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는 울지 않는다 부크크오리지널 6
김설단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혹시나 싶어 작가의 이름을 검색해 봤다. 첫 소설이다. 세상에. <부크크>는 자가출판 플랫폼이라 사실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나온 책들이라 해도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나 또한 부크크를 통한 개인 출판 직전에 접었었다. 나만 읽는 책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어서..) 그런데 지난번 <은일당 사건기록>도 그렇고 이번 책도 진짜 미친 듯이 좋다. 이걸 언제 읽지란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는데 꽤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흡입력도 이야기의 밀도나 속도감도, 반전에 반전도 어떻게 신인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써 내려갈까 싶을 정도로 재밌었다. 이거 영화로 만들어도 <끝까지 간다> 정도로 몰아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여튼 재미있다.


이야기는 창원과 가까운 무령이라는 작은 동네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내려온 진태수 경감은 어설픈 사투리로 동네와 융화되려 하고, 마을 사람들과도 크게 적 없이 잘 지낸다. 소위 옆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서로 아는 동네에 실종된 남자(검사)를 좇는 검사가 찾아오고, 이후 몇 건의 살인사건이 꼬리를 물고 발생한다. 우연히 이 모든 일들의 가운데 서게 된 태수는 이 사건이 생각보다 더 큰, 온 마을이 엮여있는 사건임을 눈치채게 되고 경찰서장과 군수로부터 진짜 무령 사람 즉 이 커넥션에 합류할 것을 권유받는다. 그렇게 모두가 태수에게 진실로 부터 멀어지라 하는 순간, 당연하게도 이 젊은 경감은 진실을 마주 보려 한다. 


인간의 호기심이라는 건 모든 걸 알고 싶어 하지만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의 진실에 접근 할 수 있을까. 나를 포함한 우리 대부분은 우리를 둘러싼 공동체 안에 그저 one of them인 경우가 더 많다. 물론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더 많은 것들을 알고 관할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경우도 더 큰 단위의 공동체에서는 그저 one of them 일 것이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우리는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알아야 하는 만큼만 알아야 하고, 그 너머의 호기심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이 단순한 규칙은 살인이나 지구 평화 같은 거대한 사건에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가족, 친구 가까운 이들의 어떠한 작은 일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일기장이나 휴대폰을 허락 없이 열어보는 순간 우리가 잃어버렸던 관계들을 떠올린다면 쉽게 이해가 갈 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 고유림 검사는 말한다. 


우리가 흔히 진실이라고 부르는 건 서로 합의된 이야기에 불과하죠. 판사든 검사든 모든 걸 알 수는 없어요. 인간이 알 수 있는 건 매우 제한적이죠.(p.366)


옳다. 사실 우리는 이 단순한 진리를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것이 많다. 어쩌겠는가. 우리는 살아있고 살아있는 새는 끊임없이 울고야 마는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