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필사책 - 흐트러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주는 부처님 말씀
정운 엮음 / 유노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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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필사하는 인간이다. 주로 《반야심경》과 다양한 만트라를 필사한다. 내가 불교 경전을 필사하는 이유는 몸나를 지우고 참나를 세우기 위해서다. 내겐 필사가 다름아닌 기도 행위다. 이문재 시인은 〈오래된 기도〉에서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필사가 곧 기도다. 해서 나는 기도하는 인간이기도 하다. 나와 남에게 모두 이로운 선업을 짓는 소박한 수행 가운데 하나가 필사다.

우리나라는 통일신라 때부터 경전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쓰는 사경(寫經)을 중시해왔다. 사경은 믿음으로 부처님의 진리를 따르겠다는 마음가짐인 수지(受持), 경전을 되풀이하여 읽는 독경(讀經), 경전 문구를 외우는 송경(誦經), 타인에게 부처님의 진리를 전달하는 해설(解說)과 함께 불가의 대표적인 다섯 가지 마음 공부에 속한다. 사경에 자주 쓰이는 핵심 경전이 《법화경》, 《금강경》, 《유마경》, 《화엄경》이다.

북악산 북촌불교문화원에서 불교학 강의를 하시는 정운스님이 《법구경》, 《숫타니파타》, 아함부경전, 《금강경》에서 현대인 마음의 평온과 안정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는 구절 100개를 가려 뽑았다. 총 5개 장으로 '마음을 먼저 고요히 하여라', '모든 존재를 너그럽게 바라보라', '사람과 더불어 지혜롭게 살아가라',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디어라'. '오늘을 귀중하게 여기며 살라'로 구성된다. 중간중간 정운스님의 에세이 10편이 '정운스님의 마음마당'이란 타이틀로 수록되어 있다. 가령 '기적은 매일 일어난다'란 글에선, "욕심내지 말고, 소박한 하루에 만족하자. 그리고 감사하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별은 혼자 빛나지 않는다'란 글에선,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존재한다는 상의상관 연기설의 가르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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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예찬 - 불확실성을 환대하는 방법
안 뒤푸르망텔 지음, 이세진 옮김 / 사람in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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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성공을 추앙하고 실패를 혐오하는 곳, 바로 대한민국이다. 한국 사회는 성공 숭배 사회다. 다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달고 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는 과감한 도전에 대한 인센티브나 실패와 폭망에 대한 관용이 거의 없다. 승자는 늘 우상시되고, 패자는 금세 잊히거나 어둑한 지하로 내몰린다. 그래서 친숙하고 편하고 기분 좋은 확실한 안전지대에 머물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해서 그만큼 위험과 모험을 예찬하는 이 책이 반가웠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안 뒤푸르망텔은 대표작인 『위험 예찬』(사람인, 2026)에서 '가장 생생한 삶을 체험하려면 위험을 환대하라'고 주장한다. 핵심 메시지는 "위험을 감수하는 결정을 할 때, 비로소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고 생동하는 순간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주장만을 놓고 보면, 모험과 도전을 동기부여하는 자기계발서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타령을 늘어놓는 주식투자서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철학적이고 아포리즘적이다. 저자는 현상학과 정신분석학의 도구를 빌어 불확실성을 환대하는 방법을 풀어놓는다. 책에서 논하는 '위험'의 목록을 나름 정리해보면, 열정, 정념, 망각, 기억 상실, 자유, 사랑, 고독, 불충실(불륜), 웃음, 꿈 등 다양하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신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르페우스 신화는 이승과 저승 사이, 산 자들의 세계와 죽은 자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삶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지옥을 건너는 위험을 부각시킨다. 신화의 '지옥'은 현실에선 정신병원이나 사랑의 상실, 고독, 우울증 등으로 치환된다. 그리고 에우리디케는 "사랑을 잃고 사랑 속에서 자기 자신도 잃었던 여성들"의 상징적 아이콘이 된다.

