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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유사 - 조선왕조실록에서 다루지 못한 진짜 조선이야기 ㅣ 박영수의 생생 우리 역사 시리즈 2
박영수 지음 / 살림Friends / 2010년 3월
평점 :
삼국사기는 정사(正史)로 삼국유사는 야사(野史)로 우리는 알고 있다. 공식적인 역사기록과 비공식적인
역사기록으로 구분하는 방법이지만 사실 정사에는 미처 이야기 하지 못한 진실된 삶의 기록이 오히려
더 많이 남아있게 된다. 정사는 이긴자의 기록이지만 야사는 이기지 못한자, 권력과 동떨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후대에 전달되는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또는 권력이면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이덕형은 영의정으로 어수선한 정국을 수습하고
여러 일을 처리하느라 무척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러한 일로 한시도 쉴 수 없었던
그는 본가에서 대궐로 출퇴근하는 시간조차 아끼기 위해 대궐 가까이에 조그만 집을
마련하고 첩을 하나 두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간간이 들러 쉬기도 하고 때를 놓쳤을 때 식사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어느 날 일과 더위에 지쳐 잠시 집에 들른 이덕형은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첩을 보고
손을 불쑥 내밀었다. 날이 덥고 너무 지쳐 말하기조차 힘들어 냉수나 한 잔 달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첩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접을 받쳐 들고 내밀었다.
"응? 이게 뭐지?"
보니 그것은 제호탕이라하여 술독을 빼고 갈증을 멈추게 하여 더위를 풀어주는 일종의 청량음료였다.
사실은 손짓으로 냉수를 달라고 했지만 맘속으로는 '제호탕 한 잔 마시고 싶다'라고 생각했기에
속마음을 들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첩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덕형은 이렇게 말했다.
"내 이제 너를 버리니 너는 어디든 가고 싶은 곳으로 가거라!"
이에 영문을 모른 첩은 이덕형과 친분이 가까운 이항복을 찾아가 그 곡절을 알아봐 달라하여
이항복이 이덕형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어보았다. 이덕형은 이렇게 말했다.
"허허...그 일은 첩의 잘못이 아닙니다. 내 전날에 더위에 지쳐 집에 돌아간 일이 있는데
그때 너무힘들어 말도 못하고 그냥 손만 내미니 제호탕을 대령합디다.
그 영리한 모습을 보노라니 전보다 더 귀엽고 사랑스럽게 여겨집디다.
하지만 지금 나랏일이 막중한 터에 마음을 사사로운 데 쓴다면
공사에 실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연이어 들었다오.
하여 안타깝지만 첩을 버린 것이오"
이덕형은 첩에게 깊이 빠질까 봐 일부러 외면한것이니 그가 평소 얼마나 공무에 충실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본문 145~146쪽 인용 -
첩 운운의 이야기가 현대의 입장에서는 부적절하지 못할지 몰라도
다만 요즘의 검사스폰서파문에 비교하여볼 때
공직자가 어떤 마음으로 공사(公事)를 다루어야 하는지 알게 해 주는 일화이다.
이러한 일화는 일반인들도 잘 모르고 공식적인 역사교육에서도 다루지 않는 내용이다.
지은이 박영수의 '조선유사'도 아마 삼국유사처럼 공식적인 역사기록이 아닌 나름의 판단과 근거롤 통해
조선왕조실록실록에서 다루지 못한 조선의 이야기를 '조선유사'라는 제목을 붙였던거로 짐작된다.
책은 위의 글처럼 본문으로 이덕형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 후 ' 첩 혹은 소실의 유래"에 대하여
그 근원과 유래를 설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본문에 나온 내용 중 우리가 미처몰랐거나 아니면 알더라도 정확히 모르는 분야를
따로 일일이 주석을 다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총 50건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조선시대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세종대왕의 금지옥엽이 굶어 죽을 운명이라니'를 통해 '忍(참을 인)자 세 번이면 살인을 면한다는
말의 유래'를 이야기 하고,
'최경창과 홍랑의 순애보 사랑'을 이야기 한 수 '순애보의 어원과 의미'를 설명한다.
이 외에도 '영조가 방석에 앉기를 꺼려한 연유'를 통해 '방석,꽃방석, 돈방석, 바늘방석의 유래'를
설명하는 등 우리가 평상시 자주 사용하지만 그 말의 연원과 유래등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것을
일일이 그 근거를 통해 잘 설명하고 있다.
비(妃)와 빈(嬪)의 차이, 국와 묘호는 왜 '조'와 '종'으로 구분될까, 사약의 성분은 무엇일까,
담배의 유래, 그리고 맞담배 금기의 근원, 엽전 푼돈 무일푼 개평의 어원등등...
읽으면 읽을수록 아하 그렇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알아야 그것을 용이하게 써 먹듯이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의 말이나
행동의 근거를 이렇게 자세히 풀어놓은 책은 근래에 보기가 드물다.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이것을 쓰기 위해서 얼마만큼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 책 내용을 보면
미루어 짐작이 간다.
조선유사/박영수글/살림 2010