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의견일 뿐이다 - 불확실한 지식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진짜를 판별하는 과학의 여정
옌스 포엘 지음, 이덕임 옮김 / 흐름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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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가짜 뉴스 가운데 최악은 가짜 의료 뉴스다. 한때 구충제 메가도스 요법이 항암에 효과가 있다는 설이 시중에 퍼진 적이 있다. 실제로 간독성이 있는 구충제를 영양제 먹듯 먹던 이들도 있었다. 지금은 구충제 얘기가 싹 물 건너 갔다. 구충제 항암 효과는 정녕 과학적 근거가 없는 삿된 의견에 불과했을까. 한편, 비타민씨 메가도스가 항암과 항노화에 효과가 있다는 설은 여전히 암약하고 있다. 나도 2년 정도 비타민씨 메가도스를 했었다.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정말 완전히 무력했고, 신장결석이 일어나는 부작용까지 발생했다. 비타민씨 메가도스 항암효과는 '케바케'일 수도 있지만 과학적 사실이 아닌 의견에 불과하다고 본다. 그런데 내가 다니는 치과의사 선생님이 비타민씨 메가도스 신도다. 왜 직업을 막론하고 기독교 신자들은 대부분 비타민씨 메가도스의 신봉자들일까. 과학과 종교의 결합도, 종교와 정치의 결합만큼이나 위험하고 해롭다.

"사실은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것이다. 사실에 대해 의심하는 것은 기껏해야 시간 낭비이고, 최악에는 불확실성을 일부러 불러일으키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 반면, 의견은 사실에 근거할 수 있지만 객관성을 검증해야 하는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 의견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이 그 같은 의견을 갖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으므로 이를 공격하는 것도 무의미하다."(11쪽)

내가 '사실'로 믿는 것은 아스피린의 예방 효과다. 심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한 지 어언 십년 째. 가족력이 있기 때문에 사십 대부터 복용하기 시작했다. 심혈관 예방 효과보다 위장관 출혈 같은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지만, 나는 예방효과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더구나 대장암 예방 효과까지 있다니 금상첨화다. 그럼, 커피는 어떠한가. 한쪽에선 발암물질의 원흉으로 지목하고, 한쪽에선 심혈관질환 예방과 대장암 예방 효과가 좋은 맛있는 기호식품으로 각광을 받는다. 커피의 이해득실은 사실과 의견 그리고 해석의 경계를 구분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중적인 사례다.

독일의 신경심리학자 옌스 포엘은 먼저 사실과 의견의 경계가 그리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사실이 의견의 근거가 되는 것이 옳지만, 때로 의견이 사실을 다루는 방법을 결정하기도 한다"는 저자의 지적이 날카롭다. 실제로 과학에 대한 무조건적 맹신도 위험하고(과학으로 포장된 '가짜 연구', '가짜 저널'도 적지 않다), 삿된 의견이나 궤변이 과학적으로 합의된 사실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믿음도 위험하다. '대안사실' 운운하는 반지성주의 진영이 바로 그런 부류다.

물론 과학 내부에서도 사실과 의견이 자주 충돌하곤 한다.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은 거개가 관찰, 가설 테스트, 해석 및 전달이다. 보다 나은 판단과 해석을 위해서라면, 각 단계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가령 인간이 지닌 관찰력과 기억력의 한계, 과도한 확신이나 관찰 사실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나 편향 등이 사실과 의견의 혼동을 낳는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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