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중독 - 그들은 왜 지배할수록 괴물이 되는가
카르스텐 셰르물리 지음, 곽지원 옮김 / 미래의창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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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권력이 우리 심신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력을 파헤친 매력적인 심리서를 만났다. 독일의 조직심리학자 카르스텐 셰르물리의 《권력중독》(미래의창, 2026)이다. 권력의 기본 개념은 물론, 권력이 일으키는 심리적·생리적 반응을 소개하고, 권력이 우리 경험과 인식, 행동 전반에 미치는 장기적인 양상까지도 잘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 존 프렌치와 버트럼 레이븐은 권력의 기반을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처벌에 기반한 권력, 보상에 기반한 권력, 합법성과 정당성에 기반한 권력, 전문성에 기반한 권력, 카리스마에 기반한 권력이다. 로마의 네로나 스페인의 프랑코, 소련의 스탈린 같은 역사상 독재자들은 '채찍'으로 대변되는 처벌적 권력과 '당근'으로 대변되는 보상적 권력을 자주 활용했다. 국회의원이나 축구 심판처럼 제도와 지위를 통해 부여되는 합법적 권력이 있고, 코로나 팬데믹 시절의 의사나 인공지능을 다루는 공학자처럼 특정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의 전문성 권력은 날로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한편, 카리스마 권력은 권력이 가진 사회성과 대인관계성을 논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유형으로, "타고난 성격보다는 구체적인 행동 방식 그리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설명"되곤 한다. 카리스마 권력은 대체로 예수, 모세, 무함마드 같은 종교 지도자들이 지니고 있었던 유형이었는데, 오늘날은 버락 오바마나 도널드 트럼프 같은 정치인이나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같은 혁신적인 경영 리더에게서 자주 목격되는 리더십 표지이기도 하다. 카리스마 권력은 보상 권력이나 처벌적 권력보다 훨씬 더 지속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저자는 앞서 언급한 다섯 유형의 권력 외에 '도덕적 권력'이라는 새로운 유형 하나를 더 추가한다.

잘 알다시피 권력은 아편이다. "권력은 사람을 중독시키고 자제력을 무너뜨리는 힘을 지니고 있다." 권력의 중독성과 부패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국의 역사학자 액턴 경은 "권력은 부패하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저자는 "권력은 우리를 각성시키고, 신경계를 활성화시킨다"며 권력의 생리학과 권력과 중독의 메커니즘을 소개한다.

권력과 권력 상실이 불러오는 생리적 반응은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 호르몬 지수와 관련이 깊다. 테스토스테론이 비록 '권력 호르몬'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남성 호르몬 지수가 높을수록 권력에 대한 욕구 역시 더 강한 편이다. 그리고 권력 욕구가 강한 사람일수록 자존감이 크고 패배했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더욱 높게 나타난다. 쉽게 말해서, 권력의 획득은 쾌감을 부르고, 권력의 상실은 고통을 초래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반지의 힘이 프로도의 양심과 이성을 망가뜨리는 것처럼, 권력감은 사람을 타락시키고 반사회적 행동을 부추기며 비도덕화시킨다. 권력의 남용과 악용은 갑질이나 조작처럼 상대를 개별적인 인격체로 여기지 않는 탈개인화와 비인간화의 결과를 초래한다. "절대 권력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무력감과 권력 상실을 강요한다."

물론 권력은 긍정적인 변화도 가능하게 한다. 일상에서 권력의 부작용을 줄이고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보다 책임감 있고 성공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공공의 선을 지향하면서 팀 내 임파워먼트를 강화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제 집단지성의 차원에서 그런 걸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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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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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독학은 혼자 공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를 위한 진짜 공부'의 다른 이름이다. 일찍이 공자가 말한 '위기지학'이 아니면 독학이라 할 수 없다. 양명학이 강조하는 '일상에서 진리를 연마한다'는 '사상마련'이나 불가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가르침, 그리고 하나의 화두를 잡고서 종일 끝까지 참구하는 것도 다 독학의 맥락과 상통한다. 독학은 공부의 분야와는 관련이 없다. 직업이나 취업을 위한 공부도 아니고, 재미나 취미를 위한 공부도 아니다. 오히려 독학은 자기 주도적 학습과 같은 근성과 호기심, 탐구 태도와 결부된다.

