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역사산책 : 한국사편 골목길 역사산책
최석호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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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남촌과 운주사, 강릉과 경주의 골목을 여행하며 들어야 하는 가이드다. 남촌은 조선이 일제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으로 바뀌는 역사의 한가운데 있었고, 운주사는 고려 시대 하늘에 닿는 길을 그려내고 있었다. 강릉에 서는 율곡을 길러낸 사임당의 이야기와 함께 한양과는 다른 고즈넉한 조선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었고, 신라의 왕과 귀족들이 걸었던 경주의 골목은 꽤나 새로워 보였다. 운주사 골목을 제외하고는 이미 걸어본 적이 있는 길들인데 책을 읽으며 그때 걸었던 그 골목들이 떠올렸다. 찍은 사진이 있던 장소는 사진을 꺼내보기도 했다. 그때 이 이야기들을 알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아쉽기도, 또 그 길을 걷게 되면 어떤 마음일까 설레기도 했다.


역사는 이 길을 걸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걸으면 역사가 되는 골목길을 걷는다.


책의 표제다. 나도 그렇다. 매일을 별생각 없이 지나다니는 길이 있다.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언젠가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며 그중 누군가의 한 걸음은 이곳에서 역사가 될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매일 걷는 이 길이 달라 보였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며 이 길을 들려줄 날이 오지 않을까.


책의 좋은 점이 직접 가지 않아도 가끔 그 장소를 알 수 있다는 점인데 햇볕 내리쬐는 한가로운 휴일 오후. 남촌으로, 운주사로, 강릉 경주로. 꽤 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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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지켜낸 어머니 - 이순신을 성웅으로 키운 초계 변씨의 삼천지교 윤동한의 역사경영에세이 3
윤동한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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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힘들 것이다. 성웅 이순신. 조선은 그를 버렸지만 끝까지 나라에 충성한, 고기잡이배 열두 척으로 조선을 구한 임진왜란의 영웅. 심지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사를 통틀어도 가장 위대한 해군 제독 중 하나로 불리는 이순신의 삶과 공적에 대해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작 그의 가족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특히나 그를 길러낸 부모에 대해서는 더더욱 말이다.


책은 이순신의 어머니 초계 변씨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이순신이 태어나던 순간부터 초계 변씨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의 역사적 기록을 따라간다.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를 길러내기 위해 세 번 이사했다고 했던가. 이순신의 어머니 변씨 또한 순신을 위해 세 번의 이사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녀는 한양에서 이순신과 류성룡을 만나게 했고, 아산에서 아비의 죽음으로 무너진 집안을 다시 세우는 기틀을 잡는다. 또 여수에서 순신에게 '나라의 치욕을 씻으라' 말한다. 이 지혜로운 여인은 자신이 주어진 자리에서 이순신을 길러냈다. 그리고 순신은 우리가 아는 것처럼 나라를 구했다.


부모란 무엇인가. 헌신과 희생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부모의 역할은 오늘 너무 많이 바뀌어 버렸다. 물론 무조건적인 헌신과 희생을 통해 자신마저 잃어버리는 부모는 지양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세계에서 부모의 사랑과 가르침은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이어야 한다. 아이는 그 사랑을 받은 만큼의 사람으로 자라난다. 이순신도 그랬다. 그의 삶 뒤편에는 어머니의 씨앗이 있었고 그는 그의 가르침을 따랐다. 그는 난중일기 곳곳에서 "어머니는 하늘이었다"라고 초계 변씨를 기록하고 있다.