철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현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병이 절망과 고독이라고. 제로 리스크를 바라며 쉬운 인생, 편안한 삶, 편리하고 안락한 일상을 무턱대고 좇다보면 절망과 고독이 침습하기 마련이다. 바로 그런 절망과 고독을 치유하기 위해선 위험을 감수하는 열정적인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미지의 것, 우연히 다가오는 것, 불확실한 것에 대한 열린 태도, 즉 리스크를 환대하는 자세가 우리 삶의 절망과 고독을 치유하는 처방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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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예술 - 스케치로 내 삶에 예술을 들이는 법
니샨트 자인 지음, 김가원 옮김 / 책장속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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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펜 드로잉과 어반 스케치 입문자다. 선긋기와 해칭으로 아까운 종이 여러 장을 끝장내거나 막대인간 수준도 안되는 사람을 마구 그려대는 수준이다. 솔직히 드로잉에 타고난 재능은 없는 편이다. 어릴 때 나뭇잎을 정밀하게 스케치하며 명상을 교육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정신세계사에서 펴낸 책일 것이다), 내 책에 붙은 나뭇잎은 고작 두서 이파리였다. 작심삼일이었다. 소싯적 포스터 그리기에는 나름 약간의 재능을 보였지만 그건 위아래로 글씨가 있고 그림에 자나 컴퍼스 같은 공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온전히 손으로 그리는 드로잉에는 영 자신감이 떨어진다. 어느새 십여 권이 넘는 스케치 관련 책들을 읽었다. 그때마다 상대적으로 희미한 좌절감이나 자기회의감이 몽글몽글 피어오를 때가 있다. 그런데 맙소사, 내게 엄청난 용기를 주는 멘토가 나타났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인도 출신의 예술가이자 팟캐스터 니샨트 자인이다.

"손으로 글씨를 쓸 줄 안다면 당신은 이미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것이다."(76쪽)

와우, 죽비와 같은 놀라운 한방이었다. 신성한 만트라급 조언이다. 그래, 글씨도 그림도 결국은 선이다. 결국 손을 움직이면서 선을 그리는 일이 바로 '예술'이다. 캘리그래피도 선이고 명가의 그림도 마찬가지로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기회의감에 빠지기 쉬운 드로잉 입문자에게 충분히 동기부여가 되는 말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은밀한 예술가'로 자처한다. '은밀한 예술'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몰래 하는 예술, 즉 남들 모르게 예술을 하려는 태도와 결부된다. 카페나 거리에서 커다란 화구로 자리를 잡고 앉아 '나는 화가다' 대놓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구석에서 은밀하게 주변 경관을 빠르게 그리는 일이다. '비밀일기'를 써본 사람이라면 '비밀 스케치북'의 가치를 알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에 늘 존재하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다. 결국 은밀한 예술은 저자의 예술철학이기도 하고 정체성 시그니처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 《은밀한 예술》이 잘 그리는 법을 가르치는 교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의 의도가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 거리를 오가는 작은 사람들을 잘 그리게 된다. '머리는 시선', '몸통은 자세', '팔은 할 일', '다리는 움직임', '디테일도 단순하게'와 같은 팁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막대인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천태만상 인간들을 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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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더 잘 쓰게 된다 - 스토리의 힘을 키우는 작법 수업
이기원 지음 / 오늘산책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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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내가 보는 드라마는 〈김부장〉이다. 정체를 숨긴 딸바보 김부장이 위험에 빠진 딸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스릴러 액션물이다. 영화 〈테이큰〉과 같은 류다. 액션과 스케일은 나쁘지 않지만 뭔가 유치한 부분과 김빠지게 만드는 부분도 없진 않다. 아마도 깜냥과 재주에 비해 김부장의 욕망이 지나치게 평범해서일 것이다. 김부장은 딸 민지의 아빠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 목표다. 사족이지만 단조로운 감정선과 에로티시즘의 공백도 아쉽다.

드라마나 영화를 답답한 고구마로 만들거나 통쾌한 사이다로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스토리 작법서 《당신은 더 잘 쓰게 된다》를 펼쳐 들었다. 저자는 드라마 〈하얀거탑〉과 〈제중원〉의 작가 이기원으로, 30년 경력의 드라마 크리에이터의 내공을 책에 녹여냈다. 스토리의 '기능'과 '구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노련한 면모가 돋보인다.

먼저 화두다. 스토리란 무엇인가. 스토리란 욕망을 가진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욕망이나 어려움의 극복이 없는 스토리는 비서사적이다. 서사 기능의 측면에서 보면, 스토리는 주인공, 욕망, 적대자, 행동, 변화 이렇게 다섯 개 요소로 구성된다. 스토리의 재미와 박진감을 주려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주인공의 욕망이나 약점을 더 크게 설정하거나, 주인공이 돌파해야 하는 장애물(대적해야 하는 악당)을 더 어렵고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주인공'은 선장이자 엔진 본체이며, '매력'은 대중을 항해에 합류시키는 힘이다. 또한 '감정이입'은 그 힘을 지속시키는 추진력이고, '딜래마'는 엔진의 회전수를 끌어올리는 장치다. 더불어 '적대자'는 전진을 가로막는 거친 파도와 폭풍우며, '멘토와 조력자'는 조타수이자 항해사다."(62쪽)

