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3가지 통찰 역사의 쓸모
최태성 지음 / 프런트페이지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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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딩 시절 '역사가 무슨 소용이냐!!'는 건 늘 우리의 외침이었다. 그치만 그 친구들에게 미안하게도 나는 시간이 유독 재미있었다.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내가 좋아했던 감정의 바닥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어쩌고' 하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도 아주 작은 삶의 조각과 감정의 결 같은 게 역사에는 스며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카테고리 상 역사책일지 몰라도 어느 순간 사적인독서가 된다. 남의 이야기 같다가도 돌연 내 이야기로 번져오는 그 지점. 아마 그 때문에 우리는 역사를 공부하고 또 언젠가는 거기에 기대어 길을 찾으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기획하고 쓰인 책이라기 보다 최태성 선생님의 강연을 조합해 만들어진 책 같다.)



1.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 비전의 힘


‘혼자만의 비전은 몽상이나 망상으로 그칠 수 있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선덕여왕의 이야기다. 그녀는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우며 "우리가 삼국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그 꿈은 실은 허황된 예언에 가까웠다. 가장 약했던 나라가 삼국을 통일한다니.

하지만 사람들은 매일 그 꿈을 눈으로 보았고 동의하지 않던 이들도 그 꿈에 젖어갔다.

그리고 그 꿈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도 비슷한 삶을 산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또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다가간다.

그때 우리이게 황룡사 석탑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어쩌면 클지도 모르겠다.

비전이란 그것은 누군가와 함께 바라볼 때 비로소 생명을 갖는 것이니까.



2. 협상의 기술


역사에서 협상의 기술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없었는데 원종의 외교술이 있었다.

원나라의 말발굽에 고려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있을 때 원종은 모든 걸 포기하는 대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계산했다.

사실 그 상황에서는 포기가 제일 빠르고 쉬운 길이다. 이미 나라가 망했는데 어찌할 것인가.

하지만 그는 고려가 가진 패를 끝까지 놓지 않고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그 덕분에 고려는 이미 사라져 버린 나라들과 달리 자치권을 지켜냈고 이것이 조선으로 그리고 오늘날까지 한반도의 역사로 이어진다.


포기하지 말라. 섬세하게 관찰하라. 그리고 너의 패를 놓지 말아라.

이 태도는 오늘의 삶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삶이란 크든 작든 늘 협상의 연속이다.



3. 역사는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다


역사는 무용한 지식이 아니라 백미러 같은 존재로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 누가 지금 내 옆에 서 있는지 확인하게 해준다.

최태성 선생님은 이를 빗대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이라 부른다.


이 또한 거대담론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역사는 좋은 소통의 도구가 된다는 건데 내용인즉슨 스몰토크가 가능하다는 거다.

농으로 들었는데 애매한 사이에서 이야기를 이어가다 출신 학교, 직장, 사는 지역 같은 단서들 중 공통의 기억을 꺼내는 순간 대화는 훨씬 넓고 깊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혈연, 지연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나아가 우리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나는 이런 기억이 있다' 며 마음을 열게 되는데 이는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연결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이해하게 된 사람을 우리는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다.



역사는 오늘의 나를 위한 가장 오래된 안내서다


역사는 묵은 지식이 아니라 '내 삶을 더 낫게 살기 위한 실용서'다.

수백 년 전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고민하던 지점에 작은 불빛이 켜진다.


살다 보면 누구나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럴 때 역사는 말한다.

"너도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러나 길을 잃은 사람은 너 하나가 아니었다."


그때 우리는 역사 속 사람들을 마음속 멘토로 소환한다.

그들의 실패, 선택, 후회, 용기, 비전.

그 모두가 오늘의 나에게 말을 건다.


이것이 역사는 쓸모다.(제목은 생각할수록 잘 지은 것 같다)

삶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오래된 도구이며,

우리가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가장 인간적인 안내서다.



가볍게 읽기에도, 역사를 알려주고 싶은 이들에게도 꽤 괜찮은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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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2025-11-2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 중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대사를 재인용한 문구가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몇페이지인지 아실까요?
 
