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대지의 꿈 - 장 지글러, 서양의 원죄와 인간의 권리를 말하다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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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이 남반구 주민들에게 자행한 범죄 두가지, 흑인 노예무역과 식민지 정복의 실례를 들어보자.

 

아프리카에서는 어린이를 포함하여 2,000만명 이상이 강제적으로 가족의 품을 벗어나 대서양 너머로

이송되었으며, 그곳의 농장, 광산등지에서 배고픔과 질병, 고문 등으로 고통받으며 노동력을 제공했다.

 

일례로 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넘는 항해( 보통 2달이상 걸렸다)에 흑인 노예무역선에 타고 있던

200명에서 300명가량의 쇠사슬로 묶인 남자, 여자, 어린이들 중의 20퍼센트는 괴혈병, 굶주림 또는

비인간적인 대우 때문에 죽었다. 항해가 시작되는 날 밤에는 럼주를 잔뜩 마신 선원들이 선창에 내려와

여자들을 강간했다. 임신한 여자는 시장에서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었다. 항해주에도 많은 노예들이

죽어나가고 도착한 곳에서 몸을 추스린 후 이들은 팔려나갔다. 남편은 아내와 이별하고, 이이들은

어머니와 헤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호주에서는 1836년부터 1847년까지 제임스 스티븐 부청장은 '원주민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무조건

가족으로부터 격리되어야 한다고 결정' 하여 생모나 생부 또는 가족 어느 누구와도 평생 만날 수 없게

만들었고 이 원주민 어린아이 격리 정책은 1969년에야 비로소 폐지되었다.

 

1610년 신성로마제국황제 카를 5세가 바야돌리드에서 소집된 회의에서 토의된 주제는 아래와 같다.

 

최근에 발견된 부족들은 인간에 속하는가, 아닌가?

그들은 구세주의 속죄 은혜를 받을 수 있는가 없는가?

그들은 살아 있는 신의 창조물인가 , 혹은 인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저급한 인류인가?

인디언들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한가?

 

결론은 인간이 아니라고 결정되었다.! 그러니 도미니크 수되회의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가 기록한

스페인정복자들의 행위는 그들에게는 정당한(?)행위였다. 저항하는 원주민들에게 한 행위는

" 때로는 놈들을 열세 명씩 한 단위로 꼬챙이에 꿰어서 잘 마른 짚으로 두른 다음 불을 지르죠.또 놈들의

손을 자른 다음 숲에 버릴 때도 있습니다." 왜 하필이면 열세 명을  한 단위로 하느냐는 질문에 "예수와 그의

열두 제자를 기리기 위해서!"라고 답하였다고 라스카사느는 기록했다. 기록은 " 모든 잔혹행위는 구세주를

'기린다'는 명분으로 자행되었습니다. 어떤 때는 어린아이들의 발목을 잡은 다음 바위에 두개골을 내리쳐 박살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니면 아이들을 불판 위에 또는 물속으로 던지거나 굶주린 개들에게 주어, 녀석들이 돼지고기

먹듯이 뜯어먹게 했습니다.! 누가 단 한 번의 칼질로 여쟈의 배를 가르는지 내기를 걸기도 했죠.!"

 

이러한 행위들이 모두 과거의 것이고 이제는 세상이 변했고 그 과거는 다 잊혀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도 현실을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2007년 7월 프랑스대통령사프코지는 세네갈의 대학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식민지 지배자들을 가운데에는 나쁜 사람들도 있었지만,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 문명을 전파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잘못했습니다만 그들은 진실했습니다. 식민화 정책은

모든 것을 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왜 상대방이 자신을 그토록 미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기에

이미 대가를 치른 과오입니다.....아프리카의 비극은 아프리카인들이 역사 속에 확고하게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는 좀 더 적극적으로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도전이 필요합니다....잘했건 못했건 식민지 정책은

아프리카인들과 유럽인들을 변화시켰습니다. 아프리카의 젋은이 여러분, 여러분은 서양이 아프리카의 심장과

영혼에 가져다준 모든 것의 계승자입니다."

 

결국 서양도 함께 식민지의 고통을 나누어가졌다는 이야기이며 이미 대가를 치른 과오라고 이야기 했다.

프랑스만? 그런거라고 생각하지 말라. 2007년 유럽연합은 나이지리아의 대통령선거가 부정선거라고 규정하면서도

그 해 G8정상회담에서 나이지리아의 대통령을 초청했다. 당시 유럽연희의 의장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이었다.

