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
장호철 지음 / 인문서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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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전 일요일 아침의 대담프로(유희열의 대화의 희열)에서 작가 유시민이 7~80년대 학생운동하던 사람들이 변절하게 된 이유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 하였다.


(대화 그대로 옮긴 게 아니라 내용을 옮기자면) " 나라와 사회 혹은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생각에서 잘못된 것을 알고 그것을 바꾸려는 사람에게는 크게 두 가지 내용이 있다. 내가 이것을 그냥 인정하고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것은 내 양심과 소신과 가치관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화운동을 한다. 그러면 그것이  실패를 하더라도 속은 상하겠지만 스스로에게는 떳떳하다. 그러나 잘못된 것을 고치고 바꾸려고 하는 것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성공의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면 실패를 인정할 수 없게 되고 다른 방향으로도 어떻게든 성공의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즉, 옮은 일 혹은 대의를 따르는 일이 개인의 양심과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행해지는 것과 개인이나 일의 성공과 결부되는 것의 차이를 말한 것이라 이해된다. 즉, 실패하더라도 옳은 일을 하는 사람과 꼭 성공해야 하는 사람의 차이를 말한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일제시대에 민족에 변절한 친일문학가들의 내용을 다룬 이 책의 인물들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애초부터 친일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이다. 주목받지 못한 젊었을때부터 친일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이다. 이들 같은 사람들은 어느 사회나 다 있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일도 마다 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간세상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하여 크게 가슴아파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둘째는 일제 초창기에는 민족을 위한 일을 하다가 혹은 어떤 계기를 통해서 변절한 경우다. 이게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최남선, 이광수, 서정주, 주요한, 유치진등등이다. 이들이 변절하게 되는 계기는 크게 3가지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만주사면(1931년)직후, 중일전쟁(1937년)직후, 태평양전쟁(1941년)직후다. 이 시기를 보면 한일강제병합(1910년)에서 대략 20여년과 30여년이 흐른 후의 시기가 된다. 이 시기는 일본제국주의가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미명하에 승승장구하는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일제식민지가 된후 2~30년이 흐른 후에도 일본제국주의는 무너질것 같지 않고 오히려 더 번창(?)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식민지조선의 해방을 위한 일본제국주의의 멸망은 아득한 일이 되어버린다.  세상이 특히 동아시아가 일본이 주장하는 대동아공영이라는 것으로 하나가 되는 세상이 이루어질거 같다는 생각, 영원히 계속될것만 같은 일본제국주의를 바라볼 때 식민지 조선의 문인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이육사나 김소월처럼 항일과 민족해방의 길로 끝까지 나아가서, 성공이든 실패든 옮을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과 일본이 영원히 계속될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때의 개인적 결단이 어떤 길로 나아가게 하였을까를 비교하면 그에 대한 해석은 매우 간단하다. 어떻게 하든지 성공이라는 것에 인생의 방점을 찍은 사람들 특히 사회적 이름을 갖고 있는 문인들의 선택은 당연히 친일매국의 길로 나아가게 되었다.


그래서 더더욱 그들은 해방이후에도 지난날에 대한 반성이 있을 수 없고 오로지 성공이라는 길로 나아가게 되었던 것으로 해석이 된다. 왜 해방이후에 친일매국 문인들이 반성을 하지 않고 계속 뻔뻔하게 더 높은 자리 혹은 개인적 영달을 추구하였는지를 알게 된다. 오로지 개인적 성공이 최고의 가치인 사람에게 민족이나 반성이나 후회는 있을 수 없으니까.


여담으로 1989년의 독일통일과 소비에트소련의 몰락이후에 수많은 사회운동가들이 변절의 다른 길로 걸어갔던 것과 친일매국문인들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면 모두에 말한 유시민의 변절에 대한 해석이 더더욱 이해력 있게 다가올 것이다.


친일매국 문인들의 민낯을 살펴보면서 그들이 행위를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은 매우 쉽다. 하지만 왜 그들은 그렇게 하였을까 하는 속마음까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겠지만 삶을 '성공'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실천하는 것과 '양심' 혹은 '올바른 삶'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실천하는 것의 차이가 그들의 속마음을 이해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무너져 버린 양심 ,올바름이 무너진 가치관이 야기하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민족과 공동체에 얼마나 많은 폐혜를 가져 오는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느껴봤으면 좋겠다. 사람은 능력만으로 평가받는 게 아니라 삶의 궤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도 아울러 이 책이 독자에게 보여주는 미덕이다.


더불어 친일매국문인들의 이름을 딴 문학상이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해방후 친일파 청산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도 마찬가지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역사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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