주인공의 욕망에는 외적욕망과 내적 욕망이 있다. 외적 욕망은 원하는 것을, 내적 욕망은 필요한 것을 뜻한다. 내적 욕망은 주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대체로 클라이맥스에서 드러난다. 가령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해리가 원하는 것은 볼드모트를 물리쳐 부모의 복수를 완성하는 것이지만, 그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책임과 희생을 감당하는 것이다. 앞서 〈김부장〉의 미흡한 면을 살짝 언급했지만, 주연과 조연을 포함해 드라마 캐릭터들의 욕망이 죄다 외적 욕망에만 그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흠이 아닐까 싶다.

서사라는 망망대해를 제대로 항해하기 위해선 '나침반'이 필요한 법. 가령 로그라인으로 방향을 고정하고, 주제로 항해의 의미를 찾고, 하이 콘셉트로 이 항해가 선택받을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가령 드라마 〈제중원〉의 로그라인은 "구한말, 백정이 조선 최초의 양의사가 되려고 고군분투한다."이다. 〈제중원〉은 구한말 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조선 최초의 양의사가 된 박서양을 모델로 한 드라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예로 들면, 로그라인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변호사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훌륭한 변호사로 성장한다.'이다.

그럼, 주제는 무엇인가. 여기 공식이 하나 나온다. 바로 "주제=A〉B"이다. '주제는 A가 B보다 낫다'라는 뜻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제는 '장애와 편견을 극복하는 삶(A)이 그렇지 않은 삶(B)보다 낫다'이다. 〈겨울연가〉 같은 멜로드라마나 〈엽기적인 그녀〉 같은 로맨틱 코메디의 주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 그렇지 않은 삶보다 낫다'이다. 하이 콘셉트는 "흥행작에 흥행작을 더해 또다른 흥행작을 만드는 방법"을 말한다. 가령 〈워킹 데드〉가 〈조선왕조 오백년〉을 만나 〈킹덤〉이 되었다는 식이다. 쉽게 말해서, 하이 콘셉트는 "새 옷을 입은 옛이야기"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블록버스터 대다수는 이런 하이 콘셉트를 바탕으로 기획된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서사의 지도, 즉 '서사 구조'를 설명한다. 영웅 서사, 3막 구조, 패러다임 이론, 세이브 더 캣과 같은 서사 구조가 그러하다. 여기서 서사 구조는 이야기를 가두는 틀이 아니라 이야기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방향을 틀며, 어디에서 모든 걸 걸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검증된 항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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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심리학 2 다크 심리학 2
다크 사이드 프로젝트 지음 / 어센딩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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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착하게 살면 바보가 되는 시대다. 윤리적 기준이 높고 확고한 사람이 경쟁 사회에서 도태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다크 트라이어드, 즉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스, 나르시시즘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맥클리랜드는 인간의 동기를 유발하는 욕구를 크게 성취욕구, 권력욕구, 친화욕구 세 가지로 나누었다. 이중 권력욕구가 강한 이들은 경쟁적이고 신분지향적 성향이 높다고 한다. 『다크 심리학 2』는 권력의 본질이 '통제'와 '영향력'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권력의 설계와 작동 원리를 소개하고, 권력 시스템 내 다크 트라이어드의 심리전략을 다루고 있다.

"진짜 권력은 우리에게 명령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통제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다크 심리학은 여기서 우리의 사고, 감정, 행동 습관을 사회적으로 규격화하는 권력 구조에 주목한다. 그리고 학교, 직장, 가정 등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이 권력 욕구가 유난히 강한 다크 트라이어드에게 유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설파한다. 쉽게 말해서,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려는 욕망이 유달리 강한 다크 트라이어드 성향자들을 길러낸다는 얘기다. 권력을 잡기 위해 마키아벨리안은 매력과 모욕을 섞어 조종하고, 사이코패스는 위협과 공포를 사용하며, 나르시시스트는 외모와 지위를 과시한다.

우리가 '다크 심리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권력 게임의 판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 다크 트라이어드의 치밀한 전략에 휘둘리지 않고 보다 주체적인 삶을 누리기 위해서다. 일단 "핵심은 권력 구조를 이해한 자들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약육강식이라는 노골적인 힘의 논리와 돈만 밝히는 물신주의가 지배하는 국제정치 질서를 보면 정말 실감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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