이야기책 같지만 책은 꽤 많은 역사적 고증을 거쳤고 그 과정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다. 이 과정이 논문처럼 읽힐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가족이라는 제도, 가부장제의 폐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편이다. 부모는 하늘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부모는 아이에게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며 삶의 모델이라는 점이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부모는 아이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부모란 무엇인가. 변씨의 삶은 꽤 괜찮은 가이드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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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어 - 되는 일이 없을 때 읽으면 용기가 되는 이야기
하주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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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프리랜서로 살고 싶었다. 그땐 막연했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니 내 이름 석 자로 충분한 삶을 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랬다. 아무나가 아니라 나로 살고 싶었다. 나만의 고유한 색을 지닌, 누구도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누군가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나라는 사람, 아니 우리 대부분은 충분히 대체 가능한 사람이라는 거였다. 세상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있고, 나와 비슷한 아니 나보다 뛰어난 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정말 자존감이 바닥인 날은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 저 사람이 내 자리에 있으면 어떨까. 아마 잘 할 것이다. 나보다 훨씬 더 차장으로, 선배로 잘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겸손이라 부르지만 팩트다. 사실 그 타이밍에 이 제목을 보았다. 그래 나 저렇게 살고 싶었지.



저자는 생을 통째로 보여주며 너를 던져, 너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내가 나일 수 있는 것을 찾고 도전하고 이루어가라고 말하고 있다. 누구와도 다른 너의 모습을 찾으라고, 그 일에 너의 모든 것을 걸어보라고 말한다. 최선을 다하고 태도로 증명하라 이야기한다.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라고. 그랬던 그의 삶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누군가는 이런 레퍼토리 식상하다 할지 모르지만 <7막 7장>으로부터 이어진 땀의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을 울린다. 나는 나에게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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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단력 - 미루고 후회하는 사이클을 끊어내는 5단계 기술
피터 홀린스 지음, 한원희 옮김 / 좋은생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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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그렇게 목표 지향적인 사람도, 계획적인 사람도 아니다. 유행하는 MBTI로 얘기하자면 죽었다 깨어나도 J 성향의 사람은 될 수 없는 사람. 핑계일지 모르나 그렇기에 스케줄대로 살면 행복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책을 좋아하지만 숱한 자기 계발서를 멀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라클모닝을하고 그렇게 매일 꾸준히 두 시간씩 뭘 하고, 자는 시간, 쉬는 시간을 쪼개 무언가에 투자하면 그래 뭐라도 되겠지. 그런데 그렇게 피곤해서, 내가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데 그 뭐라도 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되려 물었다. '야 너 그거 할 시간에 제발 그냥 자 쫌'이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간 미라클모닝러들에게 보내는 부탁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책은 제목처럼 지치지 않고 지속하는 힘인 <자기결단력>에 데 해 이야기하지만 자기 계발서의 그것처럼 그 의도와 동기가 성공이나 돈이 아니었다. 저자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기 결단력이 높은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다고.(돈 많이 벌어서 남는 돈으로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자는 경제적자유 뭐 그런 거 아님)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오로지 개인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뒤이어 저자는 게으름에 대해 팩폭을 날리곤, 아래의 8가지 질문을 우리게 던진다. 정답은 예 아니면 아니오로만 할 수 있다.



자기 결단력을 키우는 8가지 질문


1. 이 행동이 나의 이상적 자아와 피하고 싶은 자아 사이를 벌이는가?

2. 이 행동이 진짜 내 의도를 대변하는가?

3. 이 행동이 나를 위험에 빠뜨리는가?

4. 다른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5. 이 행동을 미루는 이유가 단순히 '하기 싫어서'인가?

6. 내가 하려는 일은 '옳은' 일인가 아니면 '쉬운'일인가

7. 목표 달성 과정에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 존재하는가?

8.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가?



책의 자기 결단력은 단지 미라클모닝류의 굳은 의지로 오늘 영어 공부나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혹에 빠지지 않을 힘, 아무도 보지 않을 은밀한 곳에서 내가 행하는 일들에 대한 자신의 결정도 포함한다. 나만 알고 있는 은밀한 그 일들에 대해서도 저자는 위 8가지 질문을 대입해 보라 말한다.


서두에서 내가 그다지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기에 이러한 종류의 일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계획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이들은 주로 열정으로 이야기된다. 무언가에 빠지면 정신없이 그것을 파 버리는 사람. 그런데 저자는 '어떤 활동이 나를 '일의 흐름과 집중'에 빠지게 하는가?'라고 묻는다.