그들은 그 회의에서 아프리카의 문제를 주요의제로 토론하였는데 토의주제는 " 외국인 민간 투자 보장' 과

'특허권의 범보편성 보장'이었다. '기아'라는 단어는 아예 의제로 상정되지도 못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서양의 남반구에 대한 착취와 지배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을 통해서 지속되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사례를 저자는 나이지리아를 예로 들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8위의 석유

생산국이며 아프리카에서는 석유가 가장 많이 나는 나라인데 만성적인 기름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또한 1억 4000만명의

나이지리아 인들중 70퍼센트 이상이 극빈층이며 하루에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이들 중에서 54퍼센트는

만성 영양실조를 고통받고 있으며 어린이 10명중 1명은 10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다. 2006년 유엔이 발표한

인간개발지수 177개국중 나이리리아는 세계 8위의 산유국이면서도 지구상에서 가장 비참하게 사는 20개국에 포함된다.

 

이 모든것의 배후에 서양이 있고 그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제 가슴아픈 이야기는 뒤로 하고 미래릉 말한다.

볼리비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에보 모랄레스대통령의 개혁이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한 책은 보기 드물다. 특히 반 모랄레스 세력의 근원이 나치와 그 세력의 후예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자료는 너무 충격적이다. 그럼에도 모랄레스에게 기대는 저자의 마음은 충분히 와 닿는다.

 

결국 저자는 빼앗긴 대지가 꿈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기억의 재구성( 과거를 잊지 말라는 이야기다),

정체성의 회복(우리가 누구인가), 인권에 대한 깊은 인식, 남반구에서의 민족국가 건설등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것도 지금까지는 식민주의자들이 가면만 바꾸어 썼을 뿐이고, 남반구지역 주민들에게 민족국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민족이 건설하는 국가의 시대는 이제야 비로소 시작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혹자는 민족이 낡은 관념이라고 치부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오히려 서양의 인식일 뿐이고 남반구에서는

민족이 , 원주민이, 피지배세력이 하나로 단결하기 위해서는 민족개념이 도입되고 그것으로

통합되어야만 서양에 대하여 주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분노를 참으며 읽기에는 인내를 요구한다. 한국의 상황에 대입하여 보아도 35년간의 일제강점기가

이 나라 발전에 이바지 하였다는 요즘의 어느 단체의 주장,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그들의 맹목적 반감등과 대비하여

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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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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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

 

어떤 자유냐하면 '신자유주의'시대에 살고 있다. 그 구체적인 실상을 김규항은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들에게 장애인 주차 구역을 없애고 일반인 주차장을 이용할 자유를 준다면?

장애인 올림픽 선수에게 비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할 자유를 준다면?

신부감도 구할 수 없는 가난한 농촌 총각이 나는 자유연애주의자라고 선언한다면?"

 

즉, 자유로운 경쟁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것 같지만 실은 이미 가진 격차를 공식화하고 더 심각하게

만드는 사악한 수단으로 작동된다고 한다. 우리는 민주화를 통해 독재에서 자유로워지고,

민주적인 선거도 하고, 대통령 욕도 하고, 언론의 자유도 상당해졌지만 자유를 얻은 건 우리만이 아니라

자본도 무한정한 자유를 얻은 점에 주목한다.

 

국가와 사회의 모든 공공성이 자본에 침탈당하면서 공공성에도 이윤과 효율의 잣대가 들이대어지는

세상이 되어버린 이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자유도 우리에게도 주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도 참혹하게 가련한 인생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서 김규항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 영성과 사회변혁의 문제제기를 정확하게 이야기 한다.

"사회가 상식을 회복하면서 좋은 사회로 진행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그 상식이

어떤 차원의 것이든 지배 세력은 절대 스스로 상식을 회복하거나 양보하지 않습니다. 체제를

위협하는 강력한 투쟁이 있을 때에만, '이러다 판이 아주 깨지겠구나' 싶을 때

비로소 한발 물러서는 겁니다" 고 말한다.

 

이 때 체제를 위협하는 강력한 투쟁 대신에 개혁세력이 지배세력의 어쩌면 호위병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김규항은 신랄하게 비판한다.

즉, 한국의 개혁세력은 자유주의 세력일 뿐이고 이 자유주의 세력은 체제수호에 오히려 일등공신이라고 한다.