멸종은 없다 - 기후위기 너머 에너지 자립으로의 대전환
김백민 지음 / 경이로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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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기 전부터 묘한 긴장이 있었다. 기후 위기에 관한 책을 꽤 많이 읽었는데 이 책은 또 어떤 이야기를 할까. 뉴스는 매일 파국을 말하고, 타임라인은 재난의 이미지로 가득하고, 미래를 그릴수록 암울해지는 카테고리를 또 읽을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이 책은 이 과잉된 불안을 한 겹씩 벗겨내는 데서 시작한다.

2100년에 지구는 망하지 않는다고,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공포보다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그는 일단 이것부터 짚어놓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1. 공포 대신 문해력이라는 무기


책이 말하는 첫 번째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과도한 공포는 오히려 행동을 방해한다.”


우리는 기후 위기를 거대한 종말 서사로 소비해 왔다. 북극곰의 절규, 불타는 숲, 사라지는 해안 도시. 물론 모두 가능성 있고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이 이미지들이 반복될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무기력해진다. 내가 한 걸음 뛴다고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마음, 이미 늦었다는 체념.


그런데 책은 되묻는다.

정말 그런가?


미래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그는 계속 이 가설들을 논박한다. 2100년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가설(SSP5-8.5)이 가능하려면 우리 모두가 지금의 소비를 지속하고 환경에 대해 손을 놓아버려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이 가설은 틀렸다. 전 세계 각국의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으며 기업들 역시 이에 발맞추어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고, 저탄소 생산공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기후 위기 문해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확한 워딩과 정확한 이해는 오해를 줄인다. 오해가 줄어들면 행동의 방향은 훨씬 선명해진다.

그러니 먼저는 이해해야 한다.

기후 위기 카테고리에서 사용되는 용어들 중 무엇이 과장이고 무엇이 사실인지,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무엇을 바꿀 수 없는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사용해야 한다.


공포가 아니라 맥락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할 때 우리가 전해 듣던 것보다는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2. 기후 위기는 결국 국가 전략의 문제


책은 글로벌 공조를 강조한다. 내가 가장 많이 밑줄을 그었던 부분도 EU, 미국, 중국의 기후정책이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정책들, RE100, 탄소 국경 조정 제도 같은 단어들은 사실 단순히 기후대책이 아니라 거대한 국제 정치의 전략이라는 점이 어쩌면 조금 슬프기도 했다.

인류를 위해라는 이상을 걸고 있지만 결국은 국익을 위한 싸움이고 그래서 트럼프 같은 이들은 이를 너무 가벼이 무시한다.


하지만 현실을 비판한다고 더 나은 정책이 생기는 건 아니다.

저자가 말하듯 우리나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냉철하게 판단하고 국가 이익을 최대화하는 전략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를 성장시켰던 재료 수입과 물건 수출 구조는 이미 중국에 밀렸고, 미국 기업의 저탄소 정책 요구에 대응하기에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기후는 곧 산업 전략이 되었고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순진한 이상주의나 단기적 경제논리로는 이 위기를 지나갈 수 없다.



3. 아직 늦지 않았다, 그리고 상상력을 회복하라


‘탄소발자국’이라는 말은 석유기업들의 PR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기후 위기의 책임을 기업에서 개인에게 떠넘기기 위한 기만적 언어로 시작한 캠페인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기후 행동의 서사가 되어버렸다.


어쩌면 기후변화는 상상력을 앗아가는 위기였다.

미래를 떠올릴수록 막막해지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라는 문장만 떠올라도 내 아이의 미래는 나와 같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내려앉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기후변화를 새로운 상상력의 원천으로 삼자고 말한다.

위기를 딛고 더 나은 에너지 체계, 더 건강한 식량 구조, 더 안전한 도시, 더 지속 가능한 산업.

탄소발자국이 절망의 언어에서 희망의 언어가 된 것처럼 기후 위기 시대에 이런 상상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희한하게 설득이 되었다.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의 미래


기후 위기는 인류 전체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가의 전략이자 우리 삶의 선택이기도 하다.

