 다양한 유형으로 선을 넘는 '고통사고' 유발자들을 만났다. 무례하게 선을 넘는 자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어 삶의 '보험처리' 방법을 알려준다. 잘못은 남이 했지만 사과는 내가 하고, 지시는 상사가 했지만 책임은 내가 지고, 믿은 건 나지만 상처는 내가 받는, 그런 일들(p. 21) 에 자책하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한다. 

 

내가 절대적으로 능력이 부족하거나 인생을 잘못 살아서 겪는 사고가 결코 아님을. 대부분은 가만히 있는 나에게 달려와 박는 고통사고 유발자들이 원인이며, 그렇기에 더더욱 그들이 우리에게 전가하는 책임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말 자신의 실책이라고 생각이 되는 부분은 남이 아닌 내 스스로의 의지로 고쳐나가면 된다. 그러니 남들이 뭐라 하든 고통사고로 힘들어하는 나 자신에게 큰소리로 말해주자. "보험처리 다 되니까, 기죽지 말자!" (p. 23~24)

 

인생을 도로에, 나를 자동차에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인상적이다. 나를 지나친 또라이들과 그 속에서 지쳐간 나를 생각하게 된다.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운전해도 과속, 음주운전, 난폭운전 등으로 내 차를 들이박는 이들이 있듯이 회사도 비슷하다. 내가 잘하고 있어도 그들은 갑자기 급발진 하기 일쑤다. 내 성공을 훔쳐 가기도 하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로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자기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린다. 교통사고에 100% 상대방 과실이 없듯이, 인생도 쌍방 과실이지만 우린 알아야 한다. 내 잘못이 아닌 일에 책망할 필요는 없다는 걸. 

 

처음부터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받아들이긴 어렵다. 쉽게 해결된다면 인간관계 속에서 고민이나 갈등이 발생할리 없다. 저자는 말한다. 세상 어떤 업무나 책임감도 나 자신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며, 주변에 나를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 나는 절대 완전히 망가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p. 248)고. 

 

나쁜 소리만 해대는 사람들의 말 따윈 마음에ㅔ서 비우고,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의 말만 채우자. 지치면 멈춰서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자문하자. 인생은 길다는 걸 잊지 말고 천천히 전진해도 된다. 초보운전자도 크고 작은 사고를 내며 성장해 나가듯 우리도 이런 부딪힘에 단단한 에어백이 작동할 것이다. 

 

우리는 처음에서 오는 익숙지 않음은 인정하되 그 미숙함을 내 능력의 부족함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에게 먼저 화살을 돌리는 순간, 그 틈을 파고들며 비난하고 공격할 고통사고 유발자들은 주변에 널리고 깔렸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어떤 형태로든 미숙함으로 인한 고통사고를 겪고 있다면, 절대 자책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죽지 않는 한 어떻게든 보험처리는 가능하고, 삶의 운전자로서 우리의 능력은 더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p.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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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집은 내가 되고 - 나를 숨 쉬게 하는 집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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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시작하기 전 모두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집은 어디이며 어떤 의미인지. (p. 10)

 


우리의 성장기는 '우리 방'에서 '내 방'으로의 발전과 맞닿아있다. 사춘기가 되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완전한 나만의 공간, 방을 원한다. 성인이 되면 '내 방'을 넘어 '내 집'을 갖기 원한다. 그렇게 방 한 칸 크기의 작은 집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시작한다. 우린 그것을 '독립'이라 부른다.



이 책은 유튜버 슛뚜의 '자가를 갖기까지의 고군분투'이면서 동시에 '내 공간의 의미'를 조명하는 기록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연간 500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을 가진다면, 그리고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유의 습성을 가지게 된다면, 그때에 기회가 도래하고 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그 죽은 시인이 종종 스스로 내던졌던 육체를 걸치게 될 것'이라 말했던 것처럼. 슛뚜의 방은 원하는 것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PART 1. 작고 소중한 나의 집


그의 첫 독립은 스물셋, 반려견 베베와 집을 나오며 시작됐다. 다음 학기 등록금으로 모아둔 500만 원을 보증금으로 첫 집을 구한다. 완전하진 않아도 '내 집'이 생기자 정처 없이 떠돌던 마음을 다잡는다. 내 취향의 선반, 커튼, 침구를 하나씩 구매한다. 더 는 그의 집에는 오래되고 낡은 무늬 이불이나 누렇게 바랜 벽지,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타일이 없다. 오랜 시간 함께 부대낀 '싫은 것들'을 없애자 집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닌 계속 머물고 싶은 곳이 된다.


