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미워해도 괜찮습니다 - 살면서 한 번은 읽어야 할 부모와의 관계 정리 수업
가와시마 다카아키 지음, 이정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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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간관계의 대다수 문제는 그 뿌리가 부모 자녀 관계에 있다. 부모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이 커서 부모에게 통제당하는 자녀들이 적지 않다. 성인이 되어도 부모에게 묶여 있는 자녀들은 부모에게서 받은 영향 때문에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문제와 갈등을 겪게 된다. 일본의 심리상담사 가와시마 다카아키의 말대로, "부모와의 관계는 모두의 숙제다."

통제적인 부모는 자녀에게 독이 되는 부모다. 이들은 자녀를 통제하고 말과 행동을 조종하기 위해 자녀들의 약점을 공격한다. 효도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권에 기대어, 자녀의 부모 봉양에 대한 의무감과 책임감을 들먹이고, 자녀 내면의 수치심과 죄책감의 버튼을 꾹 눌러댄다. 통제적인 부모는 다음 네 가지 사고방식을 자녀들에게 주입시킨다. "자녀는 부모에게 무조건 감사해야 한다", "자식은 부모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 "자녀는 부모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자녀는 부모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문제 있는 부모는 다음 네 가지 주요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상실에 대한 불안, 고독과 고립에 대한 불안, 무가치와 무능에 대한 불안, 자유를 침해당할 것이라는 불안이 그러하다. 독이 되는 부모는 대부분 두 가지 이상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어머니 쪽은 상실에 대한 불안, 고독과 고립에 대한 불안을 가진 경우가 많고, 아버지 쪽은 무가치와 무능에 대한 불안, 자유를 침해당할 것이라는 불안을 가진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도 자식을 자신의 분신이나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가 최악이다. 콤플렉스를 지닌 부모는 가치관, 감정, 책임이라는 세 가지 영역을 노린다. 즉 독이 되는 부모는 자녀에게 가치관, 감정, 책임을 강요한다. 부모와의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건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가치관, 감정, 책임의 영역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 것이 포인트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꼭두각시처럼 굴지 말고, 나(자녀)의 가치관과 부모의 가치관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 부모의 감정을 살피느라 제 감정을 억압하지 말고, 부모의 감정과 내 감정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야 한다. 끝으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그만 던져버리고, 나(자녀)의 책임과 부모의 책임을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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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코 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사노 요코 지음, 황진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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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적은 여자다. 이 말은 아마도 로맨스 소설이나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 엄마와 딸의 실제 관계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냉전상황보다 못한 엄마와 딸이 적지 않다. 엄마가 자녀를 보호하는 울타리일 수도 있고, 딸의 성장과 행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의 그림책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사노 요코에게 엄마 시즈코 상은 냉랭한 벽과 같은 존재였다. 남보다 못한 그런 애증과 반목의 관계였다.

엄마 시즈코 상은 현실적이고 생활력이 강했지만 장녀 요코에게는 꽤나 모질고 거칠고 냉랭했다.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던 요코는 네 살 무렵, 자신이 내민 손길을 엄마가 매정하게 뿌리쳤던 그 순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분명 그때부터 엄마를 향한 증오감이 서서이 싹을 틔었을 것이다. 엄마의 냉대와 불신 그리고 모멸은 그 증오의 싹에 거름이 되어주었다.

저자가 결혼을 서두르고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것도 다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몸부림 아니었을까. 엄마와의 비뚤어진 관계는 진행형이다. 거의 관계를 끊다시피 했지만, 엄마가 치매에 걸리자 값비싼 실버타운에 모시게 된다. 의외로 얌전한 치매였다. 툭하면 집을 나가고 화를 내고 통장을 누가 훔쳐갔다는 그런 의심을 하지 않는, 또 간혹 흐린 정신에 장녀 요코에게 평생 들어보지 못했던 살가운 말을 던지기도 하는 그런 귀여운 치매였다.

