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다! 맥북 & 아이맥 : 맥OS 벤투라 판 된다! 업무 능력 향상 200%
김기백 외 지음 / 이지스퍼블리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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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이폰과 맥의 업데이트는 빠를수록 좋고, 안드로이드와 윈도우의 업데이트는 늦을수록 좋다는 오래된 옛 말이 있다. 그만큼 애플의 업데이트는 사용자 친화적이고, 최소한 불편하게 발전하지는 않았다. 물론 탈옥한 이들은 업데이트가 불가하지만 요즘은 굳이 탈옥하는 사람도 없긴 하다. 잡스 사후 그가 완벽한 휴대폰 사이즈라 말했던 아이폰 4의 크기에서 아이폰은 자꾸만 커지고 라인업이 늘어났다. 아이패드도 마찬가지다. 아이패드 프로는 맥북으로 에어는 가벼움으로 보급형 아이패드는 이제 도대체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 그나마 맥북은 윈도우를 대체하는 OS로 특히나 영상과 음악에 최적화 된 컴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데 최신 버전인 벤투라 버전은 예의 맥북에서 아이패드로 많이 다가갔다. 설정 같은 메뉴를 쳐다보자면 가끔은 내가 맥북을 만지는 건지 아이패드 프로를 만지는 건지 헷갈릴때도 있다. 2010년부터 맥북을 써온 입장에서 벤투라에서 업데이트 된 이 변화들이 사실 너무 어색했다. 메뉴 이름들이 소소히 바뀌었으며, 꽤 많은 부분 맥북의 버그를 해결해줬던 터미널은 사용할 수 없고(보안&안정화의 문제인 것 같음), M1 버전부터는 부트캠프도 설치할 수 없다.(물론 아이폰/패드의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극장점이 생기기도 했다) 맥을 사용하다 막히는 부분을 꽤 많이 구글링에 의존했는데, 찾는 버전마다 이젠 벤투라에서 없는 구버전의 메뉴를 이야기하니 꽤 답답한 상황이다.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Q&A도 마찬가지다. 아니 그 메뉴가 머냐고 대체!!를 외치며 구글을 헤멘게 대체 몇날 밤이었나.


이런 와중에 꽤 재미난 책을 발견했다. '된다' 시리즈를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펴본 적은 몇 번 없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굳이 책 펴기 전에 구글님꼐 묻는게 더 빠르기 때문이다. 또한 나같은 애플 고인물은 어느 정도 맥에 대한 지식을 가진 이들이기 때문에 이런 책은 늘 안 팔리는 책이었다. 하지만 나 같은 고인물이라도 벤투라에 관한 책만큼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도 괜찮다. 물론 책의 50% 이상은 아는 내용일 테지만 나머지 50%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고인물을 제외하고 언젠가 아이폰과 함께 산 스타벅스 프리티켓을 두어 번 켜보고 처박아주었다면,(그게 맥북이라면!) 당근에 올리기 전에 한 번만, 딱 한 시간만 딱 잡고 따라해보길 추천드린다. 막막하기만 했던 그 예쁜 쓰레기의 유저가 된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을테니.


생각해보니 벤투라부터는 아이패드와 메뉴 구성이 유사해져 사실 기존 맥북 유저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더 쉽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벤투라로 업데이트 해서 당황했거나, 맥북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추천.


*그러고 보니 서두에서 이야기 한 사용자 친화적 업데이트가 맞는 말일지도...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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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머니 로드 - 24만 구독 경제 유튜버 수페TV의 투자 비책
송민섭(수페TV) 지음 / 베가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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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면 됩니다.(p.15)


투자에 관한 책을 그리 심도 있게 들여다 보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책의 거의 첫머리에 적힌 저 문장이 내 눈길을 잡아 끌었다. 맞다. 돈을 버는 방법은 간단했다.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면 된다!


코로나 이후, 아니 정확히는 가상화폐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투자는 그들의 게임에서 모두의 게임이 되어버렸다. 백만 개미군단은 외국인과 기업으로부터 삼전을 지켜냈고 듣도 보도 못했던 업비트는 21년 올해의 앱 상위권을 차지했다. 낮 시간만 운영되는 주식시장과 달리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가상화폐 시장은 폐인을 양산하기도 했고, 반대로 모두의 워너비인 파이어족 몇 명을 현실에 보여 주기도 했다. 옆 부서 김대리가 코인으로 30억을 벌어서 퇴사한다는 케이스는 어느 회사에나 있을법한 전설이 되었다.


