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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지능 시대 - 차가운 AI보다 따뜻한 당신이 이긴다
김희연 지음 / 이든하우스 / 2025년 4월
평점 :
품절
1920년대 미국, 한 식품회사는 세상을 뒤흔들 제품을 내놓았다. "물만 부으면 케이크 완성!" 광고 문구처럼 간단했다. 밀가루, 설탕, 계란 가루까지 모두 들어있으니 그저 물만 부어 반죽을 굽기만 하면 됐다. 사람들은 환호하며 돈방석에 앉을 줄 알았다. 그러나 아무도 그 제품을 사지 않았다.
완벽한 효율, 완벽한 편리함, 완벽한 실패였다.
그 이유를 알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소비자들은 기술의 혁신보다 '정성의 결핍'을 느꼈던 것이다.
"물만 부어 만든 케이크를 대접하다니, 당신은 나를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이지 않는군요!"
그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했다.
회사는 결국 제품의 일부를 거꾸로 되돌렸다. 분말 달걀을 빼고 만드는 이가 직접 계란을 깨 넣게 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케이크 믹스는 드디어 팔리기 시작했고 그토록 외면받던 제품이 시장의 주인공이 되었다.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 '공감'의 승리였다.
이 사례는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축약판이다. 데이터는 정확하지만 마음은 다르다. 효율이 늘 옳은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때로는 '불편함 속의 의미'를 원한다. 이 인간의 마음을 읽는 능력, 바로 그것이 공감 지능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평균을 읽는 데이터가 아니라, 극단을 읽는 감정에 있다. 까탈스러운 고객의 항의, 작은 불만, 비주류의 목소리 속에는 언제나 혁신의 인사이트 씨앗이 숨어 있다. 숫자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읽어내는 능력 그건 오직 인간만이, 그리고 현장에 깊이 개입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다.
AI가 찾아오며 이제 기술의 혁신은 대부분 실리콘밸리와 그들의 리그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오늘날 우리의 혁신은 어쩌면 어설픈 기술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 감성의 회복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LP의 부활, 독립서점의 성장. 모두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것'의 가치에서 비롯됐다. 완벽한 디지털보다 불완전한 진심이 더 큰 울림을 준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공감은 또한 브랜드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의미 있는 경험을 주는 브랜드는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팬'을 만든다.
한 잔의 커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하루의 위로' 혹은 '새 아침을 시작하는 에너지'가 되는 이유다. 의미를 파는 곳은 언제나 마음이 소비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인사이트. 타이밍과 구조의 공존.
좋은 아이디어라도 '때'가 오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한다. LG 스타일러가 그랬다. 황사와 미세먼지, 코로나라는 환경이 시장을 열었지만 그 기회를 붙잡을 수 있었던 건 꾸준히 시도하고 기다릴 수 있는 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무 일찍 저런 제품을 누가 사용하느냐고 했지만 스타일러는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가전이 되어버렸다. 실패라 생각한 순간이 사실은 변곡점일 수 있고, 그 방향이 맞다면 조금은 참고 인내하는 우직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감은 시간의 언어다. 과거를 검색하고, 현재를 사색하고, 미래를 탐색하기 위한 기초 체력.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때 비로소 시대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꽤 밑줄이 많은데 대충 내가 꽂힌 책의 5가지 인사이트는 아래와 같다.
1. 감정의 가치를 읽는 능력
효율보다 정성을, 편리함보다 의미를 읽는 것이 진짜 혁신이다.
2. AI 시대의 인간적 경쟁력, 스몰 데이터
데이터가 다루지 못하는 미묘한 정서, 즉 '노이즈 속 인사이트' 즉 스몰 데이터를 읽는 감각. 이것이 인간이 현장에서 가진 진짜 경쟁력이다.
3. 아날로그 감성의 재발견
만지고, 느끼고, 경험하는 아날로그적 진심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차별화 포인트다.
4. 의미의 경제로의 전환
기능보다 감정, 가격보다 의미를 주는 브랜드가 살아남는다. 공감은 고객을 팬으로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다.
5. 변화의 타이밍을 읽는 감각
실패 속에서 기회를 감지하고, 작은 변화 속에서 미래의 단서를 읽는 능력. 공감은 결국 미래를 예측하는 또 하나의 감각이다.
나 또한 데이터를 수없이 이야기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숫자는 답을 알려주지만 마음은 이유를 알려준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읽는 힘 그것이 바로 AI가 창궐하는 공감 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