철학의 대중화에 매진하고 있는 일본의 지식인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독학의 최종 목적이 "스스로 생각하고, 지금까지 없던 견해나 추론을" 만드는 일이라며 독학의 기본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가령 대략적으로 책을 읽는 법, 문제의식을 갖는 법, 생각하는 법, 교양을 쌓는 법 등이다. 요약하면, 독학의 기본은 직접 읽고 느끼고 생각하는 일이며, 이는 독서와 사유, 기록이 전부다. 독학은 기록인의 삶이자 교양인의 열린 자세로,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는 탐구는 오직 자신으로 사는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인간은 스스로 탐구할 때만 비로소 자신이 된다."

독학은 진리를 깊이 파고드는 철학자의 탐구나 진범를 추리하는 탐정의 작업과 흡사하다. 칸트나 셜록 홈즈처럼 말이다. 일테면 저자는 '알고 싶은 것을 제대로 조사하는 7단계'를 소개하고 있다. '주제에 따른 키워드 선별하기, 키워드의 어원과 현대에 와서 달라진 의미 조사하기, 주제 범위의 역사적 환경 파악하기, 종교적 환경 파악하기, 그 시대 사람들의 생활환경 파악하기, 주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책과 자료 선별하기, 연구를 시작하기'의 순이다.

또한 저자는 언제나 '프리 노트'를 가지고 다니라고 조언한다. 프리 노트란 공부하거나 독서하면서 떠오른 의문과 발상을 적는 노트로, 예술가의 작업 노트나 발명가의 아이디어 저널과 다를 바 없다. 다만 전자 노트여서는 안 된다. 저자는 40매짜리 원고지를 쓰는데 칸을 무시하고 단면만 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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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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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피로 이루어졌든 법으로 이루어졌든 가정은 험악한 개미지옥이 되기도 한다. 개미지옥과 다를 바 없는 은밀한 가정폭력의 폭풍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쓴 자전적 이야기를 접했다. 멕시코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작가 네주 시노는 어릴 적 의붓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성적인 학대와 강간을 당해왔다. 이 책 《슬픈 호랑이》(열린책들, 2026)는 생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의 심리와 소아성애적 기질 그리고 강간과 성폭행이라는 범죄 상황을 역추적한 범죄심리학 에세이이자 사회면 보도 기사와 편지 스크랩 등을 수록하며 재판 과정을 재구성한 증언문학이다.

법의 심판은 과연 죄질에 따라 공정하게 선고되는 것일까. 흉악한 범죄일수록 공소시효가 없어야 한다. 성년이 된 저자는 비밀을 털어놓았고 그녀 어머니가 고소장을 제출했다. 가해자인 의붓아버지는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고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아이를 강간한 죄로 받는 벌이 통상 징역 5년 이내인 점에 비하면 8년이 적은 것은 아니지만, 7년 동안 어린 몸과 영혼에 가해진 야만적인 폭력을 고려한다면 그보다 더 큰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저자는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를 회고하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내밀한 관계 역학을 토대로 친밀한 학대자에 의한 성범죄와 악의 근원에 관해 밀도 있는 윤리적 성찰을 전개한다.

"우리의 문화에서, 터부로 되어 있는 것은 강간 그 자체가 아니다. 그 행위는 곳곳에서 실제로 벌어지지 않는가. 터부로 되어 있는 것은 강간에 대해서 말하는 것, 강간에 대해서 고찰하는 것, 강간을 분석하는 것이다."(32쪽)

책 제목은 블레이크의 시 〈호랑이〉에서 비롯했다. "그분은 어린 양을 만들고도 그대를 만들었는가?"라는 시구와 관련이 있다. 저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역동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 텍스트를 참조한다. 가령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가 가해자의 시각으로 서술하는 소아성애자의 심리와 궤변이라면, 이 책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도착자인 가해자의 변태 심리를 파고든다.

