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마지막 수업
주루이 지음, 하진이 옮김 / 니들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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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종종 삶을 미완성에 그치게 하는 게 급작스러운 죽음, 안타까운 죽음이다. 인생 열차는 탄생과 더불어 죽음이란 종점을 향해 내달리지만, 종점에 도착하는 시간은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오죽하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속담까지 있을까.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죽음에 대한 사색과 준비는 언제나 현자들의 중요한 화두였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모두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이지만, 오직 사람만이 죽음을 성찰하고 '좋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삶의 본질적인 의미를 되묻게 하고 모든 허접한 욕망의 쭉정이들을 날려버린다.

세상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삶과 죽음도 그러하다. 여기 죽음을 앞둔 중년의 철학자가 삶과 죽음의 양면성을 토대로 열흘간 한 청년과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 중국의 철학자 주루이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처럼 죽음을 앞두고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을 세상에 남기고 싶어 했는데, 그 결실이 바로 《철학자의 마지막 수업》(니들북, 2026)이다. 몸과 시간에 대한 성찰이 유익했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의식과 관점에서 벗어난 우주적 관점, 이른바 '제4의 비인칭 관점'을 강조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저자는 쉰여섯의 나이에 시한부 선고를 받고 영면에 든다.

"만일 한 폭의 그림이나 풍경으로 선생님의 생명을 그려낸다면 어떤 모습인가요?"란 질문에, 저자는 다음 네 편의 이미지를 언급한다. 생명의 첫 번째 풍경은 십 대 청년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대변하는 윙슈트 플라잉이고, 두 번째 풍경은 중년의 '영혼 속 고독의 공간'을 재현한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카미유 피사로의 「서리」이다. 세 번째 풍경은 암 환자의 '몸과 영혼의 점진적 분리'를 보여준 미국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이고, 마지막 네 번째 풍광은 호스피스 병동의 시한부 인생으로서 '나는 내 죽음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최후의 심판」이다.

저자는 삶의 마지막 한 걸음으로 '인간 퇴비'가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하기에 화장을 선택한다.

"만일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유기질 비료 방식으로 내 삶의 마지막 한 걸음을 완성하고 싶다. 가령 미생물의 분해 과정을 통해 나의 유해를 영양물질이 풍부한 유기질 비료로 바꾸어 꽃과 나무의 자양분으로 쓰는 것이다."(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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