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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테크로 생각보다 많이 모았습니다 - 경제지 홍 기자가 알려주는 똑똑한 절약의 기술
홍승완 지음 / 가디언 / 2022년 8월
평점 :
회사 생활을 5년 정도 했을 때의 일이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달마다 따박따박 월급을 받았고 그 월급을 나름 모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월세가 지겨워 더 넓은 전세로 이사 가려는 순간 나는 내가 한 저축은 저축 축에 끼지도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모은 돈, 어디에 모았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그 돈을 손에 쥐고 부동산과 은행 문을 두드릴 때의 충격은 생각보다 제법 컸다. 박명수가 그랬나. '티끌 모아 티끌'이라고.. 그랬다. 정말 티끌 모아 티끌이더라. 이 티끌을 부여잡고 며칠을 고민하고 반성하고 검색했던 것 같다. 이 날의 충격은 그렇게 조금씩 내 씀씀이를 바꾸어 가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돈과 투자, 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고, 다들 나름의 돈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만 해도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은 어색하던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면 어릴 적 돼지 저금통을 필두로 일단 모을 것을 강요받던 교육을 제외하곤 누구도 쉬 돈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가끔 보험쟁이들이 이러쿵저러쿵하며 돈 버는 법을 알려준다며 제 보험 계약서를 들이밀지만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나를 포함한 이 이야기의 끝은 몇백을 손해 본채 해지로 끝난다. 그래도 이거라도 안 모았으면 다 써버렸네 어쩌네라는 자기합리화만을 남기고.
그러면 어떡할 것인가? 이때부터 나는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매일 안 써도 되는데 쓰고 마는 돈이 얼마인지 점검하기 시작했고, 그것들부터 소비 목록에서 하나씩 지워나갔다. 아이스크림, 콜라, 물 한 병..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인 녀석들만 모아도 생각보다 큰 금액이 등장했다. 물론 가계부의 글자를 더하기 귀찮아서 자잘한 소비를 않은 것도 컸다.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고, 식후 커피를 캡슐 등으로 교체했다. 한 잔에 오천 원하는 커피를 이제는 1시간 이상 앉을 양이 아니라면 구매하지 않는다. 이 금액 모으자면 진짜로 크다.
필요한 카테고리의 돈은 통장을 쪼개 관리하기 시작했다. 여행 통장, 고양이 통장 등등 한 통에 관리하면 자투리에 자투리까지 긁어 쓰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뭉텅이로 쪼개 놓으면 자투리가 그대로 남아 꽤 쏠쏠해진다. 그리고 나처럼 기억력이 조금만 떨어진다면 던져 놓고 잊어버린 채 훗날 선물처럼 발견되는 돈다발을 발견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왜 주머니에 넣고 잊어버린 만 원짜리를 해가 바뀌고 발견할 때의 그 기쁨. 알만한 사람은 다 알지 않나.
책은 이런 생활 속 자잘한 삶의 저축 팁을 하나하나 알려 준다. 10년 전에 나왔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냐마는, 그리고 이 책을 내가 썼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마는, 어쨌든 이제라도 삶을 있는 대로 짜내 돈 모으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세상이 나왔다.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치지만 우리 월급은 언제나 제자리다. 코로나 때는 주식이니 코인 같은 한방이 있었지만 그 한방, 우리 지금 다 도로 까먹지 않았나.
모든 투자는 일단 목돈 만들기에서 출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월급이 있었는데 없어진,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인 이들에게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 거창하게 경제적 자유를 논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 자유를 논하기 이전에 우리, 우리 삶의 소소한 녀석들을 먼저 챙겨 보자. 눈을 굴리려면 아주 작은 눈 뭉치부터 출발하니 눈사람은 먼 미래의 나에게 잠시 맡겨두고, 우리 작은 눈 뭉치들을 이제 굴려보자.
덧. 애매한 돈은 사람도 애매하게 만든다는 책의 이야기가 사실 좀 슬펐다. 무슨 말인지 너무 알 거 같아서. 아니 알아서, 더 아팠다. 개인적으로 돈이 많을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있어야 할 돈이 없으면 그땐 굉장히 슬퍼지더라. 소확행을 말하며 텅장을 히히덕거리는 자랑하는 후배들에게 꼰대 같지만 '우리 애매한 사람은 되지 말자'라는 작은 바램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