여름철에 등반 안내인을 하던 의붓아버지는 가정을 지배 영토로 삼아 군림하려 들었다. 그는 권위주의 성격의 사내로, 키가 크고 힘이 세며 난폭하기까지 했고 늘 소리를 지르고 명령하고 지시했다. 반면에 친아버지 사미는 "예수의 아버지 성 요섭을 생각나게" 하는 인상의 착한 남자였고, 네주가 사미와 함께 살았을 때는 보헤미안처럼 히피족처럼 자유로웠다. 열네 살 때 네주는 친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다고 했지만 사미가 거절했다. 사미는 네주와 로즈 자매를 돌볼 능력이 없었고, 딸의 피해 사실을 알았을 땐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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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스, 이건 사랑 이야기야 I LOVE 스토리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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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아동문학가 케이트 디카밀로의 이야기는 마른 눈가를 촉촉하게 하고 굳은 가슴을 몽글몽글 녹인다. 책을 덮고 나면 행복한 순간이 으레 선사하는 화사한 느낌의 물결이 심장을 동심원 삼아 부드럽게 퍼져나간다. 어린 소녀 '페리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번 이야기도 물론 그러했다. 페리스의 이야기는 가족, 이웃, 친구 사이의 사랑 이야기이면서, 진중한 이별과 새로운 만남을 대비하는 인생 성장 스토리다.

페리스(엠마 피니어스 윌키)는 예비 5학년인 열 살 소녀로, 현재 아빠, 엄마, 여동생, 할머니, 반려견 부머와 살고 있다. 페리스는 식구들 가운데 그 누구보다 할머니 셰리스와 매우 한올진 사이다. 페리스가 태어난 날 본 인생 첫 장면이 바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 셰리스 할머니였다. 북적북적한 축제장의 페리스 휠 아래에서 페리스를 받는 산파 노릇을 멋지게 해주었다.

할머니는 페리스가 태어난 날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늘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야"라고 말해준다. 사랑 이야기는 결국 아름다운 성장 서사이기도 하다. 청춘의 사랑도 황혼의 사랑도, 심지어 유령의 사랑까지도 그러하다.

셰리스 할머니가 이른바 '유령'을 보기 시작하자 페리스의 고민이 시작된다. 할머니가 심부전을 앓고 있는 환자이기에 유령의 출몰은 불길했다. 할머니가 유령과 소통을 했는데 유령에겐 소원이 하나 있었다. 전쟁터에서 죽은 남편이 헤매지 않고 집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샹들리에에 불을 밝히는 일이다. 페리스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마흔 개의 양초에 불이 켜진다. 샹들리에에 불이 환히 켜진 날, 상실의 아픔을 겪었던 모든 이들이 따스한 위안을 얻게 된다. 그때의 마법 같은 광경은 책 표지 그림에 등장한다.

셰리스 할머니에게 사랑을 고백한 '황혼의 로맨티시스트' 부이 할아버지는 악당이 되고픈 천방지축 여동생 핑키(엘리노어 로즈 윌키)에게 남다른 조언을 해준다. "마법이라는 건 사실 자기 자신을 굳세게 믿는 데서 시작하는 거란다. 그러면 주위 사람들도 덩달아 너를 믿게 되거든." 사랑과 성장에는 모두 마법이 필요한 법이다. 고난과 시련만큼이나 말이다. 여섯 살 핑키도 엉뚱한 말썽을 저지르며 나름 성장을 하게 된다.

