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다움 리더십 - 왜 우리 자신이 최고의 동력이 되는가
박정열.박선웅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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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위해 일하라는 말은 익숙한데,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어주는 일은 좀처럼 없다.

업무에서 해야 할 일과 달성해야 할 목표는 분명하다.

그런데 그 일을 잘 해내고 나면 나에게 무엇이 남는지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조직의 성장과 나의 성장이 같은 말은 아니라는 걸, 아쉽지만 일을 할수록 생각하게 된다.


박정열과 박선웅의 <자기다움 리더십>은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 이 둘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이야기한다.

조직경영과 인재개발을 연구한 사람과 정체성을 연구한 심리학자가 함께 쓴 책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출발한 두 사람이 구성원 각자의 자기다움을 조직의 힘으로 만드는 방법을 살핀다.


조직과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두 주체가 의미를 공감하는 일이 중요하다.

직의 의미와 구성원의 의미가 공명할 때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이 곧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것이 되고,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것이 곧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리더의 역할은 바로 이 동기를 조직의 동력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알아야 한다.

함께 일하는 사람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는지.

목표를 전달하기 전에 그 목표를 함께 이룰 사람부터 이해해야 한다.



한 사람의 이력서로는 알 수 없는 것


책은 사람을 이해하는 데 ‘서사정체성’이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어떤 경험을 거쳐 지금의 자신이 되었는지,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고 앞으로의 삶과 연결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같은 직무와 연차를 가진 두 사람도 지금 이 자리에 온 이유는 다를 수 있다.

성격유형 몇 글자와 업무평가표만으로는 그 차이를 알기 어렵다.


자기다움을 이루는 것으로 제시하는 흥미, 강점, 지향점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잘하는 일이 있다고 해서 그 일을 좋아하는 건 아니고,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은 건 아닐 수 있다.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같은 역할만 맡기다 보면 정작 그 사람이 성장하고 싶은 방향은 놓칠 수 있다.

리더에게 익숙한 장점이 구성원의 전부는 아닐 테니까.


이 대목은 일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그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이 같은 보람을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령 하나의 캠페인을 함께 준비하더라도, 누군가는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다른 누군가는 필요한 이야기를 정확히 전하는 작업에서 자기 몫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목적을 향해 일하면서도 각자가 힘을 얻는 지점은 다르다.


좋은 목적을 설명하는 일만큼, 그 목적 안에서 각자가 무엇을 해볼 수 있는지 함께 찾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덟 가지 원칙이 향하는 곳


책은 이를 여덟 가지 원칙으로 정리한다.


깊은 목적감을 공명시키고, 다양성을 포용하며, 핵심 인재 신드롬을 버리는 것.

조직의 인간적 측면을 활성화하고, 권위주의를 벗어던지며, 실패를 자산으로 만드는 것.

기술을 넘어 자기다움을 채용하고, 산출물인 아웃풋보다 그것이 만들어낸 가치인 아웃컴에 집중하는 것이다.


각자의 고유함이 공동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직의 운영 방식을 바꾸자는 제안으로 읽힌다.



나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일터


내가 이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자기다움과 공동의 방향을 함께 다룬다는 점이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한다는 설명만으로는 조직을 꾸릴 수 없다.

책 역시 방향을 공유하는 일과 탐색하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이야기한다.

무엇을 이루려는지는 함께 이해하되, 거기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강점을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리더에게도 수고가 필요하다.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었다면 실제 업무를 맡길 때 그 이야기를 떠올려야 하고, 시도를 권했다면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쳤을 때에도 다음 기회를 검토해야 한다.

존중한다는 말이 업무 배분과 평가에서도 확인될 때, 구성원 역시 조직의 목적을 자신의 일과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쓴다고 당장 성과가 나는 건 아니다.

모든 업무가 각자의 흥미와 맞아떨어질 수도 없다. 그래서 더더욱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연결을 찾아야 한다.

지금 맡은 일이 공동의 목적에 어떻게 기여하고, 그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이야기할 수 있는 조직이면 좋겠다.


나를 위해 잘하고 싶은 일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일이 되는 것.

내가 쌓아온 경험과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일터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것.


내가 생각하는 자기다움 리더십의 매력은 거기에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번에는 업무의 진척을 묻는 말 옆에 하나를 더 보태보면 어떨까.


이 일을 하면서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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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종말 -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이우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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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나는 내 아이를 나는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나는 내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남이 정해준 것이 아닌 오롯이 자기 몫의 기쁨을 누리며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막상 아직 3살 꼬맹이인 아이가 또래에 비해 말이나 행동이 뒤처진다는 말을 들어도 뭔가 마음이 덜컥거린다.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것도 좋지만 결국 남들이 하는건 먼저 해야 한다고 어떤 조건을 계속 덧대진 않을까.

