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대지의 꿈 - 장 지글러, 서양의 원죄와 인간의 권리를 말하다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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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이 남반구 주민들에게 자행한 범죄 두가지, 흑인 노예무역과 식민지 정복의 실례를 들어보자.

 

아프리카에서는 어린이를 포함하여 2,000만명 이상이 강제적으로 가족의 품을 벗어나 대서양 너머로

이송되었으며, 그곳의 농장, 광산등지에서 배고픔과 질병, 고문 등으로 고통받으며 노동력을 제공했다.

 

일례로 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넘는 항해( 보통 2달이상 걸렸다)에 흑인 노예무역선에 타고 있던

200명에서 300명가량의 쇠사슬로 묶인 남자, 여자, 어린이들 중의 20퍼센트는 괴혈병, 굶주림 또는

비인간적인 대우 때문에 죽었다. 항해가 시작되는 날 밤에는 럼주를 잔뜩 마신 선원들이 선창에 내려와

여자들을 강간했다. 임신한 여자는 시장에서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었다. 항해주에도 많은 노예들이

죽어나가고 도착한 곳에서 몸을 추스린 후 이들은 팔려나갔다. 남편은 아내와 이별하고, 이이들은

어머니와 헤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호주에서는 1836년부터 1847년까지 제임스 스티븐 부청장은 '원주민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무조건

가족으로부터 격리되어야 한다고 결정' 하여 생모나 생부 또는 가족 어느 누구와도 평생 만날 수 없게

만들었고 이 원주민 어린아이 격리 정책은 1969년에야 비로소 폐지되었다.

 

1610년 신성로마제국황제 카를 5세가 바야돌리드에서 소집된 회의에서 토의된 주제는 아래와 같다.

 

최근에 발견된 부족들은 인간에 속하는가, 아닌가?

그들은 구세주의 속죄 은혜를 받을 수 있는가 없는가?

그들은 살아 있는 신의 창조물인가 , 혹은 인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저급한 인류인가?

인디언들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한가?

 

결론은 인간이 아니라고 결정되었다.! 그러니 도미니크 수되회의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가 기록한

스페인정복자들의 행위는 그들에게는 정당한(?)행위였다. 저항하는 원주민들에게 한 행위는

" 때로는 놈들을 열세 명씩 한 단위로 꼬챙이에 꿰어서 잘 마른 짚으로 두른 다음 불을 지르죠.또 놈들의

손을 자른 다음 숲에 버릴 때도 있습니다." 왜 하필이면 열세 명을  한 단위로 하느냐는 질문에 "예수와 그의

열두 제자를 기리기 위해서!"라고 답하였다고 라스카사느는 기록했다. 기록은 " 모든 잔혹행위는 구세주를

'기린다'는 명분으로 자행되었습니다. 어떤 때는 어린아이들의 발목을 잡은 다음 바위에 두개골을 내리쳐 박살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니면 아이들을 불판 위에 또는 물속으로 던지거나 굶주린 개들에게 주어, 녀석들이 돼지고기

먹듯이 뜯어먹게 했습니다.! 누가 단 한 번의 칼질로 여쟈의 배를 가르는지 내기를 걸기도 했죠.!"

 

이러한 행위들이 모두 과거의 것이고 이제는 세상이 변했고 그 과거는 다 잊혀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아직도 현실을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2007년 7월 프랑스대통령사프코지는 세네갈의 대학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식민지 지배자들을 가운데에는 나쁜 사람들도 있었지만,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 문명을 전파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들은 잘못했습니다만 그들은 진실했습니다. 식민화 정책은

모든 것을 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왜 상대방이 자신을 그토록 미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기에

이미 대가를 치른 과오입니다.....아프리카의 비극은 아프리카인들이 역사 속에 확고하게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는 좀 더 적극적으로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도전이 필요합니다....잘했건 못했건 식민지 정책은

아프리카인들과 유럽인들을 변화시켰습니다. 아프리카의 젋은이 여러분, 여러분은 서양이 아프리카의 심장과

영혼에 가져다준 모든 것의 계승자입니다."

 

결국 서양도 함께 식민지의 고통을 나누어가졌다는 이야기이며 이미 대가를 치른 과오라고 이야기 했다.

프랑스만? 그런거라고 생각하지 말라. 2007년 유럽연합은 나이지리아의 대통령선거가 부정선거라고 규정하면서도

그 해 G8정상회담에서 나이지리아의 대통령을 초청했다. 당시 유럽연희의 의장은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이었다.

그들은 그 회의에서 아프리카의 문제를 주요의제로 토론하였는데 토의주제는 " 외국인 민간 투자 보장' 과

'특허권의 범보편성 보장'이었다. '기아'라는 단어는 아예 의제로 상정되지도 못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서양의 남반구에 대한 착취와 지배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을 통해서 지속되고 있으며

그 구체적인 사례를 저자는 나이지리아를 예로 들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8위의 석유

생산국이며 아프리카에서는 석유가 가장 많이 나는 나라인데 만성적인 기름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또한 1억 4000만명의

나이지리아 인들중 70퍼센트 이상이 극빈층이며 하루에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꾸려나간다. 이들 중에서 54퍼센트는

만성 영양실조를 고통받고 있으며 어린이 10명중 1명은 10세가 되기 전에 사망한다. 2006년 유엔이 발표한

인간개발지수 177개국중 나이리리아는 세계 8위의 산유국이면서도 지구상에서 가장 비참하게 사는 20개국에 포함된다.

 

이 모든것의 배후에 서양이 있고 그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제 가슴아픈 이야기는 뒤로 하고 미래릉 말한다.

볼리비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에보 모랄레스대통령의 개혁이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렇게

자세하게 설명한 책은 보기 드물다. 특히 반 모랄레스 세력의 근원이 나치와 그 세력의 후예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자료는 너무 충격적이다. 그럼에도 모랄레스에게 기대는 저자의 마음은 충분히 와 닿는다.

 

결국 저자는 빼앗긴 대지가 꿈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 기억의 재구성( 과거를 잊지 말라는 이야기다),

정체성의 회복(우리가 누구인가), 인권에 대한 깊은 인식, 남반구에서의 민족국가 건설등을 통해

그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것도 지금까지는 식민주의자들이 가면만 바꾸어 썼을 뿐이고, 남반구지역 주민들에게 민족국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민족이 건설하는 국가의 시대는 이제야 비로소 시작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혹자는 민족이 낡은 관념이라고 치부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오히려 서양의 인식일 뿐이고 남반구에서는

민족이 , 원주민이, 피지배세력이 하나로 단결하기 위해서는 민족개념이 도입되고 그것으로

통합되어야만 서양에 대하여 주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은 분노를 참으며 읽기에는 인내를 요구한다. 한국의 상황에 대입하여 보아도 35년간의 일제강점기가

이 나라 발전에 이바지 하였다는 요즘의 어느 단체의 주장,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그들의 맹목적 반감등과 대비하여

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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