책은 이 층위를 냉철하게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잃어버린 상상력을 부드럽게 건져 올린다.


2100년의 지구가 망하지 않는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그 이유를 과학과 국제정치, 산업 전략과 데이터로 차곡차곡 설명해 주는 사람은 드물다.

논문으로 쓰인 책 같기도 한데 그런 것치고는 쉽게 쓰였다.

하지만 역시나 환경용어들이 자주 등장하니 이해하고 보면 좋을 듯하다.


처음의 나처럼 기후에 관련된 책 읽기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멸종이 아니라 가능에 대해 말하는 책이라는 걸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가능성과 희망은 생각보다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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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 경성에서 서울까지, 시간을 건너는 미술 여행
우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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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미술에 관한 글을 읽고 있다는 느낌보다 삶의 어떤 결을 손끝으로 더듬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가끔 내가 미술관에서 멍하니 그림들을 보는 이유도 그래서인지 모른다. 대단한 작품이라는 느낌보다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그림이 나를 바라보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뭐랄까 마음을 살짝 당겨주는 힘 같은 것. 위로가 꼭 사람에게서만 오는 건 아니라는 걸 이런 경험을 통해 몇 번씩 배웠다.


책은 바로 그 힘, 미술이 건네는 작고 은근한 목소리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근현대 미술가들의 치열했던 삶과 현대 작가들의 고유한 감각이 시대의 벽을 넘어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는 순간들.

마치 백 년의 시간을 건너와 나는 이렇게 살아냈어라고 책은 속삭인다.


저자는 단순히 작품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근대의 숨결과 현대의 몸짓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그리고 이 그림들이 결국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한다.

처음 이 책을 들었을 때 사실 미술 교양서 혹은 해설서로 생각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아니었다. 이건 미술의 언어로 쓰인 삶의 기록이다.


나혜석의 그림은 식민지와 남성의 이중 굴레 속에 갇혀 자유를 갈망하는 이의 외침이다.

현덕식의 그림은 누군가를 미워하고 받음으로 생채기 난 정서적 폭력에 의한 상처들이 짓이겨져 있다.

백영수의 그림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꺾이지 않는 의연함이,

백영수와 이내의 그림에서는 도시의 여름밤에 없는 신비로움이 보인다.

이것들은 사실 차마 드러내지 못하고 표현하지 못할 뿐 우리 곁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책은 이러한 삶의 모양들을 도시, 경계선, 계절, 내면 그리고 삶이라는 다섯 가지의 테마로 풀어낸다.

읽다 보면 처음 들어보는 이의 그림도 있지만 그렇게 큰 문제는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의 소개로 새롭게 알게 되는 그림도, 몰랐는데 좋아하게 되어버린 그림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알게 된다.

그들이 남긴 흔적이 단지 작품이 아니라 그들이 감당했던 슬픔과 선택과 기쁨의 역사라는 것.


근대의 작가들이 온몸으로 버텨낸 시대와 현대의 작가들이 견뎌내고 있는 도시의 리듬이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게 말 걸어올 때 우리는 결국 내 삶의 결을 더듬어 보게 된다.


"너는 어떻게 살고 있니?"

"무엇이 너를 지탱하고 있니?"


책은 그 질문을 조용히 건네고 우리는 아주 천천히 그 물음 사이를 걸어가게 된다.


굉장히 오래간만에 큐레이션 잘 된 미술관을 산책하고 나오는 기분이다.

그리고 이 그림들이 말을 걸어오는 순간 왠지 조금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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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맨 만큼 내 땅이다
김상현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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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필름 출판사의 책을 자주 받아 읽는다. 저자인 대표님도 책에서 슬쩍 자랑하지만 필름의 책은 언제부턴가 믿고 보는 책이 되어버렸다. 스타트업 같던 출판사가 매년 베스트를 뽑아내는 출판사가 되었다니 처음부터 지켜본 독자 입장에서는 뭔가 뿌듯하기도 하다. 그만큼 다들 마음으로 책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일게다.(필름의 베스트셀러인 <일류의 조건> 띠지에 내 서평이 실린 좋은 경험도 있다.v)

그래서 언젠가 내 책을 낸다면 필름에서 내고 싶다 생각했고 투고했고 한 번 까였다. 이후 서평 의뢰가 없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럼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서평을 의뢰받고 책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이니 뭐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묘한 감정이 들었다.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으로 아무것도 없는 이들을 위로하던 그가 이제는 무언가를 이룬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잘난체할 법도 한데 그는 다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나도 일이라는 걸 시작한 지 어연 16년이 되었다.

