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러시아 - 유라시아 대륙으로 안내하는 인문 교양서
이의찬.육명근.서진영 지음 / 자유문고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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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도 이제 3년차를 맞이했다. 단기에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던 여러사람의 예상을 깨고 우크라이나가 선방했지만, 전쟁이 2년, 3년 장기화 되면서 물자부족등으로 우크라이나가 고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러시아도 최근 IS 호라산에 의해 수도 모스크바에서 대형 테러가 발생하면서 내부 치안의 헛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는 평이다. 이렇게 서로에게 모두 해악인 전쟁은 왜 시작되었을까? 3년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는 이 전쟁은 그럼 어떤 목적이 달성되어야 끝나게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여러 해석들이 분분했지만 대체로 서구 민주주의의 시각에서 바라본 입장이라 편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세계대전에서 힘을 합쳐 싸우긴 했지만 수십년간의 냉전속에서 사회주의, 독재로 점철된 소련의 잔재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반면 어떻게보면 전쟁 전까진 그렇게 나쁜 이미지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삼성과 LG, 현대차 같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고, 초코파이와 도시락이 엄청나게 사랑받는 국가 러시아. 우리는 러시아를 어떻게 바라보아야만 할까?

이런 궁금증에 도움이 될 '이상한 러시아'가 출간되어 읽어보았다. 저자는 러시아에서 20년 이상 생활하며 모스크바 국립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찐 러시아 전문가로, 러시아의 역사와 지정학에 대해 지금까지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 입장에서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책은 러시아의 지정학적 입장에서 바라본 유럽,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특히 소련 붕괴 이후 옐친-푸틴에 이르는 최근 30여년간 잘 알려져 있지 않거나, 아직 역사적인 평가가 끝나지 않은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이러한 격동의 역사가 현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한편 광활한 대륙에서 나오는 원자재를 기반으로 러시아의 경제흐름에 대해 알아보고, 러시아의 사회, 문화, 역사 중 잘 알려지지 않은 면면에 대해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한국과의 역사적 연결고리와 관계의 특수성에 대해 돌아보고 관계 재정리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요즘은 소위 깡패국가로 인식되고 있지만, 한동안 우리나라의 수출, 무역에 많은 긍정적인 이익을 준 것도 사실이다. 2010년 후반 이후 질주하는 대만과 일본 증시 대비 소외되는 국내 증시를 보며 상대적으로 탈세계화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건 아닌가 잠시 걱정도 되었지만, 시류의 흐름은 우리가 독자적으로 바꾸긴 어려울 것 같고 대신 변화의 방향을 읽고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론 중국 관련 책들에 비해 보다 균형잡힌 책으로 참고차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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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필독서 365 - 현직 교사들이 직접 읽고 알려주는 생기부 고득점의 비밀 명문대 필독서 365
박은선 외 지음 / 체인지업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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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개하는 책을 좋아한다. 몇차례 소개한 바 있지만 아직 못 읽어본 보석같은 새로운 책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읽어본 책을 발견하더라도 나와 다른 저자의 관점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한 내용과 가치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다. 그리고 요즘은 목적별로 소개하는 책도 많이 출간되어 저자가 목적에 맞게 분류한 책들을 보며 묶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추가되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명문대 필독서 365'이다. 평균 경력 15년 이상, 국어, 수학, 과학, 역사, 미술 5가지 과목의 현직 중, 고교 교사들이 직접 읽고 추린 좋은 책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여기에 입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생기부에 이를 활용하는 전략도 함께 소개한다고 하니 일석이조의 책이다. 사족으로 365란 숫자는 1년의 365일을 말한 것으로, 해당 책은 1~12월 하루에 1권씩 소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목표설정이나 진도관리에도 도움이 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상세하게는 월별로 주제를 나누어 각 달마다 30여권의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1월은 읽기, 쓰기, 리터러시와 미디어에 관해, 2월은 철학과 사상, 3월은 국내 문학, 4월은 세계문학, 5월은 지리, 사회, 정치, 문화, 6월은 지정학, 경제경영, 부, 7월은 국사, 세계사 등 역사에 관해, 8월은 물리, 지구과학 등 과학, 9월은 화학, 생명과학, 바이오, 10월은 수학, 통계, 11월은 미술, 건축, 음악 등 예술에 관해, 그리고 마지막 12월은 죽음, 진로, 자기관리, 성공학에 관한 책을 소개하고 있으며 눈에 띄는 것으로는 인구의 힘(2020)이나 그녀가 말했다(2021), 그리고 럭키드로우(2022) 같은 최신 책도 망라해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게 한 것이 특징이다.