부모가 되기전에 막역하게 생각했던 아이의 미래를 생각할수록 내가 말한 것과 같은 부모가 될 수 없을 것 같아 조금 자신이 없어진다.


그리고 이 생각을 떠올린건 아이러니 하게도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을 읽으면서다.

우리는 한 사람을 이해할 때 평균으로 그 사람이 얼마나 크거나 작은 사람인지 알곤 한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사람의 능력을 더하는 실수를 종종 한다. 사람의 능력은 점수로 매겨지지도 않을 뿐 더러 혹 매겨진다하더라도 이러한 평균이라는 숫자는 그 사람이 무엇을 잘하고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아는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책에 등장하는 미 공군의 조종석 이야기는 이 문제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조종사들의 신체 치수를 평균 내어 설계한 조종석임에도 실제 조종사들에게는 맞지 않았다. 여러 치수에서 모든 값이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해결을 위해 도입한 것이 각자의 몸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설계였다. 이 어이없을 만큼 쉬운 사례를 우리 교실로 가져와보자.

시험점수가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이를테면 단순히 공부 하나 못하는 아이에게 우리는 얼마나 쉽게 노력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는가.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차원적 등급 매기기에 가학적일 정도로 초점을 맞추면서 모든 학생이 평균적 학생과 똑같이 하도록, 더 정확히 말하면 다른 모든 학생과 똑같이 하되 더 뛰어나도록 강요한다.’


우리는 평균에 만족하지 않는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하되 더 뛰어나야 한다. 생각해보면 참 어려운 주문이다. 같은 것을 같은 시간 동안 배우고 같은 방식으로 답을 쓰면서, 그 안에서 남보다 잘해야 한단다. 다행인 것은 이것은 미국 교육에 관한 이야기다. 또 큰일났다 싶은 것은 한국의 교실이라고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가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개성을 존중해야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 그것과 등수를 매기는 일이 어떻게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함께 가는데 이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몇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들쭉날쭉의 원칙’이다. 이는 한 사람의 능력이 고르게 생기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어떤 일을 잘하고 다른 일은 어려워하는 모습까지 보아야 온전히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아이의 부족한 점을 채우는 데만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잘하는 것을 더 해볼 시간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골고루 잘하는 아이를 만들겠다는 욕심이 어쩌면 정작 그 아이가 가진 특징을 지워버리지는 않을까.


둘째, ‘맥락의 원칙’은 아이를 바라보는 말을 바꾸게 한다. 집중력이 없는 아이라고 결론 내리기 전에 어떤 상황에서 집중하기 어려운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아이가 설명을 들으며 집중하는 것과 직접 만져보며 집중하는 방식이 다르다면 그 차이에 대해서도 한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아이가 좋아하거나 집중하는 환경을 바꾸어보는 일은 부모인 내가 해볼 수 있는, 아니 해야할 일이다.


그리고 ‘경로의 원칙’. 같은 것을 배우더라도 필요한 시간과 거쳐가는 과정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빨리 이해하는 능력은 배우는 능력이 아니다. 이해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한 아이가 있고, 교과서의 순서가 아니라 다른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전체를 알아가는 아이도 있다. 책이 제안하는 자율 속도형 학습은 이 지점을 말한다. 정해진 시간에 어디까지 갔는지 평가하던 방식을 바꾸어, 충분히 익힐 수 있도록 배움의 시간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사실 서두에서 밝혔듯 책이 미국의 이야기라 어쩌면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 사이에는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입시와 채용의 기준까지 얽힌 일은 부모의 결심만으로 풀 수는 없고 이를 위해 더 많은 학원과 더 비싼 수업을 찾으려는 것도 곤란하다.

저자는 나아가 ‘평등한 맞춤’이라고 말하며 서로 다른 아이들이 배울 기회를 어떻게 함께 보장할 것인가까지도 함께 고민하자고 권한다. 이를 위해 공교육이 감당해야 할 몫을 그는 빼놓지 않는다.


여전히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모르겠고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평균과 비교해 내 아이를 결론 짓지는 않으려 한다. 아이는 아직 해보지 않은 일이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다. 지금 조금 부족하다고 내 아이의 가능성을 좁히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걱정되기는 한국의 교육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 변화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내 아이가 남들보다 얼마나 앞서 있는지 궁금하겠지만 그런것보다 내 아이가 무엇을 할 때 눈빛이 달라지는지를 먼저 살펴보려 한다.


