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 뇌 -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단 하나, 상상에 관한 안내서
애덤 지먼 지음, 이은경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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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간의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 우리는 상상을 통해 과거의 경험을 재구성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상상력 덕분에 인류는 과학과 예술이라는 창조적 행동을 이끌 수 있었다. 영국의 신경과학자 애덤 지먼은 이런 한계가 없는 인간 상상력의 지도를 넓게 펼쳐 보이고 있다. 저자는 의식, 기억, 심상의 신경과학 연구결과를 토대로, 상상력의 양 극단인 아판타시아(머릿속으로 전혀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하는 상태)와 하이퍼판타시아(머릿속 이미지가 너무나 선명하고 생생한 상태)는 물론, 상상력으로 촉발되는 꿈, 의식과 심상의 관계, 창조의 과정부터 환각, 망상, 트라우마에 이르기까지 상상력의 마법과 같은 힘을 추적해나간다.

인간은 왜 상상하는가. 상상은 세상과 자아를 모델링한다. 저자는 뇌과학, 철학, 예술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례를 빌어 상상이 인간 사고와 지각을 어떻게 구성하고 왜곡하는지 탐구한다. 저자는 심상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 '지금 여기의 심상'(지각적 심상), '지금 여기에 없는 사물의 심상', '있을지도 모르는 사물을 재구성한 심상'이다. 이들 심상은 시각화, 시뮬레이션, 기억 복구 능력, 미래적 사고와 직결된다. 하지만 창의적 상상력에 반드시 심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상상은 복잡하고 다면적인 용어이자 개념이다. 고대 어원인 '에임'에서 유래하는 '짝짓기'나 '결합' 같은 개념은 상상의 다양한 용법을 아우른다. 과학적 상상력과 예술적 상상력의 바탕을 이루는 생산적 상상은 "호기심을 채우는 충족감, 발견할 때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전율, 아름다움을 보면서 느끼는 경외감, 허구 세계로 마음이 확장되는 듯한 주의 전환, 몰입할 때 느끼는 자기초월" 등과 같은 역동적인 보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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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슬 - 우리는 왜 우리의 몸을 사랑해야 하는가
보니 추이 지음,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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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몸짱'과 '젊음'을 숭배한다. 너도나도 보충제를 입에 물고 달리는 등 러닝 붐이 크게 일어났고, 안티에이징과 저속노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하늘을 찌른다. 몸이나 근육에 대한 진지한 열광은 일견 반갑기도 하고 다소 우려스럽기도 하다. 언제나 과유불급의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몸짱과 젊음에 대한 예찬은 전통적인 가부장제 사회가 매우 반기는 아이템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머슬에 대한 관심과 취향은 힘을 숭배하는 마초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지 우아함이나 현숙함을 강조한 여성의 삶과는 거의 절연되어 있다시피 했다.

홍콩계 미국인 보니 추이는 스포츠 마니아인 저널리스트다. 체력단련을 좋아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수영, 스노보드, 서핑 등 매우 다양한 스포츠 활동을 즐겨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근육'이라는 렌즈를 통해서 '힘, 형태, 행동, 유연성, 지구력' 같은 근육의 의미장을 폭넓게 탐구한다. 탐구 방식은 과학적 탐구와 자기서사적 탐구의 결합이다. 실로 "과학적 사실과 회고록,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수작이 아닐 수 없다.

거시적이며 객관적인 맥락에서 몸과 근육의 다양한 의미와 자질(가령 의지와 끈기, 투지와 결의 등)을 짚어보기도 하고, 미시적이며 개인적인 맥락에서 여성의 스포츠 활동과 근력 운동에 대한 추억과 심상을 알려준다. 근육의 놀라운 힘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스트롱맨과 스트롱우먼, 스포츠 역사학자, 예술가와 해부학자, 과학자와 과학사학자, 점프하는 사람과 서핑하는 사람, 요가 수행자와 러너" 등을 두루 탐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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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리의 리얼 미국 영어 수업
쉐리(임채연) 지음 / 길벗이지톡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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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단어와 문법만이 아니라, 말투·감정·문화까지 이해해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 영어 교육 크리에이터 쉐리(임채연)의 말이다. 저자는 십 년간의 미국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교과서 문장이나 시험용 영어가 아닌, 미국 MZ 세대들이 실제 온·오프라인에서 어떻게 말하고 쓰는지, 이른바 '찐 미국식 영어'를 소개한다. 다루는 테마는 연애, 파티, 쇼핑, 뷰티, SNS, 운동, 음식 등 일곱 가지다. 특별부록으로 원어민 발음 MP3와 저자의 유학·생활 노하우가 담긴 '쉐리의 현지 생존 가이드'가 나온다. 학교 선택, 유학 초기 준비, 문화 적응, 인간관계까지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팁이 가득하다.