책을 읽기전에는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한국, 세계 문학 또는 역사서 등으로 꽉 채워져 있을 것 같아 긴장했는데, 관련 내용은 3-4월 2개월에만 배정이 되어 좋았다. 군데군데 눈에 띄는 익숙한 책들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았던 책들이라 반가웠고, 책들에 대한 소개 또한 종합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주요 꼭지 두세개를 들어 개략적인 설명과 함께 흥미를 유발하는 내용수준으로 정리되어 있어 이 부분도 좋았다.
호기심에 별권 출판된 워크북도 서점에서 정보를 찾아보았는데, 워크북의 경우 소개된 책을 읽고 어떻게 내용이나 주제를 요약, 정리해야 할지 포인트를 짚는 부분이라 흥미로웠다. 책에 대한 정보가 목적이라면 본책으로도 충분하고, 이를 생기부등에 직접적으로 활용해보겠다면 워크북까지 참고하는게 좋을 듯하다.
흥미진진한 책들이 굉장히 많이 소개되어 한동안 또 바쁠 듯 하다. 책을 좋아하고 여러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특히 수험생이거나 수험생 자녀를 두신 분들이라면 한번 참고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강력 추천하고 싶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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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비즈니스 모델 이야기 -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2024 에디션
남대일 외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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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에 관심이 많다. 여러가지 목적이 있는데 첫째는 벤처 투자, 또는 비상장 기업 투자를 위한 정보수집 차원이고 두번째는 창업 아이디어 발굴이다. 현재는 직장인으로 잘 지내고 있지만 언젠가 도전하고 싶은 그때를 위해 어떤 아이디어가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매출구조와 고객가치를 창출하는지 등등을 배우고자 한다. 세번째는 실제 이용을 위해서이다. 요즘 보면 정말 신박한 사업이 넘쳐난다. 다만 내가 그런 서비스나 제품이 있는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충 이런 세가지 목적을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정보를 구하기 쉽진 않다. 기존엔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 기업정보 잡지 등에서 정보를 구하다가 몇년전 더 브이씨란 서비스를 알게되어 종종 구경했다. 하지만 주로 시리즈단계나 유치 금액, 회사에서 제출한 정보나 기사 모음 위주이고 그것도 언젠가부터 무료로는 서비스 제한이 많아져 잘 이용하지 않게되었다.

최근 퍼스널MBA를 읽다가 가치창조 부분에서 가치의 표준 유형을 분류한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다. 책에선 경제적 가치를 상품, 서비스, 자원공유, 정기구독, 재판매, 임대, 대리인, 고객층 모집, 대출, 선택권, 보험, 자본의 12가지로 나누고 각각 이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는데, 언뜻 설명은 이해가 되었지만 실제 기업들이 이들을 이용해 과연 어떻게 돈을 버는지 궁금해졌다. 이런 와중에 마침 내가 딱 원하는 답이 될 것 같은 '101가지 비즈니스 모델 이야기'란 책의 소식을 듣고 구해 읽어 보았다.
이 책은 기업을 효율성의 관점에서 가치사슬형과 플랫폼형, 사회적 가치 기반형 비즈니스 모델로 나누고 각 기업형태별로 캐스캐이딩해서 대표사례를 일일히 소개한다. 이어서 존슨, 크리스텐슨, 카거만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서 제시된 분류 틀을 활용해 핵심가치, 수익공식, 핵심자원, 핵심프로세스 네가지의 요인으로 각각의 비즈니스 모델을 나누어 정리했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기업들이 많이 수록될 법 한데 책에서는 대부분 생소하거나 어디선가 한번 들어본 정도의 스타트업, 해외기업 위주로 채워져 있다.