부모라면 <평균의 종말>을 읽으며 자신이 생각하는 ‘잘한다’의 기준을 한번 돌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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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음식들 - 선재 스님의 인생 발효 에세이
선재 지음 / 나무의마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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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결국 기술 이전에 손끝에 마음을 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재료와 복잡한 과정은 오히려 맛을 흐리게 만들때도 있다. 그래서 되도록 단순하게, 재료가 가진 고유한 식감과 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데 집중한다.”(p.352)


아..! 맞다. 비단 음식뿐이랴. 나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되도록 단순하게, 내가 혹은 내 주위의 이들이 가진 고유함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면 좋겠다!


잘해보려는 마음이 일을 복잡하게 만들 때가 있다. 하나라도 빠뜨릴까 봐 더하고, 이 정도로는 부족해 보여서 또 보탠다.

설명도 그렇고, 누군가를 위한다며 하는 일도 때론 그렇다.

처음에는 분명 전하고 싶은 말과 마음이 있었는데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정작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헷갈린다.

열심히 만들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이게 도통 무슨 맛인지는 잘 모르겠는 음식처럼.


흑백요리사로 유명해진 선재 스님의 <나를 살리는 음식들>은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을 따라 음식과 삶을 들여다보는 에세이다.

출가해 음식을 배우던 시절의 이야기, 장과 김치를 담그는 일, 여러 사람의 공양을 준비하는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

제철 재료와 발효 음식이 책의 중심을 이루고, 각 부에는 집에서 만들어볼 수 있는 사찰 음식 레시피가 실려 있다.

밥과 국수, 반찬과 김치 등 모두 38가지다. 읽다 보면 이 정갈한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쉽게 생각해서 쉐프들은 아마도 자신의 솜씨를 뽐내고 싶은 마음이 클 것 같다.

재료를 다루는 기술과 보기 좋은 담음새, 남들과 다른 한 수 같은 것들.

그런데 사실 먹는 사람에게 음식의 필요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잘 씹을 수 있는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지, 지금 배가 얼마나 고픈지.

이렇듯 솜씨가 빛나는 순간과 누군가가 편안하게 한 끼를 먹는 순간이 언제나 같은 건 아니다.

불교의 대중공양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는데 음식을 만들며 먹을 사람을 먼저 고려한다는 것이 뭔가 좋았다.


서리에 언 무를 다루는 이야기도 그렇다. 출가 첫해, 미처 거두지 못한 무가 밤새 거의 얼어버렸다.

겨울 양식을 망쳤다고 여기는 스님에게 노스님은 무를 크게 썰어 실에 꿰고 탱자나무 가지에 걸어두라고 한다.

그렇게 바람과 햇볕 속에서 얼었다 녹았다 한 무를 고추장과 생강, 들기름으로 양념해 구워낸다.

망쳤다고 생각한 재료가 꽤 멋드러진 음식이 된다. 버리기 전에 한번 더 궁리하는 손이 그 비밀을 찾는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스님이 말하는 단순함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알게된다.

단순히 재료를 빼고 시간을 줄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무엇을 덜어도 되는지 알려면 그 재료를 잘 알아야 한다.

무를 살리는 방법을 몰랐다면 아무리 좋은 마음이어도 그 무는 버려졌을 것이다.


이렇듯 손끝에 마음을 담는다는 말에는 살피고 배우는 수고도 함께 깃들어 있다.

마음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제철 재료를 쓰고 장과 김치가 익기를 기다리는 일에도 그런 수고가 있다.

재료가 달라지면 손질이 달라지고, 먹는 사람이 달라지면 조리도 달라진다.


매번 같은 조리법을 사용할 수도 없다.

재료의 향을 살리고 싶다면 먼저 그 향을 알아야 하고, 누군가를 잘 먹이고 싶다면 그 사람이 무엇을 편하게 먹는지 살펴야 한다.


바라기는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도 이 정도의 관심을 기울일 수 있으면 좋겠다.

힘들다는 말에 해줄 조언을 잔뜩 준비하기 전에 무엇 때문에 힘든지 듣는 것.

내가 좋다고 여기는 방법을 권하기 전에 그 사람에게도 맞는지 생각하는 것.


무엇이든 더 나은 것으로 바꾸어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세상에서, 이미 가진 것을 알아보고 그것이 잘 드러나도록 돕는 일.

나에게도 그런 여유를 허락하고 싶다.


더 갖추어야 할 것들을 세느라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적게 담았다는 이유로 내 밥상을 초라하게 보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음식앞에서 이런 고민까지 끌어가는 선재스님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덜 복잡하게 살고 싶다.