미국식 데이트 문화와 하우스 파티 문화에 대한 글에서 무척 생소한 표현을 접했다. FWB, NSA, prompose(프롬포즈)라는 표현이 특히 그러했다. FWB는 '이득을 주는 친구'라는 뜻인데, 여기서 '이득'은 육체적인 관계를 의미할 수도 있다. "연애 감정은 없지만 서로 편안한 관계 속에서 신체적인 친밀감을 나누는 사이"를 말한다고. NSA는 '줄이 붙어 있지 않다'는 뜻인데, "감정적 책임 없이 자유롭게 만나는 관계"를 말하며, 역시 FWB와 비슷한 개념이다. 저자는 이런 표현들이 실제로 사용되지만, 상대에 따라 불쾌감을 줄 수도 있고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반드시 맥락과 분위기를 파악한 뒤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십 대 파티 장면이 나오는 영화 〈라붐〉과 〈아메리칸 파이〉를 봤을 때 처음 느낀 기묘한 문화충격이 떠오른다. 장면 장면이 한국 중고등학생들의 현실과는 너무 큰 위화감이 있어서 그러했다. '프롬포즈'는 파트너에게 '프롬'에 함께 가자고 데이트 신청하는 걸 말한다. 프롬은 "미국식 청춘의 클라이맥스로 남는 특별한 이벤트"라는데, 지금의 한국 십 대들도 이런 데이트 문화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아, 패션은 내 경험치에서 가장 생경한 장르인데, 아니나 다를까 패션 아이템은 우리말도 영어 이름도 외계어처럼 정말 낯설었다. 그동안 패피들의 유튜브 방송을 볼 때 뭔 소리인지 모를 때가 많았는데, 쉐리쌤 덕분에 앞으론 수월해질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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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는 스토리의 비밀 - 인물의 변화와 감정의 흐름이 만드는 이야기의 힘
앤서니 멀린스 지음, 이민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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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집처럼 구조가 있다. 이를 서사 구조 모형이라고 한다. 특히 장르나 형식에 관계없이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감동과 여운을 주는 특정한 이야기 구조가 있다. 작가든 독자든 다들 발단(1막), 전개(2막), 결말(3막)의 '3막 구조'와 출발, 입문, 귀환으로 나뉘는 '영웅의 여정'을 그런 대중적인 이야기 구조의 전형으로 이해한다. 영웅의 여정 모델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이론에 기대고 있는데, 영웅이 일상 세계에서 출발해 비범한 신비 영역으로 들어가 일련의 모험과 도전을 거쳐 마침내 귀환하는 이야기다. 동서양의 고대 신화, 《의천도룡기》 같은 중국 무협지, 《귀멸의 칼날》 같은 일본의 애니, 《스타워즈》 시리즈 같은 할리우드 대작 모두 그런 영웅의 여정 패턴을 바탕으로 한다. 크리스토퍼 보글러 같은 작가는 현대의 이야기가 대체로 고대 신화의 서사 패턴을 반복한다고 주장하면서, 영웅의 여정 패턴을 12단계로 나눈 적이 있다.

"요약하면, 영웅의 여정은 낯선 임무를 강요받은 영웅이 의심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더욱 강하고, 훌륭하고, 심지 굳은 사람이 되어 귀향하는 이야기다. 이것은 우리가 미지의 세계에서 두려운 존재를 마주하더라도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극적이고 감정적이면서 희망찬 이야기다. 결말은 항상 해피 엔딩이다."(11쪽)

