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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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 안에 어쩔 수 없이 갇혀 있던 것이지 결코 사라진 게 아니야. (중략) 어린 왕자가 지구를 떠났지만 사하라 사막의 어느 모래언덕 위에서 반짝이는 별로 여전히 살아있는 것처럼.” 그 순간 나는 내면 아이가 ‘뭔가 모자란, 덜 자란, 가르침이 필요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면아이는 내가 언젠가는 되찾아야 할 내 안의 소중한 잠재력이며, 어린 왕자처럼 해맑고 여리면서도 당차고 사랑스러운 내 안의 가장 환한 빛이었다.(p.21)


몇 번 밝혔지만 나는 사회복지다.(심지어 석사) 사람을 만나 상담해야 하는 사회복지학과 심리학은 꽤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데(물론 심리학의 역사를 사회복지학이 끌어온 것이지만 하여튼) 학교 다닐 때 나도 한때 이 내면아이, 어릴 적 해결하지 못한 채 박제되어 버린 쓴 뿌리에 심취했던 적이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먹고 사는게 바빠 내면을 돌아보는 것보다 오늘 행복한 것이 더 큰 관심이 되어버렸고, 내면아이를 들여다 본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오늘 자신의 슬픔이 과거에 매여있다고만 믿는 이들에게 ‘적당히 하고 네 삶을 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그렇게 잊어버린 내면아이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내 안의 울고 있는 내면아이를 내가 사랑하는 책 <어린 왕자>와 함께 데려온다는 점이다. 

10개의 챕터로 구성된 책은 챕터별로 성인이 된 나와 나의 내면 아이가 대화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화는 여러 가지 각도로 우리를 어린 시절의 어느 날로 데려간다. 아무것도 없어도 존재만으로 행복했던 관계들, 쉬 외부에 손을 내미는 것이 두려웠던 어린 시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인에 의해 규정지어진 존재의 기억, 여성이기에 감내해야 했던 폭력의 기억 등 존재만으로 사랑받아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던, 그래서 우리 기억 어딘가에서 주저 앉아 울고 있는 내면 아이를 불러내고 이제 그 아이의 손을 잡아줄 것을 권한다.

남의 이야기처럼 읽어 내려갈 수도 있지만 챕터마다 남겨진 질문은 자꾸만 내 안의 내면 아이를 불러낸다. 그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다 보면 우리는 결국 꺼내고 싶지 않았던 내면아이와 다시 조우하게 되고 책 속 화자처럼 그와 하나씩 기억들을 되짚어가다 보면 결국 어느 지점에서 만나 화해하게 되는 우리를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내면 아이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것은, 이 내면아이 즉 어릴 적 상처는 극복하고 일어나야 할 어떤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책 속의 어린 왕자는 이 내면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가자고 말한다. 우리의 어린 날은 덮어야 할 어떤 것이 아니라 오늘의 삶을 단단히 세워가야 할 기억이라고, 그 의미를 다시 정의할 것을 권한다. 이렇게 어린 나와 회복한 이후 왕자는 나아가 나 뿐 아니라 나와 관계된 이들의 내면 아이도 함께 돌아봐 줄 것을 권한다. 

결국 우리의 상처는 관계에서 기인하고, 여기에 따른 회복도 결국 이 관계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읽고 서로의 마음을 돌보아주는 계기가 되어도 좋을 것 같다.


“너희들은 내 장미와 전혀 같지 않아.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그가 꽃들에게 말했다. “아무도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도 아무도 길들이지 않았어. 너희들은 내가 길들이기 전의 여우와 같아. 다른 수많은 여우와 똑같은 여우였지. 하지만 이제 여우는 내 친구가 되었으니까 이제는 오직 세상에 하나 뿐인 여우가 된 거야”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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