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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 : 흔들리는 세계의 질서 편 - 시대의 지성, 노엄 촘스키에게 묻다
노암 촘스키.C. J. 폴리크로니우 지음, 최유경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7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구 행성이 안팎으로 몸살이다. 안으로는 전쟁, 분열과 혐오의 정치학, 극우 권위주의의 부상, 내란과 민주주의의 붕괴 등을 언급할 수 있겠고, 밖으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재앙, 지진과 홍수, 가뭄 같은 자연재난이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 이런 안팎의 글로벌 위기를 부채질하는 막후의 주적을 '고삐 풀린 야만적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파리 협정에서 탈퇴하고 화석원료로 되돌아간 나라들 명단을 보라. '인류세'로 불리는 정말 시급한 글로벌 문제들이 도처에 가득하지만, 미국과 중/러의 패권 경쟁이 그 해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시대 최고의 지성 노엄 촘스키와 진보 성향의 비영리 언론 매체 《트루스아웃》의 저널리스트 C. J. 폴리크로니우가 기후 위기, 자본주의의 폐해, 언론과 민주주의의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나토의 팽창과 중국의 부상 등 국제 정세적 현안과 위기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촘스키는 기후 위기, 전염병, 전쟁, 불평등은 모두 제각각이 아닌 "하나로 연결된 복합 위기"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마주한 이런 위기들이 "문명사적 전환의 신호"라고 강조한다. 촘스키는 '절망을 넘어선 낙관'으로 유명한 아나키스트 사상가답게 기후재앙과 인류세 같은 미래에 닥칠 모든 최악의 시나리오 와중에도 희망의 빛을 본다. 여전히 인류가 양심과 이타성, 연민 같은 인간성을 확충함으로써 기후 재앙이나 핵전쟁의 위기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단극 체제와 중국·러시아 등의 다극 질서 체제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요즘의 국제 정세다. 촘스키는 미국의 단극 패권주의가 종말적 전쟁 가능성을 불러온다고 경고한다. 미국은 유엔 중심의 다자 체제를 의도적으로 무력화시키면서 미국의 이익에 기반한 단극 체제의 고착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영국, 호주, 이스라엘이 이런 미국의 단극 패권에 협조하는 파트너로 기능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배경 가운데 하나가 클린턴 독트린에 따른 미 안보 질서 전략의 변화라는 배경 설명은 다소 의외였다. 촘스키가 보기에, 클린턴 정부는 적국의 이익과 동기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중한 타협과 조율을 통해 세계 질서를 유지하려는 접근 방식인 '옛 외교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승리주의적 일방주의'를 택했다. 빌 클린턴 정부의 공격적인 승리주의는 "미국이 다른 나라 내부의 체제가 자신들의 공언된 이상과 가치에 맞지 않을 경우, 이를 바꾸거나 없애는 것을 정당한 목표로 삼는 방식"이다.
촘스키보다 앞서서, 벤저민 슈워츠와 크리스토퍼 레인은 미국의 승리주의적 일방주의와 패배한 적국에 대한 노골적인 경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나아가 유럽에서의 주요 전쟁 발발에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충돌이 종말적 전쟁으로 확대될 잠재성마저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이 유럽을 더욱 확고히 장악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 나토의 영향력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시키는 발판이 마련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