오해는 풀렸다. 피터 홀린스는 단순히 계획적인 혹은 성실한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었다. 내 삶을 내가 어떻게 결정하고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 그는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기결단. 네 삶을 누가 결정하는지에 대해 계속 도전하고 있었다. 그가 쓴 책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책은 이러한 자기결단력에 대한 소소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데 '긍정적 영향을 줄 멘토 찾기' ,'왜냐고 다섯 번 묻기'등 당장 실행에 옮길법한 팁들도 개인적으로 꽤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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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가 된 남자들 - 페미니즘이 상식이라고 말하는 7명의 남자들
전인수 지음 / 멜랑콜리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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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처음 접한 건 20년 전 학부 때였다. 그때만 해도 페미니즘은 여성학이라는 이름으로, 진보의 영역에 속한 많은 이슈 중 양성평등의 문제를 노동이나 환경보다 우선시하는 이들의 분파 정도로 인식되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정도로 인식되던 학문의 갈래는 언젠가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시대를 양분하는 이슈가 되었고, 누군가에겐 생의 가치가 되고 또 누군가에겐 악마화되었다. 그리고 나같이 어중간한 이들에게는 함부로 이름을 불러선 안되는 이름이 되어 아예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이 좋은 어떤 것이 되었다.



비겁해도 할 수 없다. 페미니즘에 대해 꽤 많은 책을 읽었고 동의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내가 내 입으로 내뱉을 수 있는 이야기는 '남자 새끼들은 모르면 그냥 닥치고 있자'가 전부였다.


조금 더 비겁해지자면 남자들의 경우 대부분 비슷한 경험이 있을진데, 남자인 내가 감히 페미니스트라 자칭하는 이들과 이야기할 때 돌아온 건 대부분의 경우 농도 깊은 비웃음이었다. '니가 뭘 알아'부터 시작해서 소환되는 나의 과거 즉 '한남으로의 역사'는 아무리 '그땐 몰랐다'라 말하고 사과해도 회복될 수 없는 낙인이 되었다. '역시 너도 한남'이라는 조롱은 꽤 참기 힘들었고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이들을 조용히 멀리하기 시작한 게.



그래서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의 리뷰를 의뢰받을 때 늘 생각이 좀 많아진다. 결국 책을 읽고 그냥 해버리기는 하지만 다른 글과 비교해 꽤 많은 자기 검열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언제나 뭉툭한 글을 튀어나왔다. 그런데 7명의 페미니스트 남성들이 차례로 들려주는 페미니즘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사실 좀 생각이 바뀌었다. 서론의 조금 긴 내 이야기는 거기에서 나왔다.



"그 사람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정체성 중에 나머지를 지우고 여성으로만 바라보는 건 일방적인 대상화예요. 동료 시민으로 바라보지 않는 거죠" p.37 곽승훈 님



"덕분에 삶이 다채롭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전까지는 대충 지냈거든요.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 그런 게 보통 남자 같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굉장히 다양하게 있고, 아름다운 것들이 여럿이 있더라고요" p.85 이한 님



"결국 정체성은 개인의 작업이기도 하고 집단의 작업이기도 해요. 개인 혼자서 땅을 뚫고 나와서 주위를 줄러봤을 때 혼자라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한 사람 한 사람의 합의에 의해 공존하는 세계가 정체성인 거예요." p.329 신필식 님



책에서 나온 7명의 인터뷰이들은 한목소리로 단지 '함께 사는 삶'을 말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이 땅에 존재하는 권력이나 위계를 인정하고 그것들을 없애자고 말하고 있었다. 어떠한 기준으로 등위를 정하지 말고, 그가 가진 특징 하나로 대상화하지 말고, 다채로운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인정하자고 말하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존재 그 자체로 빛나는 삶, 그렇게 내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삶. 그것을 이들은 페미니즘이라고 말한다. 남자들의 입에서 나온 페미니즘, 그리고 함께 사는 삶.


혹 나와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페미니즘을 메갈리아가 주창한 어떤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읽고 같이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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