 

내 집이었다면, 처음부터 내가 이 모든 물건을 내 선호에 따라 살 수 있었다면. 가족들의 의견 없이 내 마음대로 주방부터 화장실까지 집 안 전체를 손댈 수 있다면. 그런 생각들에 사로잡히곤 했다. 언젠가 내 집이 생겨 작은 방 하나를 넘어 집 안 곳곳에 손을 댈 수 있기를 바랐다. (P. 25)

 


작고 소중한 나의 집에 슛뚜는 애정을 느낀다. 어둡고 침침해도 이곳에선 베베와 온종일 뒹굴뒹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셋집은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여러 번 이사해도 잊지 못했던 '4층 동쪽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곳은 내 (소유의) 집이 아니다.



그러다 우연히 인천 신도시의 새 오피스텔을 방문하며 선택지에 변화가 생긴다. 월세를 전전하리라 믿었던 미래가 '전세 계약'이라는 이벤트로 변곡점을 맞는다.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계약할 수 있다는 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과 같았다.

 


PART 2. 온전한 집 속, 완전한 나

 


방과 방을 오갈 때 공기가 내 몸을 두르고 흘러가는 걸 느끼며 

나는 벅차올랐다.

오랫동안 원룸에서 살았던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아주 사소하지만 짜릿한 감촉. (p. 57)

 

투룸에 깨끗하고 정갈한 내부,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창밖으로 보이는 넓은 공원과 호수, 그곳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내려다보이는 신축 오피스텔. 구분된 공간은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단지 방 하나가 더 생겼을 뿐인데 공간을 통과하는 몸의 감각들이 기쁨의 춤을 춘다. 창을 통해 다른 집이 훤히 보이지 않아 커튼을 치지 않아도 된다.

 

주거 환경이 바뀌고 달라진 건 서류상의 실내 면적뿐만이 아니었다. 마음의 공간도 훨씬 넓어져 같은 삶을 살고 일을 하더라도 모든 걸 전보다 여유롭게 대할 수 있었다. (P. 184)
 

가라앉은 감정들은 하나둘씩 수면 위로 올라온다. 이러한 심리 변화는 영상에도 반영된다. 구독자들은 전보다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말한다. 매일 씻고, 먹고, 자는 곳은 나의 감정과 생각에도 영향을 미친다. 공간을 소유한다는 건, 자신에게 확실한 성취감을 준다. 집 문제로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삶에 안정감을 선사한다.

 


사는 곳이 달라졌다고 사람이 이렇게 금세 바뀔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나는 나의 어떤 면들을 또 모르고 넘기고 있는 걸까. 나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여겨왔던 것들도 사실 현실과 타협한 것은 아니었을까. (P. 60)

 


더 나아가 차도 구매한다. 자차는 이동 반경을 넓혀준다. 부대끼는 버시와 지하철에서 지난하게 흐르던 시간이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신나게 드라이브를 하는 장소로 바뀐다.

 


전세 계약이 끝나자 이젠 아파트를 구매한다. 차원이 다른 금액의 계약금이 오가는 일생일대의 이벤트로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집의 모든 것을 허락 없이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필요 없는 요소를 제거하고 불편해도 '내 취향'인 것들로 집안을 채운다. 큰돈이 들어도 앞으로 내가 살 집이기에 막연하게 물건을 사들이지 않는다. 




PART 3. 나를 숨 쉬게 하는 집


슛뚜의 집은 안전하고 아늑하며 안정감과 따뜻함을 고루 느낄 수 있는 온전한 공간이 되었다. 나를 내려놓고 돌볼 수 있는 공간. '지금의 나에게 집은 나 자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그의 인생에서 집은 빼놓을 수 없는 나만의 것이자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집과 함께 슛뚜도 성장했다. 누가 뭐라 해도 상관없다. 이 집은 내 집이니까.

 

내가 쟁취하고 만들어가는 삶은 깊이 뿌리 내리고 있던 

나의 태도를 바꾸게 했다.

요즘 나는 내가 살고 있다고 느낀다. (p. 88)

 


누구나 마음이 쉴 곳을 마련해야 한다. 그게 집이든, 단골 가게이든, 근사한 풍경이나 여행지이든. 그래야만 단단히 뿌리내리며 살 수 있다. 마르고 갈라진 땅에서 나무는 잘 자라지 않는다. 물과 바람이 충분하며 비옥한 토양에서 나무는 하늘만 바라보며 뻗어 나간다. 우리도 나무처럼 그런 공간을 소유해야만 한다. 집도 상호작용의 공간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숨 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상징적이고 쉽기 때문에 모두들 집을 집이라고 부르지만, 꼭 진짜 '집'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편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럼 그곳은 곧 나의 집이 된다. (P.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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