그렇다고 대충 살고 싶은 건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자리에, 필요한 만큼의 정성을 들이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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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아름다움 - 어느 우정의 역사
앤 패칫 지음, 메이 옮김 / 복복서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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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일생 동안 견딜 수 있는 고통의 총량이란 게 있을까.

한 사람은 고통을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힘든 일을 겪은 사람에게 위로랍시고 이제는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말할 때가 있다. 그만큼 아팠으니 앞으로는 덜 아파도 되지 않겠느냐는 어떤 바람이기도 하다. 나도 삶이 그런 식으로 계산된다면 좋겠다. 불행과 행복이 모두에게 같은 양으로 공평하게 부여되면 좋겠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간단치 않다. 여기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아니 행복한 이가 있다. 책의 주인공 루시 그릴리의 삶이다.


앤 패칫의 <진실과 아름다움>은 시인 루시 그릴리와 나눈 우정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같은 대학에 다녔던 두 사람은 아이오와 문예창작과정에서 만나 한집에 살며 가까워진다. 아직 작가로서 앞날을 알 수 없던 시절, 글을 쓰고 생활비를 걱정하고 서로의 연애에 참견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던 시절. 둘에가 확실한 거라고는 서로가 마음을 줄 수 있는 친구라는 것 뿐이었다.


루시는 어린 시절 암으로 턱의 일부를 잃었다. 치료 이후에도 재건 수술을 거듭했고, 아픔과 함께 이방인을 보는듯한 타인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우리는 거대한 고난을 이겨낸 이들을 '승리'라는 표현으로 퉁친다. 그리고 그들은 어디서든 행복하게 살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살아난 이들의 삶은 오히려 죽는 것만 못할때가 있다. 수술이 끝났다고 해서 루시의 몸과 함께 마음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루시가 늘 슬픔에 갇혀있던 사람은 아니다. 그녀는 재능 있고 유쾌했으며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앤은 친구 루시를 돌보았지만, 루시 역시 앤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둘은 문학과 세상에 관해 이야기했고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했다. 앤은 자꾸만 루시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그 루시의 편지들을 책에 담은 덕분에 우리는 루시는 알 수 있다.


물론 이 우정이 늘 좋지만은 않았다. 루시는 사랑을 바라면서도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확신을 얻기 어려워한다. 곁에 있는 사람이 거듭 마음을 보여주어도 늘 불안해 했다. 앤은 수술 뒤의 루시를 돌보며 그녀의 생활의 어려움까지 함께 감당해준다. 사랑한다는 말을 성실하게, 때로는 자기 몫 이상의 일을 하며 루시에게 전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시는 끝내 세상을 떠나고 앤은 절망한다.


무엇이 널 구할 수 있었을까.


앤의 사랑이 모자랐다고 말하기에는 둘 사이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있었고, 누군가 조금만 더 애썼으면 달라졌을 거라고 말하기에는 앤이 이미 감당한 것들이 너무 크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에 많은 일을 맡긴다. 충분히 사랑받으면 상처가 아물고, 진심으로 곁을 지키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거라고 믿는다. 사실 실제로 그럴 때도 있다. 다만 모든 고통이 사랑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가끔 분명한 끝을 알지만 그 걸음을 멈출 수 없을 때가 있다. 이 모든게 헛될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기를 멈출수 없을때가 있다. 함께 살며 나눈 대화와 서로의 글을 응원하던. 서로를웃게 했고, 서로의 아픈 날을 돌아보던 시간들은 루시가 세상에 없다고 해서 함부로 의미 없다 말할 수 있는 시간들이 아니다.


앤은 떠난 루시를 추모하며 그녀를 흠 없는 사람으로 꾸미지 않는다. 불안과 의존, 곁에 있는 이들을 힘들게 했던 모습까지. 루시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꾹꾹 눌러 쓴다. 그리고 이 기억 덕분에 앤이 사랑한 루시가 조금 더 또렷해진다. 좋은 모습만 골라 기억하는 것은 어쩌면 사랑이 아닐지도 모른다.


꽤 긴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온다.

이 이야기는 성실한 사랑으로도 구할 수 없는 절망의 이야기다. 그러나 끝까지 사랑한 사랑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안부 인사가 있다면 이런 책일까.

잘 지내느냐고 물어놓고 괜찮다는 대답만 기다리는 인사가 아니라, 괜찮지 않은 날의 모습도 알고 싶어 하는 사랑의 인사.