"나는 누군가에게 용서받았다고 느꼈다. 갑자기 온 세상이 다른 모습으로 온화해졌다. 나는 용서받았다. 어떤 인지를 넘어선 큰 힘이 작용한 용서였다. 나는 작아지고 뼈만 남은 엄마와 몇 번이나 서로 껴안고 흐느껴 울었다. 실컷 울고 나니 감기가 나았을 때의 아침 같은 기분이 들었다."(254쪽)

부모님의 관계나 아버지에 대한 추억,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감당한 이런저런 생활고, 일찍 세상을 떠난 오빠와 남동생에 대한 애틋한 추억을 비롯해 자기 가족의 생활사를 이렇게 여과없이 과감히 들려줄 수 있는 작가의 강심장에 탄복할 수밖에 없다. 요코 여사는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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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었어
로빈 노우드 지음, 문수경 옮김 / 더난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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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픈 사람일수록 형편없는 빵을 고른다." 사랑과 인정에 굶주린 사람들은 이성을 보는 안목이 꽝이다. 진짜 괜찮은 이성을 지루하다거나 심심하다고 여기고, 정말 형편없는 나쁜 년놈을 오히려 멋지거나 매력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나쁜 남녀가 더 자극적이다.

사랑에 집착하거나 중독된 사람들은 혼자라는 것을 두려워하고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사랑을 애걸복걸한다. 가령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에서 음악 프로듀서 한정원이 와이프 이서연에게 집착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불륜과 외도 같은 불안정한 연애 관계가 주는 흥분으로 일상의 우울과 권태를 희석시키려고 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한국에 이런 유형의 상간남녀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빈 노우드는 사랑에 집착하는 여성들의 특징을 열다섯 가지로 정리한 바 있다. 대체로 정서적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문제가정에서 자랐다, 도움이 필요한 남자를 보살펴주면서 어린 시절의 욕구불만을 채우려고 한다, 부모와 비슷한 문제를 가진 남자에게 끌린다, 남자에게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서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남자를 돕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사랑받지 못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남자가 사랑해주지 않아도 참고 기다리며 그를 기쁘게 해주려고 최선을 다한다, 남자와의 문제를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리며 어떤 비난도 감수한다, 자신은 행복해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행복할 권리를 얻으려고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 남자나 상황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애쓰면서 모두 다 그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자위한다, 남자와의 관계에서 현실의 모습보다 이상적인 사랑을 꿈꾼다, 남자와 그의 괴로움에 중독된다, 심리적·육체적인 이유로 마약·술·당분에 중독되기 쉽다, 나쁜 남자에게 끌려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져 괴로워하느라 자신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다, 불안정한 연애 관계가 주는 흥분으로 우울증을 방지하고자 한다, '멋진' 남자가 이들에게는 '지루한' 남자다.

사랑중독과 집착은 병이다. 관계중독의 배후에 문제가정이 있고 불안정한 애착장애가 있다. 폭력가정에서 자란 여자가 매 맞는 아내가 되고, 알코올중독자 부모를 둔 여자가 알코올중독자이거나 혹은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남자와 사귄다. 사랑에 집착하는 여자들은 통제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남자를 선택한다. 상대방을 통제하고 싶은 욕구는 두려움, 분노, 긴장감, 죄책감 등에서 비롯된다. 집착적 행동은 종종 파트너에 대한 통제, 불안, 질투로 이어지며, 중독적 연애 패턴과 유사한 경로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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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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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에서 백일 동안 살아볼래, 아님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십일 동안 살아볼래.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멋진 신세계를 택하겠다. 행복과 평화를 지향하고 기술과 예술을 사랑하는 내 눈엔 가부장제가 펄떡거리는 야만인 보호구역이나 '섬' 같은 고독한 유배지가 생지옥처럼 다가온다. 페미니스트라면 누구나 야만인 보호구역이 징글징글할 것이다. 멋진 신세계가 철저한 계급사회라는 점을 제외하면, 오히려 사회주의 공상가들이 설파하던 지상낙원, 현대판 에덴동산과 그리 다를 바 없다. 자유분방한 성관계는 물론, 부작용이 전혀 없는 신경안정제인 '소마'가 지급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신세계, 한번 살아보고 싶다. 다만 내가 상류계급이 아니라면, 그건 또 다른 얘기지.

