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안한 번영 - 현대 금융경제학이 빚어낸 희망과 절망
이찬근 지음 / 부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신자유주의 비판'운동을 이론적으로 이끌던 지은이가 그 비판을 발본적으로 비판하며 결국에는 신자유주의가 인류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전향서라고나 할까...
저자는 서브프라임사태로 촉발된 신자유주의 금융질서의 위기가 작금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제한적'일것이며 세계화, 미국화, 금융화, 시장화 추세는 큰 틀에서 지속될것이기 때문에 한국은 앞으로 더욱 가속적으로 탈산업화, 양극화,
개인화라는 구조변화를 겪게 될것이라고 주장한다.
현행 세계화 체제는 미국의 유일패권구도가 아닌 미국과 중국이 이끄는 쌍두마차의 체제이며 이 체제의 우산속에 깊숙이편입된 한국은 탈산업화 시대의 투자 위축, 일자리 불안,비정규직의 만연, 청년 실업의 확대, 가계 소득의 불안, 가계 부채의 확대,소득격차의 확대 같은 개인적 희생과 사회적 고통이 수반될 수 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진보진영 일각에서는 영미식 자유시장경제 모델을 무분별하게 따를 것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제기 하게 되었고 저자도 그 중의 하나였다고 과거형으로 기술한다.
저자가 한국에서 사민주의 모델이 가능하지 않다고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민주의는 일국형재생산체제이므로 현행 한국의 세계화, 글로벌시스템에서는 적합하지 않으며,
둘째, 사민주의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하는데 자본을 대표하거나 노동을 대표하는 조직구성이 한국에는 없으며.
셋째, 사민주의 시스템의 후한 복지급여가 개인의 자조, 자립, 자활의 정신을 해지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며, 이러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세원은 기업으로부터 나와야 하는데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오늘날의 국제환경에서는 고율의 세금이 자칫 국내자본의 해외이탈을 가속화해 경제성장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그래서 위 입장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하여 서브프라임위기를 해부하고 그 위기가 어떤 구조적 조건때문에 발생했는지를 규명하고자 미국의 투자은행등 월스트리트의 금융산업을 분석한다. 또한 미국자본주의의 미래를 예견하면서 세계화가 어떻게 대세가 될 수 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면서 '시대의 명령'으로 자유시장경제학과 주주자본주의의 불가피성과 금융의 역할을 강조한다.
즉, 서브프라임위기는 일시적인 것이며 지난 30년동안 금융산업이 자본주의의 발전을 추동하였으며 구조조정과 산업재편등실물경제를 앞장서서 이끌어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자체조정능력을 가졌기에 이 시스템을 계속 유지 발전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국민세금으로 금융업의 파탄을 막기위한 공적자금지원은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해결책은 미국주도의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개인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중요한 것이 교육이기 때문에 현재의 95대 5의 극단적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는 80대20의 사회로 만들어서이 20%의 인재를 글로벌 인재로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구체적 교육개혁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현재 진행 중인 특목고, 자립고 등 자율학교의 확대, 폐쇄형 교사 임용제도의 개방, 교장의 재량권,인사권 확대,수능시혐 성적 공개와 일제고사 실시를 통한 학교 간 경쟁의 유도, 어학 예체능 인문분야의 비중을 높이는 교과과정의 개편,독서 토론 글쓰기를 중시하는 수업방식의 고도화, 학교와 학부모간의 의사소통 긴밀화를 적극 시행하고 대학입시에서입학사정관 제도의 활성화와 무시험 선발을 확대하고 , 국공립대학을 특수독립법인화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개혁을 하는 이유는 20%의 글로벌인재를 키움과 동시에 나머지 80%에게도 한국 경제는 개인 경쟁력을 키우고, 개인의 역동성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는 탈산업화 시대, 글로벌 시대에 개개인이 전문성과 수월성을 토대로 대응해 나갈 수 밖에 없는 점을 주지시켜 자부심이 강하고 , 자기 책임을 중시하며, 스스로 완성도를 추구하는 개인주의를 고양함으로써 보다 성숙한 단계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저자는 시민사회와 국가가 서로 반목하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여 싸우는 대립관계 ,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관점을 보게 된다. 또한 국가를 대신하여 자본이 시민사회를 더 행복하게 만들며 그 과정에서 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가의 구성과 작동과정중에서 소위 왼손과 오른손 이야기가 있다. 국가의 오른손이 경제정책이나 관료주의등의 거대담론이라면 국가의 왼손은 보건, 복지, 교육, 주거등의 미시담론으로서 구성원들을 공동체에 함께 머물기 위한 작용을 한다.
저자는 국가의 오른손을 너무 크게 또는 한쪽눈을 감고 보는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현재 미국의 의료, 교육, 복지등이 선진국으로서 너무나 처참한 상황에 처한 것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듯이 보인다.
사민주의 국가의 취업률, 사회복지, 국가예산의 사회적지출, 의료보건, 주거권등의 구체적통계를 보면 자유시장경제학이 갖는 허상을 알아볼 수 있다.
2004년도의 불평등 및 빈곤지표를 보면 자유시장의 빈곤율은 12.6%(미국은 17.1%)중부유럽의 혼합경제의 빈곤율은 9%,북유럽의 사민주의 국가의 빈곤율은 5.6%이고 지니계수(0은 완전평등, 100은 완전불평등)는 자유시장은 32(미국은 35.7) 혼합경제는 28, 사민주의 국가는 24.7이다. (출처 : 커먼웰스/제프리삭스/21세기북스에서 원용)
더 많은 부와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이 국가가 아닌 - 물론 국가가 저지르는 잘못이 있지만 그것은 해결할 수 있는 과정이 있다. 국가권력은 선거를 통해서 조정이 가능하지만 자본권력은 무엇을 통해 조정이 가능한지 저자는 설명이 없다. 스르로 자기조정능력이 있다고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를 살펴보면 결국 국가가 개입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조정해주는 방법밖에 없는데도 - 자본의 능력만이 가능하다고 하는 주장은 너무 한쪽만 보는 주장이라고 생각된다.
현실은 어쩔 수 없으니 개인은 자기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변화하는 세계화 , 글로벌시대의 무한경쟁싸움에서 살아남으라??? 그럴 수 없는 80%의 사람들에게 너무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불안한 번영/ 이찬근/부키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