페리스의 절친은 유치원 시절부터 알고 지낸 피아노 신동 빌리 잭슨이다. 목에 거는 줄이 달린 안경을 쓴 빌리는 '신비한 장벽'이라는 곡을 치고 또 치는데, 이 오래된 노래는 돌아가신 엄마의 사랑과 결부된다. 빌리 엄마가 태교로 불러 주던 노래였기 때문이다. 빌리의 아빠 빅 빌리 아저씨는 왕년에 유명한 미식축구 선수였는데 지금은 스테이크하우스 사장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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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으로 들어가기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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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사이는 애증 관계다. 특히 엄마가 고주망태 알코올중독자에다 약물 과다 복용으로 죽어버렸다면 더욱 그러하다. 이다는 엄마 냄새가 남아있는 집을 뛰쳐 나온다. 어차피 집 계약 해지로 삼 개월 안에 말끔히 비워줘야 할 곳이다. 이다에게 엄마 냄새란 "달콤한 향수와 살짝 풍기는 땀 냄새, 알코올 냄새"다. 이다는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이나 매일 알코올로 정신줄을 놓았던 엄마를 혐오했다. "엄마 방에 엄마 냄새가 과하게 가득해서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싶다." 엄마의 망가진 모습에서 자신의 못난 점, 찌질한 면을 그대로 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다는 엄마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거부감, 상실감, 죄책감, 박탈감, 무력감 때문이다. 그런 이다를 언니 틸다는 너그러이 이해했다. 싸늘하게 침대 위에 퍼져 있던 엄마를 발견한 것도 이다다. "엄마가 죽고 두 달 동안 나는 매일 죽어갔다."

이다가 엄마 장례식에 참석했다면 어땠을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을까. 내면의 안개가 좀 가셨을까. 글쎄다. 적어도 장례식에서 누군가 다음의 지혜로운 성경 구절을 이다에게 들려주진 않았을까.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사랑하는 이와 작별할 때 전도서 3장 1-8절만큼 위안이 되는 구절도 없다. 상실 이후의 애도의 시간에 정말 잘 어울리는 문구다.

결국 언니 틸다의 관심도, '좋은 친구' 사마라의 친절한 배려도 이다의 깊은 상실감을 덮기엔 무리였다. 그래서 이다는 무작정 떠났고 잠수를 탔다. 이다가 정처없이 방황하며 찾던 건 어쩌면 적절한 애도의 방식 아닐까 싶다. 마치 거울처럼 엄마에게서 자신의 약하고 추한 면을 본 이다는 자신의 불안한 영혼을 들여다볼 용기가 없었다. 그렇게 겁쟁이처럼 패잔병처럼 도망쳤다. 짙은 내면의 안개에 휩싸인채 말이다.

몽유병자처럼 괴롭게 아파하며 방황하던 이다에게 따스한 배려의 손길을 내민 낯선 이가 있다. '물개'라는 바를 운영하는 크누트와 그의 아내 마리안네다. 덕분에 이다는 상실의 아픔이 서서이 치유되기 시작한다. 여기에 새로운 친구 라이프도 한몫한다. 라이프는 아침마다 발트해에서 수영하는 이다의 모양새를 보고 '자살 시도 수영'이라고 평한다. 이다에게 전투적인 바다 수영은 고난을 당당히 마주하고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는 신성한 시합 같은 것이었다.

"바다에서 수영할 때면 나는 매번 바다에게 나를 휩쓸어가서 죽일 기회를 주지만, 바다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나는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 날씨가 어떻든 상관없이 언제나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눈앞에 있고, 가끔 거칠게 춤을 추고, 내가 무례하게 굴어도 나를 죽이려 하지 않는다. 아주 드물긴 하지만 바다가 나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가장 아름다운 느낌이다. 바다는 때때로 내가 물고기나 인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152,153쪽)

그래도 역시 상실의 슬픔을 치유하는 길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사랑, 만남의 기쁨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이제 시작이다. 다만 좋은 시작이라서 다행이다. 또다른 상실감을 마주할 용기를 북돋아주는 그런 관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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