그렇게 나도 주식 앱을 깔고 코인 앱을 깔았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누구도, 정말 아무도 내게 투자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유튜브나 구글링하면 된다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내가 궁금한 건 그래서 '뭘 사라는 건데?'였는데 이 부분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초심자의 행운이 있다던데 나도 그랬다. 판돈이라곤 용돈 밖에 없는 게 아쉬울 정도로 투자금의 100%를 첫 한 달간 뽑아냈다. 매수 타이밍, 매도 타이밍이라는 것도 뭔지 알 것 같았다. 앱 접근성은 주식 앱보다 코인 앱이 훨씬 쉬웠다.(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것도 이유가 있더라) 근무 중 주식차트를 매번 들여다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주로 코인을 사고팔고 하며 한 달은 족히 놀았던 것 같다. 매월 받는 용돈으로 조금씩 코인과 주식을 사 모았고, 그렇게 투자금은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것 같아 보였다.(뭐 눈덩이래봐야 티끌 모아 티끌이지만) 이 이야기의 끝은 남들과 다르지 않다. 시장 돌아가는 눈이라곤 뉴스밖에 모르는 까막눈에 가까웠으니 금리가 오르고 주가가 떨어지는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투자 앱들을 들여다보지 않는다.(언젠간 오르겠지.. 아니면 말고 크흑)

본전부터 시작하면 계산은 어렵지만 대강 마이너스, 번 돈을 다시 투자하곤 했으니 현재 각종 앱의 수익률만 보자면 아플 별로 -50~-70%를 횡보하고 있다. 분산투자는 삼성, 키움, 한투 등 다양한 앱을 사용하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야 머 매월 치킨 한두 마리 덜 사 먹었다고 생각하면 될 일이지만 투자 광풍 시 꽤 큰 돈을 태운 이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이런 시장에 최근 투자나 주식, 부동산에 관한 책은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다. 추천으로 이런 유의 책을 몇 권 접한 적이 있는데 가능한 '나는 이렇게 돈 벌었다'식은 지양하는 편이다. 거두절미하고 이 책은 다향히 자랑을 늘어놓는 책은 아니다. 

나같은 초보 투자자들에게 투자에 대한 베이직한 설명과 함께 투자 용어들에 대해 상세하게 풀어준다. 배당, 채권, ETF 등 어디서 한 번은 들어봤는데 구체적으로 모르는 용어들에 대한 풀이와 더불어 기술분석과 가치 평가(기업의 매출, 현금흐름, 성장률 등), 차트 보는 법, 모니터링과 리밸런싱 등 실제적으로 우리가 투자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보여 아하고 모니터링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투자를 시작할 때 누구나 할 거 없이 공부할 것을 권했지만 어떻게 공부해야할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면 이 책을 쉬 건네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다 덧붙여 저자는 시대의 흐름을 보고 투자처를 정하라 조언(하긴 이런 말 누가 못하나) 하는데, 좀 달랐던 건 저자 스스로 사람들의 시간을 5가지로 구분하고 관련 기업들을 조사해 보여준다. 


보면서 소비하는 시간(유튜브, 인스타, 넷플), 여행하는 시간(항공, 에어비앤비, 여기어때), 나를 가꾸는 시간(나이키, 룰루레몬), 투자하는 시간(클래스 101, 탈이야), 휴식하는 시간(스벅, 보디 프렌즈, 캠핑)


물론 이 카테고리를 지금도 바뀌고 있겠지만, 이 리스트를 마주하는 순간 개인적으로 어쩌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배당이니 ETF니 하는 이야기들은 듣는 것만으로 머리 아팠는데, 이런거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어디 돈을 쓰는지는 마케터로의 나의 관심사이기도 하니까. 

나의 투자는 여기서부터 시작하려 한다. 꽤 여러 번 꺼내볼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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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개의 단상 세라 망구소 에세이 2부작
세라 망구소 지음, 서제인 옮김 / 필로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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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얻었다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특히 돈을 받았다면(p.79)


나는 잃어버린 스카프가 떠올라서 애가 탄다. 그러다가 비행기를 탔던 일이 그리워진다. 스카프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p.94)


넘어진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는 어쩌면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사랑하는 이의 손길, 진심이 담긴 위로, 가끔은 뻐를 때리는 한 문장에도 우리는 일어서기도, 다시 걷거나 뛰기도 한다. 사랑하는 이가 옆에 있어 삶의 위로 된다면야 가장 좋겠지만 사실 이게 가장 어렵다. 가족은 위로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꽤 많은 경우 우리게 새로운 상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니까.