그리고 시니어로 향하는 길 어딘가에서 나 역시 해온 일과 가야 할 방향을 동시에 붙잡고 여기가 어딘지 모를 계절을 지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 고민이 더 반가웠고 그의 이야기에 마음이 갔다.


에세이집이고 그가 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좋았다. 그런데 특별히 일을 하는 사람으로 다음 스텝을 고민하는 사람으로 그의 일에 대한 생각이 좋았다.

초석, 성장, 지속 가능한 삶의 원칙. 밑줄을 그으며 읽다 보니 이 세 단어가 결국 하나의 문장을 향해 수렴하는 걸 알게 되었다.

흔들리더라도 자신이 누군지 잃지 말자.



초석. 모든 것은 마음가짐과 직업의식으로부터 시작된다.


살다 보면 성취보다 태도가 먼저 와닿는 순간들이 있다. 아무리 능력 있어도 태도가 어긋나면 관계가 무너지고 일이 무너진다.

반대로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도 기본을 지키는 사람은 어느 순간 자기 자리를 차지한다.

요행으로 단단해지는 사람은 없다. 삶은 결국 기본기의 층위를 따라 쌓여가고 어떤 일을 대하는 다정함이 그의 평판을 결정한다.

요즘의 나는 어떤 조급함 속에서 자꾸 길을 잃는 것 같다.

멈춘 것 같고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길을 잃었다고 느꼈을 때 가장 빨리 내 자리를 찾는 방법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다.

길을 잃었다고 느끼는 시기야말로 어쩌면 방향을 다시 찾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성장. 냉철한 자기 객관화.


메타인지라고도 부르는 자기 객관화는 사실 쉬운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언제부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환상에 덧씌워져 자기가 누구인지를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다.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는 사람. 이걸 최대로 부풀리고 부추기는 게 SNS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개개인은 특별한 사람인 건 맞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몇 가지 조건을 더한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생각의 주파수를 집중하고,

잘하는 걸 더 잘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며,

이렇게 얻은 성취는 최고의 동기를 가져야 한다고.


현재의 자기의 위치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살아내며 그에 따른 성취를 이루어라.

요행은 없다. 사실 이건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삶의 원칙. 본질, 균형, 그리고 자기 신뢰.


책은 말한다. 나의 가치를 계속해서 올려야 한다고. 대체될 수 없는 사람이 되라고.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트렌드가 아닌 본질을 아는 사람.


즉 일의 원리를 알고,

흔들리지 않는 원칙 속에 타인의 의견을 받아야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으며,

이 모든 것을 스스로를 믿고 견뎌낼 수 있는 사람.


이것이 명확하다면 사실 조금 헤매도 괜찮다.

저자도 그랬다. 그렇게 저렇게 그가 헤맸던 시간을 읽으며 나의 시간들을 돌아보았다.

마치 그냥 흘러가 사라진 것 같은 그 시간들은 그 시간을 반추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다시 돌아와 단단한 땅을 만든다.

제목에 쓰인 땅의 의미는 아마 성취의 면적이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서 있을 수 있는 기반일 것이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조금은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주니어들보다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룬 사람들.

그 각자의 자리에서 흔들리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지금 우리의 헤맴도 결국 우리의 땅이 될 거예요.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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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젓한 사람들 -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김지수 지음 / 양양하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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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젓하다. 사실 최근에 의젓하다는 말을 들은 건 아들을 가리키면서다. 은우가 어린이집 가더니 의젓해졌어요. 사방팔방 천지 모르고 뛰어다니다 이젠 좀 앉아있기라는 걸 하네요의 다른 뜻이다. <의젓한 사람들> 그래서 책 제목이 조금 재밌기도 했다. 점잖은 사람들? 그런데 책에서 말하는 의젓함은 흔들리는 순간에도 나를 잃지 않고, 타인의 고통을 지나치지 않는 태도, 그 조용한 책임감을 말한다.

