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으로 가난을 샀습니다 - 불안을 설렘으로 바꾼, 두 사람의 인생 반전 스토리
고우서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여행이든 관광이든 다 무용하다. 나는 '여행무용론'의 신봉자다. 혹자는 '음식'과 '사료'를 구분하듯 '여행'과 '관광'을 구별하곤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냥 헛짓일 뿐. 지구 행성을 뒤덮은 촘촘한 자본주의 그물로 인해 집 떠나면 다 소비로 귀결된다.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날 필요는 없다. 때론 허다한 낭만이 사람을 잡는다.

물론 어디 가나 예외는 있다. 특히 가난한 청춘이라면 여행이 인생 반전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여기 세계여행이 인생 반전의 계기가 된 젊은 부부가 있다. 전 재산으로 4년간 세계여행을 떠난 우서 씨와 수야 씨다. 러시아, 튀르키예, 이집트, 유럽, 인도, 동남아로 이어지는 신혼부부의 여행 에피소드는 유튜브 채널 '쑈따리'에 기록되고, 배우 고우서는 그렇게 여행 유튜버가 된다. 저자는 유튜브를 연극에, 유튜버를 배우에다 비유한다. "세계가 무대가 되고, 우리가 주인공이 되는 대본 없는 드라마"가 여행 유튜브다. 수많은 여행 유튜버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쑈따리'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서로를 깊이 사랑하며 만들어 가는 인생의 기록"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여행과 삶에는 계획표가 없다. 그래서 불안하고, 그래서 벅차다."

첫 여행지가 러시아인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이동한다. 러시아가 시작점인 이유는 연극배우 출신인 저자의 로망이 반영된 것이다. 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할 때 러시아의 연기 훈련법과 안톤 체호프, 막심 고리끼 같은 작가들의 희곡에 관심이 있었고, 배우 박신양 씨가 졸업한 러시아의 명문 연극학교 '셰프킨'을 동경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들의 여정에도 여파를 남긴다. 횡단열차의 젊은 러시아 병사들, 체코 프라하의 한 호스텔 주방에서 만난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 아주머니가 전쟁의 생얼을 드러낸다.

"여행은 결국, 장소와 사람, 그리고 그 무엇이든 정을 둔 것들과의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다. 우리가 이 긴 여행을 멈춰야 할 때는, 수많은 이별 앞에서도 초연해질 때가 아닐까."(52쪽)

잊지 말자, 여행의 본질은 고행이다. 그런데 삶의 이유를 찾아 나선 나그네는 습관적으로 '고행의 쉼표'를 행복이라 부르길 좋아한다. 저자의 인도편을 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해진다. "행복은 늘 불시에 스쳐 갔다. 그리고 절대적이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개가 된 소년 펠릭스 I LOVE 스토리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랜 로망이 하나 있다. 바로 동물로 변신하는 초능력이다. 다만 동물로 변신해도 인성은 그대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늑대인간처럼 보름달이 뜨면 한 줌의 인성마저 사라지고 야수의 본능만이 남는 그런 변신은 사양한다. 변신의 로망은 유명한 철학자라도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이런 시를 남겼다. "나는 한때 소년이었고, 소녀였고, 드넓게 펼쳐진 관목 숲이었고, 한 마리 새였고,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침묵의 물고기였다." 얼핏 전생 이야기나 장자의 '만물제동' 같은 고상한 가르침처럼 들린다. 공중의 새와 들의 백합화를 언급한 복음서의 예수를 떠올리게도 한다. 하지만 나는 오로지 몸의 탈바꿈인 변신에 관심이 있다.

『개가 된 소년 펠릭스』(보물창고, 2025)도 변신을 소재로 한다. 애견인 가족이라면 맘에 들 만한 아동소설이다. 버디의 중고품 가게에서 산 담요의 신비한 마법으로 개가 되어 버린 8살 소년 펠릭스 파월의 이야기다. 개가 된 펠릭스는 다시 소년이 될 수 있을까. 이야기의 시작은 펠릭스가 할머니에게 받은 용돈으로 중고품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장면이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담요 외에도 요요 하나와 그림책 『아멜리아 베델리아』 두 권, 할머니에게 줄 팔찌 하나를 함께 산다. 펠릭스에게 담요의 마법이 과연 축복일지 저주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소년이 개로 변하자 반려견 '포핀스'가 견공의 흥미진진한 세계로 인도하는 멘토가 되어주고, 떠돌이 고양이 '검보'는 마법을 푸는 주문을 알려준다.

