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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세계사
강태형 지음 / 유아이북스 / 2025년 1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파란만장한 세계사의 물결을 보라. 코끼리와 같은 거대한 제국들이 거친 물거품처럼 명멸하곤 했다. 페르시아제국, 로마제국, 오스만제국, 무굴제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한제국과 몽골제국 등을 떠올리면 역사의 서늘한 무상함이 피부에 와닿는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저자 강태형은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 이념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풀어나간다. 만약 세계사의 핵심을 이데올로기의 시각에서 투쟁과 생존의 역사로 파악한다면, 당연히 제국의 등장과 세계종교의 탄생을 서로 연결짓게 된다. 잘 알다시피, 제국은 공통으로 제국의 수도로 향하는 길을 만들고, 도량형과 화폐를 통일하며, 다민족 간의 의사소통을 위해 문자 언어를 통일한다. 시황제의 진제국처럼 말이다.
제국은 세계종교를 가진다. 바꿔 말하면, 세계 종교의 경전은 제국의 언어로 기록된다. 고대 세계에선 조로아스터와 페르시아 제국, 대승불교와 인도 제국, 유교와 한나라가 그러하다. 신약성경도 예수가 사용한 아람어가 아니라 헬레니즘 제국의 언어인 코이네 그리스어로 기록되었다. 결국 제국간의 패권 경쟁은 문명충돌론의 시각과 겹쳐진다. 예컨대 새뮤얼 헌팅턴의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간의 충돌론이 대표적인 예다.
페르시아제국이 받아들인 조로아스터교를 좀더 살펴보자. 조로아스터교는 메디아와 아케메네스 왕조의 국교다. 조로아스터교의 사상은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에 영향을 주었다. 일테면 셈족 종교의 유일신 사상, 천사와 악마 사상과 최후의 심판, 구세주 사상은 유대인들이 페르시아에서 포로 생활을 할 때 유입되었을 것이고, 매일 다섯 번의 예배는 이슬람교에 영향을 준 것이고, 선신인 아후라 마즈다의 길을 따라 좋은 생각은 좋은 말을 낳고 좋은 말은 좋은 행동을 부른다는 것은 불교의 팔정도 중 정사유, 정언, 정명과 다를 바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암묵적으로 제국의 원리와 이데올로기의 눈으로 고대, 중세, 근대, 현대 세계의 변천을 살펴볼 것을 권한다. 그래서 다소 거칠고 성글지만, 중세는 '신념과 이념의 투쟁'으로, 근대는 나폴레옹 제국을 위주로 '혁명과 제국의 탄생'으로, 현대는 세계대전을 위주로 '이념과 냉전의 시대'로 고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