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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어른이 된다는 것 - 말보다 행동으로, 훈계보다 배려로 보여 주는 품위 있는 삶의 태도
김경집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10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유치함의 반대말은 어른스러움일까. 나이를 먹고 나니 '걸작' 애니라고 소문난 작품도 막상 보면 꽤나 유치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원피스〉와 〈진격의 거인〉을 다 보지 못했다. 〈나루토〉나 〈시티헌터〉, 〈메종일각〉처럼 한때 좋아했던 애니도 지금 와서 다시 본다면 유치함과 지루함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그런 느낌이 들까 봐, 한때의 명작들을 굳이 다시 들추진 않는다. 취향도 문턱이 있는 법이다. 나는 어른스러움이 '진정한 인간다움'의 또 다른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거리에 '어르신'은 넘치지만 '진짜 어른'은 없다는 말을 가끔 한다. '진짜 어른'은 어른의 품격이나 성숙한 태도를 가리키지, 나잇살과는 전혀 무관하기 때문이다. 연세보다 중요한 건 언제나 태도다.
한국은 이제 엄연한 초고령사회다. 실용적인 노후 대책도 발에 불똥이 떨어진 시급한 과제지만, 내면적인 성숙함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정말 절실한 요즘이 아닐까 싶다. 과일이 맛있게 익어가듯, 사람의 내면도 세월이 흐를수록 성숙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반목과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런 세대 갈등엔 청년세대도 기성세대도 다 문제가 있다는 양비론이 솔직한 내 심정이다. 하지만 세대 간 갈등과 반목을 줄이기 위해선 그래도 인생 경험이나 자산이 좀 더 풍부한 기성세대들이 서너 걸음 앞서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문학자 김경집은 '괜찮은 어른이란 어떤 모습일까'를 화두로 꺼내어 우리 사회의 세대갈등 이슈는 물론, 어른스러움의 조건과 태도를 살피고 있다. 중장년을 대상으로 '괜찮은 어른',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들을 들려준다. 일단 괜찮은 어른이란 "내면이 단단하되 그 인식과 판단의 뿌리에서 역동성을 발휘하는 어른"이다. 쉽게 말해서, '말보다 행동으로, 훈계보다 배려로 보여주는 품위 있는 삶의 태도'를 지닌 사람이 내면이 단단한 어른이다. 나는 그동안 저자를 진보 지식인이라고 쭉 여겨왔는데, 책에서 "나는 보수다"라고 고백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물론 여기서 보수의 의미와 품격은 정당 노선이나 수구세력의 태도와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그럼, '좋은 어른'의 모델 같은 게 있을까? 저자는 그 예로 흥미롭게도 '퍼레니얼 세대'라는 신조어를 언급한다. 실리콘밸리의 사업가 지나 펠이 처음 제안한 말인데, 여기서 퍼레니얼은 해마다 꽃을 피우는 다년생 식물을 지칭한다. 즉, 퍼레니얼 세대는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해서 피어나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퍼레니얼 세대를 특징짓는 마인드셋으로, 저자는 배우려는 마음(호기심), 개방성, 사고의 유연성, 그리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네 가지를 언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