인상깊었던 기업은 헤어 서비스 언번들링 기업인 드라이바와 고객참여형 문제은행 집합형 플랫폼 콴다였다. 드라이바의 경우 헤어스타일링 비용이 비싼 해외에서 회원제로 보다 저렴하게 스타일링을 이용할 수 있으면서도, 구독 서비스와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엮었다는 점이 기발했다. 여기에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음료제공, 친구들과 같이 놀러갈 수 있고 영화까지 상영하는 등 브랜드 특화에 애를 많이 썼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하나하나의 개별 서비스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다만 1회 이용료를 조금 더 저렴하게 했을 뿐인데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엑싯했다는 점에서 더 알아보고 싶은 궁금증이 들었다. 한편 콴다의 경우 고등학생 자녀를 둔 선배분께 한번 듣긴 했는데 에듀테크라는 넓은 도달가능 시장과 수학문제 OCR 서비스라는 차별점, 요즘 화제가 되었던 GPT를 접목하겠다는 성장성에서 앞으로 전망이 좋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한번 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이 책이 세상의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정리하여 단순 나열하는데 목적이 있지 않고, 스타트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다양한 사업 모델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보고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서문에 제시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동기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덮고 보니 정말 그 목적을 이룬 것 같다. 이런 보석같은 책이 출간된지 10년이나 지났는데 모르고 있던 내 안일함을 잠시 자조했다. 사업에 관심있는 분들께선 반드시 한번 읽어봐야 할 필독서이다. 강력히 추천한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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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학교에는 교무실이 없다 - 조매꾸 꿈런쌤의 해외 파견 교사의 모든 것
김병수 지음 / 미다스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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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중에 선생님이 있다. 가끔 교육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가 학교 다닐때와는 많이 다른 요즘 현실에 놀랄때가 많다. 예전엔 '선생님', '교수님' 이라고 하면 미래의 교육을 책임진다는 자부심과 함께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직종이었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 사회가 바뀌어 감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뀌기 마련이지만, 개인적으론 내가 생각하는 선생님과 밖에서 듣는 선생님에 대한 인식은 굉장히 거리가 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님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지난번 서이초 사건이나 학교폭력 사건등이 불거질때면 많은 생각이 든다. 한편 다른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어깨너머로 들은 이야기론 벌점을 적립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생활지도를 따로 담당하는 직이 있다던지, 심지어 체벌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봤지만 단편적이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 어떤걸 가려 믿어야 할지 항상 궁금했다.

그러다 이번에 '프랑스 학교에는 교무실이 없다' 란 책을 만났다. 이 책에는 평소 내가 궁금했던 선진국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의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잘 담겨있다. 저자는 해외 파견 교사로 다년간 프랑스에서 근무한 교사이다. 외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동료교사들과 협업하고 이야기하며 경험했던 교육현장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서술해 내가 그동안 궁금해 하던 의문들을 많이 해결해 주었다.
책은 프랑스 교육에 대해, 프랑스 문화에 대해, 해외 파견교사가 되기 위한 조언 이렇게 3장으로 나뉘어 있고 다시 부록으로 단기파견간 필리핀 편을 두어 프랑스와 또다른 나라의 파견경험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책을 읽고 가장 놀랐던 것은 우선 교사에게 행정 업무가 전혀 할당되지 않는 프랑스 학교이다. 매년 해가 바뀔때마다 업무 분장으로 갈등을 겪고, 한해동안 결정된 행정업무에 치여 교육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우리나라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두번째는 생활지도를 선생님이 따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선 캬흐넷이라는 수첩을 가지고 다니고 생활지도를 전담하는 CPE란 보조교사가 있으며 굉장히 엄격한 분위기라고 한다. 세번째는 학생의 진로와 인생은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분위기란 점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학교생활은 엄하지만 공부에 뜻이 없는 학생은 결석하고 빠지는 경우도 많고, 스타쥬라는 직업 진로 체험등이 잘 되어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게 하는 기조가 굉장히 잘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랑제콜 등 공부를 선택하면 우리나라 그 이상으로 열심히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른 길에 대해 열려있는 프랑스의 교육 문화가 부러웠다.

