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회복 -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정의
주디스 루이스 허먼 지음, 김정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다보면 많은 어려움과 고난에 부딪힌다. 자격증을 따거나 시험을 보는 것처럼 자신과의 싸움인 경우 실패해도 다음에 더 준비해서 다시 부딪히면 되지만, 문제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을 때이다. 그냥 웃어 넘길 수 있는 가벼운 것도 있지만, 마음이 좀 힘든 것, 때로는 며칠동안 잊혀지지 않고 꿈에 나타나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덮여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깊게 생겨진 상처는 흉터로 남아 의식,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친다.
개인적으로 기존엔 트라우마에 대해 두가지 선입견을 가졌었다. 첫번째는 유년시절처럼 상대적으로 생채기가 남기 쉬운 순수한 시기에 잘 생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트라우마는 나쁜 환경, 특수한 상황에서만 온다고 믿었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평범하게 자란 나에겐 당연히 트라우마 같은 건 없을거라고 넘겨짚었고, 가끔 뭔가 마음이 아프거나 정신적으로 힘들때면 트라우마를 떠올리기보다 내 정체성이나 순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원인을 찾아왔다. 그러다 베셀 반 데어 콜크의 '몸은 기억한다'와 엘리자베스 스탠리의 '최악을 극복하는 힘'을 읽고, 단순 정도의 차이일뿐 트라우마는 나에게도 존재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잘 살펴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번에 읽은책은 '진실과 회복'이란 책이다. 저자는 '트라우마'에 대해 50여년간 깊이 연구해 온 학자로 그는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진단용어를 최초로 제안하기도 했다고 해 호기심이 일었다. 이번 책에서는 트라우마가 잘못된 사회권력구조에서 기인한 것이며, 진정한 치유를 위해선 어떤 것들이 선행되고 조치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가 고민해온 것들이 온전히 담겨있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트라우마의 시작이 불평등한 권력구조에서 더 잘 일어날 수 있음을 주지한다. 우리는 가정, 친구 등 평등한 사회구조보다 지배와 종속에 의해 행해지는 독재구조하에서 트라우마를 겪는다. 힘있는 사람에 의해 당하고 굴욕을 느끼며 권력을 두려워하는 대다수에 의해 방치감을 느낀다. 이로써 피해자가 느끼는 분노는 금기가 되고, 피해자란 이유로 외면받거나 때론 오히려 비난을 받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인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는 사회적 정의의 회복을 꼽는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공동체 윤리가 바로 설때, 피해자도 진실을 마음놓고 드러내고 가해자도 이를 인정하고 진실로 사죄하며 책임지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환경이야말로 피해자의 치유와 가해자의 반성 및 재발방지가 가능함으로써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라고 주장한다.

책을 읽고, 어쩌면 '트라우마'에 대해 내가 너무 좁게만 생각해왔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공정한 권력구조가 트라우마를 양산한다는 관점이 굉장히 인상깊었고, 해결을 위해 사회정의 구현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과 당면해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널리 읽혀지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진실과회복 #주디스루이스허먼 #김정아 #북하우스 #트라우마 #권력 #불공정 #독재 #평등 #사회정의 #인정 #사죄 #책임지기 #배상 #재활 #예방 #가부장 #성평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