그런데 호주의 시나리오 작가 앤서니 멀린스는 다소 식상한 영웅의 여정 패턴 대신에 '아크(Arc) 분석'이라는 새로운 틀로써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마 극본 같은 이야기를 분석할 것을 요청한다. 아크는 본래 활처럼 둥글게 휘어진 호를 가리키는 말인데,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나 캐릭터의 변화를 나타내는 곡선적인 흐름을 뜻한다. 아크는 이야기에 형태와 구조를 부여하고 주인공의 감정선을 드러내며 주제를 암시하는 강력한 도구다. 물론 저자도 영웅 서사가 동서고금을 막론한 보편적 문화 현상인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장편 시리즈와 다중 인물의 서사가 중심이 되고, 그만큼 복잡한 비선형 구조에 반영웅 캐릭터들이 북적대는 스토리에서는 아크 분석이 훨씬 효용성이 크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아크 분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등장인물이 '변화형 인물'인지 '불변형 인물'인지를 구별하는 캐릭터 분석이다. 구별의 기준은 인물의 변화, 갈등과 선택에 있다. 다른 하나는 이야기 결말의 희비극 상황에 따라 아크를 크게 '낙관적 아크', '비관적 아크', '양면적 아크' 세 가지로 나누는 일이다. 영화 〈쇼생크탈출〉처럼 "인물의 성격이 긍정적으로 보이며 결말에 이르러 갈등이 봉합되고 모든 상황이 잘 풀린다면 낙관적 아크라고 할 수 있다." 비관적 아크는 이야기가 끝나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영화 〈버닝〉처럼, "인물의 내면 선택이 갈등을 못 풀고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결말을 맞는다". 양면적 아크는 인물의 앞날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 나빠 보이기도 한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처럼, "주인공의 내면이 달라져도 갈등이 온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양면적 아크는 달콤씁쓸한 진짜 인생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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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의견일 뿐이다 - 불확실한 지식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진짜를 판별하는 과학의 여정
옌스 포엘 지음, 이덕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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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가운데 최악은 가짜 의료 뉴스다. 한때 구충제 메가도스 요법이 항암에 효과가 있다는 설이 시중에 퍼진 적이 있다. 실제로 간독성이 있는 구충제를 영양제 먹듯 먹던 이들도 있었다. 지금은 구충제 얘기가 싹 물 건너 갔다. 구충제 항암 효과는 정녕 과학적 근거가 없는 삿된 의견에 불과했을까. 한편, 비타민씨 메가도스가 항암과 항노화에 효과가 있다는 설은 여전히 암약하고 있다. 나도 2년 정도 비타민씨 메가도스를 했었다.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정말 완전히 무력했고, 신장결석이 일어나는 부작용까지 발생했다. 비타민씨 메가도스 항암효과는 '케바케'일 수도 있지만 과학적 사실이 아닌 의견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런데 내가 다니는 치과의사 선생님이 비타민씨 메가도스 신도다. 왜 직업을 막론하고 기독교 신자들은 대부분 비타민씨 메가도스의 신봉자들일까. 과학과 종교의 결합도, 종교와 정치의 결합만큼이나 위험하고 해롭다.

"사실은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에 대해 의심하는 것은 기껏해야 시간 낭비이고, 최악에는 불확실성을 일부러 불러일으키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 반면, 의견은 사실에 근거할 수 있지만 객관성을 검증해야 하는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의견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이 그 같은 의견을 갖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으므로 이를 공격하는 것도 무의미하다."(11쪽)

내가 '사실'로 믿는 것은 아스피린의 예방 효과다.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한 지 어언 십년 째. 가족력이 있기 때문에 사십 대부터 복용하기 시작했다. 심혈관 예방 효과보다 위장관 출혈 같은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지만, 나는 예방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더구나 대장암 예방 효과까지 있다니 금상첨화다. 그럼, 커피는 어떠한가. 한쪽에선 발암물질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한쪽에선 심혈관질환 예방과 대장암 예방 효과가 좋은 맛있는 기호식품으로 각광을 받는다. 커피의 이해득실은 사실과 의견 그리고 해석의 경계를 구분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중적인 사례다.

독일의 신경심리학자 옌스 포엘은 먼저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그리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사실이 의견의 근거가 되는 것이 옳지만, 때로 의견이 사실을 다루는 방법을 결정하기도 한다"는 저자의 지적이 날카롭다. 실제로 과학에 대한 무조건적 맹신도 위험하고(과학으로 포장된 '가짜 연구', '가짜 저널'도 적지 않다), 삿된 의견이나 궤변이 과학적으로 합의된 사실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믿음도 위험하다. '대안사실' 운운하는 반지성주의 진영이 바로 그런 부류다.

물론 과학 내부에서도 사실과 의견이 자주 충돌하곤 한다.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은 거개가 관찰, 가설 테스트, 해석 및 전달이다. 보다 나은 판단과 해석을 위해서라면, 각 단계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가령 인간이 지닌 관찰력과 기억력의 한계, 과도한 확신이나 관찰 사실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나 편향 등이 사실과 의견의 혼동을 낳는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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