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음식들 - 선재 스님의 인생 발효 에세이
선재 지음 / 나무의마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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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결국 기술 이전에 손끝에 마음을 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재료와 복잡한 과정은 오히려 맛을 흐리게 만들때도 있다. 그래서 되도록 단순하게, 재료가 가진 고유한 식감과 향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하는데 집중한다.”(p.352)


아..! 맞다. 비단 음식뿐이랴. 나도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되도록 단순하게, 내가 혹은 내 주위의 이들이 가진 고유함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면 좋겠다!


잘해보려는 마음이 일을 복잡하게 만들 때가 있다. 하나라도 빠뜨릴까 봐 더하고, 이 정도로는 부족해 보여서 또 보탠다.

설명도 그렇고, 누군가를 위한다며 하는 일도 때론 그렇다.

처음에는 분명 전하고 싶은 말과 마음이 있었는데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정작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헷갈린다.

열심히 만들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이게 도통 무슨 맛인지는 잘 모르겠는 음식처럼.


흑백요리사로 유명해진 선재 스님의 <나를 살리는 음식들>은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을 따라 음식과 삶을 들여다보는 에세이다.

출가해 음식을 배우던 시절의 이야기, 장과 김치를 담그는 일, 여러 사람의 공양을 준비하는 마음이 함께 담겨 있다.

제철 재료와 발효 음식이 책의 중심을 이루고, 각 부에는 집에서 만들어볼 수 있는 사찰 음식 레시피가 실려 있다.

밥과 국수, 반찬과 김치 등 모두 38가지다. 읽다 보면 이 정갈한 음식들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쉽게 생각해서 쉐프들은 아마도 자신의 솜씨를 뽐내고 싶은 마음이 클 것 같다.

재료를 다루는 기술과 보기 좋은 담음새, 남들과 다른 한 수 같은 것들.

그런데 사실 먹는 사람에게 음식의 필요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잘 씹을 수 있는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지, 지금 배가 얼마나 고픈지.

이렇듯 솜씨가 빛나는 순간과 누군가가 편안하게 한 끼를 먹는 순간이 언제나 같은 건 아니다.

불교의 대중공양이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는데 음식을 만들며 먹을 사람을 먼저 고려한다는 것이 뭔가 좋았다.


서리에 언 무를 다루는 이야기도 그렇다. 출가 첫해, 미처 거두지 못한 무가 밤새 거의 얼어버렸다.

겨울 양식을 망쳤다고 여기는 스님에게 노스님은 무를 크게 썰어 실에 꿰고 탱자나무 가지에 걸어두라고 한다.

그렇게 바람과 햇볕 속에서 얼었다 녹았다 한 무를 고추장과 생강, 들기름으로 양념해 구워낸다.

망쳤다고 생각한 재료가 꽤 멋드러진 음식이 된다. 버리기 전에 한번 더 궁리하는 손이 그 비밀을 찾는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스님이 말하는 단순함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알게된다.

단순히 재료를 빼고 시간을 줄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무엇을 덜어도 되는지 알려면 그 재료를 잘 알아야 한다.

무를 살리는 방법을 몰랐다면 아무리 좋은 마음이어도 그 무는 버려졌을 것이다.


이렇듯 손끝에 마음을 담는다는 말에는 살피고 배우는 수고도 함께 깃들어 있다.

마음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제철 재료를 쓰고 장과 김치가 익기를 기다리는 일에도 그런 수고가 있다.

재료가 달라지면 손질이 달라지고, 먹는 사람이 달라지면 조리도 달라진다.


매번 같은 조리법을 사용할 수도 없다.

재료의 향을 살리고 싶다면 먼저 그 향을 알아야 하고, 누군가를 잘 먹이고 싶다면 그 사람이 무엇을 편하게 먹는지 살펴야 한다.


바라기는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도 이 정도의 관심을 기울일 수 있으면 좋겠다.

힘들다는 말에 해줄 조언을 잔뜩 준비하기 전에 무엇 때문에 힘든지 듣는 것.

내가 좋다고 여기는 방법을 권하기 전에 그 사람에게도 맞는지 생각하는 것.


무엇이든 더 나은 것으로 바꾸어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세상에서, 이미 가진 것을 알아보고 그것이 잘 드러나도록 돕는 일.

나에게도 그런 여유를 허락하고 싶다.


더 갖추어야 할 것들을 세느라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적게 담았다는 이유로 내 밥상을 초라하게 보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음식앞에서 이런 고민까지 끌어가는 선재스님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덜 복잡하게 살고 싶다.

그렇다고 대충 살고 싶은 건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자리에, 필요한 만큼의 정성을 들이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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