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영어 원서 읽기에 흥미가 없는 이들도 충분히 완주할 수 있는 게 바로 만화영화 대본이다. 특히 『겨울왕국』, 『주토피아』, 『모아나』 같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명작이 아닐 수 없다. 디즈니 애니는 슬랭이나 욕설 등의 거친 표현들이 거의 없고, 의학이나 법정 영화같이 특정 분야의 어려운 표현이 들어 있지 않아, 초등학생부터 일반 성인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모아나』는 남태평양 모누투이섬에 사는 족장의 딸 모아나가 부족의 저주받은 섬을 구하기 위해 전설의 영웅 마우이와 함께 모험에 나서는 내용이다. 반신반인이 나오는 폴리네시아 창조신화를 배경으로 여성 영웅의 성장담을 잘 그린 수작이 아닐 수 없다. 주제, 내용, 그림, 음악, 대사 모두 훌륭하다. 이 책은 국내 최초로 『모아나』 대본 전체를 담았는데, 영어 대본은 왼쪽에, 해석과 단어 풀이는 오른쪽에 있다. 영어 잡지사 기자 출신의 저자 강윤혜가 번역과 해설을 맡았다. 책의 특색이라면 대본에서 뽑은 중요한 표현 100개를 수록한 워크북과 전체 스크립트 북을 녹음한 성우의 오디오북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초등 고학년을 자녀로 둔 학부형이라면 문장이나 단어가 어렵거나 생소하지 않을까 우려할 수도 있다. 책의 난이도를 판별하는 방법으로 유명한 게 '다섯 손가락의 법칙'이다. 책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자녀에게 그 페이지를 읽힐 때 모르는 단어가 다섯 개 이상이면 그 책은 접는다는 것인데, 혹여 '다섯 손가락의 법칙' 운운하며 이 멋진 책을 패스한다면 그건 정말 성급한 판단이다. 홍기(마오리족 등 남태평양 제도의 원주민들이 이마와 코를 맞대고 하는 전통적인 인사), 투이가(사모아 등 남태평양 섬의 원주민들이 머리에 쓰는 장식), 타파 천 같은 폴리네시아 생활문화와 깊이 연관된 단어들은 모두 우측 하단에 풀이와 해설이 붙어 있다. 호기심 많은 자녀를 둔 부모라면 모아나가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도록 돕는 '바다 길잡이' 멘토들, 가령 탈라 할머니와 마우이의 대사가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