이는 체제안에 가짜 진보이고 진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체제를 지키는 세력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매우 극좌적인 혁명의식을 가진 사람으로 김규항을 오해하게 되는데 그는 진보좌파일 뿐

폭력혁명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사회구성에서 계급적인 인식을 정확히 하지 않는 한 신자유주의의 체제는 언제나

지배계급의 이해만 옹호할 뿐 대다수 서민대중은 언제나 그자리에 있거나 계속 낮은 자리로 떨어지게 될 뿐이라고

말한다. 자유주의자에겐 정치적 민주주의, 극우와의 싸움, 언론 자유등이 목표지만 좌파에게는 기본적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유주의자들의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의 한계를 지적한다.

 

이러한 인식하에 체제와 시스템의 문제를 바라보는 거대담론이 다시 요구되는 시대에 있으며 그 인식을

지난 날의 오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기안의 성찰 , 즉 영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요즘에는 거대담론을

이야기 하거나 계급문제를 이야기 하면 대개 지나간 이야기이거나 필요없는 이야기로 치부하는데 현재의

신자유주의체제에서는 모든 사람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무한질주를 하는 시대임을 보라고 말한다.

공정하지 않은 경쟁구조에서 누구나 다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미래를 말하는 자유의 본질을 보라고 말한다.

그것이 가능하냐고 묻는다.

 

김규항은 예수를 통해서 자기를 성찰하는 것을 강조한다. 본인은 예수를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고

반성하고 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노력하며 사회를 변혁하는 싸움에 임하지만 타인에게 예수를 강조하지는 않는다.

꼭 예수를 통하지 않아도 자기안의 영성을 찾고자 한다면 그것은 무엇이라도 관계없다고 한다. 다만

예수가 이야기하고자 한 체제와의 싸움, 사두개인들보다 바리새인들과 왜 갈등을 했는지 고민해보자고 한다.

 

따라서 그는 " 내 밖의 적과 싸우는 일을 혁명이라 하고, 내 안의 적과 싸우는 일을 영성"으로 정리한다.

 

김규항이 지적한 중에 반박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촛불집회때 열심히 집회에 참여한 스스로 진보의식으르 갖고 있다는 학부모가

밤 11시에 집으로 전화해서 '오늘 학원 갔다왔니?' 하면서 확인하는 것이 무슨 진보이며 개혁인가?

결국 체제안의 경쟁에서 본인만은 이기고 싶다는 이기주의 아닌가?" 하는 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운동하는 사람은 세속적인 관점에서 볼 때 고생을 하더라도 존중은 받았잖아요.

운동하는 자식을 말리는 아버지도 자식이 제 일신을 위해 그런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았거든요.

이젠 그게 달라졌어요. 좋은 교육이, 뭔가에 대한 가치 기준이 자본의 가치 기준에 통합되어버려서 다들

전교조 교사를 경멸하고 적대하는 거죠. 교사를 평가하는 가치 기준이 '교육'이 아니라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성적을 올릴 수 있는가 하는 거니까요. 그게 아닌 '쓸데없는' 이야기나 하는 전교조 교사들은

그들에겐 경멸의 대상" 이라고 하는 거와

 

"문제는 잘산다는 게 뭔가, 행복이라는 게 뭔가 하는 건데요. 그게 노동자와 자본가가 달라야 하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본가의 것으로 통합되어버렸어요" 하는 것을 보면

계급적이해관계가 자본에 매몰되어 버린 현실에 대한 이해를 우리에게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그러면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사나?

 

현재 그는 '고래가 그랬어'라는 어린이 인문교양잡지를 만들고 있다.

왜냐는 질문에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라고 한다. 이런 척박한 교육현실에서 뭔가라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만든다고 한다. 어린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독을 권한다.

 

 김규항의 책의 끝에서 한 말 ,

 

" '잘사는게 뭐냐'는 질문을 잃어버리는 순간, 지배계급이나 부자들의 가치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그저 가련한 인생이 되는 겁니다. 못나고 루저(실패자)인 인생이 되는 거죠.

하지만 '잘사는 게 뭐냐'는 질문을 잊지 않을 때, 거꾸로 그들이 불쌍해지는 거죠. 그들이야말로

못난 인생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겁니다" 는 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2300년전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좋은 것은 바로 '행복한 삶'이라고 하며

그 행복한 삶은 자기가 속한 사회에서 동떨어진 존재가 아닌 사회와 하나라는 걸 자각하고 공교육을 통한

공동체에서 찾아가야 한다는 말과 일맥상통함을 깨닫게 된다.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모두가 가난 해 질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김규항의 지적은

우리가 미래를 위해, 미래의 불안과 공포를 위해 '오늘'을 저당잡히고 사는 현실에서 스스로에게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가?"하는 질문을 다시 던지게 만든다.

