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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 우리의 삶을 넘어선 본질에 대한 이야기 ㅣ 세스 시리즈
제인 로버츠 지음, 매건 김 옮김 / 터닝페이지 / 2025년 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공자는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난 괴력난신의 이야기에 끌린다. 전생, 윤회, 사후체험, 예지몽, 유체이탈, 외계인, UFO, 귀신, 채널링 등과 같은 기괴하고 별난 소재 말이다. 괴력난신 이야기가 다 흥미롭지만, 미국 작가 제인 로버츠의 채널링 사연은 매우 독특하다. 교신하던 고차원의 초인격체 이름은 물론, 그 얼굴 초상까지 등장하니 말이다. 제인은 1964년 예기치 않게 '세스'라는 이름의 초인격체와 접촉하고, 그후 20년 넘게 영혼, 사후세계, 윤회 같은 초자연현상을 다룬 여러 정보를 채널링 방식으로 전달받아 기록으로 남겼다. 《세스 매트리얼》과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터닝페이지, 2025)가 그런 기록의 일부 결과물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육체는 없지만 나는 이 책을 쓴다》 최신판이다.
누구나 현재의 육체적 자아와 구별되는 '전체 퍼스낼리티'가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세스는 제인을 '루버트', 제인의 남편인 롭을 '조셉'으로 부른다. 세스는 다른 시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이름을 가진 루버트를 알아왔다. 흥미롭게도 세스는 지구가 형성되기 전부터 의식을 갖고 있었다. 덕분에 아틀란티스 시대 이전에 이미 찬란하게 존재했다가 사라진 초고대 문명이나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얽힌 사연까지 들려줄 수 있었다.
세스는 운명과 팔자는 자기 손안에 있다고 강조한다. 많은 이들이 인생의 실패를 맛보면 신과 운명, 부모님이나 사회를 탓하곤 한다. 하지만 그러한 현실을 창조한 장본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태어나기 전에 자신이 태어날 환경과 자신의 발전에 최고의 도움이 될 도전 과제들을 스스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세스의 과학적인 표현을 빌면, "영혼이란 스스로 자신의 존재와 삶을 프로그래밍하는 신성한 의식 컴퓨터"다. 즉, 우리 모두는 자기 운명의 대본을 집필하는 극작가다. 스스로를 연극의 제작 과정 전반에 관여해온 집단극의 배우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자신을 연극 중인 배우로 생각해보십시오. 무대는 21세기이고 스스로 각본, 무대 장치, 주제들을 준비합니다. 사실 여러분은 전반적인 제작 과정에 관여해온 셈이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참여하는 집단극에 말이에요. 하지만 여러분은 현재 자신의 배역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연극의 현실에 매혹되어, 즉 드라마상의 문제, 도전, 희망, 슬픔 등에 너무 깊이 몰입해 있는 탓에 모든 것이 자신의 창조물이라는 사실을 잊고 말았습니다. 모든 기쁨과 비극이 어우러진 지극히 감동적인 드라마가 여러분의 삶이자 환경입니다."(69쪽)
사후세계의 정황은 어떠한가. 사후세계는 활발하고 기쁨이 넘치는 곳이다. 다만 사람마다 사후세계에 적응하는 정도가 달라서, 아직 육체의 현실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고 있는 이들이나 회복과 휴식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한 병원이나 휴양소가 있으며 훈련센터까지 있다. 영혼 대부분은 나이에 상관없이 육체적인 능력이 절정에 달했을 때의 성숙한 이미지를 선택한다.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최고 수준에 도달했을 때의 모습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가족은 어떤 연으로 맺어지는 걸까. 부모와 자식은 유전형질을 주고 받는 관계를 넘어, 지구별의 숙제를 서로 돕는 관계다. 가족이란 전생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이생에서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역할을 맡아 영적인 성장을 서로 돕도록 맺어진 인연이다. 부부는 전생의 악연이라는 말이 있는데, 전생에 서로를 극도로 미워한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관계에서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며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고 해묵은 관계를 풀 수 있는 기회를 도모한다.
세스는 스위스의 정신분석가 칼 구스타프 융의 아니마와 아니무스 개념을 빌어 윤회와 원형,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융은 각 개인 안에 남성성과 여성성 둘 다 있는데, 세스는 융이 말한 남성의 아니마는 내면의 자아가 관련된 모든 여성적 존재에 대한 심령의 기억이자 정체성이며, 그 안에는 과거 여성으로 살았던 개인사에 관한 기억과 그 인격이 가진 모든 여성적 자질에 대한 직관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한다. 가령 남성의 꿈에 나타나는 여성 성직자, 어머니, 젊은 마녀, 아내, 지혜로운 할머니 등이 바로 아니마의 원형이다. 반면에 아니무스는 여성 속에 숨은 남성성의 원형이다. 여성의 꿈에 나타나는 소년, 남성 성직자, 공격적인 정글 사나이, 지혜로운 할아버지 등이 남성성의 원형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