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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알카트라즈 탈출〉 같은 탈옥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분명 영국의 칼럼니스트 벤 매킨타이어의 나치 포로수용소 이야기 《콜디츠》(열린책들, 2025)에 반할 것이다. 콜디츠는 '나치에 맞선 저항'을 상징하는 전설적인 포로수용소다. 독일 라이프치히 인근 콜디츠 성에 자리했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내거나 다른 수용소에서 탈출을 시도했던 고위급 장교급들을 가두는 포로수용소였다. 북쪽에는 예배당과 시계탑, 서쪽에는 극장, 소포실, 선임 장교 숙소, 남쪽에는 포로용 주방과 독일군 숙소, 동쪽에는 영국군 포로 숙소가 있었다.
콜디츠는 겉보기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보였지만, 실은 너무나 복잡한 중세식 구조 때문에 숨을 곳이 아주 많았기에경비와 감시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모든 포로수용소 가운데 콜디츠에서 가장 많은 탈출 시도가 이루어졌고 방식은 기발하고 정교했다. 가령 포로들은 수십 개의 굴을 파고, 위조 신분증과 변장을 준비하고, 탈출을 위한 도구를 직접 제작했고, 독창적인 기만술을 구사했다.
자유와 생존을 위한 탈출 시도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했다. 구금 생활의 불안과 긴장감 그리고 심심함을 풀어줄 오락거리가 절실했다. 포로들은 제네바 협정의 포로 규정에 따라 비교적 제대로 된 대우를 받았다. 덕분에 낮에는 콜디츠 성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고 각종 공연이나 스포츠 같은 오락 생활도 즐길 수 있었다.
"포로들의 생활은 정해진 패턴을 따랐다. 아침 점호, 숙소에서 아침 식사, 설거지와 정리, 일부 포로는 공부 조금(서로 언어를 가르쳐 주는 일이 계속 호황을 누렸다), 취사장 종이 점심 식사를 알리면 당번병들이 독일군 주방에서 배급 식량 수령, 그 다음에는 침대에 누워 오후 점호 때까지 책을 읽거나 카드놀이를 했다. 점호 뒤에는 스툴볼 같은 스포츠 경기, 또 카드놀이, 탈출계획짜기, 이런저런 도구 만들기, 4시의 티타임, 안마당에서 '영원히 원을 그리며' 터벅터벅 돌고 또 도는 시간, 식사와 점호 사이의 시간은 '담배 피우기, 수면, 자기 학대'의 사이클 속에서 닳아 갔다."(239쪽)
콜디츠는 영국, 프랑스, 폴란드, 네덜란드 등 다양한 국적의 포로들이 등장하는 연극 무대와 같았다. "포로수용소의 괴상한 부산물 중 하나는 바로 연극 재능의 개화, 그리고 독특하게 어둡고 음탕한 유머 감각이었다."
또한 콜디츠는 유럽 계급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다양한 성향과 배경을 지닌 포로들이 사회적 계급에 따라 무리지었는데, "콜디츠의 계급 구조는 당시의 계급 구조와 같았다." 가령 노동 계급인 일반 병사는 당번병이었고, 중간 계층은 사립 학교 출신 장교들이었고, 그 위에 소위 '프로미넨테' 회원이나 '영주' 같은 상류층이 있었다. 장교들은 당번병을 무시했으며 유색인 포로였던 인도의 마줌다르는 인종차별을 받고 따돌림을 당했다. 포로들은 앞서 언급한 사회적 계급 외에도 소일거리에 따라 분류되기도 했다. 포로들은 크게 '탈주자, 창조자, 행정가, 학생, 잠꾸러기' 다섯 가지 범주로 나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