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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니체 ㅣ 열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5년 9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위대한 철학자는 언제나 대중의 오해를 사기 마련이다. 아포리즘의 정수를 보여준 독일 철학자 니체도 그러했다. 일반적으로 니체 사상을 생철학이나 실존주의의 선구로 보지만, 때론 병적인 허무주의, 급진적 주관주의, 상대주의로 왜곡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니체 철학을 통해 니체의 삶과 사상을 알아가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만의 삶과 사상을 알아가는 일이다.
니체 가라사대, "단지 그대의 삶만을 읽고, 거기서 보편적인 삶의 난해한 상형문자를 이해하도록 하라." 마치 알쏭달쏭 고대어로 써놓은 것 같은 우리 삶의 도판을 이해하려면, 모든 가치의 전도와 운명애와 같은 참다운 용기가 필요하다. 니체의 운명애 개념은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마주한 역경을 성장의 강장제로 받아들이고(잘 알다시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필연적인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강조한다.
니체 철학은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치료하는 약과 같아서 진정 효과와 자극 효과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방향을 제시한 니체의 아포리즘 정선집으로, 편저자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는 브레히트, 아도르노, 벤야민 등 세계적인 지성들의 책을 소개해온 독일의 유명 출판사 '주어캄프' 편집자 출신이다. 니체의 아포리즘은 '자아, 행복, 사랑, 재능, 정치, 사유, 평판, 자유'라는 8개의 키워드에 방점이 찍혀있다. 아포리즘 뒤에는 책의 번역자 홍성광의 해설글 '니체와 초인은 누구인가?'가 나온다. 니체의 삶과 대표작은 물론, '니체에 대한 오해와 소문'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들려주는 등 니체 사상을 한층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다수 스트레스는 인간관계에서 파생된다.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한 니체의 조언은 어떠할까. "자신과 친구에게는 성실하고 적에게는 용기를 가져라. 패자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그 밖의 모든 경우에는 언제나 예의를 지켜라." 니체는 모든 가치의 전도를 예찬한 '비도덕주의자'로 자처한 바 있다. 그런데 앞의 조언은 오늘날의 눈으로 보아도 무척 도덕적이다. 니체가 말한 '비도덕'은 부도덕(죄, 타락, 일탈)과는 전혀 다른 맥락인 것이다. 최근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화두인데, "인간은 한번 타락하면 항상 짐승보다 더 아래로 가라앉는다"라는 니체의 말을 만수에게 들려주고 싶다. 니체의 아포리즘이 실업 스트레스에 무너져내리는 양심에도 어느 정도 진정 효과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