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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소셜 네트워크 - 인간보다 정교한 동물들의 소통에 관한 탐구
리 앨런 듀가킨 지음, 유윤한 옮김 / 동아엠앤비 / 2025년 6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릴 적 프리 윌리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주인공이 수족관 청소를 하다 범고래를 친구를 만나 사귀게 되고, 서로의 상처와 외로움을 위로하며 우정을 쌓아가게 되는, 동물과 인간이라는 종의 장벽을 넘어 서로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였다. 인간과 동물이 친구가 된다니, 불가능한 동화속 이야기일 것 같지만 그 후로도 베이브와 라이프 오브 파이 등 여러 영화속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오늘 읽은 책은 '동물들의 소셜 네트워크'란 책이다. 이번 책은 동물들의 세계에도 먹이, 번식, 권력, 안전, 이동, 의사소통, 문화 및 건강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존재하며, 동물의 세계가 흔히 알려진 것처럼 비단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세계가 아니라 정교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갖춘 사회임을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오래전부터 동물은 흔히 본능에 의존하며, 따라서 이성이 있는 우리 인간과 달리, 냉혹하고도 엄혹한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는 세계에서 살아간다고만 생각해왔다. 그런 고정관념에 균열을 일으킨 건 다름아닌 프란스 드 발의 '침팬지 폴리틱스'였다. 그는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로 침팬지와 원숭이에 관해 오랜기간 관찰한 내용들을 책으로 써냈는데, 그 책에서 나이가 많은 고령의 암컷 원숭이의 역할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책에 등장한 마마라는 암컷 침팬지는 젊은 암컷이나 수컷처럼 힘이 강하거나 젊지 않지만 높은 사회성을 바탕으로 침팬지 세계의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단순히 힘이나 공격력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성이 큰 영향력을 보여준다는 단적인 예였다. 이 책 또한 여러 동물의 사례를 통해 동물 세계에도 인간 사회 못지않은 복잡한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책에서도 앞서 침팬지 폴리틱스와 유사한 예가 있어 흥미로웠다. 바바리마카크 원숭이의 경우 유대관계를 많이 맺은 원숭이일수록 생존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이는 사회적 관계가 밀접하지 않은 원숭이들이 상대적으로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일반화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사회생활에서도 교류가 활발하고 인적 네트워크가 활발한 무리의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고립되고 혼자 활동하는 사람들이 사회생활에 적응이 어렵고 도태되는 경우가 잦다는 개인적 경험에 미루어 볼 때, 어찌보면 원숭이의 소셜 네트워크가 우리 인간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례는 브라질 남부의 병코돌고래의 사례로, 가을철 숭어떼를 만나면 돌고래가 해수면을 쳐 어부들에게 신호를 보내 숭어를 잡게 하는 한편, 자신들도 힘들이지 않고 그물을 피해 달아나는 숭어를 잡아먹는다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동화같은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이를 연구한 시모에스-로페스 팀은 모든 돌고래가 같은 경향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인간에 우호적인 돌고래와 비우호적인 돌고래 파벌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 중 사회적 중개자 역할을 하는 돌고래가 존재한다는 것 등을 알아냈다고 한다.
동물, 혹은 진화생물학, 사회과학 같은 학문에 관심이 많다면, 동물의 사회성에 대해 알고 싶다면 다각도에서 이를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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