요즘 제일 시급한 문제로 거론되는 인구문제와 저출산의 원인을 파고들다 보면 항상 나오는 것이 주거와 아이 양육(교육) 문제인 것 같다. 특히 교육을 더 깊게 들어가면 공교육 실패, 사교육비, 부의 대물림 등이 항상 거론되는데 모두 의과, 일류대만을 지향하는 분위기가 어쩌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엉뚱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도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같이 정규교육을 받지 않고도 잘된 사람이 많이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꼭 해외파견을 꿈꾸는 교사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만큼 저자의 솔직하면서도 깊은 고민이 와닿는 책으로 놓치기 아까운 책이다.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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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회복 -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정의
주디스 루이스 허먼 지음, 김정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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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많은 어려움과 고난에 부딪힌다. 자격증을 따거나 시험을 보는 것처럼 자신과의 싸움인 경우 실패해도 다음에 더 준비해서 다시 부딪히면 되지만, 문제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을 때이다. 그냥 웃어 넘길 수 있는 가벼운 것도 있지만, 마음이 좀 힘든 것, 때로는 며칠동안 잊혀지지 않고 꿈에 나타나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덮여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깊게 생겨진 상처는 흉터로 남아 의식,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개인적으로 기존엔 트라우마에 대해 두가지 선입견을 가졌었다. 첫번째는 유년시절처럼 상대적으로 생채기가 남기 쉬운 순수한 시기에 잘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트라우마는 나쁜 환경, 특수한 상황에서만 온다고 믿었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자란 나에겐 당연히 트라우마 같은 건 없을거라고 넘겨짚었고, 가끔 뭔가 마음이 아프거나 정신적으로 힘들때면 트라우마를 떠올리기보다 내 정체성이나 순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원인을 찾아왔다. 그러다 베셀 반 데어 콜크의 '몸은 기억한다'와 엘리자베스 스탠리의 '최악을 극복하는 힘'을 읽고, 단순 정도의 차이일뿐 트라우마는 나에게도 존재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잘 살펴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번에 읽은책은 '진실과 회복'이란 책이다. 저자는 '트라우마'에 대해 50여년간 깊이 연구해 온 학자로 그는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용어를 최초로 제안하기도 했다고 해 호기심이 일었다. 이번 책에서는 트라우마가 잘못된 사회권력구조에서 기인한 것이며, 진정한 치유를 위해선 어떤 것들이 선행되고 조치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가 고민해온 것들이 온전히 담겨있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트라우마의 시작이 불평등한 권력구조에서 더 잘 일어날 수 있음을 주지한다. 우리는 가정, 친구 등 평등한 사회구조보다 지배와 종속에 의해 행해지는 독재구조하에서 트라우마를 겪는다. 힘있는 사람에 의해 당하고 굴욕을 느끼며 권력을 두려워하는 대다수에 의해 방치감을 느낀다. 이로써 피해자가 느끼는 분노는 금기가 되고, 피해자란 이유로 외면받거나 때론 오히려 비난을 받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인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는 사회적 정의의 회복을 꼽는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공동체 윤리가 바로 설때, 피해자도 진실을 마음놓고 드러내고 가해자도 이를 인정하고 진실로 사죄하며 책임지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환경이야말로 피해자의 치유와 가해자의 반성 및 재발방지가 가능함으로써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라고 주장한다.

책을 읽고, 어쩌면 '트라우마'에 대해 내가 너무 좁게만 생각해왔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공정한 권력구조가 트라우마를 양산한다는 관점이 굉장히 인상깊었고, 해결을 위해 사회정의 구현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과 당면해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널리 읽혀지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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