신세계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이렇게 다섯계급으로 나뉘고, 각 계급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 차등이 있으며, 계급 수준에 맞게끔 인간들도 부화기에서 배양된다. 알파와 베타 같은 상류층은 한 개의 난자로부터 하나의 태아가 나오지만, 그 밑으로는 대량생산을 허용하는 '보카노프스키 법'에 따라 하나의 난자에서 적게는 여덟 명, 많게는 아흔여섯 명의 일란성 쌍생아들이 나온다. 소설에서 인공부화소 런던 지부장인 토마스 소장은 야심이 큰 알파 계급으로, 버나드 마르크스와 레니나 크라운의 상관이다. 뉴멕시코 지역의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태어난 존의 엄마인 린다는 소장을 '토마킨'으로 부른다. 그래, 세례자 요한을 연상시키는 '야만인'의 아버지가 바로 소장이다.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고도의 과학기술과 자본주의에 기반한 디스토피아적인 관리사회를 그리고 있다. 신세계는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를 신격화하여 숭배한다. '오, 하느님'이 아니라 '오, 포드님'이 감탄사다. 신세계는 포디즘과 같은 효율적이며 위생적인 관리시스템을 근간으로 하는 계급사회이지만, 여기엔 스탈린 같은 '빅 브라더'를 떠올리게 하는 무시무시한 전제주의 사회나 봉건사회와는 결이 다른 나긋나긋한 관리사회의 면모가 강하다. 특히 세계국가의 표어인 '공유, 균등, 안정'을 십계명처럼 중시하고, 소마나 촉감영화 같은 교묘한 오락장치를 통해 심신의 쾌락과 평화를 다스리고 있다.

멋진 신세계에서 터부시되는 것은 가부장제적 윤리와 자연적인 노화다. 아버지, 어머니, 결혼, 임신, 출산, 가족, 가정, 일부일처제, 낭만, 로맨스, 노화 같은 표현 자체가 강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중적 금기어다. 인공부화소가 인구를 낳는 공장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족제도가 불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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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의 역사 - 인간의 숨겨진 욕망과 권력 관계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데이터에 관한 진실!
크리스 위긴스.매튜 L. 존스 지음, 노태복 옮김 / 씨마스21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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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권력투쟁과 지식패권을 위한 풍성한 자원이다. 인류사를 통틀어 '자원'은 언제나 지배와 침탈, 강점의 일차적 사유다. 데이터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권력의 수단, 지배적 도구다. 데이터의 역사는 본질적으로 국가, 기업 및 시민 간의 권력게임이다. 데이터의 수집, 가공, 처리를 기반으로 기업권력, 국가권력, 시민권력은 무엇이 참인지,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이로운지 판단하고 정의하는 헤게모니 경합을 벌인다.

"데이터에 관한 이야기는 경쟁으로 가득하다. 무엇이 참인지 정의하기 위한 경쟁, 데이터를 이용해 권력을 키우기 위한 경쟁,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이용해 어둠에 빛을 비추고 무력한 존재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경쟁 말이다."(9쪽)

오늘날 '빅데이터 시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대세다. 권력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비판적인 언론인과 시민운동가는 물론, 일부 인터넷의 발명자들과 정보화사회의 선구자들도 거대 인터넷 기업(기업권력)과 국가 정보기관(국가권력)의 데이터 독점과 조작, 관리와 은폐를 우려한다. 데이터 홍수와 알고리즘이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을 재생산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대규모 검색 데이터가 더 나은 도구, 서비스, 공익을 창출합니까? 아니면 사생활 침해와 공격적 마케팅에 새로운 방식을 가져옵니까? 데이터 분석 덕분에 우리가 온라인 공동체와 정치적 운동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까? 아니면 그런 분석이 시위자들을 색출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데 사용됩니까? 다량의 데이터가 인간의 의사소통과 문화를 연구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거나 연구에서 선택할 사안의 범위를 축소하고 연구의 의미 자체를 변화시킵니까?"(23쪽)

데이터과학자 크리스 위긴스와 역사학자 매튜 L.존스는 《데이터의 역사》(씨마스21. 2024)에서 데이터의 탄생과 발전과정에 대한 서사를 풀어놓는다. 인구 조사, 통계학, 우생학, 구글 검색, 알고리즘, 기계학습 같은 데이터 기술은 우리가 자아와 세계를 범주화하는 방식, 즉 인지 프레임을 변화시킨다. 푸코가 강조한 권력과 지식의 맥락에서 본다면, 데이터 기술의 발전사는 사회와 세상의 권력 구조와 지식 헤게모니를 재편하는 과정과 그 궤를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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