 

이 책의 구성은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와 김규항의 인터뷰집으로 구성되었기에 읽기가 매우 수월하다.

또한 개인적인 이야기도 간간이 나옴에 따라 심각한 이야기가 친근하게 다가오게 만든다.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김규항,지승호지음/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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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유사 - 조선왕조실록에서 다루지 못한 진짜 조선이야기 박영수의 생생 우리 역사 시리즈 2
박영수 지음 / 살림Friends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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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는 정사(正史)로 삼국유사는 야사(野史)로 우리는 알고 있다. 공식적인 역사기록과 비공식적인

역사기록으로 구분하는 방법이지만 사실 정사에는 미처 이야기 하지 못한 진실된 삶의 기록이 오히려

더 많이 남아있게 된다. 정사는 이긴자의 기록이지만 야사는 이기지 못한자, 권력과 동떨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후대에 전달되는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또는 권력이면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이덕형은 영의정으로 어수선한 정국을 수습하고

여러 일을 처리하느라 무척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러한 일로 한시도 쉴 수 없었던

그는 본가에서 대궐로 출퇴근하는 시간조차 아끼기 위해 대궐 가까이에 조그만 집을

마련하고 첩을 하나 두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간간이 들러 쉬기도 하고 때를 놓쳤을 때 식사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어느 날 일과 더위에 지쳐 잠시 집에 들른 이덕형은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첩을 보고

손을 불쑥 내밀었다. 날이 덥고 너무 지쳐 말하기조차 힘들어 냉수나 한 잔 달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첩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접을 받쳐 들고 내밀었다.

 

"응? 이게 뭐지?"

보니 그것은 제호탕이라하여 술독을 빼고 갈증을 멈추게 하여 더위를 풀어주는 일종의 청량음료였다.

사실은 손짓으로 냉수를 달라고 했지만 맘속으로는 '제호탕 한 잔 마시고 싶다'라고 생각했기에

속마음을 들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첩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덕형은 이렇게 말했다.

"내 이제 너를 버리니 너는 어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가거라!"

 

이에 영문을 모른 첩은 이덕형과 친분이 가까운 이항복을 찾아가 그 곡절을 알아봐 달라하여

이항복이 이덕형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어보았다. 이덕형은 이렇게 말했다.

 

"허허...그 일은 첩의 잘못이 아닙니다. 내 전날에 더위에 지쳐 집에 돌아간 일이 있는데

그때 너무힘들어 말도 못하고 그냥 손만 내미니 제호탕을 대령합디다.

그 영리한 모습을 보노라니 전보다 더 귀엽고 사랑스럽게 여겨집디다.

하지만 지금 나랏일이 막중한 터에 마음을 사사로운 데 쓴다면

공사에 실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연이어 들었다오.

하여 안타깝지만 첩을 버린 것이오"

 

이덕형은 첩에게 깊이 빠질까 봐 일부러 외면한것이니 그가 평소 얼마나 공무에 충실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본문 145~146쪽 인용 -

 

첩 운운의 이야기가 현대의 입장에서는 부적절하지 못할지 몰라도

다만 요즘의 검사스폰서파문에 비교하여볼 때

공직자가 어떤 마음으로 공사(公事)를 다루어야 하는지 알게 해 주는 일화이다.

이러한 일화는 일반인들도 잘 모르고 공식적인 역사교육에서도 다루지 않는 내용이다.

 

지은이 박영수의 '조선유사'도 아마 삼국유사처럼 공식적인 역사기록이 아닌 나름의 판단과 근거롤 통해

조선왕조실록실록에서 다루지 못한 조선의 이야기를 '조선유사'라는 제목을 붙였던거로 짐작된다.

 

책은 위의 글처럼 본문으로 이덕형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 후 ' 첩 혹은 소실의 유래"에 대하여

그 근원과 유래를 설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본문에 나온 내용 중 우리가 미처몰랐거나 아니면 알더라도 정확히 모르는 분야를

 따로 일일이 주석을 다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50건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조선시대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금지옥엽이 굶어 죽을 운명이라니'를 통해 '忍(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는

말의 유래'를 이야기 하고,

 

'최경창과 홍랑의 순애보 사랑'을 이야기 한 수 '순애보의 어원과 의미'를 설명한다.

