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한계를 거부하는 발칙한 도전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
임정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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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책의 구성이 마음에 듭니다.

 

1부 영원히 상상하는 인간, 호모이마기난스

2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소망, 이야기

3부 상상력의 끝없는 욕망, 무한한 시간

4부 차원의 벽을 넘어서, 공간 상상

 

저는 이 책의 차례를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이야기와 시간과 공간이라.....!'

 

그걸로 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이 세 가지 주제만으로 충분합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모두 여기로 귀결된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런 확신을 저자와 나누고 있다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1부를 읽다보니 실망감이 듭니다.

"또 서구인가!" 하고 저는 생각했지요. 

 

이야기와 시간과 공간...... 인간의 상상력.......

태고의 생명력과 토테미즘과 숲과 별과 깊은 어둠과,, 아무튼 이런 류의 것들을 떠올리며 적어도 이 책은 인류 공통의 이야기를 하겠구나,, 하고 기대했던 것이지요.

  

1부에서는 상상력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서구의 역사를 조망하고 있는데, 상상력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정의되고 억압되고 발전되어 왔는지는를 더듬고 있습니다. 오늘날 대다수의 출판물이 이런 우를 범하고 있지요. 제목에서는 인류 보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면서 막상 책장을 열고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서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용으로 범벅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서구문화를 통해 본 인간의 상상력> 하는 식으로 제목을 지으면 될 텐데!

 

영원히 상상하는 인간, 호모이마기난스는 서구인만을 의미하는 걸까요?

 

아시아의 민족들, 아프리카의 민족들, 아메리카의 그 많은 민족들의 상상력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다음부터는 머릿말에 이렇게 밝혀두고 글을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서구문화의 전문가입니다.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빌어 상상력이란 주제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책의 서평과는 별 관련이 없는 이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이유는,   

오늘날 대다수의 인문학 출판물들이,

저자는 물론이고 독자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서구가 인간의 역사과 문화를 대변한다는 식의 전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고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제가 특별히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2부입니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도 이야기에 매달리는 걸까? 하는 의문이 평소에 있었던 탓입니다.

 

과연 2부의 소제목처럼 이야기는 인간의 원초적 소망이었습니다. 인간에게 이야기는 본능이었습니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무한한 우주를 파악하는 데 있어 상상력은 필연적'입니다. '상상력은 인간의 무한으로의 의지 표상'이며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려는 상승의지를 가진 인간에게 '상상력은 필요불가결'입니다.  

'그리고 미지의 타자를 의식의 지평속에서 이해하기 위해 상상이 시작되었다'는 저자의 설명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민족에게 신화가 있는 것입니다. 신화(즉 상상력은) '결핍을 충족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서부터 탄생' 했습니다. '결핍된 현실로부터의 해방, 자유와 행복의 유토피아적 꿈에서 이야기의 상상력은 시작되었'습니다. 

 

신화는 곧 문학적 상상력입니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사물을 보이게 함으로써 마치 그것이 현실인 것처럼 묘사하는 창조자'라는 정의도 마음에 듭니다.

 

이 책의 2부는 문학평론이자 영화평론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저자가 다루고 있는 문학(동화)과 영화는 거의 서구의 작품들이며 다소 생소한 작품에 관해서도 길고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3부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시간'이란 개념을 만들어내었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와 기독교의 시간관, 하이데거의 시간관 등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4부에서는 <신세계>와 <걸리버 여행기>같은 문학작품에 나타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등을 조망합니다. 영화 <아바타> 등을  통해 환상과 현실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원격조종과 게임 등의 문제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인간의 '모든 상상은 현실과 더 나은 세상이라는 구도 속에서 작동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상은 나쁜 현실과 더 좋은 세상이라는 수레바퀴를 영원히 돌리고 있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상상은 혁명적이라고 정의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혁명'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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