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것이 좋아 - 소박한 식재료를 찾아 떠나는 여행
안은금주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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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별이 주르륵 떨어진다. / 눈만 감으면 기쁨의 환상 속에 / 메주가 주르륵 떨어진다. / 어찌된 일일까? / 꿈과 희망에 부푼 내 인생의 시작이다. / 매일 밤하늘에서 빛나는 메주가 내 품에 안기니 / 행복할 수밖에. / 장류사업을 시작할 즈음 나는 매일 이런 즐거운 환영에 밤잠을 뒤척였다.

 

위의 글은 함안의 청국장 명인 전금자 씨의 일기 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콩과 메주가 황금빛 별이 되어 밤마다 이 분의 가슴에 떨어진다니,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떠한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이 분은 시집 와서 지금까지 평생 2-3시간 이상을 자본 적이 없다고 한다. 환갑이 넘는 나이인 지금도 일주일에 600kg의 콩으로 청국장 만드는 일을 혼자 해낸다고 하니, 정말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않고는 이렇게 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10년 동안 농촌 전문 리포터로 수많은 이야기를 가진 농부들을 만났다는 저자의 기록담이다. 

 

책을 읽다보니 전금자 씨와 같이 자기 일에 신념과 열정을 가지고 소박하게 우리 농업의 터전을 지켜주고 계신 분들이 너무나 많다.

 

묵묵히 친화녕 농산물 재배에 히을 쏟으며 진심으로 건강한 밥상을 지켜주는 농부들이 많다. 지역 곳곳에 숨어 있는 정직한 농부들.

 

청도에서 감 농사를 짓는 류현석 농장주도 그 중 한 분이다.

 친환경에 가까운 농사를 짓는데, 제초제를 쓰는 대신에 감나무 아래에 초성재배를 하기 위해 취나물을 심는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토양이 살아서 좋고 부소득까지 올릴 수 있다. 젊은 나이에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는 심지가 아름답다.

 

하루 종일 황기를 캐 봐야 15kg 정도가 전부지만 적당히 캐고 만족하며 산다고 말씀하시는 문종욱 농장주. 사람을 구하면 더 많이 캘 수 있지 않냐는 리포트의 질무네 그 분은 딱 잘라 말씀하신다.

" 욕심 부려서 뭐하게. 우리 식구 먹을 만큼만, 살림에 보태어 쓸 만큼만 캐어서 내다 팔면 되지. 산에서 살며 자식들 배 곯지 않게 사는 방법을 물려받았는데 뭐가 더 필요하겠소."

 

'평생 화 한번 안 내 보았을 것 같은 얼굴' 배농장 사장님도 인상에 남는다. 이 분의 아들도 키특한데, 어린 나이에 농고에 진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아들의 뜻을 존중해 귀농을 결심한 아버지는 현재 장흥에서 16년 째 친환경 배 농사를 짓고 계신다. 

 

무농약으로 온전한 상품 하나 만들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그 분.

하는 수없이 저농약으로 바꾸었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으시던 그 분.

밭에서는 금연은 물론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도 삼간다는 그 분.

 

책의 저자가 그 뿐께 말하기를

"흡집이 있어도 되고, 크기가 작아도 상관없으니 제가 살 때는 못생긴 무농약 배로 보내주세요."

 

그러자 농장주께서 말하기를

"소비자들이 모두 안 선생 같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처럼 친환경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을 지속적으로 할 수있을 텐데요."

 

이들의 대화에 답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소비자가 변해야 생산자도 변한다. 소비자가 알아주어야 신념을 갖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부들이 자신의 일을 오래도록 할 수 있는데, 우리 농업의 각박한 현실을 만든 주인공은 소비자인 바로 우리들 자신이란 생각이 든다.

 

개인의 열정을 넘어 조직적으로 우리 농업을 지키는 단체들이 많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우리 토종쌀의 복원을 위해 노력하는 장흥 쇠똥구리 작목반, 바른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모임, 두성은행 영농조합의 친환경 은행 생산 같은 예들이 그렇다.

 

참고로 우리 농산물에 대해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찐쌀이란 것이 추수 전 채 여물지 않은 푸른 벼를 쪄서 말려 찧은 쌀을 말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개인적으로 매실과 수세미에 대해 관심이 많다. 차례를 훑어보다 매실과 수세미가 있길래 어찌나 반가웠는지.

그런데 하동 매실편은 백숙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고 정작 매실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수세미에 대해서는 그보다 나았지만 수세미 수액 받는 법을 궁금해하던 내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즙을 내는 방법, 요리하는 방법, 수액을 받는 방법 같은 걸 알 수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끝으로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사는 이 땅의 모든 농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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