앤이 기록한 루시는 아프고 불안했고 사랑했고 황홀했다. 그 모든 시간이 앤과 루시의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하지만 행복할거라 믿었던 시간을 지나고 있지 않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좋겠다.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안부를 물어보자. 아무말이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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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여자들을 위한 ADHD - 남다른 뇌가 만드는 가능성의 세계
트레이시 오츠카 지음, 박초월 옮김 / 심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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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것을 고치는 데 익숙해지면 잘하는 것을 발견하는 일이 낯설어진다

산만하니 집중해야 하고, 충동적이니 참아야 하고, 정리를 못 하니 부지런해져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고쳐야 할 목록이 늘어날수록 그 사람은 꼭 문제만 있는 사람 같다.

사실 그도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트레이시 오츠카의 <잘난 여자들을 위한 ADHD>는 그 목록을 다른 방향에서 읽어보자고 제안한다.

ADHD로 겪는 어려움을 이해하면서, 그 특성 가운데 자신의 삶에 활용할 수 있는 힘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아들이 ADHD 진단을 받은 뒤 관련 내용을 공부하다 자신에게서도 비슷한 모습을 발견했고, 전문가를 찾아가 진단받았다.

이후 공인 ADHD 코치로 여성들을 만나며 얻은 경험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출발점은 여성의 ADHD가 왜 제대로 발견되지 못했는가에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여성들은 차분해 보이거나 학업과 직장에서 성과를 냈다는 이유로 ADHD일 리 없다는 말을 듣는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으로는 부주의와 건망증, 시간 관리의 어려움,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을 알아차릴 수 없다.

본인조차 이를 질병이 아닌 성격이나 노력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쉽다.


여기에 여성에게 요구되는 엄마의 역할이 더해진다.

주변을 꼼꼼히 챙기고, 집안을 정돈하고, 관계에서 적절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기대다.

저자는 같은 산만함이나 무질서도 성별에 따라 다르게 평가받는 현실을 짚는다.

자기 뇌를 이해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부족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애써온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 책의 출발이 된다.


이 책은 이런 이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들려준다.

저자는 관심 있는 일에 깊이 빠져드는 과집중,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호기심, 정해진 방법 밖에서 답을 찾는 창의성과 추진력에 주목한다.

그동안 문제로만 불렸던 특성도 어떤 일과 환경을 만나느냐에 따라 강점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가능성을 '초능력'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충동적인 성향을 경력, 인간관계, 취미, 그 밖의 긍정적인 관심사나 도전 과제에 적용한다면 이 특성은 보너스가 된다.' (108쪽)


저자는 위험한 취재 현장에 뛰어든 퓰리처상 수상 기자 캐서린 엘리슨을 예로 든다.

그녀는 충동성에 무조건 좋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특성이 혹시 힘이 되지는 않는지 함께 한번 살펴보자는 것이다.

낯선 현장으로 들어가려는 과감함은 어쩌면 일반인에게는 없는 능력이다.

부족한 쪽만 보며 살아가면 잘할 수 있는 일까지 함께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책은 자기 탐색 과정을 제안한다.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관, 성격의 강점, 재능과 솜씨, 열정, 목적을 차례로 살피고 그 사이의 접점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종이 한 장에 정리해 자기 의심이 밀려올 때 꺼내 보라고 권한다.

잘하고 싶은 일을 남의 기준으로 고르기 전에, 내가 이미 가진 것과 관심이 향하는 곳을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이다.


이 이해는 곧 여성의 생활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이어진다. 시간과 계획, 돈과 인간관계, 감정과 수면, 운동과 영양까지 책은 여성의 모든 하루를 다룬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에 쉽게 압도되는지, 어느 조건에서 집중이 잘되는지 살핀 뒤 그에 맞는 환경과 방법을 찾도록 돕는다.

그녀는 말한다. 더 노력하겠다는 다짐 말고 이제 실제로 내 뇌가 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조건을 바꾸어보자고.


물론 강점을 발견한다고 ADHD의 어려움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책은 친절하게도 어려움을 다루는 전략도 함께 제시한다.

가능성을 찾아보라는 격려와 일상을 꾸려갈 구체적인 방법이 함께 있다는 점에서, 제목의 '잘난'이라는 말이 조금 이해된다.

결함을 세는 데 익숙했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능력도 셀 수 있다. 진심으로 이제는 그녀들이 '잘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주변의 꽤 여러사람이 떠올랐다. 함부로 그들을 ADHD라 부르면 안되겠지만 최소한 왜 그것도 못 하느냐고 묻기 전에, 그들이 지금 어떤 조건처해있고 또 어떤 일을 되려 잘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함께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의 목록도 한번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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