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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예술 - 스케치로 내 삶에 예술을 들이는 법
니샨트 자인 지음, 김가원 옮김 / 책장속북스 / 2026년 7월
평점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펜 드로잉과 어반 스케치 입문자다. 선긋기와 해칭으로 아까운 종이 여러 장을 끝장내거나 막대인간 수준도 안되는 사람을 마구 그려대는 수준이다. 솔직히 드로잉에 타고난 재능은 없는 편이다. 어릴 때 나뭇잎을 정밀하게 스케치하며 명상을 교육하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정신세계사에서 펴낸 책일 것이다), 내 책에 붙은 나뭇잎은 고작 두서 이파리였다. 작심삼일이었다. 소싯적 포스터 그리기에는 나름 약간의 재능을 보였지만 그건 위아래로 글씨가 있고 그림에 자나 컴퍼스 같은 공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온전히 손으로 그리는 드로잉에는 영 자신감이 떨어진다. 어느새 십여 권이 넘는 스케치 관련 책들을 읽었다. 그때마다 상대적으로 희미한 좌절감이나 자기회의감이 몽글몽글 피어오를 때가 있다. 그런데 맙소사, 내게 엄청난 용기를 주는 멘토가 나타났다. 캐나다에 거주하는 인도 출신의 예술가이자 팟캐스터 니샨트 자인이다.
"손으로 글씨를 쓸 줄 안다면 당신은 이미 그림을 그릴 줄 아는 것이다."(76쪽)
와우, 죽비와 같은 놀라운 한방이었다. 신성한 만트라급 조언이다. 그래, 글씨도 그림도 결국은 선이다. 결국 손을 움직이면서 선을 그리는 일이 바로 '예술'이다. 캘리그래피도 선이고 명가의 그림도 마찬가지로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기회의감에 빠지기 쉬운 드로잉 입문자에게 충분히 동기부여가 되는 말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은밀한 예술가'로 자처한다. '은밀한 예술'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몰래 하는 예술, 즉 남들 모르게 예술을 하려는 태도와 결부된다. 카페나 거리에서 커다란 화구로 자리를 잡고 앉아 '나는 화가다' 대놓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구석에서 은밀하게 주변 경관을 빠르게 그리는 일이다. '비밀일기'를 써본 사람이라면 '비밀 스케치북'의 가치를 알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에 늘 존재하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다. 결국 은밀한 예술은 저자의 예술철학이기도 하고 정체성 시그니처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 《은밀한 예술》이 잘 그리는 법을 가르치는 교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의 의도가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 거리를 오가는 작은 사람들을 잘 그리게 된다. '머리는 시선', '몸통은 자세', '팔은 할 일', '다리는 움직임', '디테일도 단순하게'와 같은 팁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막대인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천태만상 인간들을 그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