책은 내가 곤고하거나 넘어졌을 때, 혹은 누군가 나를 실컷 두들겨 패고는 정신 차리라 말해줬음 싶을 때 내게 필요한 꼭 300개의 문장이다. 얇은 책이기도 해서 여느 때처럼 가장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을 후루룩 읽어내려가다 이내 책을 덮었다. 그렇게 일주일째 조금씩 아껴 읽는 중이다. 한 문장으로 충분한 날도 있고, 몇 페이지를 넘기며 어려운 마음을 조금씩 일으킨 날도 있다. 어제는 그냥 넘겼던 문장인데 오늘 마음에 인을 치는 문장도 있다. 


그랬다. 나는 지난 여행에서 버스에 두고 온 모자가 떠올라 마음이 무너졌지만, 이내 그 버스를 타고 떠났던 여행지의 공기와 햇살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마 그렇게 이 책은 오래도록 내 책상에 꽂혀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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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일기 세라 망구소 에세이 2부작
세라 망구소 지음, 양미래 옮김 / 필로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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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을 그대로 출판물로 내는 작업은 <안네의 일기> 이후 누군가에 의해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사실 아주 잘 쓴 글이거나 시대상을 담아내는 기록이라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런 일기가 출판되더라고 팔릴 리 만무하다. 관음에 기인한 약간의 흥밋거리야 되겠지만 주제도 없이 그저 시간의 나열에 따라 뒤죽박죽된 글은 어떻게 읽어도 불친절하기 마련이다. 


모든 순간을 기록하려 했지만, 시간은 순간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순간을 포함하고 있다. 시간은 순간 말고도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래서 나는 텅 빈 시간처럼 보이는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려 애썼다.(p.9)


저자는 자신이 쓴 일기를 보다가, 기록된 것을 토대로 기록되지 않은 시간을 담으려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일기가 아니라 일기를 토대로 새로 쓴 작가의 기록이다. 나는 이 작업이 꽤 흥미로웠다. 작가 스스로도 밝히 듯이 ‘기록하지 않으면 그 삶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가지고 있는 작가는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겪으며 며칠 전의 기억과 기록에 관해 돌아보게 된다. 아마 그녀는 육아로 기록에 관한 물리적인 시간을 빼앗겼을 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자라는 순간을 기록하려 애썼을 것이다. 이 와중에 어떤 시간들은 그녀의 선택으로 삭제되기도 한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늘 이런 질문을 해왔던 것 같다. 이렇게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제 나는 망각이 내가 삶에 지속적으로 관여한 대가임을, 시간에 무심한 어떤 힘의 영향임을 이해하게 되었다.(p.92) 


저자는 25년이라는 시간의 축척을 되짚으며 결국 그 일기로부터 해방된다. 기억하지 않아도, 기록하지 않아도 삶은 계속되며, 과거의 나는 일기장의 기록이 아닌 오늘 숨 쉬는 내가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녀는 망각을 선택함으로 해방되었다.

내가 이 글을 시작한 것도 처음은 그저 읽고 사라지는 책을 기록하기 위함이었다. 언젠가 다시 이 기록을 꺼내 그 책을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록하지 않아도 책들은 내 삶에 꾸준히 쌓일 것이며 그것들은 결국 내 삶이 증명할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나는 이 기록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아무래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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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2 - 전2권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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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나고 한국에서 자란 나는 어릴 적부터 TV에 보이는 이민자의 삶을 부러워 했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계기는 TV 시트콤 <LA 아리랑>이었을 거다. 미국에 살고 있는 꽤 단란해 보이는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는 가정, 나는 평생 한번 가볼 수도 없을 것 같은 미국의 유명한 곳들, 영어와 한국어 심지어 n개 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능력 등 그들의 삶은 그저 워너비였고 이따금 미국에서 왔다는 이들을 만날 때 그들을 바라는 나의 눈빛은 늘 부러움으로 가득했다. 나는 그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내게 내가 생각한 것과 조금 다른 이민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국에서 떠나온 그 시점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는 어른들의 보수적인 사고(80년대에 떠나온 이들은 아직도 전두환이 구국의 영웅이라든지), 교회를 중심으로 한 비밀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좁은 커뮤니티에 늘 전전긍긍하던 삶, 지금도 보이지 않는 인종차별 아니 이것보다 미국인도 한국인도 아닌 정체성을 잃어버린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자신도 이러한 것들을 찾을 수 있을까 하여 한국에 왔으며, 사실 이것도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이들이나 하는 고민이지 지금도 세탁소와 베이비 시터를 하며 건강보험이 없어 병원도 제대로 못 가며 그렇게 버티고 있는, 아직도 실낱같은 아메리칸 드림을 잡고 견디는 이들이 그렇게 많다고.


