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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개의 단상 ㅣ 세라 망구소 에세이 2부작
세라 망구소 지음, 서제인 옮김 / 필로우 / 2022년 12월
평점 :
뭐든 얻었다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특히 돈을 받았다면(p.79)
나는 잃어버린 스카프가 떠올라서 애가 탄다. 그러다가 비행기를 탔던 일이 그리워진다. 스카프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p.94)
넘어진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는 어쩌면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사랑하는 이의 손길, 진심이 담긴 위로, 가끔은 뻐를 때리는 한 문장에도 우리는 일어서기도, 다시 걷거나 뛰기도 한다. 사랑하는 이가 옆에 있어 삶의 위로 된다면야 가장 좋겠지만 사실 이게 가장 어렵다. 가족은 위로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꽤 많은 경우 우리게 새로운 상처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니까.
책은 내가 곤고하거나 넘어졌을 때, 혹은 누군가 나를 실컷 두들겨 패고는 정신 차리라 말해줬음 싶을 때 내게 필요한 꼭 300개의 문장이다. 얇은 책이기도 해서 여느 때처럼 가장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을 후루룩 읽어내려가다 이내 책을 덮었다. 그렇게 일주일째 조금씩 아껴 읽는 중이다. 한 문장으로 충분한 날도 있고, 몇 페이지를 넘기며 어려운 마음을 조금씩 일으킨 날도 있다. 어제는 그냥 넘겼던 문장인데 오늘 마음에 인을 치는 문장도 있다.
그랬다. 나는 지난 여행에서 버스에 두고 온 모자가 떠올라 마음이 무너졌지만, 이내 그 버스를 타고 떠났던 여행지의 공기와 햇살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마 그렇게 이 책은 오래도록 내 책상에 꽂혀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