펠릭스는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영장류를 연구하는 동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특히 콩고 민주 공화국에 살고 있는 보노보 침팬지를 가장 좋아한다. "보노보는 똑똑하고, 평화롭고, 장난스럽고, 창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펠릭스는 우주와 세상의 신비에 대해 늘 호기심이 넘친다. 가령 "동물들은 무슨 꿈을 꿀까? 모기에게도 성격이 있을까? 정글은 어떤 냄새가 나고 어떤 모습일까? 언젠가는 영장류와 대화할 수 있을까?"

담요의 마법 덕분에, 펠릭스는 꿈꾸던 동물학자의 삶을 미리 체험한 셈이다. 개로 변하자 청각과 후각이 예민해지고, 포핀스가 견공 세계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집중한 채로 아주아주 조용히 있으면 네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아주 많이 들을 수 있어." 이는 견공의 타고난 본능이기도 하지만 노련한 동물학자가 마땅히 갖춰야 할 연구 태도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63가지 심리실험 - 뇌과학편, 개정판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심리실험
이케가야 유지 지음, 니나킴 그림,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대중 멘토는 철학자나 종교인이 아니다. 오늘날 최고의 멘토는 뇌과학자와 인공지능 전문가들이다. 자기주도 학습과 인공지능 열풍 때문에 뇌과학과 뇌력 개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뜨겁다. "인간 뇌는 정밀하면서도 아직 그 능력이 전부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장 특이한 장치다." 스튜어트 시튼의 말인데, 대다수가 상식처럼 갖고 있는 견해가 아닐까 싶다. 만약 인간 뇌의 지도 혹은 '마음 지도'가 완벽하게 그려진다면, 뇌의 능력을 백 퍼센트 이용하는 초인류가 나올 수 있을까.

생존과 번식의 측면에서 본다면, 뇌는 방대한 에너지를 소비하기에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은 비효율적인 장치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뇌과학자 이케가야 유지에 따르면, 뇌는 효율성만을 놓고 따지기에는 너무도 큰 가치와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귀중한 요소다. 책에서 63가지 뇌과학 관련 실험을 소개하고 있는데, 하나같이 "타인의 머릿속을 여행하고 싶은 사람에게 지도와 내비게이션이 되어줄" 그런 흥미로운 내용들이다.

도덕적 행동과 관련된 재미난 연구결과가 있다. 하나는 '선행 전염 효과'이고, 다른 하나는 '도덕 정당화 효과'다. 선행 전염 효과란 타인이 선행을 베푼 직후 그것을 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회심리적 현상이다. 친절의 도미노 효과랄까, 누군가의 친절이나 선행이 또 다른 친절과 선행을 불러온다는 얘기다. 반면에 도덕 정당화 효과는 자신이 선행을 한 이후 선행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좀 더 쉽게 악행을 저지른다는 반전 현상이다. “나는 이미 착한 일을 했으니, 조금 나쁜 행동을 해도 괜찮아”라는 무의식적 자기 면허가 생기는 것으로 '도덕 면허 효과'라고도 한다.

사람들이 남들 앞에서 선행이나 도덕적 행동을 한 이후 그 행동을 근거로 이후의 비도덕적 행동이나 자기중심적 선택을 더 쉽게 정당화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이 바로 도덕 정당화 효과다. 가령 기부 천사로 소문난 연예인이 습관적인 음주 운전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의지와 선택도 근력과 같이 지칠 수 있는 것이라면, 도덕 정당화 효과는 정신적인 소모 현상이 일으킨 도덕적 일탈행위라고 볼 수 있다. 즉 도덕 정당화 효과는 일종의 '자아 소모'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한 다음에는 의욕이나 인내력, 때로는 도덕심마저 줄어든다. 자아 소모는 연령에 따른 차이도 있는데, 젊은 사람일수록 자아를 쉽게 소모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모든 걸 하얗게 불태운 이런 자아 소모를 극복하는 손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포도당 보충'이다. 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보충하면, 자제심이 쉽게 회복된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주루이 지음, 하진이 옮김 / 니들북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종종 삶을 미완성에 그치게 하는 게 급작스러운 죽음, 안타까운 죽음이다. 인생 열차는 탄생과 더불어 죽음이란 종점을 향해 내달리지만, 종점에 도착하는 시간은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오죽하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속담까지 있을까.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죽음에 대한 사색과 준비는 언제나 현자들의 중요한 화두였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모두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이지만, 오직 사람만이 죽음을 성찰하고 '좋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삶의 본질적인 의미를 되묻게 하고 모든 허접한 욕망의 쭉정이들을 날려버린다.