이런 이야기에도 난 그들을 향한 부러움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운이 좋게도 <파친코> 이민진 작가님의 처음 소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의 한국 출판 북토크에 초대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 책이 어떻게 쓰이게 됐는지, 이 책에서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듣게 되었다. 출간 연도로 치면 사실 <파친코>에 앞선 이 이야기는 그녀가 들려주는 첫 번째 이민자의 이야기다.

더 구체적으로는 미국 이민 1세대와 2세대, 부모의 헌신으로 꽤 괜찮은 대학을 나왔지만 본인의 삶을 찾아 뉴욕의 거리로 뛰어나온 케이시 한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의 성이 한인 이유는, 한국인의 정서인 '한'을 의미하는 게 맞다고 한다)


1. 케이시의 친구 엘라는 좋은 가정에서 태어난 교양 있는 이민 2세다. 그녀는 잘생기고 돈 많고 집안 좋은 그러니까 거의 완벽해 보이는 한국인 남자인 테드 결혼하고 스스로도 현모양처를 꿈꾼다. 하지만 엘라는 남편의 외도라는 상상도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2. 케이시의 어머니 리아의 이야기. 그녀의 삶은 가족과 교회가 전부였다. 세탁소에서 일하며 퍽퍽한 이민 1시대의 삶을 버티며 아이들을 키워냈고, 그렇게 스스로도 꽤 괜찮은 삶을 살아왔노라 생각하던 찰나 그녀는 성가대 지휘자 찰스에게 잠시 느낀 사랑에, 그의 아이를 갖게 되고 유산한다. 그 과정은 강간이었는데 그녀는 그 모든 과정조차 자신의 잘못이라 여기는 전형적인 보수적인 한국 어머니 시대의 여성을 대변한다.

3. 이에 반해 케이시는 자신의 욕망에 꽤 솔직한 여성이다. 명문대라는 울타리를 걷어차고 그녀는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려 하지만 그를 맞이한 건 동양인, 여성, 계급으로 둘러싸인 사다리였다. 거기다 그녀는 부모의 헌신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함께 안고 있다. 그녀는 뉴욕에서 꽤 많은 남자를 만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한다. 그녀는 화려하고 싶었고 그럴 능력이 충분하다 믿었다. 하지만 그녀가 있을 수 있는 곳은 맨해튼의 가장 밑 바닥이 었고 그곳에서 케이시는 끊임없이 부딪히고 또 뛰어오른다.


책 제목이기도 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세상은 백만장자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내어줄 것처럼 열려있었지만, 가진 거라고는 몸 밖에 없는 이방인에게 한없이 가혹했다. 케이시의 능력은 보이지 않는, 아니 너무 크게 보이는 천장 앞에선 세상에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케이시는 이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세 여성을 비교하며 이민사회를 읽는 재미도 있겠지만, 굳이 미국까지 가지 않더라도 2022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로 읽히기도 무리가 없다. 자유와 평등을 누구보다 강조하는 나라에 살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 정말 모두가 자유를 누리고 모두가 평등하다고 믿고 있는가? 그것들은 기득권자의 언어이고, 어쩌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기득권에 편입되어 있지는 않는가.


이 외에도 책에서 인상 깊었던 이는 케이시의 멘토인 사빈이었다. 사빈은 케이시를 돕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이 늘 케이시가 받아들 일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는데, 도움을 거절하는 케이시에게 그녀는 솔직하게 사과한다.


"미안하다. 올바른 방식으로 널 도울 방법을 내가 몰라서 미안해. 난 그저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뿐이야. 상대를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하면 안되는건데.."(2권, p.183)


좋은 시니어가 되는 것, 좋은 멘토가 되는 것이 무엇일까. 멘토의 역할을 고민하는 중에 꽤 괜찮은 멘토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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