살다 보면 이유 없이 버겁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생채기가 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 의젓함은 번쩍이는 덕목이 아니라 그냥 오늘을 버티게 하는 작고 단단한 돌멩이 같은 마음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계속해서 그 단어를 되뇌었다. 의젓하다. 나도 의젓하고 싶다.



의젓함은 비교를 멈추고 나를 지키는 방식이다


너무 잘하는 거 잘 되는 거 찾아 헤매지 마세요. 좋아하는 거 있으면 그거 하세요.

보여주려는 마음이 앞서면 자존심 상하고 상처만 입어요.

좋아하는 거 하면 하다가 그만둬도 상처받지 않아요. 자존감이 남으니까요.


나태주 시인의 이야기다. 달라이라마는 무욕이 아니라 탐욕만 안 부려도 좋다고 말했단다.

비교하고 뒤처질까 두려워하는 마음. 난 참 안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신 놓고 살다 보면 나도 그렇게 되어있다.

가끔 언제나 내 옆을 지켰던 짱고를 떠올린다. 고양이는 언제나 제 속도로 산다. 뛰기 싫을 때 뛰지 않고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좋아하는 창가에 앉아 햇살을 받고 잠을 자고, 집사의 품에서 그루밍을 한다. 그게 전부다.

어쩌면 의젓함도 그런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세상이 정한 속도가 아니라, 나의 속도로 살아내는 것.


부고 전문기자 제임스 R.해거티는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낙관적이었다고 한다.

그 말은 현실을 장밋빛으로 본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세상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자신을 훈련하는 사람들,

문제보다 가능성의 입구를 먼저 보며 흔들리지 않는 게 의젓함이라고 말한다.



의젓함은 관계 속에서 자리를 지키는 연습이다


조직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숨은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방법으로 피드백이 아니라 조언을 구하라고 말한다.

피드백은 평가로 끝나지만 조언은 함께로 시작한다. 우리는 칭찬과 비판 사이를 오가며 타인의 평가에 쉽게 흔들린다.

하지만 조언을 구하는 순간 그 사람은 나를 돕는 지도자가 된다.

관계를 평가의 장에서 성장의 장으로 옮기는 일, 그 작은 전환이 의젓함이다.


당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남에게 가르쳐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르쳐본 사람은 안다.

내가 이해한 만큼만 말할 수 있고 내가 기억한 만큼만 설명할 수 있다.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은 없다.


그는 일상의 단조로움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라고도 충고한다.

타악기 전공자 에블린 글레니가 작은북으로 바흐를 연주하듯 그는 여러 작가의 문체를 따라 문장을 다듬으며 지루한 원고 작업을 버텼다고 말한다.

의젓함이란 결국 이런 모습이다. 똑같은 하루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버틸 이유를 찾는 일.



나는 누구에게 의젓한 사람이었는가


책은 묻는다. 나는 누군가에게 의젓한 사람이었는가. 원하는 인생을 위해 어떤 고통을 선택할 것인가.

의젓함은 삶의 체력이자 윤리다. 타인의 무게를 떠안으며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힘, 불안을 견디되 냉소에 빠지지 않는 태도.

그리고 책임지는 마음으로 관계와 공동체 안에 머무르는 결심.


나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오랜 다짐이 있다.

누군가의 곁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켜주는 사람. 정확하게 가이드 하지만 때로는 함께 비를 맞아줄 수 있는 사람.

김지수는 14명의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의젓함에 대해 묻고 듣는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영웅담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흔들리면서도 묵묵히 살아낸 사람들의 초상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 시대가 잃어버린 덕목이라 생각했던 의젓함이 사실은 우리 안에 아직도 여러 모양으로 남아있음을 알려준다.


꽤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는 누구에게 의젓한 사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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