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하버드에 오다 - 1세기 랍비의 지혜는 지금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비 콕스 지음, 오강남 옮김 / 문예출판사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오늘날 세계 종교는 약이 아니라 병이다. 세속종교의 근본주의와 맹신주의가 극단의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종교는 구원을 빌미로 우익화, 보수화, 세습화의 길을 걸어가고 있고, 여전히 과학과 합리성과 거리를 두고 있다. 그렇다고 종교가 윤리적인 행위의 든든한 기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종교 신앙과 도덕성은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종교와 정의는 그리 어울리는 커플이 아니다.

종교인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신앙심으로 소문이 난 유명 정치인이라면 더더욱 사적인 도덕성에 의심을 품어볼 만하다. 정치 엘리트는 지위에 따른 권력 효과에 의해 비윤리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으니 말이다. 비근한 예로, 내란 세력의 말로를 보라. 종교적 맹신자도 그리 다르지 않다. 명동 거리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라고 외치는 신도들이 과연 도덕적이고 이타적이고 정의로운가. 이들의 억지스런 행동이 정녕 사랑으로 충만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일치하는가. 정녕 하나님의 축복과 은총을 받을만한 그런 선행인가.

종교학자 하비 콕스의 《예수, 하버드에 오다》(문예출판사, 2026)는 20여 년 동안 저자가 하버드대학교 학부에서 개설한 '예수와 윤리적 삶'이라는 교양 강의를 토대로 한다. 저자는 역사적 예수를 1세기 갈릴리의 유대인 랍비로 자리매김하고, 예수의 영적 가르침은 당연히 랍비 전통의 틀 안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랍비 전통과 교수법의 핵심은 기존 전통에서 내려오는 고정된 윤리 강령이나 지침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비유나 반문을 통해 듣는 사람들의 고정 관념이나 인습적 관행을 뒤흔들어 그들 스스로 삶과 세계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안목을 갖도록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는 각성을 통해 사랑과 정의의 길을 스스로 걸어갈 수 있는 자력구원의 서사와 상통한다.

"랍비 예수는 전 역사를 통해 가장 위대한 이야기꾼이었다." 예수는 이야기(설법과 대화)를 통해 어떤 윤리적 지침을 전달하려는 것보다는 민중에게 의식의 변화를 가져오려 했다. 예수 설교는 대부분 유대교의 정신적 유산에 기반하고 있고, 언어와 행동을 통해 민중들의 윤리적 상상력을 일깨웠고 윤리적 근본주의와 무책임한 상대주의라는 두 극단을경계하도록 이끌었다.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 이전에, 또한 종말의 복음 이전에, 살아있는 유대 랍비인 예수의 가르침은 공정, 공동체, 관용, 연대, 정의로운 선택, 생명 윤리 등 현대 사회의 윤리적 문제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참고로 책의 역자인 종교학자 오강남은 예수를 "개인적 영성을 함양함과 동시에 사랑과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의 도래를 위해" 힘쓴 '개벽 운동가'로 파악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