세상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삶과 죽음도 그러하다. 여기 죽음을 앞둔 중년의 철학자가 삶과 죽음의 양면성을 토대로 열흘간 한 청년과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중국의 철학자 주루이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처럼 죽음을 앞두고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을 세상에 남기고 싶어 했는데, 그 결실이 바로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니들북, 2026)이다. 몸과 시간에 대한 성찰이 유익했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의식과 관점에서 벗어난 우주적 관점, 이른바 '제4의 비인칭 관점'을 강조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저자는 쉰여섯의 나이에 시한부 선고를 받고 영면에 든다.

"만일 한 폭의 그림이나 풍경으로 선생님의 생명을 그려낸다면 어떤 모습인가요?"란 질문에, 저자는 다음 네 편의 이미지를 언급한다. 생명의 첫 번째 풍경은 십 대 청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대변하는 윙슈트 플라잉이고, 두 번째 풍경은 중년의 '영혼 속 고독의 공간'을 재현한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카미유 피사로의 「서리」이다. 세 번째 풍경은 암 환자의 '몸과 영혼의 점진적 분리'를 보여준 미국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이고, 마지막 네 번째 풍광은 호스피스 병동의 시한부 인생으로서 '나는 내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최후의 심판」이다.

저자는 삶의 마지막 한 걸음으로 '인간 퇴비'가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하기에 화장을 선택한다.

"만일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유기질 비료 방식으로 내 삶의 마지막 한 걸음을 완성하고 싶다. 가령 미생물의 분해 과정을 통해 나의 유해를 영양물질이 풍부한 유기질 비료로 바꾸어 꽃과 나무의 자양분으로 쓰는 것이다."(20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수 하버드에 오다 - 1세기 랍비의 지혜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비 콕스 지음, 오강남 옮김 / 문예출판사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늘날 세계 종교는 약이 아니라 병이다. 세속종교의 근본주의와 맹신주의가 극단의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종교는 구원을 빌미로 우익화, 보수화, 세습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여전히 과학과 합리성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렇다고 종교가 윤리적인 행위의 든든한 기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종교 신앙과 도덕성은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종교와 정의는 그리 어울리는 커플이 아니다.

종교인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신앙심으로 소문이 난 유명 정치인이라면 더더욱 사적인 도덕성에 의심을 품어볼 만하다. 정치 엘리트는 지위에 따른 권력 효과에 의해 비윤리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으니 말이다. 비근한 예로, 내란 세력의 말로를 보라. 종교적 맹신자도 그리 다르지 않다. 명동 거리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고 외치는 신도들이 과연 도덕적이고 이타적이고 정의로운가. 이들의 억지스런 행동이 정녕 사랑으로 충만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일치하는가. 정녕 하나님의 축복과 은총을 받을만한 그런 선행인가.

종교학자 하비 콕스의 《예수, 하버드에 오다》(문예출판사, 2026)는 20여 년 동안 저자가 하버드대학교 학부에서 개설한 '예수와 윤리적 삶'이라는 교양 강의를 토대로 한다. 저자는 역사적 예수를 1세기 갈릴리의 유대인 랍비로 자리매김하고, 예수의 영적 가르침은 당연히 랍비 전통의 틀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랍비 전통과 교수법의 핵심은 기존 전통에서 내려오는 고정된 윤리 강령이나 지침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비유나 반문을 통해 듣는 사람들의 고정 관념이나 인습적 관행을 뒤흔들어 그들 스스로 삶과 세계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갖도록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는 각성을 통해 사랑과 정의의 길을 스스로 걸어갈 수 있는 자력구원의 서사와 상통한다.

"랍비 예수는 전 역사를 통해 가장 위대한 이야기꾼이었다." 예수는 이야기(설법과 대화)를 통해 어떤 윤리적 지침을 전달하려는 것보다는 민중에게 의식의 변화를 가져오려 했다. 예수 설교는 대부분 유대교의 정신적 유산에 기반하고 있고, 언어와 행동을 통해 민중들의 윤리적 상상력을 일깨웠고 윤리적 근본주의와 무책임한 상대주의라는 두 극단을경계하도록 이끌었다.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 이전에, 또한 종말의 복음 이전에, 살아있는 유대 랍비인 예수의 가르침은 공정, 공동체, 관용, 연대, 정의로운 선택, 생명 윤리 등 현대 사회의 윤리적 문제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참고로 책의 역자인 종교학자 오강남은 예수를 "개인적 영성을 함양함과 동시에 사랑과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의 도래를 위해" 힘쓴 '개벽 운동가'로 파악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