 

이 외에도 '영조가 방석에 앉기를 꺼려한 연유'를 통해 '방석,꽃방석, 돈방석, 바늘방석의 유래'를

설명하는 등 우리가 평상시 자주 사용하지만 그 말의 연원과 유래등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것을

일일이 그 근거를 통해 잘 설명하고 있다.

 

비(妃)와 빈(嬪)의 차이, 국와 묘호는 왜 '조'와 '종'으로 구분될까, 사약의 성분은 무엇일까,

담배의 유래, 그리고 맞담배 금기의 근원, 엽전 푼돈 무일푼 개평의 어원등등...

읽으면 읽을수록 아하 그렇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알아야 그것을 용이하게 써 먹듯이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의 말이나

행동의 근거를 이렇게 자세히 풀어놓은 책은 근래에 보기가 드물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이것을 쓰기 위해서 얼마만큼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 책 내용을 보면

미루어 짐작이 간다.

 

조선유사/박영수글/살림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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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셰익스피어는 웹에서 탄생한다 - 인터넷 글쓰기 시대에 꼭 필요한 지침서
최병광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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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

 

멋진 말이다. 나도 작가가 될 수 있다니. 안 그런가?

물론 글쓰기를 좋아하고 나아가 자기만의 글을 통해 자기를 나타내는 자기존재감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책읽기조차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는 또 하나의 고통이 될테니말이다.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사람들에게 아주 요긴한

책이 나왔다.  보통 글을 쓴다거나 책을 낸다던가 하는 것을 사람들은

매우 어렵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생각해왔던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요즘은 누구가 글을 쓴다. 당신도 쓴다.

어떻게? 인터넷사이트에서 댓글 다는것도 일종의 글쓰기다.

그러니 요즘에는 누구나 글을 쓴다고 할 수 가 있겠다.

 

그런데 누구나 쓰는 글이지만 누구나 읽을 만한 글을 쓰는게 아니라는거,

그것이 문제다.

 

이 책은 인터넷시대에 누구나  쓰면서도 누구에게나 읽히는 글을 쓰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다.

 

우선 시작이다. 백지를 앞에 놓고 고민만 하지 말고 시작하는 방법이다.

 

첫쌔,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늘 하는 말 같다.)

둘째, 좋은 글을 찾아 필사(筆寫)를 해본다.

셋째, 매일 매일 4000자 정도의 글을 쓴다.

넷째, 짦은 글을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저자는 석줄로 된 일기를 권한다.

마지막으로 명상을 권한다.

 

이것이 글쓰기에 대한 시작을 하는 마음가짐이며 실천강령이다.

문제는 이것만 갖고는 좋은 글, 읽히는 글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글자체가 갖는 언어의 틀에서 벗어나라고 강조한다.

즉, 언어의 틀에서 벗어나 글에 리듬과 이미지를 덧붙이면 읽는이에게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은 글일수록 단 한 사람을 향한 글을 쓰라고 한다.

그것도 구체적으로 대상을 정해서 하면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글의 소재도 멀리 있는 곳에서 찾지말고 주위에서 찾도록 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파격을 자꾸 연습하라고 한다.(말은 쉽지만 쉽지는 않다.)

 

제목으로 승부를 걸어라 라고 강조하는것은 아마도 인터넷시대에 특히나 중요하기에 하는

말일 게다. 하도 많은 블로그나 기타등등에서 클릭을 당하려면 제목에서부터 무언가

포스가 느껴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2인칭위주로 글을 쓰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니터앞에서 글을 읽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고개가 끄떡이게 만든다.

 

그러나 저자가 위와 같은 글쓰기의 요령(?)보다 더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즐겨라! 이다. 글쓰기 자체를 즐기지 않고서는 좋은 글, 읽히는 글이 나올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것도 훈련이 필요하단다.)

 

인터넷에서 글을 쓰기 위한 인터넷파워워딩 십계명을 보면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웹서핑을 하다보면 눈에 바로 들어와서 클릭을 하게 되는 글들이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그러한

십계명의 내용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대상을 적극적으로 지칭하고, 이기심을 자극하고, 리듬이 있고, 중의의 묘미를 살리며,

단도직입적인, 역설의 묘도 있는등의 글들이 바로 그것이다.

 

어찌보면 단순한 듯 하면서도 인터넷시대에 글을 쓰고 그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기 위해서 필요한 요령일지모르나 요령이라기 보다는 테크닉이라고 해야 할거 같다.

 

사람은 아무리 진심이 있다 하더라도 그 진심이 전달이 되어야만 하듯이

글을 쓰더라도 읽히지 않는 글은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처럼 위대한 작가 세익스피어가 이 시대에 활동하려면

인터넷시대라는 시대적 흐름의 중요성과 그 내용을 알고 그에 대처해야만

좋은 글, 읽히는 글이 가능하다고 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댓글 하나를 달더라도, 메일에 짦은 몇 줄의 글을 쓰더라도, 의미가 있고

내용이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매우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게다가 저자가 '빨래~ 끝!" "힘 좋고 오래갑니다" 등의 히트카피를 만든 카피라이트겸

광고평론가이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매우 많다.

 

이러한 훈련을 통한 글쓰기에서 단련한 후 나아가 자기만의 글,

대하소설, 전문적인 글쓰기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여간에 글은 자꾸 써봐야 한다는 말에 적극 공감.

(물론 그것도 쉽지않지만..어떻게 매일 매일 글을 쓰지???)

 

21세기세익스피어는 웹에서 탄생한다/ 최병광/ 책이있는 풍경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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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선택, 뜻밖의 심리학 - 인간의 욕망을 꿰뚫어보는 6가지 문화심리코드
김헌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이유는?

첫사랑의 기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전업주부들이 쇼핑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위 질문들에 대해 정확하게 대답을 한다면 당신은 이미 대단한 심리전문가다.

 

주류경제학과 현대의 경제논리는 사람들이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소비한다고 가정할 뿐만 아니라

완전한 진리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럴까?

 

마음의 본질은 무엇인가?

저자는 인간의 사고나 마음은 뇌와 신체, 사회와 별개로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들의 판단과 행동이

신경학적(뇌의 구조)라기 보다는 심리적, 문화적이라는 것을 다양한 실험결과들을 통해 입증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경제적선택이나 소비행위의 매커니즘을 문화적, 심리적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분석하는데 저자가 임의적으로 여섯가지 범주로 나누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그 여섯가지 범주는 언어, 정보, 돈, 이익, 시공간, 선택이다. 이 범주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이 범주들을 통해서 나타나는 인간의 마음과 심리등이 현대의 경제행위와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있다.

 

다시 한번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자.

 

남의 떡이 커보이는 이유는 선택의 자유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욕망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이야기한다.

 

첫사랑의 기억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설렘과 강렬함에 대한 비교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전업주부들이 쇼핑중독에 빠지기 쉬운 이유는 좋은 물건을 값싸게 삿다는 성취감과 아울러

허전한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1달러를 땄을때의 기쁨보다 1달러를 잃었을때의 고통이 2배에 이른다는 실험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해변이 한적하면 바캉스기분이 들지 않고 사람이 많아야 축제도 재미있고 음식도 맛이 있다는 것은

인간은 무리속에서 정체성을 찾고, 집단에 속해있을 때 동조화가 쉽게 일어나는것을 의미한다.

 

기부금을 요청할 때에 사람들에게 '조금만 도와주세요!" 하는 것과

"단 1페니만 주어도 됩니다!" 하는 것 중에서 어느 말이 더 많은 기부금이 들어올까?

답은 당연히 '단 1페니만 주어도 됩니다'이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은 착하고 선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착하고 선하지는 않더라도 나름대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원칙을 지키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가치있는 일에 돈이라는 보상이

개입하면 사람들은 그 일을 평가절하한다.

 

이러한 것들을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바는 이것이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모두 동원하여 효용과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인간을

상정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둘러싼 가치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회와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것이다.

 

이외에 우리가 몰랐던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상태에 대하여 저자는 매우 풍부한

사례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기에 읽으면 읽을수록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든다.

 

따라서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두면 첫째, 마케팅을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를 활용하여 적절한 마케팅을 할 수있게 되며, 둘째는, 소비의 주체인 각각의 개인들은

이러한 활용당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수 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도 모르는 자기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이러한 부분을 알고있느냐

또는 모르고있느냐에 따라 삶이 주체적이 될 수 있느냐 아니냐의 갈래길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의외의 선택, 뜻밖의 심리학/김헌식지음/위즈덤하우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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